- 5일 째 -
[??] : [일]
[??] : [어나]
[??] : [일어나 다이스케]
[??] : [일어나라잖니 다이스케!!]
[??] : [어쩜 이렇게 칠칠하지 못하담]
[??] : [마지막으로 한 번 만나지 못한 건 아쉽지만]
[??] : [내 뜻은 이어가 주는 거지?]
[??] : [이겨서]
[??] : [이겨서 내 몫까지 살아줘]
[??] : [그리고, 레이에겐 상냥하게 대해줘야 돼]
[??] : [이제 그만 가야겠어]
[??] : [그렇게 얼굴을 뚫어지게 보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 : [자 그럼. 먼저 저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꼭 다시 만나길 기다릴게]
...
......
.........
잠에서 깬 순간, 꿈속에서의 기억은 모래처럼 흘러 떨어지기 시작했다.
10년 간 곁에서 따라다니던 친숙하고 사랑스런 목소리.
환상이다. 단순한 환상이다.
그런 일이 있을 리가 없어. 그럴 리가.
그래도.
잔혹한 환상이라는 건 때론 잔혹한 현실과 공존한다.
일어나니 다리가 휘청거렸다. 쓰러졌을 때보다 나아졌을지도 모르겠지만 열은 아직 내리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은 있었다.
......
고발자 윈도우는 통지하고 있었다.
잔혹한 현실을.
‘사기노미야 사쿠라 사망’ 이라고.
나는 한 가지 알게된 것이 있다.
사쿠라는 수차례에 걸쳐 인랑게임에 대해 언급했었다.
평화로운 마을에 숨어든 늑대인간.
살해당하기 전에 누가 늑대인간인지 폭로해서 처형하자.
그래 확실히 닮았어. 버터플라이 게임하고.
다만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그저 단순한 놀이인가, 그렇지 않으면 목숨을 걸어야 하는가.
버터플라이 게임에선 만약 [주모자]를 쓰러뜨려 전원 승리하게 되어도, 죽은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아무리 궁지에 몰린 상황이라도, 아무리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이라도,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서 인간은 인간의 목숨에 대한 양자택일을 쉽게 할 수 있다.
[주모자]에게 매우 유리한 룰.
우리는 거기까지 간파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르다.
근본적으로 방법이 잘못되었다.
우리들이 하려고 했던 것은 먼저
[그럼, 우리들이 게임에서 이기려면 어떻게 하면 되지?]
그 의문에 도달하는 대답을 얻을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가능한 한 위험한 다리를 건너지 않으려고 가지고 있는 정보를 굴리면서
다른 사람을 자극하지 않게끔 조심하면서 단지 침착하게만 게임을 진행하고 말았다.
그래서 지금 4명이 죽고, 남은 것은 다섯.
사쿠라는 우리들 모두의 길을 잘못 든 것이다.
눈물이 말라 없어진 것일까, 감정이 죽어버린 걸까.
사고회로가 게임에 관한 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사쿠라가 죽었는데도. 나는 이리도 박정했던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거울을 보고 납득했다.
지독한 꼴이다.
내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었다.
감정은 이미 충분히 폭주하고 있었다.
본능이 육체가 혹은 영혼이 통곡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과는 완전히 별개로 움직이는 나의 사고가 있었다.
그것은 기묘한 감각이었다. 복수에 정신을 빼앗겼던 루나도 어쩌면 이렇게 날카로워진 격정을 품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울고 있을 시간은 없다.
움직여라.
게임을 끝내.
그래. 사쿠라가 꾸짖는 기분이 들었다.
그치만, 사쿠라.
잠시만 기다려 주지 않을래.
적어도 널 위해 눈물 흘리고 그걸 닦을 시간을 나에게 줘.
...
......
.........
새삼 노트북을 본다.
6시 45분.
아직 문은 열지 않는다.
자신을 마주할 때마다 언제 회한이 그 곳에 있는 것을 자각한다.
이미 너무 늦었다.
소중한 사람은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다음으로 나아가기 위한 힘 또한 그 곳에 머무르고 있다.
끝낸다.
내가 끝내겠어.
이제 남아있는 친구들을 구하겠어.
그리고, 우리들 중에 배신자를 내 손으로 단죄해 주겠다.
......
지금이라면 알 수 있다.
이 게임에 참가한 시점에서 우리들은 어떤 각오를 해야만 했던 것이다.
하나는
목숨을 잃을 각오.
그리고 또 하나는
목숨뿐만이 아니라 모든 것을 잃을 각오다.
우정이라는 것.
사랑이라는 것.
인간성이라는 것.
시간이 됐다. 후들거리는 몸을 벽으로 지탱하면서 나는 방을 나왔다.
사쿠라의 방으로 간다.
사쿠라의 시체가 있다.
책상을 향하고 있던 것을 잡아당겨 쓰러뜨린 거겠지. 의자와 함께 위를 향해 쓰러진 모습.
가슴 한가운데에는 잔인하게도 그녀의 생명을 앗아간 흉기가 그대로 우뚝 솟아있었다.
나는 그걸 뽑아 던져버리고.
식어버린 몸을 안았다.
딱딱한 감촉.
위화감을 느꼈지만 곧바로 상기해냈다.
은빛의 포장.
마음속으로 사과하고 사쿠라의 가슴팍에서 그것을 꺼냈다.
예상대로 그것은 레토르트 파우치에 둘러싸인 한 대의 주사기였다.
유지에게 준 것이 독이었던 이상, 이것은 약일 것이다.
유지에겐 미안하지만 이걸로 한 명 구할 수 있다. 나는 그것을 내 주머니에 넣었다.
다시 사쿠라를 안았다.
진정 짧은 시간.
이걸로 작별 인사는 끝.
지금 몸으론 힘들었지만, 혼자서 그녀를 안아 올려 침대까지 옮겼다.
시트를 걸쳐 감쌀 때까지.
결국 한 번도 얼굴을 보지 않았다.
왠지 사쿠라가 그런 소릴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부끄러우니까 얼굴 보지마라고.
계속 여기에 있고 싶다.
그런 기분을 정리하고, 나는 사쿠라의 방에서 나왔다.
로비로 나와보니 다들 나와 있었기에 나는 조금 놀랐다.
사쿠라의 방에서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소비했는지도 모르겠다.
[레이] : ‘다이스케 선배, 거기에 있었어요? 몸 상태는 괜찮아요?’
레이는 스케치북의 내용과 마찬가지로 걱정스런 얼굴을 하고 있었다.
레이에게는 어제 아무 대답 없이 방치해뒀던 것에 대해 책망하고자 하는 마음도
사쿠라에 대한 일로 하고 싶은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선 레이는 나를 걱정해줬다. 그 마음은 감사히 받아야겠지.
다른 녀석들에게 눈을 돌린다.
츠바사는 산만하게 로비 안을 돌아다니고 있다.
[츠바사] : (......그럼, 마지막이군)
[츠바사] : (먼저 사쿠라가 [진단자]고, 마이가 [은둔자]. 이런 추측을 세워보면 다이스케와 레이가 [공유자]로 결정이군)
[츠바사] : (이 둘, 노골적으로 분담하고 있잖아. 거의 틀림없겠지)
[츠바사] : (그렇다면 오늘 밤 죽이는 건, 다이스케나 레이인가......)
[츠바사] : (다이스케는 꽤 우유부단해서 결단을 꺼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만약의 경우에 뭔가 제대로 해버릴 우려가 있다)
[츠바사] : (한 편, 레이는 냉철하고 결단도 행동도 재빠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이 쪽이 위험하겠지만, 이 녀석에겐 약점이 몇 개나 있다)
[츠바사] : (어떻게 할까! 음... 살짝 손을 써서 레이를 오늘 동안 입 다물게 해놓고, 밤에 죽이자)
[츠바사] : (마이가 클리어하고 남아 있는 리리코에게 직접 독을 주면 남는 건 나와 다이스케. 이걸로 나는 클리어)
[츠바사] : (이러면 충분하겠지......)
마이는 로비 벽에 기댄 채,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무언가 생각에 빠진 것처럼 보였다.
[마이] : (결국 이렇게 되어버리나. 뭐, 됐어)
[마이] : (제대로 자지도 못해 피곤하기도 하고, 이제와 뭘 한들 헛수고일테니......)
[마이] : (마이의 소중한 친구들도 결국, 그 정보의 보통 인간이었단 걸로 나름 납득했으니)
[마이] : (얼른 한 명 더 줄여주지 않으려나, 츠바사)
리리코는 테이블에 앉아 진의를 잘 알 수 없는 미소를 띄우고 있다.
[리리코] : (나 [수호자]라서 다행이었어)
[리리코] : (그렇지 않았다면 분명히 이미 훨씬 전에 미쳐버렸겠지)
[리리코] : (......어째서 아무도 고발하지 않는 거야)
[리리코] : (누가 수상한지 어떻게 판단하지?)
[리리코] : (어째서 난 고발하지 않고 있는 걸까)
[리리코] : (무서우니까. 무서우니까. 무서우니까. 무서우니까. 무서우니까. 무서우니까. 무서우니까. 무서우니까.)
[리리코] : (결국 모두 죽는 게 무서운 거야. 나랑 똑같아. 모두 똑같아)
[리리코] : (그러니까 누구도 나를 공격할 수 없어. 목숨이 아까우니 타인의 죽음을 바라는 걸 아무도 비난할 수 없어)
[리리코] : (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 아하하후후)
[다이스케] : “츠바사...... 잠깐 괜찮냐?”
[츠바사] : “다이스케! 사쿠라는?!”
[다이스케] : “벌써, 내가 침대에 눕히고 왔어”
[츠바사] : “그래......”
[츠바사] : “큭!”
직면한 죽음에 대한 초조함은 애도의 마음마저 방해한다. 그런 갈등에 습격당할 것처럼 보인다.
[다이스케] : “진정해, 츠바사”
[츠바사] : “어떻게 이 상황에 진정을 해!?”
[츠바사] : “하루에 2명이나 죽다니...... 이미 틀렸어 이건......”
[츠바사] : “우린 여기서 죽는다구......! 이젠 틀렸단 말이야! 진정하고 있을 수 있겠냐!”
츠바사는 반쯤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다들 그렇게 보인다.
하지만 그건 이미 환상이다.
그 너머를 엿보지 않으면 안 된다.
진실을 말하고 있는 건 누구냐.
나는 지금부터 그것을 밝혀주겠어.
열쇠는 [은둔자]다.
[은둔자]가 나서도록 한다.
그리고, 주사기를 건넨 상대를 자백시키는 것으로 진위를 판정한다.
[은둔자]를 알아내면 내가 아는 한, 정체가 불분명한 녀석은 2명 남게 된다.
만약 [은둔자]를 칭하는 이가 2명 나온다면 단번에 유리해진다.
거짓말은 높은 확률로 충분히 간파할 수 있고, 전원 거짓말을 하지 못하도록 다짐시켜 준다면......
거짓말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주모자]만 거짓말을 할 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을 알고 있는 [주모자]는 입 다물고 있겠지.
즉 마지막은 양자택일.
그 양자택일을 어떻게 할까.
그 때 팡~ 하고 커다란 소리가 나서 모두 그 쪽을 돌아봤다.
[레이] : ‘다들, 지금부터 보여드리는 내용을 제대로 확인해 주세요’
레이였다.
스케치북을 든 그 표정은 엄숙하다.
아니
결연하다고 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마이] : “무슨 일이래”
[리리코] : “무슨 발표인가요?”
[츠바사] : (크, 젠장...... 방에 틀어박혀 있자고 제안하려고 했는데, 선수를 뺏겼어!)
[츠바사] : (그렇지만 레이가 움직일 줄이야...... 분명히 뭔가 말을 꺼낸다면 다이스케가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츠바사] : (그래. 무슨 소릴 할 셈이냐!)
[츠바사] : “레이, 대체”
모두 거의 동시에 의문을 표했으나
레이는 다시 스케치북을 테이블로 팡팡 두드리며 그것을 가로막았다.
넘긴 페이지에는 이미 글자가 쓰여 있다. 벌써 필요한 이야기는 모두 적어 놓은 모양이다.
[레이] : ‘제 설명 중에는 아무 말도 하지 말아주세요. 위험하지 않습니다. 협력 부탁드려요’
[츠바사] : (이거 어쩐지 위험한 느낌이 드는데)
[츠바사] : “갑자기 무슨?”
[다이스케] : “츠바사!!”
이번엔 내가 큰소리를 낸다. 흠칫 어깨를 떨고는 낙심한 표정으로 입을 다무는 츠바사.
[다이스케] : “계속해. 잡소리 하는 녀석은 내가 다물게 해줄 테니까”
그렇게 레이에게 재촉한다.
[마이] : (오오...... 이거, 뭔가 온 건가? 역시 마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레이뿅! 확실하게 해치워버려!)
[리리코] : (뭐야...... 뭐야 이거...... 싫어...... 모두 무서워...... 후후후후...... 모두 죽어버리면 좋을 텐데......)
[츠바사] : (큭......! 다이스케의 발언력이 여기서 영향을 미치나!)
모두가 입을 다문 것을 확인하고, 레이는 다음 페이지로 넘겼다.
터무니없는 소리가 적혀 있었다.
[레이] : ‘저는 [진단자]입니다’
무심코 큰 소릴 낼 뻔 했다.
다른 세 명도 정말이지 다를 바 없는 얼굴이다.
나는
그러나, 아슬아슬하게 내비치지 않을 수 있었다. 네 역할은 그게 아니잖아 하는 마음을.
어디까지나 갑작스럽다는 표정만을 품는다.
모르겠다. 이것이 어떻게 유효하게 작용하는지 전혀 모르겠어.
하지만, 레이에겐 어떤 의도가 있을 거다.
내가 열이 나 쓰러져 있었기 때문에 상담할 수 없었던 것 뿐이니, 이건 분명 작전인 게 틀림없다.
그러니까 나는 그녀를 방해할 수 없다.
[마이] : (지 진짜아아!? 마이의 99% 확신에 찬 예측이 설마 설마 대실패!? 굉장해! 그렇다고 하면 대단하다구!?)
[츠바사] : (뭐라고? 그렇다면, 사쿠라가 [공유자]!?)
[츠바사] : (아니, 그럴 리 없어! 그 녀석의 성격으로 보건데 다이스케가 [공유자]라면 더 빨리 안정되서 움직였을 터!)
[츠바사] : (이건 허풍이다! 아무것도 두려워 할 필요는 없어)
[츠바사] : (다이스케가 놀라고 있는 게 마음에 걸린다지만, 그냥 맞장구? 아니면 진짜로...... 아니, 절대 아니야!)
[리리코] : (그렇다는 건, 츠바사의 파트너는 마이?)
[리리코] : (마이 마이, 귀여운 마이)
[리리코] : (그렇게 츠바사에게 접근하지 말아줬음 좋겠어)
[리리코] : (안기는 건 나. 내가 파트너가 되고 싶었어. 그치만 수호자가 아니면 무서워)
[리리코] : (어라. 사쿠라의 역할은 뭐였지)
레이가 페이지를 넘긴다. 대량의 문장이 적혀 있다.
[레이] : ‘저는 지금까지 제 역할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한 번뿐인 능력을 사용할 타이밍을 예측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레이] : ‘좀 더 빨리 움직였다면 게임을 더 빨리 끝낼 수 있었을지도 모르죠’
[레이] : ‘희생된 여러분께는 죄송할 따름입니다’
[레이] : ‘다만, 여러분의 희생은 지금 여기에 있는 [주모자] 이외의 모두를 구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레이] : ‘저는 살아남아 있으니까’
[레이] : ‘[진단자]의 능력을 써서 게임에서 살아남아, 희생에 보답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적혀 있는 것이 새빨간 거짓말이란 걸 몰랐다면 나는 이 내용으로 간단히 속아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용의주도한 계획이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레이가 다시 한 번 페이지를 넘긴다.
[레이] : ‘저는 이제부터 능력을 사용하기 위해 방으로 돌아갈 겁니다’
[레이] : ‘여러분도 지금부터 방으로 돌아가 문을 잠궈주세요’
[레이] : ‘이것은 안전을 위해서입니다. 저는 높은 확률로 [주모자]를 특정하고 있습니다’
[레이] : ‘그 전에 [주모자]가 직접적인 폭력을 쓸 위험이 있으니까, 방에 있으면 안전합니다’
[레이] : ‘만약 여러분이 [주모자]가 아니라면 이 제안에 반대할 이유는 없겠죠’
잘한다.
실제론 어떨지 알 수 없지만...... [주모자]가 아니라면 동의할 것이라고 선수를 쳐서, 거절하기 힘든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레이] : ‘죄송합니다만 질문에는 일절 대답할 수가 없습니다. 정말 잠시 동안만 협력을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끝내고, 레이는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다이스케] : “다들 방으로 돌아가자”
[마이] : “옛써~”
[츠바사] : (......괜찮아. 이건 허풍이다. 어쨌든 지금은 찬스가 아냐......)
[츠바사] : “반론할 이유는 없는 겉 같으니까 말이지. 알았다고. 방에 있으면 위험은 없으니”
다음은 리리코다.
[리리코] : “누굴 진단하는 거죠?”
가슴이 철렁했다.
리리코는 웃고 있었지만.
그 미소에는 무언가, 심상치 않은 것이 깃들어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한순간 뿐이었지만.
레이는 고개를 흔들었다.
[다이스케] : “질문은 하지 말라고 말했잖아”
[리리코] : “아아, 그랬었죠. 그럼 됐어요. 들어갈게요...”
이리하여 우리는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5일째의 주도권을 잡은 것은 레이였다.
방으로 들어간다.
문을 잠근다.
노트북의 화면이 [공유자]전용 모드가 된다.
직감적으로 나는 채팅을 시작했다.
[공유자] 타카세 레이는 현재 로그인했습니다.
역시나.
이 상황, 먼저 나와 접촉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이 틀림없다!
[다이스케] : 레이, 대체 이건
[레이] : 소리 내지 말고, 당장 방에서 나와주세요
난데없이 또 이건
순간 의문이 들었지만, 이것 역시 이해가 된다.
지금 로비엔 아무도 없다. 둘이서 만날 수 있는 상황이다.
서둘러 문을 열고, 로비로 나간다.
왼쪽 11시 방향의 방에서 레이가 얼굴을 내밀고 있다.
손짓을 하고 있다.
방으로 오라는 모양이다.
가볍게 끄덕이고, 나는 그리로 향한다.
[레이] : ‘상황을 정리하면 이렇게 되요’
방에 들어가자마자 레이는 빠르게 나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스케치북을 1장 찢어, 거기에 글자를 적고 있다.
[공유자] 다이스케 선배와 저, [희생자] 토모에 선배, [배신자] 유지 선배, 그리고 [교환자] 루나
이름과 역할.
[레이] : ‘이게 대강 역할이 확정된 분들이에요’
[다이스케] : “잠깐만. 사쿠라는 [진단자]야”
[레이] : ‘역시 그랬군요. 확증이 없었기 때문에 운에 맡겼는데.’
그렇게나 사쿠라의 정체는 알기 쉬웠던 것인가.
[다이스케] : “그렇다면 레이의 사기는 금방 들통날거잖아?!”
[레이] : ‘그럴 수도 있지만 어차피 다들 확증은 가지고 있지 않아요. 그러니까 다들 의심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얌전히 물러난 것이고요’
[레이] : ‘오늘 아침은 어떻게든 주도권을 잡을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라도 모험을 해야 했어요’
[레이] : ‘일을 벌이기 전에 다이스케 선배와 먼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다이스케] : “미안...... 괜히 쓰러지는 바람에”
[레이] : ‘아뇨. 어쩔 수 없었는걸요’
새롭게 [진단자] 사쿠라의 이름을 적어넣었다.
[레이] : ‘아직 미정인 건 [주모자] [수호자] [은둔자]’
[레이] : ‘츠바사 선배, 마이 선배, 리리코 선배군요. 이 중에서 [주모자]를 좁혀봐야겠죠‘
[레이] : ‘특정 지을 수 있는 열쇠가 될 정보는 없나요?’
있다.
사쿠라와 둘이서 확인한 정보다.
리리코가 [은둔자]일 가능성.
주사기 2개의 존재.
유지를 구하지 않았던 [은둔자]의 것이라고 생각되는 주사기.
그 일을. 레이에게 알렸다.
[레이] : ‘그건 상당히 중요한 내용이에요. 가르쳐 주셔서 고마워요’
하지만, 나는 아직까지도 진의가 보이지 않는다.
그녀가 지금부터 무엇을 할 생각인 것인지.
[다이스케] : “근데 어째서 레이는 [진단자]라고 한 거지? 둘이서 의논할 뿐이라면 채팅으로 해도 충분할 텐데”
[레이] : (......)
[레이] : (말할 수 없어요)
[레이] : (상당히 하찮은 이유인데다 말하면 말릴 거잖아요?)
[레이] : (그러니 잠시 동안 제 얘기만 할게요)
[레이] : (......미안해요. 다이스케 선배)
[레이] : ‘여기서 가정 2개를 들겠습니다’
[다이스케] : “어?”
내 의문은 무시?
[레이] : ‘1. 만약 지금 [은둔자]이외의 누군가가 죽는다면 [은둔자]가 빠지고 남는 건 [주모자]와 누군가 2명이 됩니다’
[레이] : ‘2. 만약 지금 [진단자]가 살아남아 있다면, 우리는 스스로 자신의 역할을 밝히고 [진단자]에게 협력을 구한 후’
[레이] : ‘조금 전의 3명 중에서 진단할 목표를 골라야 합니다.
[레이] : ‘이 때, [주모자]를 맞힐 가능성은 3분의 1. 하지만 틀린다 해도 남은 둘 중 하나가 [주모자]라는 것까지 한정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는 분명 옳은 것이었다.
1번 자체는 루나가 이야기한 [5명째의 승부]로 확인이 끝났다.
[은둔자]가 건넸으리라 생각되는 독으로 유지가 죽은 이상, [은둔자]의 승리 조건도 채워졌다고 생각해야 한다.
2번도 말한 그대로겠지.
무의미한 가정이긴 하지만. [진단자]는 이미 없으니까.
그런데, 그 1번과 2번이 어떻게 연결되는 거지? 결국 레이의 의도를 짐작할 수가 없다.
그런 내 생각을 알고 있는지 모르는 건지.
[레이] : ‘만약 [주모자]를 알아낸다면 다이스케 선배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이런, 또 살짝 주제에서 엇나간 질문을 받았다.
남은 의문이 마음 한 켠을 갑갑하게 하지만, 애써 억누른다.
레이에 대한 신뢰로써.
[레이] : ‘게임을 끝낼 거에요? 그렇지 않으면, 마지막까지 동료들을 죽이는 것만큼은 피할 생각이에요?’
나를 시험하는 듯한 말.
물어볼 것도 없다. 내 마음은 정해져 있다.
[리리코] : "무서워 무서워무서워 무서워무서워무서워 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
이제 곧 게임이 끝나려고 하고 있어.
레이가 성공한다면 죽지 않고 끝나.
하지만 분명 실패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레이는 다이스케를 좋아하니까, 분명 속아서 죽어버릴 거야.
안 돼 안 돼 안 돼 이대로는.
[다이스케] : “나는 게임을 끝낼 거다. 남은 녀석들은 더 이상 죽게 하지 않아”
그건 루나와의 약속.
토모에. 유지. 그리고 사쿠라의 원통함을 씻어 내기 위해서.
나 자신의 어리석음과 죄에 대한 속죄이며.
[주모자]가 더 이상 죄를 범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레이] : ‘후회하지 않겠어요?’
그런 말을 레이는 얼마 남지 않은 지면에 작게 새겼다.
후회.
또박또박한 글씨체로 작게 쓰인 그 단어가 묘하게도 선명하게 떠올라 보였다.
[다이스케] : “후회는 할 거라고 생각해”
친구가 친구를 죽일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던 나.
누군가 죽어나간 다음에도 본심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나.
과거의 나와는 이미 멀어졌지만 그래도 나는 나다.
리리코. 츠바사. 마이
누가 [주모자]든 간에 막상 [고발]할 땐 괴로움에 시달리겠지.
친구를 죽인다니, 과거의 나라면 견딜 수 없었다. 그것은 지금의 나라 해도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다이스케] : “그래도 나는 할 거야”
내가 짊어지면 되는 후회라면 짊어지려고 생각한다.
벌써 각오는 끝냈다.
그랬는데
[레이] : ‘안 돼요’
의지하던 후배는 이제 와서, 그저 현혹시킬 뿐이다.
[다이스케] : “레이. 네가 나한테 뭘 바라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
반쯤 간절히 원하는 나의 목소리를 하지만, 레이는 차단한다.
[레이] : ‘절대로 후회하지 마세요. 만약 후회할 것 같다면 후회하지 않을 길을 찾으세요’
아니
그것을 간절히 원하고 있는 건 레이일지도 모른다.
문장뿐이라 차갑게도 보이지만.
억센 그 시선은 오히려 울음마저 터뜨릴 것 같이 애절하다. 입술은 의연히도 다물고 있지만, 그럼에도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레이] : ‘부탁드려요’
그녀가 참고 있는 감정을 알 수 없다.
[다이스케] : “대체 뭘......”
[레이] : ‘부탁드려요’
같은 말을 가리킨다.
완고한 레이.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 같다.
[다이스케] : “후회하지 않을 길 말이지”
그런 것을 찾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레이] : ‘찾을 수 있어요’
확고하게 긍정하며, 그렇게 말한 레이는 살짝 미소를 짓는다. 용기를 북돋는 환한 미소.
레이는 스케치북을 뒤적였다.
회색의 뒤표지.
거기엔 많은 문장이 적혀 있다.
[레이] : ‘그거 아세요?’
그런 문구로 시작하는 문장.
그거 아세요?
10년 정도 옛날에 저녁 무렵의 공원에서 놀이기구에 틀어박혀 울고 있던 여자아이가 있었다는 걸.
그 여자아이에게 팥빵을 준 남자아이가 있었다는 걸.
둘이서 팥빵을 나누어 먹으며 두서도 없는 이야기로 보낸 몇 시간이 있었다는 걸.
설령, 남자아이가 잊었다 해도.
그 날의 추억이 있었기에 여자아이는 지금까지 후회하지 않고 걸어올 수 있었답니다.
그러니, 다이스케 선배에게 가르쳐 주고 싶어요.
아무리 비참한 피투성이가 되는 길이 있어도.
후회하지 않기로 결정한 도표가 있다면 나아갈 수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망가지고 말 거에요.
[레이] : (다이스케 선배는)
[레이] : (오빠는 살아남아 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망가지지 않길 바래요)
[레이] : (오빤 저보다 훨씬 강하지만. 그런 오빠라고 해도 이 게임의 결말만큼은 견딜 수 없을지도 몰라)
[레이] : (내가 지금부터 할 선택에도 충격을 받을 지도 모르겠지만)
[레이] : (그래도 망가지지 않고 살아가길 바란다고 전하고픈 이건 내 어리광이에요)
[레이] : (오빠는 나의. 그리고, 죽은 모두의 희망이니까)
[레이] : (오빠가 살아남으면 게임에 진다 해도 모두의 승리니까요)
다 읽은 것과 동시에 페이지는 넘어가 가장 뒤쪽으로 보내졌다.
모르겠어.
그 의미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나에겐 기억이 있다.
거의 잊혀질 듯, 희미한 추억.
땅거미. 놀이 기구. 울고 있는 여자아이.
누군가를 많이 닮은 여자아이.
추운 밤이지만, 아무도 없는 집보다는 여기가 따뜻할지도
스치고 끝나, 사라졌던 추억.
되살아나지 않고, 이미 죽어 떠난 기억.
그 여자아이는
[레이] : (이걸로 미련은 없어)
[레이] : (이제 나는 안심하고 몸을 바칠 수 있어)
[레이] : ‘찾아야 돼요. 꼭 약속이에요‘
가장 앞에 나와 있던 문자로 꽉 매워져 있는 페이지의 여백에 그렇게 쓰고 미소 지으며.
레이는 그 페이지를 찢었다.
나타난 것은 마지막 1장. 스케치북에 마지막 남은 하얀 백지.
[레이] : ‘이 가정, 기억하세요’
적은 뒤에 손가락으로 가리킨 것은 찢어진 글로 꽉 채워진 페이지.
항목별로 된 두 개의 가정. 두 개의 탁상공론.
[레이] : ‘1. 만약 지금 [은둔자]이외의 누군가가 죽는다면 [은둔자]가 빠지고 남는 건 [주모자]와 누군가 2명이 됩니다’
[레이] : ‘2. 만약 지금 [진단자]가 살아남아 있다면, 우리는 스스로 자신의 역할을 밝히고 [진단자]에게 협력을 구한 후’
[레이] : ‘조금 전의 3명 중에서 진단할 목표를 골라야 합니다.
[레이] : ‘이 때, [주모자]를 맞힐 가능성은 3분의 1. 하지만 틀린다 해도 남은 둘 중 하나가 [주모자]라는 것까지 한정할 수 있습니다’
[다이스케] : “아아, 그 불가능한 가정”
사쿠라는 이미 죽었고, 있다고 해도 진단 능력을 사용해버렸다.
[레이] : '불가능하지 않아요‘
그런데도 레이는 그렇게 말한다.
모르겠어.
[레이] : ‘모르시겠어요? 정말 다이스케 선배는 정말 둔하네요’
그렇게 적고, 미소 짓는 레이.
[레이] :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선택을 하기로 마음 먹었지만)
어째서 몰랐지
나는 생각했다.
레이의 말대로 나는 정말 실로, 이리도 둔하단 말인가.
레이는 알아듣지 못할 설명을 하는 그런 둔한 아이는 아니다.
알아들을 수 없는 건
알아들을 수 없도록 설명하고 있기 때문.
금방 알아들었다간 내가 분명히 말렸을 테니까.
그런 행동, 당연히 말릴 테니까!
[다이스케] : “잠깐만!!”
레이의 어딘가 슬픈 듯한 아니, 더 이상은 없다고 할 정도로 슬픈 듯한, 웃는 얼굴의 저편
노트북의 모니터에 훨씬 전부터 그 화면은 비춰지고 있었던 것이다.
누구를 고발하시겠습니까?
움직임도 둔했다. 무서우리만큼 둔하다고 생각했다.
그 정도로 재빠르고 허망하게, 터치 패널 위에 레이의 손가락이 춤추고.
미나세 마이.
그 이름이
선택되었다.
그렇구나. 그렇구나. 그렇구나.
둔해빠진 머리는 그제야 이해한다.
[고발]한다. [주모자]가 맞을 확률은 3분의 1. [수호자]가 맞을 확률은 3분의 1. [은둔자]가 맞을 확률은 3분의 1.
후자의 두 개는 패배. 죽음이 주어지는 선택.
하지만, 만약 [수호자]를 고른다면.
고발자가 죽고, [은둔자]가 빠져서
남는 건 이미 확인된 [수호자]와 그에 따라 필연적으로 확정되는 [주모자]
다음 한 수의 승리도 계산에 넣으면
자신의 목숨을 계산에 넣지 않으면
고발자의 목적을 이룰 수 있는 확률은 3분의 2.
더욱이, 리리코가 [은둔자]라고 한다면
승률은 1분의 1. 100퍼센트다.
자살 각오와 냉철하기 짝이 없는 게임 룰에 보장받는 한 수.
[레이] : (내 안에선 [주모자]후보 제 1위는 츠바사 선배. 다음이 마이 선배고 마지막이 리리코 선배)
[레이] : (리리코 선배는 [수호자]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레이] : (물적 증거로 보자면 리리코 선배가 [은둔자]겠지. 흔히 볼 수 있는 우유뷰단한 망가진 사람)
[레이] : (마이 선배는 [주모자]로서는 너무 상냥해. 우리들의 관계에 너무 개입했어. 참견이 많고 변덕스러운 망가진 사람)
[레이] : (츠바사 선배는 제일 평범했어)
[레이] : (너무 적극적이지도 않고, 소극적이지도 않고 매우 합리적인 인간관계를 만들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교활한 망가진 사람)
[레이] : (...... 이 예상이 맞다면)
[레이] : (다이스케 선배! 부디, 츠바사 선배는 다이스케 선배가 쓰러뜨려 주세요)
[레이] : (이걸로 내가 죽을 지경에 이른다면)
[레이] : (나는 마음의 마지막 자물쇠를 풀고. 오빠를 좋아하고 좋아해서 참을 수 없는 한 학년 아래의 후배로서)
[레이] : (산산조각으로 망가져서 죽을 수 있어)
[레이] : (만약, 내가 살아남는다면)
[레이] : (그 때는 사실을 밝히겠어요)
[레이] : (나는 오빠의 진짜 여동생이라고. 나루카와 케이코의 쌍둥이 언니라고. 실수로 인해 미친 집안의 양녀로서 자라게 되었던 것이라고)
[레이] : (전부 밝히고 부서진 마음은 완전히 봉해서)
[레이] : (당신의 여동생으로서 살아갈까 해요)
[레이] : (행복한 파멸인가 행복한 생존인가. 어찌 되든 나는 행복해)
[레이] : (그런, 지극히 개인적이고 시시한 도박이었어요. 그러니 말할 수 없었던 거라구요~)
문제는.
문제는......!!
레이가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나에게 있어서 레이의 생명은 목숨을 건 작전에 사용해도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이스케] : “레이!!”
미소짓는 레이의 모습은 순식간에 괴로운듯한 기색이 퍼져나간다.
[레이] : (아아)
[레이] : (역시, 그랬어)
[레이] : (다이스케 선배는 약을 사용할까. 사용하겠지)
[레이] : (그치만 기대는 하지 않아. 이 악의로 가득 찬 게임에서 그렇게 빠져나갈 길이 있으리라고는)
[레이] : (분명 양쪽 다 독. 사쿠라 선배도 루나 선배도 그건 틀렸어)
[레이] : (망가진 인간은 악의를 만족시키기 위한 방법을 아끼지 않으니까)
[레이] : (어차피 이젠 상관없나. 이대로 잘 수 있을 것 같아)
[레이] : (괴롭긴 하지만, 10년 가까이 계속된 생지옥에 비하면 대단한 일도 아닌 걸)
손에서 만년필이 굴러 떨어진다.
더 이상 그녀는 당황하며 필기구를 찾지 않는다.
마치, 전할 것은 모두 전했다고 말하는 것처럼.
[레이] : (만약 내가 말할 수 있었다면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만)
[레이] : (그건 다이스케 선배의 마음만 괴롭게 할 테니, 역시 말아야겠죠)
[레이] : (안녕 다이스케 선배. 사랑해요)
더욱 웃어보였다.
레이!
[다이스케] : “죽지 마 바보녀석아아아아!!”
바지 주머니에서 은색 포장을 꺼낸다. 사쿠라의 유품. 유지 생명을 가지고, 약이라 증명된 주사기!
어째서 서두른 거야! 적어도 이걸 주사하고 나서 염원한다면 다 잘 됐을 텐데!
아니 아니다......! 이걸 가지고 있었으면서 같은 발상을 해내지 못한 내 어리석음!
지금은 후회하고 있을 때가 아냐!!
죽이되는 밥이되든 희망을 걸고.
이것은 본디 예방약으로 사용해야 하는 이 약을 레이에게 투여한다!!
의자에 앉은 채 괴로워하고 있는 그녀의 팔을 잡는다. 손이 떨린다 내 손이...
나는 정맥주사 밖에 놓을 줄 모른다. 빠져버린 케이코의 링거를 다시 꽂은 적이 있을 뿐.
레이의 하얀 피부에 줄을 긋는 푸른 정맥을 목표로 바늘을 넣어서
주사액을 주입한다!!
......
또, 기시감이다.
나는
다음에 일어날 일을
알고 있다.
[레이] : “윽!!.................으윽!!.......으!! ......아!!............으윽!!”
레이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레이] : “..........................으!! ......으으!! ..................윽!! ......으윽!! ......!.....................................끄윽”
격화되는 경련. 커져버린 동공. 눈물과 침을 흘리며, 하지만 소리만은 낼 수 없는 그녀는......
그래도 전신에 흐르는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을 표현하려고 했다.
그것이 불과 몇 초 지속된 후.
뚝~ 하고 움직임이 멈췄다.
똑같았다.
유지 때와 똑같았다.
레이는 치사량의 2배의 독으로......
죽었다.
뭐 뭐야.
뭐냐고.
[다이스케] : “이게 뭐냐고 젠자아아아앙!!”
[다이스케] : “결국! 이것도! 약이 아니었던 거냐고오오!!”
[다이스케] : “죽여버리겠어......! [주모자]인지 [은둔자]인지 모르겠지만, 절대 용서 못해!”
움직이지 못하는 레이의 몸에서 불쾌한 주사기를 빼내고.
레이의 양 어깨를 움켜쥐었다.
나는. 나는.
[다이스케] : “마이군”
[다이스케] : “마이가 [수호자]였단 말이지!”
외치고 있다. 무슨 소릴 떠들고 있나?
그녀를 위해 먼저 그녀를 위해 눈물을 흘려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 내 영혼은.
그녀의 존재를. 그녀가 한 행위를. 무가치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외치고 있는 것이다.
[다이스케] : “잘 받았어!!”
[다이스케] : “틀림없이 받았다고!!”
그 때였다.
방 안에서 바보 같이 큰 소리로 방송이 울려 퍼졌다.
[??] : “조건을 충족시킨 플레이어가 게임에서 승리했다“
[??] : “지금부터 5분간 출구를 개방한다. [은둔자]는 출구로 탈출할 것. 시간 내에 나가지 않을 경우, 패배로 취급한다”
저 목소리 잊을 수가 없다.
게임 개시 때 이후로 듣는군. 망할 게임 마스터......!
[??] : “또한, 오늘 게임은 이것으로 종료하고, 10분 후 모든 개인실을 잠근다”
[??] : “이 때, 자신의 개인실에 없는 자는 패배한다”
[??] : “참고로 오늘의 [주모자]에 의한 처형은 평소와 똑같은 시간에 이루어지므로 주의하도록”
아아 그런가. 또 나중에 되어서야 룰을 정정하는군.
놀아줄 만큼 놀아줬어. 네 놈의 게임에 더 이상 어울려 줄 생각은 없어.
레이. 지금은 일각을 다툰다.
여기에 널 남겨두고 가는 걸 용서해 주렴.
크게 뜬 두 눈만을 감겨두고.
로비로 향한다.
[은둔자]가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지 않으면 안 된다.
어째서냐.
[마이] : “어라? 다이스케, 레이뿅 방에서 뭘 한 거야?”
어째서, 여기에 있는 게 마이 너냐.
[다이스케] : “너야말로”
[다이스케] : “방금, 방송 들었잖아”
[다이스케] : “방으로 돌아가”
믿고 싶지 않았다.
왜 하필이면.
[마이] : “무슨 소리야. 난 [은둔자]니까, 이제부터 이 재미없는 게임에서 빠질 거야”
이제까지 들어본 적도 없는 차가운 목소리로 마이가 선고했다.
[은둔자]는 리리코가 아니었다.
즉
레이의 죽음은
선택지를 양자택일로 좁힌 것뿐으로.
승부를 결정하기에는 부족했다는 것이다!!
[마이] : “둘이서 무슨 계획을 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공유자]였지? 두 사람”
대답할 의무도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대답했다.
[다이스케] : “리리코를 [은둔자]라고 생각해서 남은 양자택일로 레이가 [고발]을 했다”
마이의 표정이 한층 더 신랄해진다.
[마이] : “후~웅. 레이뿅을 꼬드겨서 [고발]시켰구나. 상당히 질이 나쁜걸 다이스케”
[다이스케] : “네가 뭘 알아!”
[마이] : “오~ 무서워라 무서워라. 뭐, 나도 알아. 다이스케가 그런 짓 할리도 없고”
뭐라고.
[마이] : “레이뿅이 멋대로 했겠지 어차피. 전부 예상대로야. 아~ 시시하다 시시해”
[다이스케] : “어떻게 된 거야??”
[마이] : “어떻긴. 본 그대로야! 모두 죽어서 모두 없어지고, 분명 다이스케도 죽어버리고 맙니다 하는 그런 결말”
[마이] : “실망이야. 다이스케라면 어떻게든 해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모르겠어. 마이가 무슨 소릴 하는지 모르겠어.
하지만
무자비한 말투는 때때로 보통 때의 마이의 어조로 바뀌면서 변화, 최종적으로는 본래대로 순수하게 낙담한 표정이 되었고.
[마이] : “뭐, 어때. 그럼 살아남으면 보든지 하고~ 바이바~이”
그렇기에 평소같은 어조로 작별 인사를 입에 담았다.
팔랑팔랑 손을 흔들며, 마이가 목표로 한 것은 6시 방향에 있던 내려진 셔터였다.
지금은 열려 있었고, 그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이 위로 쭉 향하고 있었다.
[다이스케] : “기다려!”
그 말에 마이가 순간 멈췄다.
묻고 싶은 게 썩을 만큼 있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없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질문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다이스케] : “사용한 건 독과 약, 어느 쪽이냐?”
[은둔자]의 클리어 조건.
4명이 남는 것만이 아니다.
약과 독, 어느 것이든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즉, 마이는 확실히 게임에 영향을 주었을 터다.
여러 전제가 쓸모없게 된 지금, 하다 못해 그것을 알지 못하면 제대로 상황을 정리할 수가 없다!!
[마이] : “응!?”
하지만
하지만, 마이는
[마이] : “둘 다 사용했어”
제일 성가신 대답을 했다.
게다가
[마이] : “힌트. 마이 자신에겐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덧붙이고.
[다이스케] : “뭐가 힌트야......! 친구라면 가르쳐줘!!”
[마이] : “음, 친구 말이지”
마이는 쓱쓱 머리를 긁는다. 순간 셔터에 눈을 돌렸던 것은 남은 시간이 신경 쓰이기 때문이겠지.
[마이] : “음, 함께 했던 일상 생활이라는게 적당히 즐겁긴 했어도”
[마이] : “즐겁네 어쩌네 하는 그런 건 아무래도 좋지만, 알고 싶었던 것이 있었거든”
[마이] : “근데 결국 그것도 알 수 없었으니까, 다 됐어. 이젠 필요 없어”
아아, 그런 거냐.
그럼 이제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아무것도 말하지 않겠어.
어서 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곳으로 사라져.
[마이] : (......뭐랄까)
[마이] : (......나, 다이스케의 바보같이 꾸밈없는 모습이 싫지 않았었구나)
[마이] : “이제와 힌트라 흐음”
무어라 중얼거리고 있지만 이미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마이] : “나, 돌이킬 수 없는 짓을 하긴 했지만 모두를 도우려고도 했어”
............
어쩌라고,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하겠는데 미워할 수도 없는 그런 소릴 왜 하냐고!
[다이스케] : “그게 뭔데!!!”
[마이] : “냐하하하하하하! 뭘까낭!! 자~알 생각해 보는 게 좋아. 오전 0시까지 시간은 충분히 있으니까 말이야!!”
[마이] : “그럼 안녕, 마이 달링♪ 아, 마이랑 MY를 착각했다, 냐하하하하!”
웃으면서 마이는 달려간다.
저 언동. 표정. 뒷모습. 미소에 포함된 분노에 물든 격정과 숙인 고개에 담긴 절망.
터무니없는 뒤틀림을 엿본 기분이 들었다.
결국 모두가 가슴 속에 말도 안 되는 것을 품고 있었다는 것일까.
나는. 나는. 어떻게 하면 좋지.
[다이스케 약속. 꼭 살아야 돼]
[나는 이제 틀렸어. 그러니 부탁한다]
[절대로 후회하지 마세요. 만약 후회할 것 같다면, 후회하지 않을 길을 찾으세요]
아아, 그 문제들은 더 이상 해매지 않겠다.
나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문을 닫았다.
두터운 문 너머로 셔터 닫히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리리코] : "......"
식칼을 손에 넣은 후에 방송을 들었다.
돌아가야 해.
계단을 오르는 도중에 마이와 다이스케의 언쟁이 들려왔다.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살짝 발돋움을 해본다.
마이가 이쪽으로 등을 돌린다.
다이스케가 그에 말을 건다.
어떻게 하지. 어쩌면 좋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 나는 내가 해야 하는 일을 한다.
마이가 사라진다. 셔터가 열린 거겠지.
다이스케가 실망하고 있다.
잘 모르겠어.
정말로 잘 모르겠어.
다이스케는 주모자인거야?
정말 주모자인거야?
하지만 그건 분명히 내일 알 수 있어.
다이스케가 돌아갔다.
?
츠바사가 나왔다.
내 방에 무슨 일?
[츠바사] : "!?"
불시에 배후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무심코 소리를 지를 뻔 했다.
등 뒤에 서 있는 것은 유령같은 얼굴을 한 리리코였다.
[츠바사] : "리리코!? 뭘 하고 있는 거야. 빨리 방으로 돌아가야지"
[리리코] : "츠바사. 츠바사"
[리리코] : "날 안아주세요"
!? 또 그 소리냐!? 이런 상황에서!?
[츠바사] : "리리코 너도 참, 그런 소릴"
[리리코] : "나 무서워서 참을 수가 없어요. 그렇게 해준다면 나 츠바사를 믿을 수 있고 뭐든지 해 줄 수 있어요"
맛이 간 여자. 더는 못 써먹겠군......!
[츠바사] : "이제 5분도 안 남았으니까 돌아가지 않으면 죽어!"
[리리코] : "그런 건 상관없어요. 나 무섭지 않다면 죽어도 좋으니까 무서운 걸 없애줬음 좋겠어요"
죽음이 아니라, 공포 그 자체를 무서워하고 있어?
뭐야 이건.
그게 왜 아네 마네하는 걸로 해결되는 거야.
단순한 기회주의와 이기적인 행동원리에다 현실과 책임으로부터 도망치려고 하는 움직임이 더해져......
그것들이 달아날 수 없는 상황에서 변질됐다?
모르겠군. 나는 심리학자도 파파 같은 상식을 벗어난 콜렉터도 아니다.
다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정신 나간 여자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게임의 결과가 정해진다는 것이다.
안아 주겠다며.
방에 데리고 와서.
시간 제한으로 문이 닫히면.
그걸로 게임은 끝이다.
[리리코] : "츠바사"
안아줘
안아줘안아줘
안아줘안아줘안아줘
안아줘안아줘안아줘안아줘
그 순간에 찔러서 죽여줄게.
같이 죽으면 무섭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츠바사] : "아니, 그만두자"
딱 질색이다.
남자로서 여자를 속이다니.
불결하고. 전근대적이고. 대중적이고. 무능한 녀석들이나 할 짓이다.
애정 같은 것에 호소하는 짓은.
[츠바사] : "나는 리리코에게 반드시 해야할 말이 있어"
처음 계획했던대로 일을 진행한다.
[츠바사] : "나, 어제 내가 [공유자]라고 말했었지"
[츠바사] : "그거 실은 사실이 아니야"
[리리코] : "네에?......"
[츠바사] : "루나가 [배신자]가 틀림없을 거라고 말했지만, 그것도 아니야!"
[츠바사] : "나도 그런 소리 하고 싶지 않았어......"
거짓말이다. 의도 하에 그렇게 말하고 싶어서 말했다.
그렇게 말을 함으로 나는 그저 자신이 [공유자]가 아니라는 것과 루나가 [배신자]가 아니다 라고 사견을 건넨 것 뿐이다.
이걸로 [배신자]임을 밝히면 안 된다는 조항에 걸릴 일은 없다.
하지만, 누구든 간파할 수 있겠지.
나는 [배신자]니까 [주모자]를 고발할 수 없다.
[츠바사] : "제발 눈을 떠 리리코!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은 이제 하나밖에 없어! 밤이 오기 전에 [주모자]를 [고발]하는 거야!"
[츠바사] : "하지만, 나는 그럴 수가 없어!"
그러니 리리코, 부탁해. 그런거다.
나는 [배신자]라고 한 적은 없다.
그저 [주모자]가 다른 사람인 척 한 것 뿐이다.
[주모자]는 [주모자]를 [고발]할 수 없으니까 말이지.
그래서 이것도 문제없다.
나는 [배신자]이고 지금까지 전부 속아 넘어간 것이라는 그릇된 사실로 리리코를 인도한 것이다.
리리코는 충격을 받고 있었다.
동요로 인해 겨우 그 기분 나쁜 웃음이 표정에서 사라졌다.
이거라면 충분히 될 것 같다.
리리코가 다이스케를 [고발]하게 한다.
[리리코] : "......"
말없이 방으로 돌아가는 리리코.
시간도 한계다.
나도 방으로 돌아가자
곧 게임은 끝날 테니까.
[리리코] : "안아주지 않는다면"
[리리코] : "내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리리코] : "이젠 됐어"
[다이스케] : “......”
이제 와서 사고는 무섭게 무뎌지고 있었다.
양자택일.
이 양자택일을 고르는 것뿐인데도.
주사기가 둘 다 독이었다는 것을 상기하면, 주사기를 흘린 리리코야말로 [주모자]일 것이다.
하지만, 마이는 말했다. 약도 독도 사용했다고.
누군가 도움을 받은 녀석이 있다는 것.
누구냐. 도대체 뭐야.
판단은 할 수 없다.
나는 완전히 고립되어 있고, 정보도 부족하기 그지없다.
역시, 애초에 모두에게 역할을 발표하게끔 했어야 했던 게 아닐까.
폭력을 써서라도.
아니, 어차피 틀렸다.
그 때 나에겐 분명 [주모자]를 찾더라도 죽일 각오는 없었다.
그리고, [주모자]의 악의를 눈치채지 못했던 나는 결국 또 다시 수많은 살인을 묵과해버렸을지도 모른다.
쓸데없는 생각으로 체력을 쓰는 것은 그만두자. 그렇잖아도 열도 내리지 않았다.
...
......
.........
튜브에 든 맛도 뭣도 없는 유동식을 먹었다.
한동안 제대로 식사를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몸이 받아들이지 못해 잠시 후엔 위가 뒤집힐 것 같아서, 결국 변기에 전부 게워냈다.
이래선 안 된다. 몸이 약해지고 있는데, 정신이 약해지지 않을 리 없다.
...
......
.........
하는 일 없이 시간이 지나간다.
둘 중 하나를 고르는 것뿐인데, 어째서 결정하지 못하는 걸까.
...
......
.........
노트북을 보는 것이 두렵다.
지금 몇시가 됐을까.
...
......
.........
나는 죽는 것이 두려운걸까.
아마도 그건 아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난처해하고 있는 것이다.
죽은 모두로부터 짊어진 것을.
토모에의 뜻을 잇지 못하고, 루나를 지키지 못했다.
유지도 그렇다. 사쿠라를 지키지 못했다.
사쿠라는 나를 꾸짖고, 아마 그 이상으로 자신을 꾸짖고 그대로 죽고 말았다.
루나도 레이도 나의 게임 클리어를 원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태에서 2분에 1에 해당되어 살아남았다고 해도 그것을 클리어라고 할 수 있는 건가?
한 쪽은 [주모자]
한 쪽은 모두를 배신한 [수호자]
[수호자]의 배신에는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수호자]를 구한다는 것이 동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실패하면 결국 구할 수 없다.
......
안 돼. 이런 생각으론 나는 결국 고를 수 없어.
...
......
.........
어디선가 방송이 들려온다. 귀에 거슬리는 전자음의 목소리가 0시가 가까워진 것을 알리고 있다.
모든 소리가 아득해지고.
나는 오직 한 목소리와 마주하고 있다.
[절대로 후회하지 마세요. 만약 후회할 것 같다면, 후회하지 않을 길을 찾으세요]
신기하게도. 그 말은 내 안에서 소리를 동반하여 기억에 남아있다.
들어본 적도 없는 잃어버린 레이의 목소리.
케이코와 많이 닮은 목소리.
나는 들어본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어렸을 적 기억.
땅거미 진 공원에서 만났던 소녀의 목소리.
그건 어렸을 적의 목소리를 잃어버리기 전의 레이였던 것일까.
그 날의 기억에서 그 밖에 의미가 있는 것은 전혀 생각해 낼 수 없었지만.
상상 속에서의 레이의 목소리는 밝고, 그럼에도 칼날처럼 날카로운 각오를 요구한다.
잘 생각해봐.
그녀는 클리어 하라고는 하지 않았다.
후회하지 않을 길을 고르라고 말했다.
후회하지 않을 길.
모두의 생각을 짊어진 채 무엇인가를 선택해,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후회하지 않을 길.
...
......
.........
............아아.
한가지 떠올랐다.
하지만
이것을 실현하기엔 시간이 늦다.
이미, 이것을 실현하려면 약간의 우연을 기적을 믿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후회한다.
이렇게 하지 않고서 클리어해봤자, 나에게 있어선 클리어가 아니다.
그렇다면
이 밤을 넘기는 것에 나는 목숨을 건다.
[츠바사] : "리리코. 끝내, 스스로 [고발]하지 못했나"
뭐, 그렇겠지, 못 하겠지.
소심한 게 원인이 돼서 정신줄을 놓은 너한텐 무리겠지.....!
어쩔 수 없네.
그만 게임 세트다.
레이 때문에 예정이 어긋났다. 다이스케와의 관계를 방패로 협박하면 분명히 녀석은 입 다물게 뻔하다.
그런데, 그렇게 빨리 움직일 줄이야
그 뒤의 리리코의 행동도 상상 밖이었다. 방에 직접 가서 독을 주사하려고 생각했는데 틈을 봐서 직접 죽이는 것도 할 수 없었다.
신념에 어긋나는 방법으로 그녀를 죽일 수는 없고, 그렇다고 해서 정면에서 죽이자니 아무래도 불길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가장 확실한 수를 취하는 수밖에 없었다.
재미는 없지만 죽는 게 더 재미있지.
다이스케를 오늘 밤 타깃으로 하고
그걸로 게임은 끝이다.
...
......
.........
............
......어째서냐.
어째서, 문이 열리지 않지......!?
[츠바사] : "리 리리코......"
[츠바사] : "으하하하하!! 크하하하하하하!!"
[츠바사] : "배신했구나아아아아아!!"
이 중요한 때에 이르러!!
이 중요한 때에 이르러, 날 배신할 거라곤 생각지 못했어!!
으하하하~ 얄궂은 일이로구만. 마지막에 [주모자]가 한 방 먹을 거라곤!
좋아.
그 광기와 괴물 같은 미천함을 봐서 승부는 내일로 미뤄주지......!
어차피 다이스케도 망설이고 있는 것 같으니까 말이지!!
하하하하하하!!
햐~아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하하하하하하하하아하아하!!
[리리코] : "역시! 그랬어"
[리리코] : "난 완전히 속았던 거야"
후후후, 후후후후후후 아하하하하하
츠바사. 츠바사. 츠바사
넌 내가 죽여줄게.
[유지] : "......"
[유지] : "........."
[유지] : "............?"
[유지] : ".................."
문득, 정신이 들었다.
꿈인가......?
사쿠라를 구하기 위해 나는 죽었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눈을 뜬 것은 고생한 보람도 없이 버터플라이 게임 회장의 개인실 침대 위였다.
천국과 지옥을 오간 것 같다.
두통에 현기증, 컨디션은 최악.
난 뭘 하고 있었던거지......
침대에서 빠져나와 방문을 걸어 잠그고 노트북으로 향한다.
오전 4시......? 참 어중간한 시간에도 깼구만
?
......뭔가, 이상하다.
[주모자]에게서의 메시지는 없는 건가?
그 밖에 볼 만한 것은 전부 봤다.
왜......왜, 내가 죽은 걸로 되어 있지?
마이가 "클리어" 했어?
사쿠라랑 레이가 죽었다고?
그래.역시, 꿈이 아니었어......!!
난 죽었을 터!
하지만, 이렇게 살아있어......
그러니까 이런건가? 난 독으로 죽을 뻔했다.
하지만, 그래 마지막에 사쿠라가 뭔가를 주사해줬고, 그래서 살았다.
하지만 난 죽은게 돼 버렸고.
그리곤, 게임이 계속 진행되어서......2명 더 죽고...... 1 2 3 남은건 4명이라 [은둔자]가 빠졌다!
그러니까,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사쿠라가 죽었다면.
사쿠라가 죽었다면 내가 살아있을 의미 같은 거, 하나도 없단 말이다!!
다이스케...... 사쿠라를 지키지 못한 거냐!
내가 목숨까지 내던졌는데, 네 놈은 번듯이 살아있는 거냐......!!
그 녀석을 때려눕히지 않으면 마음이 풀리지가 않겠어.
문의 개방까지 앞으로 3시간.
남은 플레이어는 셋.
지금은 상황을 두고 보자.
문을 조금 열고.
사쿠라를 죽인 놈의 모습을 지켜보고 나서 나가도 늦지 않아......
다음 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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