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째 -
[다이스케] : “......”
철컥
7시. 문이 열렸다.
승부의 시작은 이 수 초간.
분명 [주모자]는 최초로 만난 다른 플레이어를 곧장 죽일 셈이라 그것을 막는다.
아니
시작이고 뭐고 승부는 이미 끝났다.
어제 1시부터 2시 사이에 아무도 죽지 않았다.
그 시점에서 우리는 이미 이겼다.
문을 연다.
[다이스케] : “둘 다 움직이지 마!!”
[츠바사] : “!!”
[리리코] : “......”
[유지] : (! 드디어 튀어 나오셨군!!)
[유지] : (내 이름은 방금 막 [생존]으로 바뀌었다하지만,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을지도 몰라)
[유지] : (......아직이다......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자......)
막 문을 열어 재낀 순간 나머지 두 명도 로비로 나오려고 한다. 그것을 저지한다.
이제 움직이려는 녀석이 있다면 전력으로 그 녀석을 막아야 한다.
둘 다 멈췄다.
[츠바사] : “다이스케”
[츠바사] : “한마디만 하자”
[다이스케] : “기다려”
[다이스케] : “여기에선 잘 안 들리니까”
[다이스케] : “내가 갈 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마”
[츠바사] : (잘난척하고 자빠졌네!)
[츠바사] : “그래, 알았어”
[리리코] : “우후후”
[다이스케] : “그래서, 뭐야 츠바사”
[츠바사] : “잘 들어”
[츠바사] : “내가 [수호자]다”
과연?
[츠바사] : “나, 이때까지 모두의 이익이 되지 않는 선택을 했어. 그건, 그건 미안해.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단 말이야!”
[츠바사] : “계속해서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도록 유도당하고 있었지만......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해서...... 나 스스로도 화가 나”
[츠바사] : “그래서 알게 됐어! 난 이제까지 계속 나를 지켰지만, 의심을 품고서 오늘은 다이스케를 지켰다!”
[츠바사] : “이렇게 해서 아무도 죽지 않은 이상 [주모자]는”
[리리코] : “츠 바 사 에 요”
리리코의 표정은 미소짓고 있었지만
그 목소리는 망가져 있었다.
[츠바사] :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그렇게나 나에게 자신을 지키라고 말했으면서!!”
[츠바사] : “네가 그 때 루나를 지키라고 했다면, 아무도 죽지 않고 끝났을 텐데!”
[리리코] : “제 심정을 대변해 줘서 고마워요”
[리리코] : “날 안아주지 않았던 건, 주모자였기 때문이죠?”
말하고.
리리코는 몸 뒤쪽에 숨겨두었던 것을 꺼냈다.
식칼.
[츠바사] : (이 여자가아아!!)
[츠바사] : “뭐, 뭘 어쩔 셈이야!!”
[리리코] : “츠바사를 죽이려구요”
방긋, 웃으며
[리리코] : “난 겁쟁이고 한심한 데다 비겁한 인간이라서 당신이 주모자란 걸 알았어도 당신을 고발할 용기가 없었어요”
[리리코] : “그러니까 내가 죽여줄게. 그러면 아무것도 위험하지 않겠죠. 후우후후후우우후훗후후후”
[리리코] : “아하하하하하핫하하하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하하하하하하하하하아하하하하하하아하아하하하하하핫하하”
한바탕 광기어린 웃음소리가 울려 퍼진 후.
[리리코] : “우후후”
리리코가 방에서 한 발 내딛는다.
반대 발이 뛰쳐오른다!!
[츠바사] : “윽”
츠바사가 문을 닫는 것 보다 빨리 리리코가 달려든다!
츠바사의 방 안으로!
[다이스케] : “그만!!”
세 명이 줄줄 엮인 채 츠바사의 방으로 돌진한다.
[리리코] : “좀 놔두세요 후후훗”
[다이스케] : “어떻게 놔둬!!”
[다이스케] : “츠바사! 뭘 멍청하게 얼빼고 있는 거야! 얼른 도망치라고!!”
[츠바사] : “다 다이스케! 너 피!!”
웃고 있는 리리코의 힘은 도무지 감당하기가 힘든 것이었다. 뒤에서 높이 치켜든 칼을 잡아 멈추고 있는 손이 떨린다......!
[다이스케] : “나가!! 여기에 있으면 지켜줄 수가 없잖아!!”
[츠바사] : “미......미안해!”
진짜로 죽일 각오가 생긴 인간은 무섭다.
루나와 다투었을 때 나는 그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츠바사를 먼저 도망치게 했다.
무딘 칼날이 손가락을 사정없이 파고 든다.
[다이스케] : “흐랴아!!”
[리리코] : “꺄아아!!”
맹렬한 고통을 무시하고 식칼을 빼앗았다.
억지로 떼어 놓기 위해 밀어버린 탓에 리리코가 바닥에 맥없이 쓰러졌다.
[츠바사] : “다...... 다...... 다이스케......!!”
창백한 표정의 츠바사.
[리리코] : “후 후 후”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광기를 미소에 품고 뒤를 쫓아나온 리리코.
이제 때가 왔다.
[츠바사] : “살려줘...... 살려줘...... 살려줘...... 살려줘...... 살려줘...... 살려줘!!”
[리리코] : "다이스케, 다이스케군은 믿어주는 거죠? 저 녀석이 주모자에요. 전 당신을 지켜준 거에요“
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두 용의자.
[다이스케] : "듣고 있나 게임 마스터“
상고 끝에 마음으로 정했던 결론을.
[다이스케] : "나는 키류 츠바사를 [주모자]로서 [고발]한다“
한마디 한마디, 확실하게 말했다.
[츠바사] : "헉?“
[츠바사] : "어떻게“
[츠바사] : "어떻게 알았냐???“
얼이 빠진 표정을 짓는 츠바사.
얼이 빠진 표정을 짓는 리리코.
나는 말했다.
[다이스케] : "알긴 뭘 알아~“
범인이 누구인지도. 오늘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그냥 나는 츠바사를 [고발]하기로 정했었을 뿐이다.
[츠바사] : "......“
기가 막혀 입을 다문 츠바사. 조용해진 로비에선 방송이 울려 퍼진다.
[??] : "축하한다. 나루카와 다이스케와 모리노 리리코“
[츠바사] : "그래 내 패배야! 인정하고 말고!! 그러니 5분만 시간을 줘!!“
[??] : "시간 연장은 인정하고 있지 않다“
[츠바사] : "잘 알고 있어! 하지만 그 정도 너그럽게 봐줘도 되잖아! 근 일주일씩이나 즐겁게 해줬으니까“
[츠바사] : "안 그래 파파!!“
지금
지금, 뭐라고 했지?
[??] : "그렇게까지 말하니 5분정도 지켜보도록 하지“
[??] : "마지막까지 즐겁게 해다오. 드루리여“
뚝. 방송이 끊겼다.
침묵에 소비할 시간은 없다.
하지만, 사고가 제대로 되질 않아 말이 나오지 않는다.
도화선을 당긴 것은 츠바사였다.
[츠바사] : "리리코, 잘 됐네“
[츠바사] : "네가 그렇게나 무서워하고 있던 패배는 이제 없네“
[리리코] : "아............. 아............“
[츠바사] : "지금부터 다이스케랑 할 얘기가 중요한 얘기가 있으니까 말야......“
[츠바사] : "그냥 그 근처에서 대충 미쳐 있을래?!“
[츠바사] : "내 감언이설에 속아서 루나를 배신하고 다이스케를 배신하고, 모두를 배신한 멍청이 리리코 아가씨!!“
그 순간, 리리코의 광기는 양지에서 음지로 바뀌었다.
[리리코] : "아...... 아...... 앗...... 하하...... 후...... 앗 아하하, 아하하하...... 으흑...... 아...... 아...... 앗...... 아하하......“
웃으면서.
얼굴에 공허한 미소를 남긴 채.
리리코는 정신없이 울었다.
[츠바사] : "그럼. 멍청한 년과도 관계를 끊었으니“
[츠바사] : "슬슬 내막을 밝혀볼까 다이스케“
이 녀석도 실실 웃고 있다.
[다이스케] : "게임의 경위 같은 건 관심 없어“
[츠바사] : “에이 그 정도는 아무리 다이스케 너라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겠지. 이 귀중한 5분을 그딴 것에 소모할 생각은 나도 없다고”
[츠바사] : “그러면 칸자키 토모에부터 시작해볼까”
[다이스케] : “뭐라고?”
[츠바사] : “토모에는 말야. 초등학생 때 꼬리표가 붙었었지. 셋이 패거리로 같은 반 여자애를 괴롭히고 있었거든”
[다이스케] : “무슨 소리하고 있냐 임마......!”
[츠바사] : “하하하 좀 들어 보래도. 굉장하다니까. 끝에 가서 무슨 짓까지 했는지 알아? 그 친구를 자루에 담아서”
[다이스케] : “결론을 말해”
[츠바사] : “재미없는 녀석일세. 뭐 됐어. 하고 싶었던 얘기는 말이다. 다이스케”
[츠바사] : “네가 알고 있던 칸자키 토모에는 옛날의 죄를 감추기 위해, 덮어쓴 위선자의 가면이었단 것을 말이야”
[츠바사] : “참고로 거기서 미쳐 있는 리리코는 말이지. 토모에랑 같은 반이었는데 괴롭힘을 보고도 못 본 척을 했던 하나라지? 안 그래 리리코!?”
[리리코] : “어째서...... 어떻게 그런 걸 알고 있는 거야?”
[츠바사] : “그건 파파한테 듣고. 자, 시간도 없으니 다음으로 가볼까”
[츠바사] : “루나, 루나는 진짜 재밌어! 고등부 편입 전에 초등학교에서 몇 개월정도 지냈던 모양인데 책상을 던져 유리를 깨는 데 문제아였다고!”
[츠바사] : “이번에도 유치하게 열 받아서 패싸움에 끼어 한 몫 거들었다는 거 아냐! 그런 게 있으니까 게임이 고조되는 거잖아. 감사하고 있어!”
[츠바사] : “키요하라 유지, 그놈도 있었군! 하필이면 누구보다 믿었어야 할 다이스케를 죽이려고 하다니”
[츠바사] : “이런 등신 같으니라고! 핫하하하 하하하하하!”
[유지] : (......)
[츠바사] : “그건 그렇고. 다이스케. 너 참 인기도 좋다. 사쿠라와 레이가 널 사이에 두고 아수라장을 만든 것 알고있었냐?”
[다이스케] : “대충은”
[츠바사] : “흐음 뭐, 사쿠라는 봤다시피 뇌에 혈관도 결함도 많은 멍청한 년이었지”
[츠바사] : “온갖 영리한 척은 다 하더니 이성이 끊어졌을 때의 그 꼴사나운 모습이라니”
[유지] : (......죽인다)
[츠바사] : “하여튼 그런 건 이제 됐어. 시시한 인간들 이야기는 말이지”
[츠바사] : “타카세 레이”
[츠바사] : “그 녀석은 상당히 만만찮았다니까. 조금만 더 빨리 움직였어도 나는 벌써 당했을 거야”
[츠바사] : “한 가지 아킬레스건을 제외하면 그 녀석이 이번 최강의 플레이어였겠지. 그건 인정해주겠어”
뭐야?!
무슨 소릴 하고 싶은 거야.
[츠바사] : “햐하하하하. 모르는구나? 모르지? 가르쳐주지!!”
[츠바사] : “타카세 레이는 양녀라고! 태어나자마자 바로 친부모에게서 떨어져서 타카세라는 나쁜 놈에게 키워진 아이란 말이다!”
[츠바사] : “그런데 다이스케. 너 여동생이 있었지?”
왜, 갑자기 여동생 이야기로 넘어가는 거지.
[츠바사] : “너 정말 들어본 적 없냐?”
[다이스케] : “그러니까 도대체 하고 싶은 소리가 뭐냐고??”
[다이스케] : “말해 봐......!!”
츠바사가 만면에 띄운 미소.
[츠바사] : “나루카와 케이코에겐 쌍둥이 언니가 있었지만, 태어나자마자 바로 죽어버렸다는 역사가 있거든”
[츠바사] : “그러니까 요컨대, 타카세 레이가 나루카와 케이코의 쌍둥이 언니란 말야! 너희 둘은 진짜 남매였다고!”
[츠바사] : “앗하하하하하하! 이것 참 걸작 아냐? 웃겨서 뱃가죽이 터지겠어!”
[츠바사] : “그 계집애 네가 친오빠라는 걸 알면서도 좋다고 전학와선 쫓아다녔다고~”
[츠바사] : “뭐 이런 기분 나쁜 년이 다 있담. 쿠~쿠하하하!! 햐하하하하하하하!!”
......
그런가.
그랬던 거구나.
그 아이가 보여주던 ‘미안해요’의 대부분은
그것을 숨기고 있기 위해 나에게 전하지 않을 수 없었던 괴로움이었던 것이다.
가슴에 새기면서.
[다이스케] : “그래서, 끝났냐?”
[츠바사] : “아아, 끝났어”
[츠바사] : “이번엔 내가 좀 들어야겠다”
[츠바사] : “어째서 나를 [고발]했지!!”
그래. 그 얘기는 꼭 해야겠지.
[다이스케] : “뭣때문이라고 생각해?”
[츠바사] : “장난질 하지 말라고! 시간이 없단 말이다 냉큼 말해!”
[다이스케] : “깨진 자식이 위세도 좋네”
[츠바사] : “그러니까 한 말씀 해보시라고. 위대하신 나루카와 다이스케님의 승리 코멘트를!”
[다이스케] : “뭐, 그냥 네가 제일 만만하니까~”
츠바사는 완전히 얼이 빠져선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자기가 이해를 잘못하기라도 한 것인가 하는 모습이었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어. 아마 네 짐작이 맞을 테니까.
이유 같은 거 없어.
[다이스케] : “널 골랐다가 만약 틀려서 우리 둘 다 죽으면 미안하다고 저승에서 사과하면 돼”
[다이스케] : “네가 [주모자]가 맞아 [고발]로 인해 죽는다면 널 죽인 죄는 평생 짊어지고 간다”
[다이스케] : “그러니까 너야”
[츠바사] : “무슨 소린지 모르겠네. 그럼 반대로 어째서 저 여잘 고르지 않았지?”
[다이스케] : “멍청한 놈아. 어떻게 여잘 죽이냐”
[츠바사] : “그러니까 지금 네 말은 여자한테 죽는 거면 뭐 어때 그렇다는 거냐?”
[다이스케] : “잘 아네”
[다이스케] : “그렇게까지 심플하게 생각하니까 겨우 행동할 수가 있겠더라. 미안하지만 깊은 이유는 없어”
후회하지 않을 선택.
한 명의 열혈 바보가 후회하지 않을 선택.
[츠바사] : “큭큭큭. 아아 과연, 과연”
[츠바사] : “그래서, 다이스케 네가 싫다는 거야.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츠바사] : “일반인 속에 섞여 살아가자니 안 그래도 쓸데없는 사랑입네 우정입네하는 환상에 만연해 짜증났었는데, 끝까지 이꼴이구만!”
[츠바사] : “그런 개념, 사회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환상과 생존본능에 기인한 더러운 생리욕구를 정당화 할 뿐!”
[츠바사] : “구역질나는 이 사회에서 한층 더 꺼림칙한 게 너였어! 다이스케!”
[츠바사] : “항상 언제나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실실 쪼개기나 하면서 그 녀석들의 마음 속을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츠바사] : “행복한 환상에 잠겨사는 네가, 난 용서할 수 없었어!”
[츠바사] : “뭐, 그러니까 파파는 우릴 버터플라이 게임에 초대했겠지...... 내가 가차없이 친구들을 죽이고 다닐거라고 예상했으니”
[츠바사] : “나는 게임에서 졌지만 너한테는 이겼어. 다이스케”
[츠바사] : “네가 믿고 있던 인간관계를 신념을 깨부쉈으니까 말이야! 너의 신념에 이긴 것만으로 내 인생은 만족한다”
헛소리하고 있네.
[다이스케] : “안 부숴졌어”
[츠바사] : “뭐라고?”
[다이스케] : “안 부숴졌다고”
[다이스케] : “아이들에 대한 신뢰도 그 추억도 무엇 하나 부서지지 않았어. 널 포함해서 말이야”
[다이스케] : “표면상의 사정과 그 때의 우발적인 감정과 우연이 범한 잘못을 인간이 논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마”
[다이스케] : “잘못을 범했다면, 그것을 후회하는 마음이 있다면”
[다이스케] : “미숙한 면이 있다면, 그것을 극복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다이스케] :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것으로 인해 관계에 균열이 생겨도, 그것을 스스로 되돌리려 다시 손을 잡으려고 하는 마음이 있다면”
[다이스케] : “그리고, 자신의 목숨을 걸고 그 신념을 증명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다이스케] : “그렇다면 나는 그 녀석을 인정하고, 인정한 이상 그 녀석은 계속 친구다”
그것이
나의 거짓없는 본심이다.
[츠바사] : “그래서, 내 위에 선 기분이라도 드냐?!”
[츠바사] : “그럼, 가르쳐주지 내가 너보다 위라는 걸 말이야......!!”
말하며
츠바사가 팔을 휘두른다.
그 순간, 내 눈가에 물보라 같은 것이
[다이스케] : “크아아아아아아아아!?”
타는 듯한 이라는 표현은 완전히 부적절하다. 굳이 표현하자면 불결하기 짝이 없는 불집게로 눈알을 직접 잡아 뽑아내는 듯한 감촉!!
[츠바사] : “아하하하하하하하!! 멍청한 놈!! 조금 떨어져 있으면 괜찮을 줄 알았냐!?”
[츠바사] : “닿는 것만으로 조직이 고정되는 맹독이다! 눈 앞에 뿌리면 실명은 확정하지!”
[츠바사] : “그리고, 주사기는 아직 있다! 자신의 부주의를 후회하다 죽어라. 하하하하하하하”
[츠바사] : “네가 어떻게! 하 으아!!”
뭐...... 뭐야......?
뭔가 상황이 바뀐 것 같지만...... 눈이 눈이 보이지 않아!
[??] : “괜찮냐?!”
[다이스케] : “이 목소리......”
[다이스케] : “유지 냐......?”
설마
그럴 리가
나는 틀림없이 확인했다.
유지의 숨이 끊어지는 것을.
하지만
간신히 보이는 오른쪽 눈에는
그 괴로운 심정마저 초연하게 받아들인 소꿉친구의 모습이 붙잡혔다.
[다이스케] : “너...... 어떻게 살아있는......”
[유지] : “사쿠라가 써 준 약이 나중에야 효과를 본 거겠지”
[유지] : “게임 마스터도 죽었다고 생각했던 것 모양인데”
[유지] : “다이스케, 네 놈을 패 줄 생각이었지만......”
[유지] : “사쿠라의 원수는 네가 아니라 이 녀석이지. 이 비열한 자식의 숨통은 내가 끊어 놓을 테다”
겨우 조금 보이게 되었다. 땅에 쓰러져있는 츠바사. 그 주변에는 유지에게 밟혀 깨져버렸다고 생각되는 두 대의 주사기.
[츠바사] : “잘도 떠들지. 근육 바보 주제에 나에게 충고할 생각하지 마라”
[유지] : “닥치고 죽어라!”
[츠바사] : “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 큭!? 크아~ 벌써, 5분 지나버린 건가!!”
[유지] : “독이 먹히기 전에 목을 졸라 죽여 주마”
[츠바사] : “거 유감이네! 아무도 내 위엔 서지 못 해! 다이스케건 누구건! 파파라 해도”
[츠바사] : “잘 있어라 유지, 리리코, 다이스케! 지옥에서 만나자 햐하하하하하!”
그 웃음소리를 최후의 유언으로 남기고
츠바사는 숨기고 있었던 페이퍼 나이프로 그 무딘 페이퍼 나이프로 목을 몇 번이나 그어
결국에는 동맥에 도달했는지, 푸슉하고 변변찮은 분수처럼 피를 분출하며 소리도 없이 숨이 끊어졌다.
이렇게 [주모자]는 사망하고
버터플라이 게임은 그 막을 내렸다.
[유지] : “......”
[다이스케] : “......”
아무 말도 꺼낼 수가 없다. 유지와 나
조용히 계속 오열하는 리리코.
이제 더 이상은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츠바사에게는 기세 좋게 그런 소릴 했지만 허무함에 전신이 짓눌릴 것 같았다.
하지만, 기다려주지 않는다.
게임 마스터라는 빌어먹을 자식은.
[??] : "다시 승리 선언을 하지. 축하한다 나루카와 다이스케, 모리노 리리코, 키요하라 유지, 이상의 세 명을 승자로 인정한다“
[??] : "키요하라 유지에 관해서는 성급한 판정에 의해 사망한 것이 되었었지만“
[??] : "오늘 이른 아침에 소생한 것이 판명되었기 때문에 급히, 생존으로 취급했다. 따라서 이 또한 승자가 된다“
[??] : "이제부터 10분간 출구를 개방한다. 신속하게 회장을 이탈할 것“
[??] : "시간이 지나도 회장에 남아있는 자에게는 승리 자격을 박탈하여 패배로 취급하니 주의토록“
[??] : "참고로 덧붙이건데“
[??] : "키요하라 유지. 독약이 없다고 해서, 쓸데없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 것이 신상에 좋다“
[??] : "그렇지 않으면, 구할 수 있는 너의 형은 지금보다도 약간 불행한 상태가 되겠지“
되물을 틈도 없이 방송은 끝나버렸다.
그리고, 소리가 나면서 6시 방향의 셔터가 열리기 시작한다.
[다이스케] : "유지의 형?“
들은 적이 없었다. 이 나이가 될 때까지 소꿉친구에게 있는 형의 존재를.
[유지] : "저 자식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야?!“
불쾌한 얼굴. 이 이상 발을 디디는 것을 거절하는 표정.
지금은 시간도 없다. 건들지 말고 두자.
탈출. 그렇게나 간절히 원했던 것에 이리도 허무함이 밀려온다.
이유야 의심의 여지도 없이 함께 손을 잡고 나갈 친구가 이제는 2명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
[다이스케] : "10분이라“
[다이스케] : "잠깐만 시간 좀“
[유지] : "뭔데?!“
[다이스케] : "어제 시간이 없어서 레이를 앉혀둔 채로 놔뒀어“
[다이스케] : "하다못해 침대에 눕혀주고 싶어서“
[유지] : "그래. 알았다“
[유지] : "근데 그 손은 좀 치료하고 가라. 상처가 심하잖아“
보니, 쭉 찢어진 오른손에선 아직도 피가 떨어지고 있다. 움켜쥐는 정도로는 부족한 모양이다.
[유지] : "눈은 보이냐?“
[다이스케] : "오른쪽은“
어쨌든 통증은 깨끗이 사라졌다.
오른쪽 눈은 아주 조금 튄 것뿐인지... 눈물에 씻겨 나가 흘러나간 모양이지만.
왼쪽 눈은 하얗고 탁하게 아무것도 안 보였다.
아픔이 사라졌다고 해야 하나... 통증을 느끼는 신경까지 완전히 죽어버렸나 보네.
[유지] : "미안하다! 내가 조금만 더 빨리 뛰쳐나왔더라도!“
[다이스케] : "바보같은 소리 마. 미안하다고 할 건 나지“
[다이스케] : "조금만 빨리 움직였더라면, 모두를 구할 수 있었을지도 몰랐으니까“
[유지] : "......“
녀석의 어깨를 두드리며 이 이야기를 끝맺는다.
[다이스케] : "갔다 올게. 거기서 대충 치료도 하고“
[유지] : "나도 마지막으로 사쿠라를 만나두고 싶은데, 괜찮겠지?!“
[다이스케] : "그래라“
[리리코] : "......“
멍한 리리코를 남겨두고 우리들은 목적지인 방으로 향한다.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 모르겠다.
방에 들어가자 등골이 서늘해졌다. 단순히 기온이 너무 낮아서다. 냉장고 수준이라곤 못하겠지만 냉방이 좀 심하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럴 만도 하다. 최대 1주일이나 시체를 방치해야 하니까 기온이 높다면 금방 부식될 것이다.
보존을 위한 처치가 틀림없다.
[다이스케] : "......“
레이의 시체는 여전히 그 곳에 있었다.
안아 일으키자 힘없이 기대어 온다. 사후경직에 들어선 몸은 한층 더 무력한 생명의 빈껍데기라는 것을 강하게 상기시킨다.
침대에 눕혀 시트를 걸쳤다.
레이. 얘들아. 나중에 제대로 묻어줄 테니까...
아니, 더 이상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 회장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보장도 없으니까.
이쯤 되니 대충 짐작이 간다. 이런 극악무도한 게임, 당연히 은폐시키려 하겠지.
그리니 이게, 마지막 작별.
한 번 되돌아보고, 나는 레이의 방을 뒤로 했다.
[레이] : (......으......)
......
구급상자를 이용할 시간은 없는 것 같다.
대충 방에 방치되어 있는 것을 사용하기로 한다.
리리코에게 빌린 손수건. 핏자국이 남은 그것을 오른손에 감자, 순식간에 선혈로 물들었다.
이빨을 사용해서 졸라맨다.
서둘러야 해.
[유지 시점]
[유지] : "사쿠라......“
더럽게 추운 사쿠라의 방.
저 침대에 사쿠라가 잠들어 있다.
시트를 걷어올린다.
사쿠라는 울고 있었다.
눈물이 흘렀다 가는 줄기는 희미하게 피부에 남은 채로.
그걸 보니, 지금 이 잠이 다시는 깨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감정적으로 이해했다.
[유지] : "미안하다“
[유지] : "나는 너한테 도움받아 네 대신에 여기에 서 있어“
[유지] : "내 대신 네가 살아줬다면 얼마나 좋을까......“
시트를 도로 덮는다.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한 번 죽은 탓에 눈물이 완전히 말라버렸는지도 모른다.
눈물이 나오지 않는 만큼 슬픔은 더욱 가슴이 메어 있어서 괴로웠다.
떠나려다 문득.
발밑에 흩어져있는 대량의 종이 부스러기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뭐지, 메모 용지를 찢은 건가......?
그러고 보니 책상 위엔 메모 패드가 방치되어 있다.
그것을 보고
나는 알수 있었다.
글씨를 쓸 때의 압력 때문에 쓴 내용이 흔적으로 남게 된다!
가장 위의 한 장을 찢어 주머니에 넣었을 때
[다이스케] : "유지, 그만 가자“
다이스케의 목소리가 들렸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조각들은 단념할 수밖에 없겠지.
[유지] : "지금 갈게“
그럼 안녕 사쿠라.
[다이스케 시점]
[다이스케] : "......“
중앙 로비. 눈앞에서 리리코는 몸을 말고 웅크리고 앉아 움직이지 않는다.
비난. 단죄. 죽음의 위험. 그러한 것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싶은 생각으로 외부 세계를 단절하여 자신의 껍질에 틀어박힌다.
누구든지 가지고 있는 연약함.
단지 리리코는 그것이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컸을 뿐이다.
자신 때문에 사람이 죽고
그 일로부터 더욱 도망치지만, 츠바사에게 도망칠 곳마저 완전히 빼앗겨 버리고.
이렇게라도 할 수 밖에 없다.
누구라도 가지고 있는 연약함이다.
비난하기야 쉽고 그럴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해결은 되지 않겠지.
[다이스케] : "리리코“
[리리코] : "! ......윽! ......으!“
내 말도 거부하는 것처럼, 어깨를 떨고 있는 리리코.
[다이스케] : "가자. 이대로 있다가는 셔터가 닫혀“
반응은 변하지 않는다.
[유지] : "시간 끌어서 미안하다. 아직 그러고 있냐?“
유지가 돌아왔다.
[유지] : "움직일 생각을 않는다면 때려서라도 데려가겠어“
[리리코] : "......“
떨면서 얼굴을 드는 리리코.
새빨간 얼굴에 떠오른 것은 절망과 공포에 정체된 사고 그 자체였다.
[리리코] : "때리지 마...... 아픈 거 하지 마......“
[유지] : "이“
분노로 물드는 유지의 어깨를 잡아 제지한다.
[다이스케] : "......“
[유지] : "알고 있다고“
내 손을 떨쳐내고, 유지는 웅크려서 리리코와 시선을 맞췄다.
[유지] : "야, 너 죽기 싫었던 거지?“
[리리코] : "죽고 싶지 않아...... 무서운 건...... 싫어요......“
[유지] : "그럼 말이다. 너는 절대로 죽으면 안 된다고“
[유지] : "모두가 목숨을 희생해서 너를 여기까지 데려와 줬으니까“
유지의 그 말에.
리리코의 눈에 감정이 돌아왔다.
뚝뚝. 새로운 눈물로 맺혀 흘러내렸지만.
[유지] : "설 수 있지?“
[리리코] : "네“
[유지] : "울고 싶으면 달리면서 하고“
[리리코] : "네......“
쓰러지는 듯한 목소리지만, 대답은 대답이다.
[다이스케] : "제법 멋진 소리도 하네“
[유지] : "시끄러, 쓸데없는 말 지껄이지 마“
그래. 더 이상은 시간이 없으니까.
마지막으로 로비 한가운데를 본다.
츠바사의 참혹한 시체.
걸쳐 입고 있던 셔츠를 얼굴에 씌워주었다.
끝없는 광기를 가졌던 너도 틀림 없는 내 친구였다.
셋이서 뛰어나갔다.
출구로.
다음 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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