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잿빛의 버터플라이

잿빛의 버터플라이 1편

마루설아 2024. 12. 1.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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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aruseol-a.tistory.com/95

 

잿빛의 버터플라이 인트로 + APK

​​잿빛의 버터플라이 APK (구글드라이브)* 안드로이드에서만 플레이 가능합니다 *​한국어 지원​https://drive.google.com/file/d/1g1jLIOkAfjlkCF388-79UOqmSQw-WA-1/view?usp=sharing 잿빛의 버터플라이.apk driv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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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중간에 있는 "범죄의 재구성" 또는 "더 보기"는 등장인물의 각 다른 시점을 묘사한 것으로

꼭 본편을 읽은 이후에 보시길 권장합니다.

잿빛의 버터플라이

 

- 프롤로그 -

 

 

7월의 끝자락에 들어서 여름이라는 계절도 그 절정을 맞이한다.

거리에는 젊디젊은 활기로 넘쳐나고,

소란스러운 반소매 차림의 교복을 입은 이들도 곳곳에서 보인다.

 

[다이스케] : “만약에 그 녀석이 살아있었더라면”

 

딱히 누군가를 향한 것이 아닌 중얼거림은 매미의 울음소리에 맺히고

 

[다이스케] : “쟤들 정도 됐으려나”

 

뭉게구름이 춤추는 푸른 하늘 여름의 하늘로 빨려 들어간다.

8월 2일.

오늘은 한 살 아래 여동생 나루카와 케이코의 기일이다.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나도 케이코도 아직 훨씬 어렸을 때.

천진난만한 미소가 병마에 가려 사그라들어 갔고

어느 날 아침, 나는 홀로 남게 되었다.

이미 오래전 일이다.

 

[다이스케] : “후아움”

 

문득 하품이 나온다. 너무 일찍 나왔나.

케이코가 잠들어 있는 곳까지 버스를 타고 1시간은 달려야 하는 거리.

나무그늘에서 벗어나는 순간, 햇살이 시야를 태운다.

 

[다이스케] : “뜨거라”

 

중얼대고는 달리기 시작한다.

세 건물을 지나 있는 빌딩과 오락실 사이에 지름길이 있었을 터.

그늘이 아쉬웠는지 나도 모르게 발이 빨라진다.

 

그대로 목표인 골목으로 뛰어들고

 

의식은 그곳에서 끊어진다.

- 1일째 -

 

주변이 어슴푸레한 가운데 나는 눈을 떴다.

 

[다이스케] : “......”

[다이스케] : “여긴......어디지?!”

 

당황해서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이상하게 몸이 무겁다.

머리도 지끈거린다.

도대체 난 어떻게 된 거지?

팔꿈치로 지탱해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끼리릭하며 삐걱대는 소리. 단단한 매트에 파이프 프레임.

 

[다이스케] : “도대체 여기가 어디야?!”

 

그나저나......

 

[다이스케] : “난 대체 왜 이런 데 있었던 거지?”

 

이곳은 지하통로처럼 보였다.

긴 통로는 깊어질수록 어두워져, 건너편에 무엇이 있는지는 전혀 볼 수 없었다.

머리 위에서는 당장이라도 꺼질 것 같은 형광등이 깜빡깜빡 빛을 내고 있는 것 같다.

이해할 수 없고, 또 이루 말할 수 없는 꺼림칙함이 불안감을 조장한다.

잠깐. 일단 정리를 해보자.

나는 기억의 끈을 붙잡아 잊혀진 무언가를 이끌어 내어보기로 했다.

그래. 지름길로 가려다......

골목에 들어선 것 까지는 기억이 난다.

 

[다이스케] :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무의미한 자문을 해봤자 답변이 있을 리 없었다.

......

내 머리 쪽에는 침대가 하나 더 있다......

아니, 하나가 아니다.

어슴푸레한 가운데, 몇 개나 되는 침대가 좁은 통로에 어질러진 채 놓여있다.

가장 가까운 침대에는 작은 몸집의 사람이 하나 들어가 있을 정도로 보이는 낡은 회색 담요가 있었다.

침대는 바로 눈앞에 있다.

어쩐다.

고민을 접고, 마음을 굳히고는 담요를 힘껏 들춰 올렸다.

 

[다이스케] : “어째서......”

 

어째서 내가 아는 사람인 거야!

 

[다이스케] : “레이!”

[다이스케] : “레이! 일어나 봐!”

 

어깨를 붙잡아 흔들어 댄다. 가는 어깨에는 힘이 전혀 들어있지 않다.

설마......죽은 건 아니겠지!?

 

[레이] : “......”

 

살짝 눈썹을 찌푸리고는 숨을 내어 쉬는 그녀

 

[레이] : “......”

 

눈이 뜨이고, 깊은 빛이 감도는 눈동자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타카세 레이. 학교의 후배.

 

[레이] : “!”

 

정신이 확 드는지, 그 눈이 나를 포착한다.

몸을 일으킨 레이는 불안한 듯 목가를 더듬어 보지만, 찾는 게 없는 모양이다.

그녀가 무엇을 찾고 있는지, 나는 알고 있다.

문득 뇌리에 되살아나는 영상.

그것은 그녀와 처음 만났을 때의 일이다.

...

......

.........

 

올해 골든위크의 직전에 있었던 일이다.

점심시간. 나는 옥상으로 향하고 있었다.

내가 옥상으로 향한 이유는 왠지 모르게 5월의 하늘을 바라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초여름의 햇살에

한순간 시야를 잃고 바라본 곳에

어렴풋이 느껴지는 아지랑이의 건너~

옥상 가장자리의 펜스에 한 손을 걸친 채 돌아보는 소녀의 모습은 도무지 현실 속이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었다.

내 안의 시간은 정지되어 있다.

옅어져만 가는 기억.

병원의 옥상.

케이코의 외출 시간에 언제나 지냈던 장소.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그녀에게로 달려가고 있었다.

잘못 본 게 아니다.

죽었을 여동생이

눈앞에 있다.

나는 말을 잃었다.

무슨 말이든 해야겠는데, 입 안에서 그저 허무하게 맴돈다.

 

오랜만이야, 오빠.

 

그때,

나는 분명히 그런 목소리가 들렸다고 생각한다.

나의 시간과 공간은 수 초 동안 그대로 멈춰 섰으나,

구름에 가려진 태양이 얼굴을 내밀었을 때, 나는 문득 눈앞의 소녀가 발치를 두리번거리는 모습에 정신을 차렸다.

 

[다이스케] : “왜 그래?”

 

그러나, 반응은 없었다.

다시금 무엇을 찾는 것 같은 모습에 나도 바닥으로 시선을 돌려 본다.

 

[다이스케] : “혹시 지금 찾는 게 이거?”

 

무릎을 굽혀 앉아, 소녀의 발치에 떨어져 있던 것을 집어 든다. 흔한 수성 사인펜이었다.

표정을 확인하려고 고개를 들었더니,

 

[소녀] : “!”

 

소녀는 한걸음 물러나 스커트를 감싸 눌렀다.

 

[다이스케] : “아~미안! 아무 것도 못 봤어!”

 

황급히 일어난다. 다시 펜을 내밀었더니 소녀는 그것을 받아 들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소녀가 안아 들고 있었던 것은 한 권의 스케치북이었다.

드러난 지면. 지면의 빈 공간에서 펜이 미끄러지듯 움직인다.

 

[소녀] : ‘미안해요. 말을 할 수 없어서 바로 대답을 하지 못했어요.’

 

그 뒤, 우리는 그늘로 자리를 옮겨서 각각 말과 필기라는 방법을 통해 서툰 대화를 나눴다.

그녀의 이름은 타카세 레이라는 것.

집안사정으로 골든위크 무렵에 전학을 오게 되어, 그 날은 서류제출 겸 견학을 하러 왔다는 것.

내 한 살 아래로 죽은 케이코와 같은 나이고, 물론 케이코가 아닌 전혀 다른 사람이라는 것.

케이코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때, 레이는 고개를 숙인 채 펜을 잠시 멈추더니...... 그 뒤에 자그마하게,

 

[레이] : ‘미안해요’

 

라고 적었다.

거북한 화제를 꺼내서?

아니면 그저 닮았을 뿐 진짜 동생이 아니어서?

구태여 이유를 묻지는 않았다.

 

[다이스케] : “어째 아까부터 계속 서로 사과만 하는 것 같다 우리”

[레이] : ‘그러게요’

 

미소를 짓는 레이.

 

문득 현실로 돌아온다.

어쨌든 스케치북을 끌어안고, 불안한 듯 주변을 살피는 레이의 행동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알고 있다.

펜을 찾고 있는 것이다.

 

[다이스케] : “잠깐 기다려봐. 찾아줄게”

 

주변을 둘러보지만, 소지품을 찾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다이스케] : “헉......!”

 

레이의 침대 밑에 새것처럼 보이는 고급 만년필이 놓여 있었다.

이건 마치... 묘한 느낌이 들었지만, 일단 필기구를 레이에게 건넨다.

 

[레이] : ‘찾아줘서 고마워요.’

[다이스케] : “힘든 일도 아닌데 뭐.”

[레이] : ‘고마워요’

 

레이는 머리를 숙였다.

 

[레이] : ‘그나저나 여긴 어딜까요?’

[레이] : ‘전혀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어요. 뭔가 알고 있나요? 다이스케 선배’

 

불안스런 표정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다이스케] : “전혀. 나도 정신 차리니 여기더라”

[레이] : ‘그런가요?’

[레이] : ‘저도 사쿠라 선배랑 리리코 선배와 함께 쇼핑하러 가는 도중에 기억이 끊겨서’

[다이스케] : “사쿠라와 리리코?”

 

또 아는 사람이다.

 

[레이] : ‘전에 말했던 다과회에 준비 말예요!’

[다이스케] : “다과회? 아~ 사쿠라 집에서 하자던 그거”

 

그러고 보니 오늘 평소 모여 노는 녀석들을 불러, 먹고 놀자고 사쿠라가 얘기했던 것 같다.

나는 성묘로 사양했었지만...

 

[레이] : ‘예. 사쿠라 선배가 무척 화를 냈었어요.’

[레이] : ‘기껏 초대해 줬더니 오지 않는다면서요.’

 

다 알고 있을 녀석이 그런 소릴 했다는 건 나름 신경 써준 거겠지.

사쿠라! 사기노미야 사쿠라라는 녀석은 꽤 오래전부터 어울려 온 친구다.

사기노미야가는 상당히 유명한 자산가다.

나는 뜻밖의 일로 사쿠라를 알게 되어, 그것을 인연으로 사기노미야가에는 제법 많은 신세를 졌다.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을 때.

선천적으로 몸이 약했던 여동생의 치료비가 바닥났을 때.

그리고 여동생마저 죽었을 때.

내가 무사히 중,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던 것도 사쿠라와 그녀의 부모님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

하여튼 간에 그런 사정 탓에 사쿠라는 우리 집의 사정에 대해서는 꿰뚫고 있다.

그래서 사쿠라는 내가 불참하는 이유를 그런 식으로 얼버무려 준 것이겠지.

 

[다이스케] : “하하하 미안. 사쿠라한테는 사과해 둘게”

 

아니 잠깐. 그런 걸 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다이스케] : “사쿠라와 리리코가 같이 있었다고?”

[레이] : ‘예~ 리리코 선배도 벌칙을 줘야겠다던걸요.’

 

모리노 리리코의 집은 대가족으로 리리코는 형제자매 중 첫째다.

그런 가정의 사정 탓인지 고등학교에서 보기 힘든 어머니 포스를 가지고 있다.

갑자기 불안감이 급속히 부풀기 시작한다.

 

[다이스케] : “레이! 사쿠라와 리리코는 어떻게 됐는지 알아?”

 

레이의 얼굴색이 파랗게 질리는 것이 보인다.

 

[레이] : ‘모르겠어요.’

[다이스케] : “일단 찾아보자.”

[레이] : ‘설마! 선배님들도?’

[다이스케] : “레이~ 일어설 수 있겠어?”

[레이] : ‘괜찮아요’

[다이스케] : “OK. 나는 다른 침대를 살펴볼게”

 

레이는 끄덕이고는 담요를 걷어냈다.

나와 레이가 있었던 곳을 제외하고 침대는 하나, 둘...... 일곱 개.

일단 가장 가까이 있는 침대에 다가가 단번에 담요를 걷어냈다.

 

[다이스케] : “윽!”

[다이스케] : “역시! 사쿠라......!”

 

솔직하진 못하지만 다정한 소꿉친구

 

[다이스케] : “사쿠라 사쿠라! 좀 일어나 봐!”

[사쿠라] : “으 으으응......”

[레이] : ‘다이스케 선배~ 사쿠라 선배는 제가’

 

눈앞에 펼쳐진 스케치북.

 

[다이스케] : “그래 부탁할게......”

 

다음 침대에는...... 리리코? 역시 셋 다 납치당한건가!

 

[다이스케] : “리리코! 괜찮아?”

[리리코] : “여기는......”

[다이스케] : “...”

 

나는 불길한 가능성에 생각이 미쳤다.

 

[리리코] : “다이스케 군. 여긴......?”

[다이스케] : “나도 잘 모르겠어.”

[다이스케] : “다른 친구들도 여기 있는지 찾아봐야겠어!”

 

나를 포함해 아홉.

그것은 평소 모여 다니는 멤버의 숫자와 정확히 일치한다.

그 의심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은 곧 증명되었다.

 

[??] : “아 씁 머리야......”

 

두 개 건너의 침대에서 모포가 젖혀져 나갔다.

모습을 드러낸 것은 나, 유지와 함께 2학년 B반의 바보 트리오를 이루는 경박바보, 키류 츠바사였다.

 

[다이스케] : “츠바사!”

[츠바사] : “뭐야...... 열혈바보의 헛소리에 머리가 웅웅거리네......”

[다이스케] : “내가 보이냐?”

[츠바사] : “어...... 기분은 최악이다만...... 여긴 도대체 어디래?”

[다이스케] : “몰라 나도.”

[츠바사] : “뭐야 여기...... 졸 더러운 데다 먼지 천지”

[츠바사] : “이거 다이스케 네 장난질이야?”

[다이스케] : “아니야 임마! 나도 정신이 들어보니 여기였다고”

[츠바사] : “뭐어......?”

[사쿠라] : “아무래도...... 장난은 아닌 모양이네”

[츠바사] : “사쿠라! 레이! 리리코까지...... 다들 괜찮은 거야?”

[리리코] : “으응 전 괜찮아요......”

[레이] :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저흰 약 같은 걸로 재워진 채 여기로 옮겨진 것 같아요.’

[츠바사] : “혹시 시장 보던 중에?”

[레이] : ‘아마도’

[츠바사] :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럼 단체로 유괴라도 당했다는 거야? 그게 말이나 돼!”

[츠바사] : “아아 알겠다. 이거 몰카 같은 거구만? 마이 녀석 꿍꿍이로 다 같이 짜고 날 속이려는 거지?”

[다이스케] : “츠바사. 정신 좀 차려~ 이거 진짜 상황이라니까”

[다이스케] : “고작 몰카 찍으려고 일을 이렇게까지 벌리겠냐?!”

[츠바사] : “그럼 이 상황은 뭐냐고! 말이 안 되잖아!”

[츠바사] : “다른 장소에 있던 친구들이 한꺼번에 유괴 당한다는 게!”

[다이스케] : “츠바사!”

[다이스케] : “일단 진정 좀 하자 응! 불안한 건 우리 모두 똑같다고.”

[츠바사] : “다들 미안. 잠깐 제정신이 아니었나 봐”

[사쿠라] : “신경 쓸 거 없어. 틀린 말은 아니니까”

[레이] : ‘확실히 이상한 상황이네요. 하지만, 우선 상황을 보다 확실하게 파악해야죠’

 

언뜻 마음을 가라앉힌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다들 필사적으로 공포심을 억누르고 있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특히나 사쿠라는 감정을 억제하고는 있지만 내심 무척이나 겁이 나 있을 것이다.

사쿠라는 어렸을 때 납치를 당한 뻔한 적이 있었다.

그것만 생각해봐도 지금 그녀가 냉정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사쿠라] : “보아하니 모두들 여기 있다고 생각하는 게 타당하겠지!......”

[리리코] : “그러고 보니, 츠바사 군은 유지 군과 함께 있지 않았나요?”

[츠바사] : “아 그래. 나랑 유지랑 마이는 차랑 커피 담당이어서 백화점에 갔었지......”

[츠바사] : “게다가, 레이와 완전히 똑같은 상황에서 기억이 끊겼어.”

 

그렇다는 것은 남은 두 사람도 여기에 잡혀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로군.

 

[사쿠라] : “루나와 토모에는 조금 늦게 같이 올 거라 했었어”

 

그래서 남은 게 넷.

남은 침대도 네 개.

나의 불안은

잠시 후 현실이 되었다.

 

[유지] : “젠장...... 이야기는 들었다......”

 

몸을 일으킨 것은 조금 전에 화제에 올랐던 녀석인 키요하라 유지였다.

 

[다이스케] : “역시 유지 너도 있었구나!”

[유지] : “그래...... 살다 보니 내가 납치를 다 당하네......”

[사쿠라] : “정말 그러네. 평소에 기세 좋게 다니던 건 그냥 겉멋뿐이었나 봐?”

[유지] : “시끄러~ 정면에서 덤비면 절대 안 져”

 

유지는 나보다도 몸집이 큰 데다 가라테를 포함한 스포츠 전반에 소양이 있는 근육바보다.

 

[유지] : “눈치 못 채게 기절시키는 걸 어떻게 막냐고......”

[사쿠라] : “그래 그렇겠지. 그냥 해본 소리였어”

[리리코] : “마이도 있었나 보네요.”

 

리리코가 가리킨 방향에는 레이가 침대에서 일어나려는 마이를 돕고 있었다.

 

[다이스케] : “마이 괜찮아?”

[마이] : “으 응......”

 

미나세 마이.

바보트리오의 +1쯤 되는 여자아이로 행동력과 엉뚱한 발상에 있어서는 멤버 중 넘버원이다.

 

[마이] : “어떻게 된 건지는 레이한테 들었어”

 

옆에서 스케치북을 안고 있던 레이가 끄덕이고 있다.

 

[마이] : “어떡해 다이스케......”

[마이] : “이거 무슨 몰래카메라 같은 거 아니지?”

[츠바사] : “그 얘긴 좀 전에 내가 했거든. 애초에 그런 짓은 네가 제일 할 만하지.”

[마이] : “너무해. 마이가 한다면 츠바사만 괴롭힐 게 뻔하잖아.”

[츠바사] : “아 그러게. 진짜 그럴 것 같다......”

 

평소 같은 모습으로 돌아와 조금은 안심이 된다.

 

[유지] : “여기 루나와 토모에가 있네. 이걸로 다들 모였군”

 

소리가 들린 쪽을 향하니 유지가 남은 두 침대의 곁에 있다.

 

[유지] : “둘 다 상태가 좀 안 좋은 것 같다. 여기 좀 도와라.”

[리리코] : “어머 큰일이네요”

[다이스케] : “알았어”

 

...

......

.........

 

[토모에] : “이제 괜찮아 고마워”

 

십여 분 후, 칸자키 토모에는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어른스러운 분위기가 나는 이 진지한 클래스 메이트는 평소처럼 의젓한 표정을 되찾았다.

 

[리리코] : “루나의 상태가 좋지 못한 것 같아요”

 

의식을 되찾기는 했지만 루나의 얼굴은 창백한 데다 속도 좋지 못한지 입가를 틀어막고 있다.

 

[토모에] : “루나, 괜찮니!?”

[루나] : “응...... 괜찮아......”

 

루나 에카를라트 츠키시마.

프랑스계 혼혈 소녀다.

12살의 천재소녀. 8살 때 월반해서 이미 중학교에 들어갔었다고 한다.

중학교 과정을 수료하고 지금은 우리와 함께 수업을 듣고 있다.

몸이 약한 이 아이는 간에 큰 병이 있다.

지금은 대중요법을 해가며 간을 이식해줄 기증자를 기다리고 있다.

 

[토모에] : “루나”

[루나] : “왜......?”

 

자리에서 일어난 토모에가 루나를 다정하게 끌어안는다.

 

[토모에] : “내가 있으니까 걱정 마. 무서울 거 하나도 없어”

[루나] : “흑......”

[토모에] : “만약에 루나가 위험에 빠지면 내가 꼭 구해줄게”

 

담담히 흘러나오는 토모에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따듯하다.

 

[루나] : “으......우......”

[토모에] : “그러니까 응! 그만 안 참아도 돼”

[루나] : “으윽 으......”

[루나] : “우와아아아아아아앙!”

 

감정이 격해졌는지 루나는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루나] : “무서워 이런 거 싫어”

[루나] : “아빠 엄마...... 보고 싶어......”

[토모에] : “괜찮아 아무 일 없을 거야”

 

천천히 루나의 등을 쓰다듬어 주는 토모에

 

[루나] : “아 으으윽 흐윽......”

[토모에] : “내가 반드시 루나 아빠랑 엄마랑 만나게 해줄게.”

[루나] : “으응......”

 

두 사람의 모습은 마치......

 

[레이] : ‘꼭 친자매 같죠’

 

레이의 의견에 동의한다.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는 레이의 모습은 어쩐지 쓸쓸한 느낌이 든다.

문득 레이의 시선이 나에게 향한다. 그리고, 그녀는 펜을 굴렸다.

 

[레이] : ‘두 사람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돌아가야겠군요.’

 

낙관적인 사고를 가져서는 안 된다. 그렇게 호소하는 것만 같은 표정.

알 수 없는 곳에서 함께 모이게 된 친구들. 이런 상황을 만든 이의 목적을 지금을 모른다.

정신 차려 보니 나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내가 이렇게 된 것보다도 내 친구들이 휘말린 것에 더 큰 분노를 느낀다.

 

[다이스케] : “그래...... 이깟 곳 당장 나가버리자고”

[다이스케] : “루나가 좀 진정되고 나면 당장 출발하자. 누군진 몰라도 이 짓거리 한 자식 붙잡아다 걸레로 만들어주자고!”

 

내 말에 친구들은 한결같이 진지한 얼굴로 끄덕였다.

...

......

.........

 

조금 지나 루나가 일어설 수 있게 되자 우리는 통로를 나아가기 시작했다.

선두는 유지. 후방은 내가 맡아 일렬로 전진한다.

 

[사쿠라] : “우리를 선택한 데에 달리 이유가 있을까?”

[사쿠라] : “이를 테면 우리가 모여서 무슨 나쁜 짓을 했고, 또 그로 인해 우리를 원망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까”

[레이] : ‘그렇지만 딱히 원한을 살만한 일을 하지는 않았는걸요’

[유지] : “최소한 우리 아홉이 곧잘 몰려다닌다는 걸 알고 있는 녀석이 아니면 이렇게 찍을 수는 없겠지.”

[츠바사] : “그러게. 그렇다는 건 학교 내의 누군가를 의심해봐야 하려나?”

[리리코] : “설마 우리 중에 누군가가 그런 건 아니겠죠?”

 

순간 대화가 끊겼다.

리리코는 때때로 핵심적인 것을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모두를 놀라게 하곤 한다.

 

[츠바사] : “아니 그렇지만 그건 좀 어렵지 않나?”

[츠바사] : “시내 한가운데서 습격하는 건 둘째 치고, 여기까지 나르는 건 어떡하고?”

[츠바사] : “체력적으로 마이를 빼고 여자 애들은 일단 힘들......”

[마이] : “뭣이!”

[츠바사] : “꾸엑!”

[마이] : “누가 괴력녀라는 거야! 누가!”

[츠바사] : “바 방금 스스로 증명을......”

 

두 사람의 행동에 다들 쓴 웃음을 짓는다.

 

[토모에] : “내가 봐도 확실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토모에] : “아까 이야기를 생각해보면 대체적으로 비슷한 시간에 납치되었잖아.”

[토모에] : “드라마에서처럼 약물을 먹인 손수건에 입을 틀어 막힌 기억은 없으니까 가스 같은 게 아닐까 하는데......”

[토모에] : “어떻게 했든 간에 일개 고등학생 한 둘이서 저지를 수 있는 범죄가 아니야”

[다이스케] : “적은 하나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건가? 긴장 좀 해야겠네”

[사쿠라] : “그러네”

[유지] : “그래...... 헉! 뭐지?”

[다이스케] : “왜 그러냐 유지?”

[유지] : “뭐가 붙어 있는데......”

[다이스케] : “뭐라고 적혀 있는데?”

[루나] : “나 안보여......”

[유지] : “아 알았어. 떼낼 테니까 기다려봐”

 

그 문장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버터플라이 개최 통지’

‘제군을 버터플라이 게임 참가자로서 초대한다’

‘게임의 승자에게는 제군들이 간절히 원하고 있을 상품이 준비되어 있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바람’

 

[리리코] : “버터플라이 게임......?”

[루나] : “상품이라니......”

 

‘이 앞에 게임 회장을 마련했다’

‘회장에 입장하는 것을 참가의지의 표명으로 받아들이겠다. 또한 게임의 상세한 내용은 회장 내에서 통지한다’

‘참가의 권리는 제군 개개인에게 주어진다. 숙고 바람’

‘단, 다음 사항에 유의할 것’

 

이어지는 문장에

나는 그만 눈을 돌리고 말았다.

 

[다이스케] : “금일 24시까지 참가 의사를 표명하지 않을 경우 참가 거부로 간주하여......”

[사쿠라] : “제군의 체내에 투입한 치사성의 독약 캡슐을 파괴하겠다......!?”

 

치사성의 독약이라니?

즉, 참가거부는 곧 죽음이라는 것......인가?

아니,

그것보다

 

[다이스케] : “다들, 캡슐 같은 게 몸에 들어있는지 느껴져?”

[유지] : “아니, 그런 느낌은......”

 

모두들 불안한 듯 전신을 더듬기 시작한다.

그것은 생각보다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잘 살펴보니 그것은 봉합자국이었다.

 

[유지] : “젠장!”

 

유지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다이스케] : “이걸로 거의 확실해졌군”

[다이스케] : “참가를 거부하면 몸속에 박힌 독이 우리를 죽이겠지”

 

죽인다?!

실감을 동반하여 발생되는 경우, 이렇게 무서운 단어가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다이스케] : “무슨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다이스케] : “도대체 우리를 뭘로 보는 거야!”

 

내 주먹은 그만 벽면의 파이프를 힘껏 후려치고 있었다.

 

[유지] : “진정 좀 해라 임마. 답지 않게 왜 그러냐!”

[레이] : ‘제발 진정하세요!’

 

레이는 걱정된다는 얼굴을 하고 만년필과 스케치북과 그 시선으로 나를 말리고 있다.

 

[츠바사] : “아나~ 날뛰는 건 보통 유지가 할 일이지”

[츠바사] : “다이스케 넌 목을 매어말리는 역이고. 정신 좀 차리자”

[다이스케] : “다들 미안해......”

[유지] : “오냐”

[레이] : ‘괜찮아요’

 

그리고, 리리코는 조용히 다가왔다.

내 손을 잡더니, 손수건으로 솜씨 좋게 말아간다.

다 말고서야 겨우 날카로운 고통이 실감나게 느껴져온다.

 

[다이스케] : “미안 더러워졌네”

[리리코] : “괜찮아요. 집에 돌아가면 깨끗이 빨아서 돌려줘요”

[리리코] : “대신 또 벽을 치고 그러면 혼내줄 거에요!”

 

정신차리자.

나는 스스로를 질타하며 호흡을 가라앉혔다.

 

[다이스케] : “그럼 가자”

 

...

......

.........

 

길게 이어진 일방 통로는 좀처럼 끝을 보이지 않았고, 시간은 흘러만 간다.

다행히 츠바사의 손목시계로 시간은 확인할 수 있었다.

 

네 번째 휴식 중.

걷기 시작해서 대략 한 시간 정도가 지나려고 하고 있다.

 

[토모에] : “다이스케 잠깐만”

[다이스케] : “왜?”

[토모에] : “루나는 더 못 걸을 것 같아. 많이 힘든 것 같기도 하고...... 혼자 두고 가라는 소리까지 하네”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한다.

 

[다이스케] : “좋아쓰 까짓것 내가 업지 뭐”

[토모에] : “다이스케! 잠깐 이야기 좀 하자.”

[토모에] : “지금 다들 꽤나 짜증이 나 있거나 히스테리 상태에 빠져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불안하다는 감정이야”

[토모에] : “그게 당연하겠지만... 자기가 죽을지도 모를 상황이잖아”

[토모에] : “그런 와중에 다이스케 만은 좀 달라. 친구들을 가장 먼저 생각하고 있는 것 같고 솔선해서 움직이는 행동력도 있어”

[토모에] : “그렇기에 다이스케는 지금 우리의 리더라고, 리더는 무엇이든 자기가 직접 하는 게 올바른 역할이 아니야”

[다이스케] : “그래도......”

[토모에] : “계속 들어”

[토모에] : “넌 항상 희망을 가지고 우리에게 지시를 해줘. 그걸로 우리는 불안감을 털어내고 행동할 수가 있으니까”

 

리더... 내가?

 

[토모에] : “지금은 다이스케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는 게 모두에게 있어 가장 위안이 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

 

내가 리더가 될 재목이 못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럴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자.

 

[다이스케] : “땡큐”

[토모에] : “어?”

[다이스케] :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걸 가르쳐 줘서 그래서 고맙다는 거야”

[토모에] : “그래 부탁할게”

 

다시 다정함이 깃든 격려의 목소리에 나는 모두를 향해 말했다.

 

[다이스케] : “자! 잠깐 얘기 좀 하자”

[다이스케] : “루나가 이제 슬슬 많이 힘들어 하는 것 같은데, 그래도 나는 이 앞길 다 함께 해쳐 나갔으면 좋겠거든”

[사쿠라] : “먼저 탐색조를 보낼 생각은 없나 봐?”

[다이스케] : “탐색조가 다녀오는 시간을 아깝게 소비하고 싶지도 않고, 또 만에 하나 무슨 사고라도 생긴다면 정말 면목이 없잖아”

[다이스케] : “그러니까 앞으로 루나는 업고 가자. 토모에랑 마이에게 부탁할게”

[토모에] : “알았어”

[마이] : “맡겨주세욤”

[츠바사] : “힘들면 걱정말고 얼마든지 이야기 해, 토모에”

[토모에] : “너에게 만큼은 죽어도 안 넘겨줘!”

[리리코] : “어머나~ 큰일이네”

 

무겁던 공기가 조금은 누그러졌다.

그리고, 토모에가 루나를 업고서 우리는 다시 길을 나섰다.

...

......

.........

 

[유지] : “어이~ 루나의 가슴에 관심을 가지는 경박바보”

 

유지가 선두에서 갑작스레 말을 꺼냈다.

 

[츠바사] : “Why?"

[다이스케] :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면 안 되지!”

[츠바사] : “물론이고 말고. 그보다 나는 여기 있는 여성 전원의 가슴에 관심이 있지”

[츠바사] : “그래서 뭔데? 이런 먼지투성이인 데서 계속 입을 열었다간 내 미성이 상하잖아”

[유지] : “아~나 헛소리 그만하고. 지금 시간이나 말하고 그냥 입 다무세요”

[츠바사] : “아~ 오케이. 어디 잠만 잠만. 이 몸의 초고급손목시계에 의하면 말이지......”

[츠바사] : “23시 5분이네”

[리리코] : “저기~ 시간하니까 생각났는데요”

[리리코] : “오늘 며칠이죠?”

[다이스케] : “며칠이라니... 그야 8월 2일......”

[다이스케] : “츠바사! 시계에 날짜도 떠?”

[츠바사] : “아니. 싸구려라서”

 

어깨를 움츠리는 츠바사.

듣고 보니 우리가 잡혀온 당일이라고 보장할 수 있는 정보는 전혀 없다.

그러기는커녕, 츠바사의 시간이 확실한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다이스케] : “좋아. 괜한 잡생각은 접어두고 일단 가자”

[다이스케] : “게임의 주최자도 개시하기 전에 전멸해버릴 만큼 터무니없이 시간을 성정하지는 않았겠지”

 

어쨌든 간에 일단은 앞으로 향하려고 하던 찰나.

 

[유지] : “전멸시킬 생각도 있나 본데?”

 

새로운 벽보다.

 

‘버터플라이 게임 회장까지 앞으로 한 시간’

또라이 아냐? 이 지하통로 만든 자식......!

 

[토모에] : “다이스케. 이제 여유부리고 있을 수는 없겠어”

[다이스케] : “그래. 걸음을 좀 더 재촉해야겠는걸”

[다이스케] : “유지~ 토모에와 교대해줘. 루나를 부탁할게”

[유지] : “오케이”

 

우리는 남은 힘을 다해 앞으로 향했다.

 

거의 달리다시피 하여 행렬을 이어간다.

[다이스케] : “츠바사! 시간은!”

[츠바사] : “23시 48분! 남은 시간이 15분도 안 돼!”

[사쿠라] : “하아 하아 하아...... 더는 못 가겠어......!”

[유지] : “저기다! 출구가 보인다!”

 

고대하던 단어를 유지가 입에 올렸다.

 

[유지] : “계단 같은데... 올라갈까!?”

[마이] : “얼른 올라가자! 이제 시간이 없어!”

[다이스케] : “그래 다들 서둘러! 발 조심들 하고!”

 

우리는 계단에 쇄도하여 노도와 같은 기세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끝의 문을 빠져

 

나간 그곳에서 모조리 쓸어지듯 무릎을 꿇었다.

 

[다이스케] : “뭐야 여기?!”

 

해체중인 폐빌딩의 내부 같다고나 할까.

 

[다이스케] : “병원......?”

 

케이코가 살아있었을 무렵, Y시 중앙의 큰 병원에 자주 드나들었기에 짐작이 갔다.

틀림없다. 이곳은 병동이다.

문은 1, 2, 3, 4...... 10개.

하지만, 그 중 하나에는 검은 스프레이로 ‘봉쇄’라고 큰 글씨로 쓰여있다.

그리고, 우리가 들어온 문. 그 반대편에는...... 내려가는 계단이 있는 것 같다.

숨 돌릴 틈 같은 건 줄 생각도 없다는 듯 어디선가 목소리가 울려왔다.

 

[??] : “먼 길 오느라 수고가 많았다”

 

보이스 체인저를 통한 목소리라 그 주인을 특정하긴 힘들었다.

 

[유지] : “네 놈이냐! 우리를 이리로 끌고 온 게”

[유지] : “우리를 끌고 온 목적이 뭐냐!?”

 

그 목소리에 대답하기 위해서 어쩌면 그와는 상관없이, 다시 한 번 수수께끼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 “지금부터 제군은 버터플라이 게임을 진행해주길 바란다”

[다이스케] : “참 나! 또 게임 타령이군!”

[사쿠라] : “흐응...... 거기다 작명 센스도 좋지 못한걸”

 

분노에 힘입어 야유를 날리는 우리들.

 

[??] : “말을 조심하는 게 어떤가. 우리는 제군의 목숨을 쥐고 있다”

[??] : “전원~ 버터플라이 게임에 대한 참가 의사가 있다는 것으로 간주하여, 지금부터 게임을 개시하도록 하겠다”

[??] : “시간이 없으니 짧게 이야기하지”

[??] : “로비를 둘러 바깥쪽에는 9개의 방이 있을 것이다”

[??] : “방은 1인 1실. 2인 이상이 한 방을 이용하는 것은 허가되지 않으니 그에 대해 나쁘게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

 

무슨 소릴 하고 있는 거지......?

 

[마이] : “잠깐 스톱! 여긴 몸이 안 좋은 애가 하나 있단 말이야! 병 때문에 식사 제한까지 하고 있다구!”

[마이] : “지금 게임 같은 걸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란 말야!”

 

그러나,

 

[??] : “제군에게는 질문할 권리가 없다”

[??] : “오전 0시까지 앞으로 3분”

[??] : “본 게임의 가장 기본적인 규칙 하나를 알려주지”

[??] : “매일 밤 0시에 모든 방은 폐쇄된다”

[??] : “그 때까지 입실하지 않은 자는 규칙을 위반한 것이 되어”

[??] : “체내의 독약 캡슐이 파괴되어 사망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명심하도록”

[??] : “1인 1실이라는 것을 절대로 잊지 않길 바라며”

[??] : “이만! 좋은 밤이 되길”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본다.

너무나 일방적으로 간단하게 고하는 선언에 판단력이 따라가질 못한 것이다.

 

[리리코] : “저...... 여러분?”

[리리코] : “이제 시간이 없지 않나요?”

[다이스케] : “츠바사! 시간은!?”

[츠바사] : “2분도 안 남았어!”

[다이스케] : “다들 일어나! 방에 들어가자!”

[유지] : “쳇...... 결국 시키는 대로 해야하나!”

[토모에] : “망설일 시간 없어!”

[마이] : “어어어어어느 방에 들어가지 응!?”

 

크윽, 지친 탓인지 다들 행동력과 판단력이 둔해져있다!

게다가......

 

[루나] : “못...... 일어 나겠어......”

 

피로가 한계에 다다랐는지 루나는 거의 바닥에 넘어져 있고

 

[사쿠라] : “괘 괜찮아, 아무 것도 아냐. 다리 풀린 거 풀린 거 아니거든......”

 

사쿠라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주저 앉아있다.....!

 

[츠바사] : “됐으니까 일단 방에 들어가자 다들!”

[토모에] : “누가 좀 누가 좀 도와줘. 루나를 데려가야!”

[리리코] : “아! 어 어떡하죠...... 꺅!”

 

거기다 리리코가 박스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곤란한데.

방에 들어가는 것, 고작 그것뿐인데 다들 패닉 직전이잖아!

 

[레이] : ‘!’

 

더보기
[레이] : (다 다이스케 선배! 얼른 도망가요! 우 우리들만이라도 같이......)

 

레이가 갑자기 소매를 잡아끈다. 쓰지 않고서는 대화가 안 된다. 하지만, 그 진지한 표정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알 수 있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 돼요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아서

 

[다이스케] : “유지! 사쿠라를 그 방으로! 그 다음 넌 그 옆방이다!”

[유지] : “!”

 

사고와 입이 그 능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다이스케] : “마이 토모에, 루나와 저 방으로! 그리고 나서 각각 옆방으로 가!”

[다이스케] : “츠바사~ 리리코를 도와줘! 어 그러니까... 저 방으로! 넌 그 옆방!”

 

호명당한 동료들은 하나같이 한순간 눈을 크게 떴다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행동에 들어갔다.

 

[츠바사] : “리리코! 괜찮아!?”

[리리코] : “예 예에, 다치지는 않았어요......!”

 

츠바사가 어깨를 빌려줘서 리리코와 방 안으로 향한다!

 

[마이] : “토모에~ 가자!”

[토모에] : “그래!”

[루나] : “으우으......”

 

축 쳐져 있는 루나의 몸을 둘이서 들어올려 마이와 토모에도 움직이기 시작한다.

 

[사쿠라] : “이 일어 우윽~ 일어나야 아~ 아윽.”

[유지] : “자자. 정신 바짝 차리라고, 사쿠라. 하나 둘!”

[사쿠라] : “응? 꺄아악! 뭐뭐뭐뭐하는 거니 유지! 하 하지마! 창피하잖아!”

 

유지는 무시무시한 근력으로 사쿠라를 난폭하게 안아 올리더니 내가 가리킨 방으로 향했다.

 

[다이스케] : “레이. 미안해. 제일 마지막이 되었네”

[다이스케] : “저 방이 남았는데, 갈 수 있겠어?”

[레이] : “......”

 

더보기

[레이] : (......나도 참 무슨 생각을 한 거지)

[레이] : (오빠가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고 있을 때, 어쩜 이리도 제멋대로......)

[레이] : (......역시 이런 생각은 좋지 못해. 이런 생각은 파멸을 부를 거야......)

 

레이는 잠시 딴 생각을 하는가 싶더니

 

[레이] : “!”

 

스케치북을 한 장 떼어내어 내게 내밀었다.

그리고는 꾸벅 고개를 숙이더니, 다급히 방으로 들어갔다.

 

[다이스케] : “뭐지......?”

 

완전히 구겨진 종이에는 간단한 메시지가 남아 있다.

 

고마워요

미안해요

 

[다이스케] : “......”

 

또...... 또, 사과를 하는군.

아니, 잡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나도 방으로 들어가야지.

그렇게 생각하고 돌아섰더니

 

[다이스케] : “토모에!? 아직 안 들어갔어!”

[토모에] : “아니 그......”

[토모에] : “왠지 그... 먼저 들어가 있자니 미안해서......”

[토모에] : “덕분에 살았어 다이스케. 네가 지휘하지 않았더라면 큰일이 났을지도 모르겠어.”

 

토모에...... 진짜 의리 있는 녀석이다.

 

[다이스케] : “이게 다 통로에서 토모에가 준 충고 덕분이지”

[토모에] : “그래. 이렇게라도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다.”

 

 

자조적이게까지 느껴지는 토모에의 이 표정은 나는 본 적이 없다.

[다이스케] : “무슨 소리야? 토모에는 언제나 활약하고 있잖아. 특히, 루나가 토모에를 얼마나 든든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토모에] : “딱히 칭찬받을만한 일은 아니야.”

[토모에] : “이럴 때 할 소리는 아니지만, 언제고 다이스케가 들어주었으면 하는 이야기가 있어”

 

더보기

[토모에] : (......이렇게 과대평가 받는 것도 편치 않으니까)

[토모에] : (언젠가 내 지저분한 과거도 모두들 알아줬으면 좋겠어)

[토모에] : (그렇지만...... 역시 무서우니까, 제일 먼저 다이스케가 들어주길 바라......)

 

[토모에] : “언제 한 번 이야기를 들어줘”

[다이스케] : “어~ 그래”

[토모에] : “고마워...... 그나저나, 레이 쟤도 제법 불안한 녀석이네”

 

뭐?

 

[토모에] : “그럼 간다”

 

내가 의문을 표하기도 전에 짧은 인사와 함께 토모에는 방으로 사라졌다.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었던 거지?

레이의 메모와 토모에의 말.

마음에 걸리는 두 과제를 끌어안은 채, 나는 마침 그 둘의 사이에 있는 방에 들어갔다.

 

[다이스케] : “으......”

 

추위를 느낄 정도로 냉방이 강하다.

로비와 마찬가지로 음산한 형광등의 불빛.

녹이 이는 철제 선반. 위쪽 단에는 캔과 즉석식품 팩 몇 종류가 쌓여있다.

아래쪽 단에는 무지 큰 응급상자가 비치되어 있다. 도대체 어디 쓰게 할 셈이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내 등 뒤에서 달그락 소리가 났다.

잠긴 모양이다. 손잡이를 돌려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방송에서는 24시가 방에 들어올 수 있는 제한시각이라고 말했다. 지금 막 24시가 되었고, 그 시간을 지나면 문이 잠기는가보다.

사무용 책상 위에 있던 노트북은 흔히 볼 수 있는 기하학적인 일러스트를 배경화면으로 깔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화면이 변화했다.

뭐 뭐지......!?

 

전용모드

본 화면은 해당 방이 폐쇄되면 기동합니다

(통상 기능 + 개별능력 사용 가능)

 

화면에는 그런 문자가 표시되어 있다.

전용모드......?

난데 없이 무슨 소리람......

그리고는 또 다시 마음대로 화면이 바뀌었다.

 

역할의 결정

당신의 역할은 [공유자]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각 역할설명서 참조바람)

 

그런 문자와 함께 1장의 일러스트가 표시된다.

마주 보는 두 마리의 나비.

호랑나비다.

 

버터플라이 게임.

이제야 겨우 나비가 나왔나 싶었는데......

[공유자]라니, 그게 뭐지?

그러더니 화면상에 문자는 사라지고, 나비의 일러스트가 물에 번지듯 희미해졌다.

그리고...... 그것을 배경으로 화면에는 세 개의 아이콘이 나타났다.

 

* 버터플라이 게임에 관해(HELP)

* 고발용 윈도우

* [공유자] 툴

 

이 세 개다.

이건...... 이 기능들을 이용하라는 의미인가.

또 다시 시키는 대로 하게 되는 것은 기분이 나쁘지만, 지금 게임에 대해 상세히 알아두지 않으면 앞으로 여러모로 곤란할 것 같다......

잠시 망설였지만 나는 자리에 앉아 노트북 조작을 시작했다.

HELP아이콘을 선택하니 항목일람이 표시되었다.

‘처음’을 선택하여, 그 내용을 표시하게 했다.

표시하게 했는데......

 

제군은 “버터플라이 게임”이라고 명명된 이 유희에 초대되었다.

이 유희에서는 8명 중 한 명의 플레이어에게 [주모자]라는 역할이 주어진다.

[주모자]는 7일 안에 다른 플레이어를 모두 죽여야만 한다.

 

[다이스케] : “뭐......???”

 

다른 플레이어는 살해당하기 전에 [주모자]를 찾아내 [고발]해야만 한다.

[주모자]뿐만 아니라, 플레이어 전원에게는 [00자]라는 식의 역할이 주어져 있다.

그러나, 알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역할 뿐이다.

타인의 역할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심문, 추리, 직감이라는 불확정요소에 기댈 수밖에 없다.

평소 쌓아 온 우정과 신뢰를 십분 발휘하여, 이 유희를 즐겨주길 바란다.

게임마스터로부터.

 

......

무......

무슨 소리야! 죽여야 한다니......

몇 번이고 확인했지만, 그 문자는 바뀌지 않는다.

 

죽여야 한다.

죽여야 한다.

죽여야 한다.

 

머리에서 웅웅 울리는 그 단어를 애써 지우며, 나는 계속해서 읽어 나가기로 했다.

이 게임은 우리를 뭘로 보고 있는 거지.

무엇을 기준으로 규칙을 이행시키려 하는지

나는 그것을 알아야만 한다.

...

......

.........

 

HELP 확인

 

https://maruseol-a.tistory.com/96

 

HELP - 규칙 설명

그대들은 ‘버터플라이 게임’이라고 명명된 이 게임에 초대되었다. 이 유희에서는 8명 중 한 명의 플레이어에게 [주모자]라는 역할이 주어진다. [주모자]는 7일 안에 다른 플레이어를 모두

maruseol-a.tistory.com

 

20분 정도에 걸쳐 몇 번 반복해 가며, 전부 읽었다.

젠장...... 대충 이해는 했다만......!

이게 진심이라면......

이 게임은

완전히 저질이다......!

 

 

 

[레이] : “......”

 

[사쿠라] : “뭐야... 이게......”

 

[리리코] : “어떡해......”

 

[유지] : “장난하냐 젠장!”

 

[츠바사] : “이 이럴 수가......”

 

더보기

[츠바사] : (버터플라이 게임에 내가 휘말릴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츠바사] : (아빠가 하고 있는 걸 알고는 있었다. 지금까지 수십회나 행해져 온 게임의 기록이나 영상도 몰래 봤고)

[츠바사] : (그렇지만 그 일도 내 인격도 아빠에게 들키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츠바사] : (내 역할이 [주모자]라. 이게 우연인가? 아니...... 내 본성을 간파했기에 선정해둔 게 틀림없어)

[츠바사] : (훗, 어차피 손바닥 위라 이거지)

[츠바사] : (......뭐 좋아. 해보지)

[츠바사] : (언젠가 이 어수룩한 녀석들에게는 세상의 진실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려고 했으니까)

[츠바사] : (특히 다이스케. 행복해 죽겠다는 네 표정이 불신과 절망으로 새카맣게 물드는 모습을 생각하니...... 하하하~ 나쁘진 않은데!)

[츠바사] : (좋아 뭐. 반드시 살아남아서 절망에 물든 녀석의 얼굴을 보고 말 테다!)

 

[루나] : “이건......”

 

[마이] : “흐음 흐음. 그렇구만”

 

더보기

[마이] : (일단 나중에 심판 권한으로 문의해봐야겠는걸)

 

[토모에] : “어째서...”

 

더보기

[토모에] : "어째서... 역할의 설명이 없는 거지?!"

[토모에] : "내 능력은 도대체 뭐야!?"

 

[다이스케] : “......”

 

머리를 긁적이고,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에 적혀 있는 것이 진짜라면 지금 아둥거려 봤자 어떻게 될 문제가 아니다.

세세한 규칙이 많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단순한 게임이다.

사무용 책상에는 메모장과 펜이 붙어 있었다. 나는 거기에 요점을 정리하기로 했다.

 

1. [주모자]로 선정된 자에게는 가슴 속 독 캡슐과 같은 독약이 든 주사기가 8대 주어진다. 이것은 언제 사용하든 상관없다.

2. [주모자]는 매일 밤 한 사람을 선택한다. 선택된 이와 [주모자]의 방문만 개방. [주모자]는 선택한 자를 독살할 수 있다.

3. [주모자]를 제외한 인원이 1명이 된다면 그 시점에서 [주모자]가 승리가 인정되며, 남은 1인이 패배.

4. 기간은 실질적으로 7일. 오늘 = 1일째의 밤. 7일째의 밤이 밝아, 8일째가 되는 아침에 [주모자]가 승리하지 못하면 [주모자]는 패배

5. [주모자]가 다른 플레이어에게 정체를 들켜, 고발 당하는 경우 [주모자]의 패배.

6. [주모자]가 패배한 경우, 생존자 전원이 승리하게 된다.

7. 패배 = 죽음. 죽음 = 패배.

8. [고발]에 실패하면 패배.

9. 타인의 방에 있는 상태에서 문이 폐쇄되면 패배.

10. 비품을 고의적으로 파괴하면 패배.

11. [배신자]임을 밝히면 패배.

12. 밤 (0시부터 7시까지)는 전 개실 폐쇄. 이 시간에 방에 없으면 패배. (항목 2에 해당하는 [주모자]가 밖으로 나오는 경우는 제외)

 

이정도면 됐나.

[주모자]가 모두 죽이기 전에 [주모자]를 찾아라. 이게 기본이다.

[주모자]의 독약에 의한 죽음 이외에는 가슴에 투입된 독 캡슐에 의해 살인이 이루어지는 모양이다.

이 모든 것에 대한 판단한 곳곳에 숨겨진 감시카메라에 의해 행해지는 것 같다.

지금도 보고 있다는 것이겠지.

그렇지 않아도 마음에 들지 않던 방이 한층 더 기분 나빠졌다.

가득 메워진 메모용지를 떼어 내려고 했지만...... 어째 질기다.

이것도 같이 구비되어 있던 페이퍼 나이프로 떼어낸다. 날은 좀 둔했지만 깔끔하게 잘라낼 수 있었다.

무기로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군.

......

 

아니, 잠깐만.

지금 무슨 생각을 한 거지 나는.

이걸 써서 찾아온 [주모자]를 죽이기라도 하겠다는건가?

무슨 헛소리야......

그 이전에 매우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

우리 중 누군가가 [주모자]가 된다 해도 그 녀석이 게임을 위해 살인을 하려고 할까?

도저히 그럴 리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사람을 죽이지 않는 한 [주모자]는 8일째에 죽는다.

그걸 안다 해도 당장에 죽는 게 아니라면 갑자기 사람을 죽일 결심을 하지 않아도 되겠지.

 

나라면 죽이지 않는다.

[주모자]라는 것을 밝히고 마지막까지 죽이지 않고 버티고 버텨서, 다 같이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할 것이다.

그래도 안 된다면......

차라리 내가 죽는 것을 선택하련다.

친구를 죽이는 것 보다는 자기가 죽는 게 만 배는 낫다.

 

평소 쌓아 온 우정과 신뢰를 마음껏 발휘하여, 이 유희를 즐겨주길 바란다.

 

게임 마스터라는 녀석은 그런 소리를 하고 있다.

밉살스러울 정도로 비웃는 대사였다.

하지만, 우리가 서로를 죽이는 일은 없다.

반드시 살아남아 여기서 탈출해 주지.

그런데, 규칙에 의하면 [주모자]가 선택한 녀석의 문이 열리는 건 새벽 1시였던 것 같다.

노트북에 표시된 시계는 0시 30분을 가리키고 있다. 아직 시간이 남았군.

시간이 있을 때 역할에 대해서도 정리해두자.

 

1. [공유자] 2인. 다른 한 사람의 [공유자]를 알 수 있고, [공유자]간의 채팅을 할 수 있다.

2. [진단자] 누구 한사람을 선택해, 그 역할을 알아 낼 수 있다. 단,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한 번 뿐.

3. [수호자] 매일 밤 누군가 하나를 선택한다. 그가 그날 밤 누군가를 선택했을 경우, 선택받은 자의 문은 열리지 않는다.

4. [교환자] 매일 밤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자신의 대타가 될 누군가를 선정하면 그날 밤 타겟이 된다.

5. [배신자]는 [주모자]의 꼭두각시. 하룻밤에 한정되지만 어기면 죽게 되는 명령을 게임 개최 중에 5회까지 [주모자]로부터 받게 된다.

6. [은둔자] 독약과 치료약을 하나씩 소유. 어느 하나를 사용하던 4인이 남을 때 까지 살아남는다면 승리.

7. [주모자] 독약을 8개 소유. 매일 밤 타겟을 선택. 2인 이하가 되면 승리.

 

대충 됐군.

그밖에 세세한 부분에 있어 신경 써야 할 것은......

 

[배신자]는 [주모자]를 고발할 수 없다.

자신이 [배신자]라는 것을 타인에게 알리면 사실 여부에 관계없이 사망. [배신자]인가에 대한 질문에 긍정을 해도 사망.

[수호자]나 [교환자], [주모자]는 밤이 되지 않으면 능력을 사용할 수 없다.

[주모자]가 [교환자]를 타겟으로 했으나 반대로 [교환자]가 [주모자]를 대타로 삼을 경우 [주모자]가 죽는다.

 

이 정도인가.

잊었을 땐 HELP를 읽으면 되겠지.

참고로 [고발]이라는 것은 ‘네가 주모자다’ 라고 단정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면전에서 그리 말하건 노트북에서 ‘고발용 윈도우’로 플레이어를 선택하건 [고발]한 행위로 인정되는 모양이다.

더욱이 누군가의 몸을 수색하는 행위도 [고발]로 간주된다고 한다.

즉...... 주사기를 들고 다닐 법한 녀석을 조사해서, 증거를 잡아 [고발]을 하겠다는 생각은 접어야 한다.

조사하는 순간, [고발]한 것이 되니까.

 

나는 볼펜을 내버려 두고, 지저분한 천장을 올려다봤다.

나는 이런 종류의 게임을 잘 하진 못한다.

격투게임이라면 유지에게도 지지 않고 RPG도 제법 하고 있지만, 이런 너저분하고 불화를 낳을 것 같은 게임은 좋아하지 않는다.

뭐 별 문제야 있겠어.

오늘 죽는 사람이 나오지는 않을 테니까. [주모자]를 뽑은 녀석은 좀 힘들겠지만......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지.

나는 문득 자신의 역할에 관해 깜빡 잊어버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참. 나는 [공유자]였지.

그렇다는 건, 다른 한 [공유자]가 있어 그 녀석과 채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된다.

 

나는 HELP를 눌렀다.

* [공유자] 툴

이 아이콘이다.

아무래도 이 아이콘은 문이 잠기고 방이 밀실이 되어 있는 시간에 한해 나타나는 모양이다.

지금은 밤이니까 잠겨 있다.

또한, 간단히 눌러 잠그는 것도 가능해서 낮에 능력을 사용하고 싶을 경우에는 문을 잠그면 된다.

 

잠깐만.

내가 요약한 규칙메모의 9조.

 

‘타인의 방에 있는 상태에서 문이 폐쇄되면 죽음’

그렇군.

예를 들자면 누군가 다른 사람이 내 방에 있어서, 내가 이 화면을 보여주겠다고 해놓고서 문을 잠근다.

그러면 상대는 죽는다.

즉, 이 화면은 절대로 남에게 보여줄 수가 없다.

그래서 ‘전용모드’라는 건가.

타인에게 역할별 화면을 보여줄 수 없다는 건, 물증이 없기 때문에 전적으로 타인의 발언을 믿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군.

내가 [공유자]라고 하든 [진단자]라고 하든, 아무도 그걸 증명할 수 없다.

정말이지 불쾌한 규칙이다.

 

그게 어쨌든 간에 나는 일단 [공유자]의 능력을 사용하기로 했다.

어쩌면 다른 한 [공유자]가 나를 이미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아이콘을 선택하여 [공유자]툴을 가동했다.

......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심플한 윈도우가 열렸다.

 

[다이스케] : “아......”

 

그만 목소리가 세어 나왔다.

윈도우의 옆에 자그맣게 표시된 문자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공유자] 타카세 레이님은 현재 로그인 상태입니다’

 

레이가 [공유자]였구나......

더듬더듬 서투른 손놀림으로 키보드의 문자를 누르려고 하는데......

 

[레이] : 다이스케 선배. 저 레이에요. 아시겠어요!?

[다이스케] : 응 레이

[다이스케] : 거긴 별 일 없어?

[레이] : 저는 괜찮아요...... 그보다...... 다이스케 선배! 규칙은 다 읽으셨어요?

[레이] : 이런 게... 이런 게 어딨어요! 저희에게 서로를 죽이게 하려는 거잖아요!

 

글에서는 분노나 공포 그리고 무엇보다 공황에 빠져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다이스케] : 그래 봤어. 진짜 너무하지. 그렇지만 괜찮을거야, 일단 오늘은 별 일 없겠지. 게임 마스터의 의도대로는 되지 않을 거야

[레이] : 예?

[레이] : 의도대로 되지 않을 거라니, 무슨 뜻이에요?

[다이스케] : [주모자]는 우리를 죽이지 않으면 안 되겠지. 그렇지만 우리 중 누가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다이스케] : 나는 우리들에 대해 나름대로 알 만큼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다이스케] : 그러니까 누가 [주모자]이건 간에 친구들을 죽일 수는 없을 거야

[레이] : 그럴까요......?

 

[다이스케] : “그렇고말고”

 

문득 입으로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같은 내용을 타이핑했다.

 

[다이스케] : 걱정할 필요 없어. 레이

[다이스케] : 우리가 생각하는 건 [주모자]가 된 녀석을 어떻게 해야 도울 수 있는가 하는 거야

[다이스케] : 내일 방에서 나가면 일단 [주모자]에게 스스로 밝혀달라고 하자

[다이스케] : 그래서, 8일이 되기 전에 여기에서 탈출할 방법을 생각하는 거야

[레이] : 그렇게 된다면 좋겠지만......

 

납득하지는 못한 모양이다.

레이는 우리가 이런 상황에 빠졌다고 해서 그렇게 쉽게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일단 사람을 죽인다는 것 자체에서부터 커다란 허들이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죽일 상대가 잘 알고 있는 더욱이 친한 친구란 말이다.

불가능 하지 않나. 그냥 평범하게 생각해서......

 

[레이] : 그런데...... 다이스케 선배! 알고 있나요?

[다이스케] : 뭐 말이야?

[레이] : 역할의 숫자 말예요.

 

숫자?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

 

[레이] : [주모자] [수호자] [교환자] [배신자] [진단자] [은둔자] 그리고 [공유자]가 둘......

[레이] : 다 해서 8명이에요

[레이] : 숫자가 안 맞아요

 

아! 이제야 이해를 했다.

잠깐! 그럼 어떻게 되는 거지?

 

[다이스케] : 나 레이 사쿠라 유지 마이 루나와 토모에 츠바사 리리코...

[다이스케] : 우리는 9명이지

[다이스케] : 즉, 누군가 하나 능력이 없는 녀석이 있다는 얘긴가?

[레이] : 그럴 수도 있겠네요...... 혹은 여기에 기록되어 있지 않은 능력이 있거나.

 

아니, 숫자에 맞지 않다는 것은 조금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는 것이니, 그럴지도 모르겠군.

 

[다이스케] : 뭐 짐작이 되는 거라도 있어?

[레이] : 그러니까요...... 예를 들면 랜덤으로 선택된 다른 누군가의 능력을 카피할 수 있다거나......

[레이] : 혹은 애당초 플레이어가 아니었다거나......

[다이스케] : 무슨 소리야?

[레이] : 아 아뇨. 아무 것도 아니에요. 그냥 잊어주세요!

 

애당초 플레이어가 아니였다거나......?

정말이지 레이는 의미심장한 소리를 너무 많이 해서 탈이다.

 

그런데 갑자기...

노트북의 화면이 검게 변했다.

 

[다이스케] : “어......?”

 

왜 이래? 망가진 건가?

그러나, 전원은 제대로 들어와 있는 것 같았고, 검게 변한 모니터에 노이즈가 몇 번이고 지나간다.

불시에 모니터는 무언가 영상을 표시했다.

 

[다이스케] : “뭐야 이거......”

 

화면 가득히 찬 영상은 화질이 좋지 못한 비디오카메라로 찍은 듯 했다.

암시영상이라도 되는 건가.

화면은 어둡고 묘하게 녹색 빛을 띠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곳에 비치고 있었던 것.

 

더보기

[토모에] : "어떻게 이럴 수가......"

머리를 끌어안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게임이 어떻든 간에 처음부터 기분 나쁜 예감이 들었지만, 설마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규칙이라고는......

나는 게임 같은 것은 잘 못한다.

누가 유리하고 어떡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지 하는 그런 것은 잘 모른다.

다만, 나라도 하나 알고 있는 것이 있다.

특수한 상황에서 인간의 내면은 너무나도 쉽게 부숴져버린다는 것.

그것이 영구적인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이 게임에서는 충분하다.

극히 한순간의 작은 광기라 할지라도.

정말 살짝 버튼을 잘못 누르는 것만으로도 제 손으로 친구를 해하게 되는 수가 있다.

희망도 없지는 않겠지.

모두가 바보 같을 정도로 솔직히 자신의 정체를 밝혀서 단 한 사람도 죽지 않고 탈출의 가능성을 모색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만, 탈출할 수 없다면?

[주모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하는거야?

이런 공간에서 죽음의 공포에 1주일이나 방치되어 쫓기는 인간에게서 그런 헌신적인 결단을 바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오히려...... 우리는 하나의 바위 같은 집단이 아니다.

서로를 의심하고 미워하고, 분열할지도 모를 요소를 얼마든지 안고 있다.

그런 우리가 광기에 지지 않으리라 어떻게 단언할 수 있을까.

과거, 그 순수했던 광기 속에서 한 동급생의 미래를 빼앗은 나였기에, 낙천적인 전개 같은 건 전혀 예상 할 수 없었다.

 

그나저나.

결국 알 수 없었다.

몇 번을 다시 읽어 보아도.

내가 무슨 역할을 배정 받은 것인지.

문을 잠그면 역할을 포함한 화면이 나타날 터. 아니, 확실히 그런 것이 나오기는 했지만......

 

SMALL WHITE

 

그런 이름과 수수한 나비의 일러스트가 노트북에 나타날 뿐.

이거...... 배추흰나비지?

다른 역할에는 그에 어울리는 나비의 이미지가 설정되어 있는 모양이다.

그렇지만 배추흰나비 같은 건 어디에도 없다.

규칙에 올라가 있지 않은 비밀의 역할인가 생각은 해보지만......

 

배추흰나비라.

어릴 적에 사마귀를 기른 적이 있다.

시골에서 잡은 그 사마귀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서 매일 양배추 밭에 나가서는 배추흰나비를 잡았었다.

어쩐지 그리운걸......

아~ 그나저나 너무 피곤하다. 머리카락도 완전히 푸석푸석하겠지.

하지만...... 쉴 마음이 들질 않는다.

 

이제 곧 1시.

규칙에 의하면 1시는 [주모자]가 움직이는 시간......그렇게 생각하고, 시계를 보았다.

5분 전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좋으련만.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날카롭게 쉬익~ 하는 소리가 들려온 것은.

튜브나 타이어에서 바람이 빠질 때 나는 것과 같은 소리다.

무슨 일인가 싶어 주변을 둘러본다.

 

이런......! 방안에서 하얀 연기가 차오르고 있다!

재빨리 손으로 입을 막기는 하지만...... 뭐지 이 연기는!

화재...... 아니...... 탄내가 나진 않아......

천정이나 벽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것들은 액체인양 물결치며 천천히 바닥에 깔리기 시작한다!

그냥 보통 연기는 아니다!

무슨 가스 같은 건가...... 나는 당황하며 비어 있는 오른 손으로 하얀 가스를 흩뜨려 봤지만......

 

순식간에 오른 손에서 힘이 빠진다.

 

어?

어떻게 된 거지?

의문을 품은 바로 다음 순간 덜거덕 하는 소리가 들리고,

이내 그것이 내가 바닥에 널브러지는 소리라는 것을 이해했다.

 

뭐야! 왜 이러지?

온몸에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아.

마비가 되어 있지는 않다.

사고도 정상적으로 되고 있고, 눈도 귀도 제대로 반응한다.

그렇지만, 마치 머리와 몸이 떨어져 나간 것처럼 손발도 복근도 목도 움직일 수 없다.

 

[토모에] : "도 으 아 아 아 ㅈ"

 

아......지금 그게......내 목소리야......?

 

[토모에] : "제 에 바 ㅇ"

 

도와줘.

제발 도와줘.

그렇게 말하고 싶은데.

목소리조차 못 내겠어.

마냥 뜬 눈이 불에 덴 듯 따갑다.

그렁그렁 눈물이 맺혀 온다.

어쩐지, 너무나도 비참해서.

큰 소리로 울고 싶은데, 그럴 수도 없어.

머릿속이 완전 엉망이 되어 간다.엉망진창이 되어, 그저 그렇게 있으니.

달칵하고 문이 열리는 것이 보인다.

 

도와줘.

도와줘도와줘도와줘......

 

아아

그렇지만, 괜한 짓이겠지?

이미 나는 깨닫고 있었다.

 

나는

애초에 플레이어조차 되지 못했다는 것을.

 

배추흰나비.

포식자를 위한단지 먹이일 뿐이라는 것을.

 

아아

그래.

 

마이였구나.

아아 아아~

아아.

눈을 보면 알 수 있어.

전혀 망설이지 않고 있구나.

아무리 살려 달라고 한들 소용없겠지.

분명 천벌을 받는 걸 거야.

그런 짓을 해놓고 뻔뻔히 살아 있는 나에 대한.

 

다이스케.미안해.

 

나는 정말 나쁜 놈이야.

 

루나야.미안해 미안해.

 

네게 보여준 다정함으로 나는 자신의 과거를 용서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어.

 

아아.아아.

아아. 아아.

 

살려달라는 소리 같은 건 못하겠어.

 

하지만, 그래도 마지막으로 바라는 것은

 

더보기

[마이] : "하아~"

역할이 발표되었을 때 가장 먼저 생각했던 것은 "이래도 되나" 하는 것.

마이는 운영측인데 도중에 빠져버리는 역할을 맡아도 되는 건가 하는 것.

[은둔자]는 치료약도 가지고 있잖아?

 

아빠 괜찮아?

걔들을 도와줘도 말이야.

 

[PC] : 괜찮다. 마음껏 놀다가 빠져나오거라.

[PC] : 이번 플레이어라면 심판이 없어도 좋은 게임을 해줄 것 같군

[PC] : 어차피 심판이 도움이 되었던 건 딱 한 번 뿐이었지. 무슨 일이 있든 대게는 알아서 해결된다

[PC] : 오히려 초반에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지

[PC] : 4월의 벚꽃처럼 멋진 한 때를 보여다오

 

아하하. 벚꽃이래.

벚꽃은 사기노미야 사쿠라라구요! 마이가 아녜요!

어차피 그냥 말장난이긴 하지만.

 

하아.

전부 그 사람 손바닥 위.

그것도 좀 재미없지.

가끔은 좀 곤혹스러워 하는 것도 보고 싶은걸.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아빠가 분노에 이를 가는 모습을.

그래서 한 일주일 정도 무지무지 놀려 먹어야지.

 

다음으로 생각했던 건, 후딱 일을 끝내야겠다는 것.

첫날밤엔 반드시 하나가 죽게 되어 있거든.

사실 [희생자]는 플레이어라 할 수 없어. 게임의 시작을 알리는 방아쇠나 다름없기 때문에 반드시 죽어.

[주모자]가 쫄아서 손을 대려 하지 않을 경우, 아빠가 스스로 원격조작으로 캡슐을 파괴시켜버려서 말이야.

[희생자]는 반드시 첫날 죽어야만 하니까.

그래서 [수호자]는 [희생자]를 지킬 수 없게 되어 있어. [수호자]의 전용 툴 화면에는 [희생자]이름이 보이지 않게 되어 있거든.

 

지금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건 [주모자] 이외에 [교환자]와 [은둔자]

[교환자]가 스스로 타겟이 되는 경우에 [희생자]는 살 수 있기는 한데......

행동력을 보일 수 있는 플레이어가 그리 쉽게 있을 것 같진 않다.

그래서, [은둔자]는 [주모자] 대신에 처형을 단행할 수 있다는 거지.

즉, 그렇게 [은둔자]는 게임 클리어의 조건에 한발 가까이 서게 되는 것이구.

참고로 [희생자]에게는 약을 사용할 수 없어. 만약에 [희생자]에게 약을 사용하게 된다면, 그게 심판의 출현 조건.

 

아무튼 뭐 그래가지고.

난 좀 전에 [은둔자]의 능력을 사용했다.

몇 가지의 주의사항이 표시되고, 이걸로 오늘만큼은 내가 [주모자]

어차피 죽을 거라면 게임에 도움이나 되게 해줄게. 불쌍한 [희생자]님.

자! 그럼 가장 불행한 건 누구일까요.

처음만큼은 완전히 랜덤. 츠바사가 걸린다면 완전히 코미디이겠는걸.

장갑을 끼고 독이 든 주사기를 들고, 나는 방을 나섰다.

...

......

.........

 

두 방을 지나.

토모에! 정말 유감이야.

그녀라면 최소한 억울하지는 않겠지.

아빠의 신기한 카르테에는 뭐든지 적혀 있다.

몰랐던 어릴 적 그녀의 비행의 역사.

초등학교 4학년 당시 친구 셋과 동급생 소녀를 집요하게 괴롭혔는데, 그 탓에 그 소녀는 부전마비 환자가 되었다.

그 일 이후 뉘우치고 중고등학교에서는 우등생. 늠름하고 루나에게는 다정한 이게 내가 알던 자랑스러운 친구 토모에.

넌 그런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지? 나쁜 아이가 될 생각은 없었던 거지? 나는 잘 알아.

너 같은 사람을 보고 위선자라고 하는 거잖아.

 

방 안에서 이상한 꼬락서니로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아 귀찮겠네...... 근육이 이완된 사람의 몸은 엄청 무겁단 말이야.

 

몸을 뒤집으니, 토모에는 평소 생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칠칠하지 못한 얼굴이 되어 있었다.

웃겨라 정말.

괴롭히고 싶어 지는걸.

이대로 장난을 한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

등을 안아 일으키니까, 땀 냄새가 섞인 지한제의 민트향이 느껴졌다.

 

눅눅하게 젖은 토모에의 몸.

그 모습이 몹시도 사랑스러워 나는 그녀의 목덜미를 혀로 핥았다.

짜고, 생각보다 기름진 맛.

유감스럽지만 남은 건 아빠의 몫.

그대로 힘을 빼니 털썩 쓰려져 버리는 토모에의 몸.

살짝 그녀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엄청난 공포와 조우한 것과도 같은 표정.

그래. 무섭겠지. 얼른 끝내줄게.

 

그 다음, 나는 하늘을 향해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어떤 각도에서든 볼 수 있는 아빠에게 보내는 신호다.

그에 따라 철컹 하고 천장의 일부가 녹색으로 빛났다. 내가 비치지 않도록 카메라가 적당히 세팅되었다는 신호.

 

처음으로 맞이하는 밤.

배추흰나비를 잡기 위한 의식이 시작된다.

 

침대에 엎드려 있는 토모에의 모습이 클로즈업 되어 비치고 있었다.

 

[다이스케] : “토모에!? 토모에!!“

 

도대체 무슨 일이지?

토모에의 표정은 겁에 질린 듯 경련이 일고 있다.

호흡에 따라 천천히 움직이는 가슴... 중계하고 있는 건가?

그 표정과는 달리 너무나도 평온한 호흡이 어울리지가 않아서 참으로 이상한 분위기였다.

 

도대체 토모에는 왜 저러는 거지? 무슨 일을 당한거지?

도대체 왜 이런 영상을 보여주는거지?

어째서 저항하지 않는 거지?

의문이 뇌리를 가득 메운다.

 

그러나,

곧 찾아온 순간은 그 모든 것을 날려버렸다.

 

토모에의 머리를 마치 사물인양 거칠게 억누른다.

검은 장갑을 낀 누군가의 손.

 

그리고,

다른 한 손에는

차갑게 빛나는 무언가.

아니, 잘못 볼 리가 없다.

그것은 주사기였다.

[주모자]가 가지게 된다던 그 독약이 들어간 주사기.

그 바늘이 반짝 빛을 내며 잠시 허공을 배회하는가 싶더니,

주저없이

토모에의 목덜미를 파고 들었다.

 

더보기

[마이] : (읏.....챠)

천천히 주입하는 이유는 혈관이 찢어지거나 액체가 세어 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아빠의 귀중한 시체니까.

손상을 입혀서는 안 되지.

경련이 시작되었다. 이제 시작이다.

 

나는 절규하고 있었다.

절규하며 문을 두드리고 차고, 어깨로 밀쳐냈다.

열려~열려열려열려열리란 말이다!!

옆방이란 말이야!

바로 옆에서 자고 있는 토모에가 토모에가!

당장에 죽을 것 같은데, 여기서 손가락이나 빨고 멍청히 보고 있으란 말이냐! 게임마스터 이 빌어먹을 새끼야!

젠장!

밀어도 당겨도 비틀어도, 손잡이는 움직일 생각을 않는다.

열려!제발 좀 열리라고!

보고만...... 보고만 있으란 말이야?!

토모에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란 말이냐고!!

무릎을 꿇는 나.

분하고 또 미안해서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눈물이 넘쳐흐른다.

심장이 찢어질 것 같은 광경이었다.

토모에의 몸 여기저기가 마음대로 움찔거리며 몸부림치고 있다.

오로지 순수한 고통만을 호소하는 표정.

얼어붙을 것 같은 시선은 무엇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무언가 말을 하듯, 입술이 움직인다.

아니, 숨을 쉴 수 없는 것이다.

가장 고통스러운 죽음은 다름 아닌 질식사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래 그렇겠지.

이 따위 미친 게임을 주최한 녀석이 평범한 방법을 고를 리가 없겠지.

 

[다이스케] :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나는 소리를 질렀다.

통곡했다.

약하디 약한 들개처럼 울고싶었다.

그러나, 슬픔과 안타까움은 분노의 절규와 섞여 있었다.

호흡이 다 되어서도 계속해 소리를 질렀다.

목소리가 말라도.

그저 그렇게, 통곡에 물들어 시간은 흘러간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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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 "......"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토모에의 몸을 내다본다.

 

왜?

왜~ 그런 소리를 하고 싶었던 거야?

어째서 알 수 있었던 거지......

입술의 움직임만 가지고......

 

[토모에] : 루나만은

[토모에] : 살려줘

 

분명히 말했는데. 더 이상 그런 소리 할 필요 없다고.

착한 사람인 척 할 필요 없다고.

무서워 살려줘, 나는 제발 용서해야 하고, 말해도 괜찮다고.

그런데도 이 아이는.

 

[토모에] : 제발

[토모에] : 루나만은

 

너무 열 받아서.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진짜 제대로네. 토하겠다 야!

그렇지만 괴로워하는 토모에의 표정에는 정말 오직 그것만을 바란다는 듯한 간원의 색이 깃들어 있는 것처럼 보였고.

그리고 그대로, 그것이 그녀의 마지막이 되어버렸다.

 

......

아아 진짜.

기분 죽네.

 

...

......

.........

 

[마이] : "하아......"

방에 돌아와 침대에 올라갔다.

몸은 그냥 내일 닦아야겠어.

아무것도 할 기분이 안나.

사람을 죽이는 게 처음인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신경이 곤두서는 거지?

 

[院長] : [인간의 행동과 선택은 곧잘 생명활동상의 생리성이나 사회적 동물로서의 타당성을 초월한 결과를 보인다]

[院長] : [그 패턴은 정교한 그림과도 같이 정비된 법칙성을 보이는 한편, 경우에 따라선 극히 예상치 못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院長] : [호랑나비의 모양처럼 그 다양성에 나는 끌리는 거다. 그래서 수집하기로 마음먹은 거지]

[院長] : [그런데 여기에 불이 났다고 치자. 내 메네라우스 모포 나비 컬렉션이 타버릴 상황에 놓였다. 나는 과연 어떻게 할까?]

[院長] : [나는 내 몸 하나를 이끌고 피하겠지. 나에게 있어서 표본은 그런 것이고 인간의 행동이나 선택에 있어 집착은 그와 동일하다]

 

또.

또 다시 토모에의 죽은 그 표정이 떠오른다.

 

[마이] : "아빠. 진짜야?"

[마이] : "인간성이라는 건 정말 아빠가 말한 대로 보잘 것 없는 거야?"

 

게임은 이제 겨우 시작했을 뿐.

이것저것 한번 시험 해볼까.

그렇게 나는 내면의 모순과 갈등에 매듭을 지으려했다......

 

[다이스케] : “큭...... ...... 크흑......”

우는 게 얼마만이지.

더 이상 노트북에서 토모에의 최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전용 툴의 톱 화면이 나와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토모에는 죽어버렸다.

그 꼴을 보고도 아직 살아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나는 낙천적이지 못하다.

믿을 수 없고, 믿기 싫지만......

우리 중 누군가가 이런 상황 하에 친구들을 해치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이 상황은 그렇게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토모에] : ‘이럴 때 할 소리는 아니지만, 언제고 다이스케가 들어주었으면 하는 이야기가 있어’

[토모에] : ‘고마워...... 그나저나, 레이 쟤도 제법 불안한 녀석이네’

 

토모에에게 묻고 싶었던 것이 이런 일로 영원히 물을 수 없게 될 줄이야.

토모에......

얼마나 괴롭고, 절망에 빠져 토모에는 죽어 갔을까......

그 얼굴을 결코 잊을 수가 없다.

평생 잊지 못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자조한다. 이제 살아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르겠구나.

 

풀 죽어 있을 수만도 없다.

그 모습은 레이도 보고 있었겠지.

분명 레이도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아무튼 채팅창으로 복귀한다.

다행히 그녀는 온라인 상태였다.

 

[다이스케] : 레이

 

괜찮아? 라거나 그거 봤어...? 라고 쓸까 했지만, 어떻게 쓰든 간에 가볍게 보일 것 같아 그만두기로 했다.

대답은 없었다.

생각보다 충격이 심했는지도 모르겠다.

 

[다이스케] : 레이!

 

계속해서 부른다.

다시금 찾아오는 무력감. 레이 또한 바로 옆방에 있을 텐데 이런 방법 밖에 취할 수가 없다니.

잠시 후에 답장이 왔다.

 

[레이] : 다이스케 선배

[레이] : 다이스케 선배......

 

레이도 마찬가지로 어찌 표현해야 할지 모르는 모양이다.

나는 먼저 말해야 할 것을 떠올렸다.

 

[다이스케] : 레이! 미안해. 내가 이 게임을 너무 무르게 봤어.

[다이스케] : 분명 레이는 나보다 훨씬 걱정하고 있었고, 그 와중에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낙관적인 소릴 해버려서...

[다이스케] : [공유자]가 이렇게 못미더운 녀석이라 걱정스럽겠지만......

 

다만, 단 한 가지 지금도 믿고 있는 것은... 토모에를 죽인

 

잠시 생각해보고, 나는 정정했다.

 

[다이스케] : 딱 한 가지. 지금에 와서도 믿고 싶은 것은 토모에를 해친 녀석은 정말 죽이고 싶어서 죽인 것이 아닐 것이라는 것

[다이스케] : 죽음의 공포에 어쩔 줄 몰랐다거나, 다른 무슨 사정이 있었거나......

[다이스케] : 아니, 우리 이외의 누군가가 우리의 불화를 일으키기 위해 일으킨 사건이라는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해.

[다이스케] : 상황이 이래도 나는 친구들을 믿고 싶어.

[다이스케] : 너무 바보 같다고 생각해?

 

엔터 키를 눌러 송신하고, 반응을 기다리자니 곧장 답장이 왔다.

 

[레이] : 그렇지 않아요!!!

 

“!”가 세 개나. 생각보다 강한 반응에 조금 놀랐다.

 

[레이] : 아......죄송해요. 그렇지만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

[레이] : 다이스케 선배가 그렇게 생각해 주는 건 [주모자]이외의 모두에게 있어서 위안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레이] : 저도 다이스케 선배가 제가 알고 있는 선배의 모습 그대로라, 불안했던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으니까요

[레이] : 그러니까, 자기가 바보라는 소리 같은 건 제발 하지 마세요......

 

이런 때 할 생각은 아닌 것 같지만,

나는 인정받은 것 같아 기뻤다.

 

[다이스케] : 고맙다... 레이

[다이스케] : 역시 좀 불안했구나.

[레이] : 그런 영상을 봤으니...... 저도 그렇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레이] : 다이스케 선배는 안 무서워요?

 

겁이 나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친구가 친구를 해친것에 대한 충격이나 우리에게 이런 짓을 하게 만든 녀석들에 대한 분노가 훨씬 크다.

그것을 채팅으로 전한다.

 

[레이] : 정말 다이스케 선배다워요...... ㅎㅎ

 

모니터 너머에서 정말로 그녀가 웃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이후로도 이런 저런 대화를 이어갔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눈 것이 30분가량.

 

[레이] : 오늘은 너무 피곤한 일이 많았으니 이만 쉬어요. 잘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레이가 그렇게 말해 우리는 그만 종료하기로 했다.

 

[다이스케] : 레이

[레이] : 예...

[다이스케] : 꼭. 살아남자!

[레이] : ......예~ 꼭이요

 

[다이스케] : “그래 꼭”

 

‘타카세 레이님께서 퇴장하셨습니다’

 

노트북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만 좀 쉬어야겠다고 생각해 침대에 누웠다.

평소 같아선 몇 초면 잠들어버리겠지만 역시나 오늘은 그렇게 되질 않았다.

눈을 감으면 토모에의 얼굴이 떠오른다.

 

고통스러워 보이던 얼굴.

슬퍼 보이던 얼굴.

 

[다이스케] : “토모에......”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해.

너를 그렇게 만든 녀석은 내가 반드시 이 손으로 처단할게.

지켜보고 있어 토모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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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 "......"

 

다이스케 선배......

아니, 오빠......

이런 상황에서마저 모두를 믿을 수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

오빠가 믿어준다면 그래도 우리는 서로를 친구라고 여길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오빠는 악의라는 것에 너무나도 무방비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

분명히 나하고는 달리 좋은 사람들 곁에서 컸을 테니까, 사람을 의심한다는 것을 모르는 거라고 생각해.

나는 오빠만큼 순수하지 못해.

추악한 감정도 지저분한 욕정도 불합리한 격정도 다 알고 있어, 이 몸으로 맛보아 왔으니까......

그리고, 나 자신 또한 비정상적인 마음을 오빠에게 가지고 있는 망가진 인간이니까.

어쩐지 알 것 같다. 이 게임을 만든 사람도 똑같이 망가진 인간이다.

그리고 그 목적 또한, 망가진 인간이 인간을 망가뜨리며 즐거워하는 것.

오빠의 마음은 이 게임으로 인해 망가져버릴지도 모른다.

 

지켜야 된다.

뇌리에 남아 지워지지 않는 죽어가던 토모에 선배의 모습을 떨쳐내기 위해 얼굴을 흔든다.

떨고 있을 때가 아니다. 울면 안 된다.

망가진 인간은 평범한 인간을 좋아할 자격이 없지만 망가진 인간과 싸울 수는 있다.

내가 오빠를 지킨다.

그 마음만큼은 결코 망가진 것이 아니다.

결코 누군가에게 손가락질 받을 필요 없는 자랑스러운 것.

 

그러니까

오빠의 곁에 있어도 되지......?

 

또 다시 망가진 나의 부분이 비웃듯이 삐걱거린다.

 

[공유자]가 다이스케 선배라 좋겠네? 게임 하는 동안은 가장 곁에 있잖아?

 

내 안의 악마가 있어서 그것이 말을 걸어오는 것이라면 그나마 다행일 텐데.

그것은 틀림없이, 망가진 나 자신의 목소리다.

 

다이스케 선배를 사랑해.

이 이상 망가지는 것만큼은 피해야 한다.

이 마음을 전했다가는 나는 오빠를 지킬 수가 없다.

...

......

.........

 

다음 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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