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째 -
단지, 눈을 감고 한숨도 잠들지 못한 채, 얼마나 지났을까.
시간 감각이 없어졌을 때 쯤, 갑자기 철컥 하는 소리가 났다.
침대에서 벗어나 손잡이에 손을 가져간다.
열었다.
[유지] : “......”
바로 정면의 방에서 나온 유지.
한걸음 다가서서
[츠바사] : “다이스케!”
오른쪽 방에서는 츠바사가 튀어나온다. 호들갑을 떠는 것을 보니 남자 셋 뿐인 모양이다.
[츠바사] : “토모에가......”
가장 먼저 나온 소리가 그것이었다.
역시 츠바사도 본 모양이다. 전원의 방에 그 잔혹한 쇼는 방송되었던 것이다.
[다이스케] : “확인하러 가자”
힘없이 토모에가 들어간 방을 가리킨다.
[유지] : “다이스케! 너...... 토모에 옆방에 있었으면서도 가만있었냐!?”
유지는 살벌한 모습으로 다가와 내 목덜미를 붙잡았다. 떨리는 목소리는 분노를 감추지 않고 있었다.
유지가 화를 내는 건 당연하다......
나는 아무 것도 하지 못했으니까......!
[츠바사] : “그만해 유지! 괜한 사람한테 화풀이 해봤자 소용없잖아!”
[츠바사] : “보라고~ 다이스케의 손”
츠바사가 사이에 끼어들자 유지가 손을 놓는다.
그제서야 나도 손을 보았다.
어제 벽을 쳤던 오른 손. 리리코가 감아준 손수건이 그대로 남아 있는 오른손.
어제보다 상처는 악화되었다. 더욱 벌어져 피로 물들어 있다.
[츠바사] : “보나마나 되도 않는데 치고 박고 한 거겠지. 너하고 똑같이”
시선을 돌렸더니...... 유지의 양쪽 주먹도 마찬가지였다. 바보 둘이 생각하는 것은 똑같았다는 것이다.
[츠바사] : “나도 문이고 벽이고 어떻게 할 수 없나 이것저것 해봤지만 안 되더라. 밤에 나오는 게 불가능하니 도울 수도......”
[츠바사] : “다이스케를 탓할 일이 아니잖아...... 누굴 원망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유지] : “빌어먹을!!”
잠깐 있었던 사태의 종료와 더불어 유지는 다시 한 번 벽을 두들겼다.
꿈쩍도 않는 콘크리트 덩어리. 둔탁한 소리와 스며드는 검붉은 피.
[유지] : “미안하다 다이스케...... 츠바사 말 대로야. 사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나 자신이 답답해서 그랬다......”
[유지] : “거기다...... 무서웠다고! 토모에가 죽어가던 순간이 지금도 생생해서......!”
[유지] : “젠장!”
이번에는 가까이 있던 박스를 걷어차는 유지.
퍽하고 가볍게 날아오른 박스는 그대로 찌그러져 굴러갔다.
[다이스케] : “나도 그래......”
분한 마음으로 가득이다.
[츠바사] : “다이스케, 유지...... 일단 토모에의 방을 조사해보는 게 어때?”
[츠바사] : “모두 의심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토모에를 죽인 범인의 단서가 될 만한게 있을지도 모르잖아.”
......
츠바사가 말한 [범인]이라는 단어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렇다. 토모에는 살해당한 것이다.
그 같잖은 게임의 규칙에 따르면 우리 중 누군가가 토모에를 죽였다는 것이 된다......
하루가 지났지만 이 사실을 믿을 수가 없다. 분명 우리가 아닌 누군가가 어딘가 숨어 있다가 토모에를 죽이고 도망간 것이다.
이렇게 믿고 싶다.
그렇다면 나는...... 우리는 걱정 없이 그 [누군가]에게 분노의 창끝을 겨눌 수가 있다.
그리고, 친구를 의심하지 않아도 되니까.
[츠바사] : “이 방?”
[다이스케] : “그래”
세 걸음 옮기니 토모에의 방 앞이었다.
문득 몇 시간 전에 이곳에서 토모에와 헤어진 것이 떠오른다. 그 모습은 뚜렷이 떠올릴 수 있었다.
사실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이 아닐까?
이 문을 언제나 보아왔던 모습 그대로 토모에가
[그거 장난이었어. 미안]
라며 사과를 한다......
그런 염원 그런 환상을 끌어안고, 문을 열었다.
[다이스케] : “토모에! 들어갈게”
대답은 없다.
천천히 방 안으로 발을 밀어 넣는다.
냉방의 냉기가 전신을 스치고 지나가 그만 등줄기가 떨려온다.
방은 어두워 잘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등 뒤에서 유지가 스위치를 올려서 천장의 형광등을 켰다.
그곳에는 염원과 환상에 대한 무자비한 대답이 있었다.
[다이스케] : “토모에......”
[츠바사] : “토모에가......”
[유지] : “토모......에”
노트북에서 방송된 모습 그대로.
사람으로서의 존엄도 호흡할 권리도 빼앗긴 창백한 살색의 인형.
토모에의 시체가 바닥에 눕혀져 있었다.
[츠바사] : “너무하잖아......”
그 이외에 이 모습을 표현할 단어는 없을 것이고 형용할 마음도 들지 않는다.
[유지] : “......진짜 뭐하는 거야! 확인도 안 하고 단정하지 말라고!”
유지가 움직였다. 토모에에게 다가가 손목을 짚는다.
그 순간, 유지의 손이 겁을 내듯 움츠려 들었다.
곧 이어 유지가 고개를 저었다.
지금 확인 되었다. 토모에는 죽은 것이다.
[츠바사] : “모르겠어...... 누가 도대체 어느 자식이 이런 짓을!”
눈앞의 사체는 모니터 영상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생생하게 말해주었다.
죽음이라는 것을.
그 무엇과 비할 바 없는 친구 하나가 뜻밖의 죽음을 당했다는 것을.
우리의 신뢰관계에 있어서 너무나도 깊은 균열이라는 것을.
그래 루나는!
어째서 지금까지 깜빡하고 있었던 거지.
토모에를 가장 따르던 루나도 분명히 방송을 보고 있었을 텐데.
루나가 이 모습을 보았다간......
[다이스케] : “아무거나 뭐 덮을 거 없어?”
[다이스케] : “루나가 이걸 봤......”
늦었다.
돌아선 그곳. 고개를 숙이고 망연히 있는 츠바사의 그림자. 어리석게 활짝 열어놓았던 문의 틈새.
루나가 있었다.
[다이스케] : “루나! 들어오면 안 돼!”
이제와 팔을 벌려 광경을 막으려 하지만, 이미 늦었다.
한 순간이라도 본 이상 다 소용 없는 짓이다.
루나의 공허한 눈동자.
이미 울만큼 울어 붉게 충혈된 눈.
우리는 비치고 있지 않다.
끝을 맞이한 토모에의 모습을 각인시켜 버리고 말았다.
[루나] : “우으 우우욱......”
루나의 커다란 눈동자에는 순식간에 눈물이 한가득 맺혀
[루나] : “우으우으으으으윽”
슬픔에 고개를 숙여 흐느끼기 시작했다.
표정을 가리는 앞머리 너머로 눈물은 하염없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루나] : “이런 이런게, 으와아아아아 아아아 아 아아아앙! 우아아아아아아앙!”
너무나 큰 슬픔에 감정이 흘러넘쳐 이윽고 오열을 토했다.
새되게 울리는 어린 동급생의 통곡.
너무나도 솔직하고 너무나도 비통에 찬 소리에 내 몸이 찢겨나가는 것만 같다.
미친 듯이 울부짖는 루나의 모습은 너무나 안타까워서 도저히 보고 있을 수가 없다.
루나와 토모에.
사이좋은 두 사람. 나이도 인종도 성격도 다르지만 언제나 함께 하던 두 사람.
루나의 반쪽은 지금 찢겨 나와 저기에 있다.
[다이스케] : “루나! 진정하고 내 이야기 좀 들어 봐. 이미 토모에는......”
[루나] : “싫어! 안 돼!”
안 되겠다... 내가 무슨 소리를 하든 역효과만 줄 뿐이다.
어깨에 손을 얹어도 뿌리치고는 떼쓰는 어린아이처럼 머리를 흔들어 대는 루나.
어리고 순수한 슬픔의 격정. 나는 그것을 달랠 방법을 모른다...
[츠바사] : “다이스케...... 잠깐 내가 볼게”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나를 대신해 츠바사가 다가갔다.
무릎을 굽혀 앉아 루나와 눈높이를 맞춰, 나직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츠바사] : “있잖아 루나야......”
[루나] : “끄윽 우으......!”
[츠바사] : “잘 알고 있을 테지만 토모에는 죽었어......”
순간 잦아든 목소리가 다시 커진다.
그러나, 츠바사는 시선을 돌리지 않는다.
참을성을 가지고 말을 이을 때를 기다린다.
[츠바사] : “울면 안 돼 루나”
[츠바사] : “나도 토모에와 루나 널 보아왔고, 너희 둘은 꼭 자매 같다고 생각했어.”
[츠바사] : “그러니까, 루나가 얼마나 슬픈지는 잘 알겠어.”
[츠바사] : “그렇지만 루나야...... 아무리 울고 있어도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거든”
[츠바사] : “분명히 토모에는 루나가 무사하기만을 그 누구보다 바라고 있었을 테니까”
가벼움이 느껴지지 않도록 조리 있는 어투로 츠바사는 한마디 한마디 부드럽게 타이른다.
[루나] : “토......우으...우......토 모”
나는 기억을 떠올렸다.
내가 반드시 루나 아빠랑 엄마랑 만나게 해줄게
토모에는 그렇게 약속했었다.
본인이 죽고 말았지만 루나를 지키겠다는 마음은 분명 진심이었을 것이다.
츠바사는 기다린다.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했으니, 이번엔 루나의 차례라는 듯.
잠시, 우리는 루나의 오열 소리를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츠바사는 루나를 지긋이 지켜봤고, 나는 그것을 지켜본다.
유지는...... 홀로 고개를 돌리고는 어깨를 떨고 있었다. 루나 탓에 감정이 격해진 것 같다.
얼마나 그렇게 있었을 까.
[루나] : “나...... 나 말야”
[츠바사] : “그래”
그 목소리가 조금은 떨렸지만, 루나는 이어갔다.
[루나] : “어제...... 컴퓨터......를 보고......”
[츠바사] : “응......”
[루나] : “엄청 울어서... 무서워서, 엄청 싫어서......”
[루나] : “그치만, 이제 토모에를 볼 수 없는게, 제일 슬퍼서......”
[츠바사] : “그래......”
얼굴을 드는 루나. 울음을 그치고, 붉은 눈을 손등으로 훔친다.
[루나] : “내가 무사히 돌아가지 못하면 토모에는 슬퍼할까?”
[츠바사] : “그야 당연하지......!”
살짝 얼굴을 쓰다듬는 츠바사의 손을 거부하지 않는 루나.
[루나] : “그럼 나 꼭 돌아가겠어......!”
[츠바사] : “그래 그래야지...... 루나는 강하구나”
[루나] : “내가 아냐...... 토모에가 힘을 줬으니까”
루나의 눈동자에 빛이 돌아와 있는 것을 나는 본다.
나직이, 나는 한숨을 쉬었다.
츠바사도 루나가 진정하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지금 츠바사를 그 누구도 경솔한 바보라고 하지는 않겠지.
나도 저렇게 다독이는 츠바사의 모습을 처음 보고, 조금은 놀랐다.
조용히 다독이고 위로하는 온화함.
그리고, 더욱이 그 끝에 숨겨진 격정
츠바사도 억울한 토모에의 죽음을 용서할 수 없겠지. 루나의 머리를 쓰다듬는 다른 한 손은 하얗게 질릴 정도로 움켜쥐고 있었다.
그 속을 알 수 없을 만큼 깊은 신기한 친구.
[츠바사] : (......설마 첫날부터 은둔자가 움직일 줄이야)
[츠바사] : (내 페이스가 엉망이 되겠어...... 이건 좀 안 좋은데)
[츠바사] :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먼저 상황부터 파악해야겠어)
[츠바사] : (내가 아는 한 이 녀석들 가운데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은둔자]의 능력을 사용할 만한 녀석은 없는데......)
[츠바사] : (도대체 누구지?)
...
......
.........
[츠바사] : “그럼 뒷일은 부탁해~ 두 사람”
[츠바사] : “루나를 여기에 계속 세워놓을 수는 없으니”
나와 유지가 끄덕였고, 츠바사는 루나의 손을 잡고 방 밖으로 데리고 갔다.
다시 한 번 토모에를 바라보는 유지. 조금 붉은 눈동자.
나도 아무 말 없이 토모에에게로 시선을 옮긴다.
몇 번을 보아도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다이스케] : “그냥 놔두자니 안쓰러운데, 어디 덮을 거라도 없나?”
[유지] : “그렇군. 모포면 되려나”
차가운 바닥에 쓰러져 있는 토모에를 이대로 놓아둘 수는 없었다.
[다이스케] : “유지... 토모에를 침대 위로 옮겨 주자”
[유지] : “그래 그게 좋겠다”
둘이서 토모에를 들어 침대에 올려놓았다.
토모에의 몸은 차갑고 고무처럼 딱딱했다.
사후경직이라는 것인가 보다.
지나치게 차가운 냉방이 이 점에 한해서는 다행이다. 한여름의 장례는 무척 고역이라고 시골의 친척이 그랬으니까.
이미 친구를 말 없는 시체인양 여기고 있는 자신에 대해 혐오감을 느끼며......
모포로 토모에의 전신을 덮고서, 우리는 토모에의 방에서 등을 돌렸다.
[츠바사] : "그러며는"
루나는 방에 데려다 놓고, 나는 한 건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게임 회장은 생각 이상으로 좁아서 말이야. 홀로 움직일 수 있을 찬스 같은 건 거의 없을 거라고 보아야겠지.
로비가 텅 비어있는 지금 밖에 없다.
나는 소리를 내지 않고 방으로 돌아가 문을 잠궜다.
전용 모드
본 화면은 방이 폐쇄되어 있을 때만 기동합니다.
(통상 기능 + 개별 능력 사용 가능)
당신의 역할은 [주모자]입니다.
(상세한 개별 설명을 참고 바람)
노트북을 조작하여 [주모자]용 금고를 연다.
안에는 케이스에 세워져 있는 8개의 주사기와 사용되지 않은 검은 장갑.
주사기를 사용할 때 반드시 장갑을 낄 필요는 없겠지. 지문을 뜰만한 기술이 있는 녀석이 이번 플레이어 중에 있는 것도 아니니.
그렇지만 이 장갑도 써먹을 방법이 있다.
......
다이스케의 방에다 던져 둔다.
......
그리고, 방에서 대기한다.
문은 그대로 잠궈둔다. 능력을 사용하고 있었다고 하면 딱히 의심을 살 일도 없으니까.
과연 다이스케는 어떤 얼굴을 하려나.
상상을 하며, 좀 더 휴식이나 취할까.
유지와 돌아가보니 로비에는 아무도 없었다. 츠바사와 루나도 일단 방으로 돌아간 모양이다.
자고 있는 녀석도 있을 테고, 한숨도 자지 못하고 천장만 바라보고 있는 녀석도 있을 테고, 울고 있는 녀석도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산더미처럼 있다.
다들 일단 깨워야겠지.
문제는 방 문이 엄청나게 두껍고 이상하리만치 방음성이 뛰어나다는 것.
노크를 하는 정도로는 안에서 들리지 않을 테니, 잠겨 있지 않기를 바라며 문을 열어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용쓰고 있던 츠바사와 마주치는 사건 등을 겪으며 일일이 깨우러 다녔다.
기본적으로 직접 문을 잠그고 있는 녀석은 없었고 방에 들어가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다들 심각한 모습이었다.
레이와 마이는 남자들과 별반 다를 바 없이 그런 모습을 본 충격으로 잠을 잘 수가 없었다고 한다.
사쿠라와 리리코는 이르러서는 그 장면을 본 순간 실신한 상태였다고.
우리가 갔을 때는 다들 의자와 바닥에 축 늘어져 있었다. 녀석들의 간호까지 해야 했단 말이다.
끝으로 루나의 방을 살짝 들여다본다.
잠들어 있다면 그냥 내버려둘 생각이었는데, 루나는 노트북을 조작하고 있었던 터라 대화에 끼겠다며 따라왔다.
그렇게 로비에는 다들 초췌한 얼굴로 모이게 되었다.
정확히 모두가 모이는 것은 이제 불가능하겠지만.
[사쿠라] : “저기 다이스케...... 토모에는......”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사쿠라였다.
대충 얼버무릴까 생각도 했지만 고심 끝에 나는 상황을 분명히 알리기로 했다.
[다이스케] : “토모에는 죽었어”
[다이스케] : “다들 보았겠지만 그렇게 살해당했어”
극히 작은 소리로 사쿠라가 억누른 비명을 질렀다.
죽음 이라는 단어에 루나가 움찔 반응을 한다.
루나의 앞에서는 가능한 한 토모에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지금만큼은 어쩔 수 없다.
[다이스케] : “시신은 방에 안치해 뒀어. 만나러 가는 건...... 그리 권하고 싶지는 않군. 좀 안쓰러운 상태니까”
[다이스케] : “어쨌든 간에, 게임 마스터라는 녀석이 했던 말이 농담이 아니라는 건 잘 알게 되었어”
[다이스케] : “우린 살아남지 않으면 안 돼. 이 이상, 그 누구도 빠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거기서 잠시 끊는다.
다들 물을 끼얹은 듯이 조용하다.
[다이스케] : “다들 게임의 설명은 읽었지?”
사쿠라, 리리코가 고개를 저었다. 기절해 있었다니 당연한가.
[루나] : “난 좀 전에 막 읽으려고 했는데......”
[다이스케] : “좋아! 그럼 세 명은 일단 돌아가서 규칙을 읽고 와. 중요하니까”
[다이스케] : “그 사이 나랑 유지가 아래쪽을 조사하러 가볼까 해”
[사쿠라] : “아래?”
내가 가리킨 방향. 우리가 올라온 비상계단의 맞은 편에는 의문의 셔터와 아래로 향하는 계단이 있다.
[다이스케] : “좀 전에 너희를 깨우러 돌면서 확인해 봤는데, 원래 왔던 계단은 잠겨서 꿈쩍도 않더라”
[다이스케] : “그 셔터도 그렇고. 다만 계단은 이용할 수 있는 모양이야”
[다이스케] : “즉 아래도 회장의 일부라는 얘기겠지...... HELP에는 아무 것도 적혀있지 않았지만, 확인해두지 않으면 안되겠지”
[다이스케] : “다만, 어떤 위험이 있는지는 몰라”
[레이] : ‘위험 하다고요?’
[다이스케] : “그래. 룰의 설명에는 별 얘기가 없었지만, 상대가 죽일 생각이 있는 이상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니까”
[다이스케] : “이유는 단순해. 아래가 많이 넓어서 여럿이 갔다가 길이라도 잃을지도 모르고......”
[다이스케] : “무장경비나 함정이 없다고 장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니까”
게다가...... 루나의 앞이라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토모에를 죽인 범인이 따로 있어서, 그 범인이 밑에서 잠복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레이는 잠깐 생각을 해보고 납득한 모양이다.
[다이스케] :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여기서 가장 튼튼한 나랑 유지가 조사하러 가볼까 생각해. 유지, 괜찮겠어?”
[유지] : “얼마든지”
[츠바사] : “헐... 무슨 약골 취급 받는 것 같아 좀 그렇다만, 알았어.”
[마이] : “마이랑 남은 사람들은? 뭐하고 있을까?”
음......
그래, 그러고 보니 주머니에 분명히......
[다이스케] : “이거, 내가 정리한 게임 규칙인데...... 누구 또 정리한 사람 있어?”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어째, 혼자 호들갑 떤 거 아닌가?
[다이스케] : “내용이 틀리지는 않았는지 확인 좀 해줘. 이따가 다 같이 확인해보자고”
[마이] : “아 그럴게. 그거 좀 길었지”
[츠바사] : “그럼, 노트북을 봐가면서 해야겠네”
이야기를 하고 있다가 문득 이상하리만치 조심스럽게 손을 들고 있는 레이에게 눈이 갔다.
[다이스케] : “레이! 왜 그러니?”
그러자 레이는 스케치 북을 펼친다.
[레이] : ‘저, HELP 전문을 옮겨 써뒀어요. 이걸 보며 다 같이 확인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페이지를 한 장 넘겼다.
압권. 거기엔 꼼꼼하게 작은 글씨로 버터플라이 게임의 규칙이 빽빽이 쓰여 있었다.
나보다 용쓴 녀석 하나 발견.
[마이] : “대단해에에에에!”
[리리코] : “레이는 참 부지런하네요”
스케치북으로 표정을 가리는 레이. 창피한 건가.
어쨌든 간에 이걸로 행동방향은 정해졌다.
[다이스케] : “그만 가자 유지”
[유지] : “오케이”
[사쿠라] : “다이스케, 유지...... 조심해야 해”
[유지] : “마음 놓으셔. 여차하면 다이스케를 방패삼아 도망치면 되니까 걱정 없지!”
[다이스케] : “그렇게 되면 나는 무적의 베리어를 치면 되니까 괜찮다고”
무슨 초딩도 아니고 나 스스로 생각할 정도였지만, 그래도 조금 미소가 번졌다.
그러면...... 슬슬 움직여야지.
[다이스케] : “금방 돌아올게”
[유지] : “만에 하나 안 돌아온다고 오면 안 된다”
[사쿠라] : “바 바보같은 소리 할 거니! 농담이라도 용서 안 해준다!”
나와 유지는 얼굴을 마주보고 씁쓸하게 웃었다.
화가 난 얼굴에는 솔직하지 못한 소꿉친구의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걱정하는 마음이 역력히 떠올라 있었다.
진짜 단순히 농담으로 끝나면 좋을 텐데.
...
......
.........
[마이] : “앗! 잘 다녀왔어?! 다이스케, 유지가 아니라 뭘 그렇게 빨리 다녀오는 거야?
[츠바사] : “5분밖에 안 지났는데?!”
빨라서 졸라 미안하네. 그렇지 않아도 우리도 완전히 김 새거든!
리리코는 벌써 나와 있었다. 그러고 보니 리리코는 독서가 취미라 글을 읽는게 엄청나게 빠르다.
[레이] : ‘별 일 없었나요?’
[리리코] : “아래 상황은 어땠죠?”
[다이스케] : “으~음...... 한마디로 말해, 생각보다 좁았다?! 별 위험도 없었고...”
[유지] : “복도랑 방이 몇 갠가 있었는데, 전부 창고처럼 보이던데”
[다이스케] : “주방도 있었잖아”
[유지] : “아, 차라리 창고가 낫다 싶을 정도로 지저분한 부엌말이지......”
[리리코] : “어머, 주방이요?”
리리코의 눈동자가 반짝이는 것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우리의 po가사담당wer 리리코. 청소, 세탁, 요리하는데 있어 그녀에게 거역할 자는 없다.
아아~ 리리코는 절대적으로 나중에 주방으로 갈 테지. 그리고, 귀신처럼 깨끗하게 만들어 놓을 테고.
뭐 별 문제는 없지만......
하여튼 간에 나는 레이에게 스케치북과 만년필을 빌려 지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단순한 그림. ‘눈 목’ 모양의 한자를 두 개 나란히 눕혀서 위쪽을 연결하고, 사이에 ‘출입금지’라고 쓴 다음, 아래에 ‘계단’이라고 쓴다.
이 ‘눈 목’의 사각형 새 개가 방을 나타낸다. 즉 계단 아래에는 방이 여섯 개.
오른쪽 가장 안쪽에 주방으로 보이는 방이었고, 다른 방은 거의 거기가 거기다 싶을 정도로 비슷한 창고로 쓰이는 방인 것 같았다.
[마이] : “창고면 뭐가 있었는데?”
[다이스케] : “자세히 보지는 않았는데...... 박스를 하나 열어보니까 통조림이랑 캔에 든 빵같은 것들?”
[유지] : “그것뿐만이 아니라 주방에 있던 냉장고는 완전 녹이 슬어 있기는 하지만, 안에는 제대로 된 식재료도 있더라고. 것도 완전 새삥”
[레이] : ‘어쩐지 이상할 정도로 극진한 준비네요’
[츠바사] : “게임마스터라는 녀석의 의도가 파악이 안 되는걸......”
내 말이. 식량이 없다면 다들 살벌해져서 좀 더 살인극이 펼쳐지기 쉬운 것 아닌가?
단 하나 확실하다 할 수 있는 것은 준비되어 있는 식량의 양을 보자면 우리를 며칠 유폐할 생각이겠지.
그리고......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외부에서의 보급은 없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다이스케] : “이 층의 구조도 그려둘까”
좀 전에 그린 그림의 옆에 커다란 정팔면체를 그리고 그 벽을 따라 정사각형을 그려 나간다.
이렇게 보니, 이 층은 시계의 문자판처럼 배치되어 있다.
로비를 중심으로 0시의 위치가 회장의 입구가 되는 비상계단.
1시가 ‘봉쇄’가 되어 열리지 않는 문. 2시가 유지의 방. 3시는 사쿠라. 4시는 리리코. 5시는 츠바사.
6시가 셔터와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7시가 마이. 8시가 루나. 9시가 토모에. 10시가 나. 11시가 레이다.
[다이스케] : “이게 회장의 전도가 되겠군”
[다이스케] : “실질적으로 [방]과 [그 이외의 공용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곳으로 나뉘어 있어”
[다이스케] : “로비와 지하 전부가 [그 이외]로, 규칙상의 의미론 동일. 즉, 밤에 여기에 있으면 사망이겠지”
[다이스케] : “이렇게 보면 되려나?”
[레이] : ‘맞아요’
[마이] : “그렇구나...... 진짜 룰에 쓰인 것만 있는 거구나”
[사쿠라] : “무엇이 룰대로라는 거지?”
마이의 말과 거의 동시에 사쿠라가 방을 뛰쳐나왔다.
규칙을 모두 읽었나 보다.
[마이] : “여~ 사쿠링”
[마이] : “지하는 그냥 창고인 모양이야. 게임에 영향을 줄 만한 설비는 없음. 즉, 룰에 쓰인 대로라는 얘기”
그 뒤에 내가 직접 지하의 상태를 대략 설명했다.
그랬더니,
[사쿠라] : “어설프긴”
[다이스케] : “응?”
[사쿠라] : “그런 건 조사했다고 할 수도 없는 얘기야! 창고에 무엇이 있는지는 충분히 중요한 사항이거든! 나 참, 이러니 바보트리오지”
어쭈 이놈이.
[유지] : “시꺼! 그럼 이따가 다시 한 번 조사해보면 될 것 아냐!”
[사쿠라] : “그때는 나도 가겠어”
[사쿠라] : “규칙상 어차피 낮에는 할 일이 없어 한가할 것 같으니”
[다이스케] : “그래?”
[사쿠라] : “그래. 본 것이 전부라고 할 수 없어.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과 밤에는 자기 방에 있어야 하는 것, 규칙상으로는 그게 전부잖아!”
[사쿠라] : “오히려 낮에 문을 잠궈 놓고서는 방에 틀어박혀 있었다가는 무슨 능력이라도 사용하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받을 것 같은걸”
[사쿠라] : (이렇게 말을 해두지 않으면...... 바보들에게 아무 생각 없이 의심받을 빌미만 제공하겠지)
[사쿠라] : (특히 [공유자]...... 대낮에 둘이서 사라져 문 잠그고 있었다가는 다 들통난단 말이야. 절대로 하지 말아야 돼......)
[사쿠라] : “트럼프라도 있다면 좋을 텐데”
참 태평하기도 하다......
참고로 사쿠라가 잘 하는 트럼프 게임은 솔리테어. 잘 못하는 건 도둑잡기.
생각하는 게 다 드러난단 말이야 이 녀석.
지기 싫어하는 것도 한 몫 거들어 허무하게 패배만을 늘리곤 한다.
그렇지만...... 반대로 논리나 계산으로 승리할 수 있는 게임에서는 터무니 없이 강하다.
나와 유지가 리버시로 사쿠라에게 이겨본 역사가 없다.
사쿠라는 이 게임을 어떤 식으로 보고 있을까.
[다이스케] : “사쿠라...... 네가 보기에는 이 게임 어떤 것 같아?”
애매한 질문이었다. 그렇지만 그게 솔직한 내 의문이었다.
도대체 무슨 게임이 이렇지?
뭘 어떻게 하길 바라는거야?
그리고...... 어떻게 해야 게임 마스터의 목적을 좌절시킬 수 있을까?
[사쿠라] : “다이스케! 늑대인간게임이라는 것 아니?”
[다이스케] : “늑대인간게임?”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다른 녀석들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사쿠라] : “마피아 게임으로도 존재하는 커뮤니케이션 게임의 한 종류인데 말이야. 아마 이건 늑대인간게임을 토대로 만든 게임이라고 생각해”
[사쿠라] : “설명 들어보겠어?”
[다이스케] : “부탁해”
[츠바사] : “나도 듣고 싶은데”
마침 8시 방향에서 문이 열렸다.
[리리코] : “루나도 다 봤구나. 어서 오렴”
[루나] : “읽었어. 오래 걸려서 미안”
[다이스케] : “루나, 늑대인간게임이라는 거 아니?”
[루나] : “늑대인간......?”
[다이스케] : “잘됐다. 이 게임의 원작쯤 되는 게임을 사쿠라가 알고 있다네”
[루나] : “응 듣고 싶어”
[다이스케] : “자, 사쿠라. 얘기해 봐”
전원이 모인 로비에서 사쿠라는 설명을 시작한다.
[사쿠라] : “늑대인간게임이라는 것은 10명에서 20명 정도의 플레이어가 늑대 팀과 사람 팀으로 나뉘어서 진행하는 게임이야”
[사쿠라] : “인간의 마을에 소수의 늑대인간이 섞여 들었다는 설정 하에 게임은 시작돼”
[사쿠라] : “게임은 낮과 밤의 두 파트를 반복하며 진행되는데”
[사쿠라] : “낮 시간에 늑대인간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인간이 보자면 누가 인간이고 늑대인간인지 판별할 수 없어”
[사쿠라] : “게임 시작시, 늑대인간은 누가 아군인지 알고 있지만 인간인 척해야 하니까, 서로를 모르는 척하는 거지.
[사쿠라] : “그래서...... 늑대인간 측은 매일 밤에 인간을 하나 선택해 죽일 수가 있어”
[사쿠라] : “인간 측은 자신들 가운데 누가 늑대인간인지를 의논하여 매일 낮에 투표를 행해 누구 하나를 처형할 수 있는 거야”
[사쿠라] : “물론 죽이네 처형하네 하는 것이 게임 내의 이야기인 것은 알겠지?”
[사쿠라] : “죽은 사람은 이후로 발언 금지. 조용히 게임을 보고 있어야만 해”
[마이] : “뭐어? 꼭 그래야 돼!?”
[사쿠라] : “당연하잖니!”
아니, 지금 우리에게 있어서는 ‘당연’하지 않은 게임을 하고 있다만......
모두 멍하니 넋을 빼고 있다. 다들 실제로 벌어지는 늑대인간게임을 상상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
[사쿠라] : “하여튼 간에 그렇게 멋지게 모든 늑대인간을 몰아 낼 수 있다면 인간의 승리”
[사쿠라] : “인간보다 늑대인간의 수가 많아지면 늑대인간 측의 승리”
[유지] : “많아지면? 다 죽여야 이기는 게 아니라?”
[루나] : “늑대인간의 수가 더 많아진 시점에서 끝. 늑대인간은 아군을 알고 있으니 낮의 투표에서 의견을 교환 할 때 인간을 처형할 수 있으니깐”
[루나] : “인간 측에서는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이 더 이상 없어”
[사쿠라] : “루나는 영리하구나. 참고로 여기까지가 기본 규칙이야”
[사쿠라] : “아군을 알고 있다는 어드벤테이지와 매일 밤 하나를 죽일 수 있다는 능력을 살려 늑대인간 측은 승리를 노린다”
[사쿠라] : “그에 반해 인간 측은 수적 우세와 인간 측에 포함되어 있는 특수능력자의 힘을 빌어 대항한다”
[사쿠라] : “동료를 늑대인간의 공격으로부터 딱 하룻밤 지킬 수 있는 능력이나 어느 플레이어가 늑대인간인지 조사하는 능력......”
[사쿠라] : “그렇지만 누가 무슨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어. 사실대로 말할 수도 거짓말을 할 수도 있어”
[사쿠라] : “버터플라이 게임은 늑대인간에 해당되는 [주모자]가 하나, [고발]운운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이 조금 다르지만......”
[사쿠라] : “어때? 비슷한 것 같아?”
비슷하네 어쩌네 할 수준이 아니라......
[유지] : “완전 그대로 아냐?”
[리리코] : “들은 대로라면 완전히 닮았는걸요”
[마이] : “사쿠링, 그런 걸 잘도 알고 있네~”
[사쿠라] : “뭐 예전에 할아버님께서 가르쳐 주셔서. 제법 오래전부터 있었던 게임이라 하셨지.”
[츠바사] : “그나저나 이해를 못하겠네. 그 게임은 무슨 재미로 하는 거래?”
그래. 단순히 살벌한 분위기 탓만이 아니라, 게임을 하는 목적뿐만 아니라 매력이라는 걸 도무지 느낄 수가 없다.
[다이스케] : “추리나 알리바이를 깨뜨리는 부분인가?”
[사쿠라] : “아니. 이 게임은 말이야 거짓말을 하는 것, 타인의 신뢰를 얻는 것 의심하는 것, 그리고 거짓말을 간파하는 것에 본질을 두고 있어”
[사쿠라] : “게임은 오직 대화만으로 성립돼. 늑대인간은 증거를 남기지 않으니까 오직 낮 시간의 회의만이 늑대인간을 찾을 수 있는 힌트가 되지”
[사쿠라] : “낮 시간 중에 인간은 누구를 처형할지 의논을 하게돼”
[사쿠라] : “처벌의 후보에 오른 사람은 죽고 싶지 않다면 자신이 처형당하지 않도록 변호를 해서”
[사쿠라] : “자기가 신뢰받아 마땅한 인간이라는 것을 증명해야지”
[사쿠라] : “하지만 여기서 무엇보다도 확실한 것은 자기가 얼마나 쓸모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주장하는 것”
[사쿠라] : “버터플라이 게임의 역할명으로 말하자면...... 자기는 [진단자]니까 죽으면 인간 측이 불리하게 되므로 죽이지 말라고 한다고나 할까”
[사쿠라] : “늑대인간은 수가 적으니까 온 힘을 다해 죽지 않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돼. 그러니까 늑대인간은 거짓말을 하는 거야”
[마이] : “요컨대 늑대인간 측은 스스로를 [진단자]라는 식으로 새빨간 거짓말을 한다는 거야?”
[사쿠라] : “그 말대로야. 하지만 모두들 증명을 요구하지. 누구를 진단했는지 그 정체가 무엇이었는지 말이야”
[사쿠라] : “거짓말을 통하게 하고 싶다면 그 무게를 낮춰야 돼.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적당히 날조해가면서”
[사쿠라] : “그렇게 하면 진짜 능력자의 정보와 맞지 않게 되니까, 정보를 정리해서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조사를 하고......”
[사쿠라] : “그래서 그렇게 계속 가다보면 결국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결판이 나는 거지”
[사쿠라] : “인간 측은 거짓말을 간파해, 정직한 자를 찾아내는 것으로 승리한다”
[사쿠라] : “늑대인간 측은 인간들을 서로 의심하게 만들어, 서로 죽이게 함으로서 승리한다.
[사쿠라] : “이 밀고 당기기를 즐기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 거야. ...... 미안해 말이 너무 길어졌네”
[다이스케] : “아니, 충분히 참고가 됐어”
늑대인간게임이 어떤 게임인지는 알겠다.
늑대인간게임의 묘미는 상황판단이 열쇠. 늑대인간측은 정보적 우위와 의심하는 마음을 이용한다. 그런 심리전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버터플라이 게임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사람이 실제로 죽느냐, 죽지않느냐 하는 것이다.
늑대인간게임에서는 팀의 승리를 위해 자신이 희생한다는 선택이 가능하다.
그러나, 버터플라이 게임에서 죽는다는 것은 정말로 죽는다는 것이다......
패배 이퀄 죽음. 죽음 이퀄 패배.
그런 가혹한 상황에서 게임으로서 냉정한 분별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리리코] : “믿는 거란 말이죠. 지금 저희들에게 있어서는 너무 가혹한 규칙이네요”
[리리코] : “가장 믿을 수 없는 일이 막 일어나버린걸요”
리리코의 시선은 9시의 방향, 토모에의 방에 머물러 있다......
[사쿠라] : “부정은 않겠어”
[사쿠라] : “적어도 이 게임을 생각한 녀석은 우리가 의심에 사로잡혀 서로를 죽이는 살인극을 바라고 있을거라고 봐”
[사쿠라] : “그리고 밖에서 그것을 지켜보며 즐거워하고 있을 지도. ...... 속이 거북해질 정도지만”
그야말로 더럽기 기지 없다는 듯 사쿠라는 내뱉었다.
[유지] : “보고 즐긴다고?”
[사쿠라] : “적혀 있었잖아. 이곳은 온갖 수단을 통해 감시되고 있다고! 우리를 보고 즐기고 있는 것이 아닐지 하는데”
그 말은...... 우리의 인간관계가 파탄해 가는 모습을 보기 위해 이런 게임을 시작했다는 건가?
아마도 우리가 반 친구로서 사이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런 병신 같은 짓을 할 리가.
하지만, 지금은 딱히 그럴듯한 이유가 생각나지도 않는다.
서로 죽여 대는 모습을 보고 그것을 즐긴다?
[다이스케] : “그런 걸 위해서 토모에가 죽어야 했다는 거야......!”
용서할 수 없다. 용서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레이] : ‘다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보고 즐기기 위해서라는 의미가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한 것 같아요’
[레이] : ‘그저 겁을 주고 죽이고 싶었다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을 테니까요’
[레이] : ‘룰을 철저히 준수시키는 이상, 룰에 따라야 하는 것 자체에도 무언가 의미가 있을 거에요’
[레이] : ‘그렇지만 아직까지 이 룰에서는’
[레이] : ‘우리를 그저 터무니없는 상황으로 밀어 넣어, 관계를 깨트리려고 한다는 것 밖에 알 수 없어요’
[레이] : ‘원망을 산 일이 아닌 이상, 관계를 깨뜨리려는 것이 게임마스터의 바람이라고만 생각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사쿠라] : “그렇겠지...... 그리고 그것은 어느 정도 성과를 얻었지‘
[사쿠라] : “레이가 말한 대로 룰이 준수되고 있다면 [주모자] 또한 규칙대로 우리 중에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고”
[사쿠라] :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토모에가 죽었다는 이야기는 이 안에 있는 [주모자]가 게임에 참가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야겠지?”
주면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사쿠라의 어미에 포함된 의문부와 그 직후 우리에게 향해진 시선에는 그만큼 강렬한 의념이 담기어 있었기 때문이다.
분명히 규칙에 적힌 것이 전부라면 사쿠라가 말한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나는 절대로 믿을 수 없다.
게다가 반론의 여지가 없는 것도 아니다.
[다이스케] : “근데, 애초에 규칙에는 플레이어가 8명이라 되어 있었잖아”
[다이스케] : “우리는 9명이야. 그러니까 한 명이 남는다고”
확인하듯 레이에게 곁눈질을 했지만 스케치북에 열중한 나머지,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
[다이스케] : “이런 소리를 하고 싶지는 않지만 토모에는 플레이어로서 카운트 되지도 못했던 것 아닐까?”
[다이스케] : “내 예상으로는 일부러 한 명을 더 모아 놓고, 그 녀석을 시범적으로 죽여 보여서 우리에게 갈등을 주는 거지”
[다이스케] : “그러니까, 토모에는 우리가 아닌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했다”
[다이스케] : “우리가 친구를 의심하고, [주모자]에 대한 위기감을 가지게 하여, 제대로 임하게 하도록”
[츠바사] : (살짝 빗나가기는 했다지만 제법 제대로 맞췄네. 친구를 의심하기가 싫어 나름 궁리를 한 거겠지?)
[츠바사] : (하지만 [희생자]를 모르는 걸 모르다니. 게임 시작 직후에 규칙을 파악한 건가. 이거 얕볼 수 없겠는걸)
[츠바사] : (......그렇기에 더욱 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거지. 다이스케와 경쟁하는 것으로 나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니까......)
[츠바사] : (너를 죽여서 나는 나 자신의 신념을 증명한다)
[츠바사] : (그나저나, [은둔자]는 도대체 누구지......?)
[츠바사] : (이 멤버 안에서 나보다 먼저 손에 피를 묻히고 싶어 하는 녀석......?)
[마이] : (......)
[츠바사] : (어쩌면 [은둔자]는 심판일지도 모르겠군. 게임의 흥을 돋우기 위한 시발탄이었다든가)
[츠바사] : (......내가 모르는 곳에서 아버지와의 접점을 가진 녀석이 있다는 건가)
[츠바사] : (뭐...... [은둔자]가 심판이라면 오히려 잘됐군. 약을 쓰거나 [주모자]를 방해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츠바사] : (그렇게 생각하면 다이스케의 생각은 반쯤 정답이 되려나..... 뭐 좀 더 들어나 볼까)
[리리코] : “? 다이스케 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에요?”
[다이스케] : “어? 아니 그러니까, 토모에는 플레이어가 아니라......”
[리리코] : “그건 그렇겠지만...... 룰에 설명이 있었잖아요!”
[다이스케] : “뭐가?”
[리리코] : “어? 어라?”
뭐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사쿠라] : “이상한 소리를 하는 건 다이스케 너잖아. 토모에를 죽인 것은 [주모자]가 맞아”
[츠바사] : “잠깐 좀 있어봐. 다이스케가 저러고 싶은 것도 이해는 하잖아”
[사쿠라] : “이해는 무슨 이해! 명확히 부정하고 있었잖아!”
전혀 이야기가 맞질 않는다.
거기서 구원자가 되어준 것은 마이였다.
[마이] : “아~ 알겠다. 다이스케는 어젯밤 그 방송 전에 규칙을 읽어버린 게 아닐까나......”
[마이] : “우리는 아까 레이뿅한테 상황을 들어서, 상황을 알겠지만......”
[사쿠라] : “응? 무슨 이야기야?”
모두의 시선이 레이에게 모인다.
깜짝 놀랐는지 레이는 조금 움츠렸지만 사정은 알고 있었기에 스케치북을 펼쳤다.
빽빽이 매워진 규칙서의 말미. 그곳에 그 기술이 있었다.
[희생자]
능력: 첫날 밤에 자동적으로 [주모자]의 타겟이 된다. 그날 오전 1시, 방의 모습은 모든 방에 중계된다.
[다이스케] : “뭐......?”
[다이스케] : “이런 거, 내가 봤을 땐 없었다고!”
[사쿠라] : “나는 보았어”
[리리코] : “저도요”
[루나] : “나도......”
[유지] : “나도 봤고”
[츠바사] : “난 노트북에서는 못 봤는데”
[마이] : “마이도 츠바사랑 마찬가지. 그래서, 레이뿅한테 들었는데, 토모에가 그렇게 되기 전에는 없었대.”
그렇구나. 레이는 오전 1시 전의 시점에 이미 룰을 확인하고서 그 이후에 룰을 옮겨 쓰느라 다시 읽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눈치 챈 거구나.
한편, 오늘 규칙을 읽은 녀석들은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유지는 토모에가 죽은 다음에야 읽은 것이겠지. 글 읽는게 괜스레 느린 녀석이니까.
[다이스케] : “그러니까...... 플레이어로서 카운트 되지는 못했지만, 토모에의 죽음 또한 룰 안에서의 일이라는 거네”
[사쿠라] : “그런 것이지. 그리고 그 범인은 [주모자]고”
[사쿠라] : “그것은 그렇다 치고, 시간을 두고 새로운 룰이 등장한다는 것은......”
[사쿠라] : “토모에가 볼 수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어쩐지 치사한걸”
토모에 본인이 볼 수 없도록.
이걸 토모에가 보았다면 자기 운명을 알고 만다. [주모자]는 생각지도 못한 저항을 받게 될지도 모르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품고 있던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다이스케] : “그런데 어째서 토모에는 아무런 저항도 없이 살해당했던 거지?”
[사쿠라] : “엄청나게 무서웠던 것이 아닐까. 혹은 폭력에 당했거나”
눈살을 찌푸리는 사쿠라.
어조에는 적지 않은 공포와 혐오감이 뒤섞여 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중에 있을 누군가에게로 향하는 것이었다.
나도 마냥 기분이 좋지만은 못했다.
[루나] : “그럴 리 없어”
[루나] : “토모에는 강하단 말이야......”
루나는 나직이 하지만 확실하게 말했다.
나도 루나와 같은 생각이다. 어느 때라도 의연한 태도로 보이던 게 토모에다.
토모에는 우리 멤버의 여자 중에서는 가장 강한 심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이스케] : “아직 적혀있지 않은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규칙에 없는 무언가가”
[사쿠라] : “제발 그만 하자 응? 도대체 뭐야, 이 불공정한 상황은!”
신경질적인 사쿠라의 목소리에 다시금 침묵이 찾아온다.
지금 우리는 새장의 새처럼 누군가의 감상의 대상이 되어 있다.
우리 속의 [주모자]는 제대로 해볼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주모자]에게는 저항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희망은커녕 불안요소밖에 없지 않은가.
[레이] : ‘아직은 알 수 없어요’
그 때, 레이가 스케치북으로 보여준 것은 제법 긴 메시지였다.
[레이] : ‘[주모자]인 사람은 규칙에 대해 잘 몰라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여 그런 짓을 벌였는지도 몰라요’
[레이] : ‘모든 것이 악의에 의한 것이라고 그렇게 단정 짓는 건 이르지 않나요’
순간 레이와 눈이 맞는다.
지나친 생각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때 나는, 이 메시지가 나를 향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신 바싹 차리세요.
또, 또 이 시선에 적지 않은 격려를 받는다.
[다이스케] : “사쿠라, 늑대인간게임에 정석 같은 것은 없어?”
이론파 플레이어인 사쿠라. 흥미를 가진 게임이라면 알아보지 않았을 리가 없다.
[사쿠라] : “으음...... 늑대인간게임의 경우라면 몇 가지 있기는 한데”
[사쿠라] : “예를 들면 매일 밤 플레이어 하나가 인간인지 늑대인간인지 판별할 수 있는 [점술사]에게 조용히 있어 달라고 협력을 구한다”
[사쿠라] : “그리고, 늑대인간을 찾은 시점에서 등장해, 누가 늑대인간이고 누가 인간인지 알려달라고 한다”
[사쿠라] : “늑대인간 측에선 위험한 상황이니까 늑대인간 측도 [점술사]를 사칭해서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를 통해 단번에 정보를 짜낸다”
[사쿠라] : “며칠 정도 지나고 나면 어느 쪽이 거짓말을 했고 어느 쪽이 사실을 말했는지 알 수 있으므로 그것으로 늑대인간을 특정한다......”
[츠바사] : “그렇지만 버터플라이 게임에서는 좀 어렵겠는걸”
[유지] : “뭐가 문젠데?”
[츠바사] : “너는 정말 뇌도 근육으로 되어 있는 거야? 애당초 규칙이 다르잖아. [점술사]는 매일 밤 한 사람을 점 칠 수 있다.”
[츠바사] : “이 게임의 [진단자]는 게임 중에 단 한번 밖에 정체를 알아낼 수 없잖아”
맞는 말이다. [점술사]가 정체를 숨기고 모든 플레이어의 정체를 알아보는 것은......
[점술사]의 능력을 매일 밤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버터플라이 게임에서는 [주모자]가 단 한 명밖에 없기 때문에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 그렇게 설정한 것일까.
그리고...... 더욱이 버터플라이 게임에서는 실제로 사람이 죽는다는 점이 방해가 된다.
[다이스케] : “실제로 죽는 사람이 나올지도 모르는 방법으로 검증을 할 수는 없지 않겠어......”
[사쿠라] : “그래. 늑대인간게임의 인간 측의 전략은 그 어느 것이든 희생을 감수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니까, 여기서 활용할 만한 것이 못 돼”
[사쿠라] : “더욱이...... 버터플라이 게임의 가장 저질적인 부분은 [고발] 시스템이야. 실패하면 자기가 죽는다니 어떡하라는 거람!”
[사쿠라] : “그런 결단은 게임 안에서 조차 쉬이 내릴 수 없을 거 같은데...... [주모자]에게 너무 유리하잖아! 이 따위 게임은 실패작이야!”
괴로워 보이는 사쿠라.
다른 애들도 거기서 거기다.
아무 생각도 해낼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힘들겠지.
하지만, 그 가운데 오직 하나, 표정이 다른 녀석이 있다.
루나다.
[다이스케] : “루나,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루나] : “나는 [교환자]야!”
그렇게 루나가 소리쳤다.
주변의 공기가 얼어붙은 것만 같다.
모두의 사고가 정지했기 때문이겠지.
어째서,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공공연히 밝힌 것인지.
아니, 의문에 앞서 불안 혹은 공포 같은 감정이 따라왔다.
그런 이야기를 해도 괜찮은 건가?
[츠바사] : “무슨 생각이니 루나야?”
[사쿠라] : “그, 그래! 우리의 어드밴테이지는 누가 어느 역할을 가졌는지 [주모자]가 모른다는 단지 그것 하나 뿐이라고!”
그렇다. 가볍게 능력을 밝히는 것은 [주모자]를 유리하게 만들 뿐이다.
[교환자]가 방해된다면 루나를 죽이면 된다.
달리 생각이 있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루나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위험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나는 한 가지, 계속 생각해 왔던 아이디어를 입 밖에 내기로 했다.
[다이스케] : “루나가 역할을 밝혔으니, 다들 자신의 역할을 말하는 건 어때?”
[사쿠라] : “뭐!? 다이스케 너까지 무슨 소리니!?”
[다이스케] : “아니, 사실 이게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닌가 싶어. 물론 [주모자]도 솔직히 말해주면 좋겠어”
[다이스케] : “토모에를 해친 건 어찌할 수 없는 문제라고 치고...... 최소한 그 녀석에게 죄책감이 있다면 부디 나와줘. 마음을 바로잡아야 돼”
[다이스케] : “그렇게 해야지만...... 다 같이 이곳에서 탈출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이게 솔직한 내 희망이다. 이런 게임 따위 어울리고 싶지도 않고, 친구들을 의심하기도 싫단 말이다.
[츠바사] : (칫, 역시 이야기가 나오나 싶더니 이 녀석이군)
[츠바사] : (사실 너희들에게 있어 가장 올바른 방법으로 가는 한 걸음이긴 하지. 그 뒤에 잔혹한 결단을 내릴 각오가 있다면 말이지만......)
[츠바사] : (하지만 내가 바라는 건 그런 게 아니란 말이지. 폭로전 이후에는 얼마나 동정을 사느냐의 승부가 되니까 말이야)
[츠바사] : (짜증나는 연기질은 평소 해대는 걸로 충분하거든)
[츠바사] : (어쩔 수 없군...... 살짝 궤도를 수정해볼까......)
[츠바사] : “다이스케. 마음은 알겠지만 말이야. 그게 그렇게 쉽게 해결될까?”
[다이스케] : “이러쿵저러쿵 할 것 없이 사실을 말해버리면 더 이상 사람을 죽일 수 없잖아”
[츠바사] : “사쿠라, 넌 어떻게 생각해?”
[사쿠라] : “솔직히, 나도 무서워서 도저히 못할 것 같아”
무섭다니? 무슨 소리야?
[사쿠라] : “같은 역할을 가졌다는 사람이 나오면 어떡할 거야? 둘 중 하나가 [주모자] 라고 판단할 거야?”
[사쿠라] : “그렇지만 그것에 한정할 수만은 없어. [주모자]가 아니더라도, 무서워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
[사쿠라] : “만약에 둘 중 하나가 [주모자]라고 한다면 어떡할거야? 2분의 1의 확률로 고발이라도 할 셈이니?”
[사쿠라] : “실패하면 자기가 죽는 거고, 성공한다 해도 친구가 죽어버릴 텐데?”
[사쿠라] : “아니면 둘 다 죽어야 할 까? 죽는 것이 패배하는 것 이라면, 독 이외의 방법으로도 이길 수 있단 얘기지!”
[다이스케] : “어째서 [주모자]가 죽일 거라는 걸 전제로 생각하는 거냐고! [주모자]도 죽이고 싶어서 죽였다고만 할 수는 없잖아!”
[사쿠라] : “만약 만약에 그렇다고 해도 궁지에 몰리면 누구든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잖아!”
[사쿠라] : “목숨이 걸려 있는 일인데 어떻게 그렇게 낙관적일 수 있는 거야! 그러니 다이스케 네가 바보소리를 듣는 거야!”
[마이] : “사쿠링! 사쿠링!”
[리리코] : “사쿠라, 그만 진정해요! 너무 흥분했어요!”
주변에서 달래기 시작하자 사쿠라는 입을 다물었다.
나는...... 응대할 말이 없는 것은 알지만 왠지 말하기가 힘들었다.
[츠바사] : “나도 [주모자]가 그럴 마음이 있다는 건 생각하기 싫지만, 사쿠라가 한 말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다이스케] : “무슨 뜻인데?”
[츠바사] : “만약 여기서 모두 솔직하게 능력을 말한다고 치고, 거기다 협력해서 여기서 나갈 방법을 찾아본다고 쳤을 때”
[츠바사] : “탈출할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어떡할 거냐는 이야기”
찾을 수 없다면?
[다이스케] : “찾아낸다니까, 반드시!”
[마이] : “마이도 힘들다고 보는데...... 만에 하나 방법이 있다고 해도 우리 가슴에는 독이 묻혀 있는걸......”
[다이스케] : “그것도...... 그것도 어떻게든 해결할 거야!”
[리리코] : “다이스케 군. 만약에 말이에요. 어디까지나 가정에 불과한데요. 만약에 아무런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하면 어떻게 될 것 같나요?”
[리리코] : “7일이 지나면 [주모자]는 죽고 말 거에요...... 그 상황을 [주모자]는 어떤 심정으로 맞이해야 할까요?”
[리리코] : “궁지에 몰린 그 아이는 원했건 원하지 않았건, 모두를 해쳐서라도 살아남으려 할지도 모른다구요”
[리리코] : “누구든지 죽는 건 무서울 테니까요......”
[리리코] : “그렇게 되면 다이스케 군은 어떡할래요? [주모자]를 고발할 건가요?”
[츠바사] : (헐...... 이건 뭐냐. 난데 없이 편을 들어주고 있네?)
[츠바사] : (거 참 유감이다. 다이스케. 네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만 태도랑 각오가 글러먹었다고)
[츠바사] : (그럴 생각이었거든. 사쿠라가 말했듯 스스로가 처형인이 될 각오가 필요하잖아)
[츠바사] : ([주모자]를 발견하면 당장에 [고발]할 각오도 말이야)
[츠바사] : (허들은 하나 넘었네. ......하지만, 루나 저 녀석은 좀 귀찮겠는걸. 이 녀석은 아마 눈치챈 것 같아)
이번에야말로 나는 정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가 낙관적이라는 자각은 있었고, 다들 비관적인 이유도 잘 알고 있다.
죽고 싶지 않고,
죽이고 싶지 않다.
이 생각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이 게임에선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깨닫고 말았다.
그런 이상, 내가 무슨 소리를 하든 간에 소용이 없다.
[루나] : “이제 나 말 좀 해도 돼?”
주변이 잠잠해지는 것을 기다렸다가 루나가 물었다.
[다이스케] : “아 그래, 미안. 이야기하던 도중에”
[루나] : “괜찮아”
[루나] : “어쨌든 일단 최소한 모두의 걱정을 좀 미룰 수는 있으니까”
[사쿠라] : “그게 무슨 소리니?”
그렇다. 도중에 이야기가 딴 데로 새어서 엉망이 되기는 했지만, 최소한 루나가 자신의 역할을 밝힌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루나] : “룰을 읽어 보니까 알겠던데, 이 게임에는 결함이 있어”
[루나] : “[교환자]의 능력을 사용하면 [주모자]의 능력을 무효화할 수 있다”
무슨 소리지?
둘러보지만 아무도 루나의 의도를 이해하진 못한 것 같다...... 아니,
[사쿠라] : “잠깐 아니, 그렇지만......”
사쿠라는 어떤 가능성에 생각이 미쳤는지 잠깐 고심하는가 싶더니 손을 마주쳤다.
[사쿠라] : “그런 방법이 있었네. 루나! [수호자]의 힘을 빌리자는 거지?”
[루나] : “정답”
[츠바사] : (칫...... 역시나. 여기서부터 새 국면인가)
[츠바사] : “무 무슨 소리야? 누가 설명 좀 해 줘”
[루나] : “응, 레이. 쓸 것 좀 빌려줘”
말하는 대로 레이는 만년필과 스케치북을 넘겨준다.
그것을 들고 루나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막대기처럼 그린 여덟 명의 인간. 그 중 셋은 머리위에 글자가 쓰여 있다. 각각 ‘교’ ‘주’ ‘수’ 라고.
[루나] : “각각 [교환자] [주모자] [수호자]야”
[유지] : “루나 너, 그림 잘 못 그리는구나”
[루나] : “유지 미워......”
[사쿠라] : “이 바보가”
사쿠라의 촙에 후두부를 당한 유지가 쓰러지는 모습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루나는 인간의 그림에 ‘유’를 써 넣고서
[루나] : “이걸 유지라고 치고...... [주모자]가 유지를 죽이려고 하고 있어”
[유지] : “죄송합니다. 제발 샘플로 삼지만 말아 주세요......”
[루나] : “됐으니까, 일단 들어봐. [주모자]가 밤에 유지를 지명한다......”
‘주’에서 ‘유’로 선이 하나 이어지지만, 도중에 그 선은 멈추고,
[루나] : “그렇지만 [교환자]가 [자신이 타겟이 된다] 능력을 밤에 쓴다”
선은 도중에 크게 돌아 ‘교’를 향해 화살표가 그려졌다.
[루나] : “여기서 [수호자]가 [교환자]에 대해, [주모자의 지명을 막는다] 능력을 사용한다”
화살표 위에 가위표가 그려진다.
[루나] : “이렇게 하면 [주모자]의 능력은 무효”
[루나] : “유지가 아니더라도 [주모자]가 누구를 고르던지 타겟은 [교환자]로 바뀌니까, [수호자]로 무력화할 수 있어”
[다이스케] : “앗......!”
아니......
그렇지만......
그렇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반대할 만한 요소는 보이지 않는다.
[수호자]와 [교환자]가 연계하면 [주모자]의 살해를 반드시 피할 수 있다.
그게 이 게임의 결함인가......!
[다이스케] : “사쿠라, 어떻게 생각해?”
[사쿠라] : “문제없다고...... 봐”
[다이스케] : “너희는?”
[유지] : “나는 잘 모르겠지만...... 설득력은 충분히 있는 것 같은데”
[츠바사] : “나도 그렇게 생각해”
[마이] : “용케 그런 생각을 다 해냈구나! 루냥, 굉장해!”
[루나] : “어쩌다 보니......”
[리리코] : “사쿠라도 겨우 몇 마디 듣고 정말 잘도 루나의 의도를 알아챘네요”
[사쿠라] : “[교환자]라는 힌트가 있었으니까. 늑대인간게임이라면 여러 번 해본 적도 있다는 경험도 있고”
[사쿠라] : “다만, 루나의 역할이 드러나 버린 것은 역시 좀 위험하지 않을까......”
[루나] : “괜찮아, 사쿠라”
[루나] : “우리는 친구니까. [수호자]가 반드시 지켜줄 거라고 믿어”
그렇게 단정하는 루나의 말을 듣고, 무심결에 살짝 눈물이 날 뻔 했다.
루나...... 너는 토모에가 죽어 힘들 텐데 그런 생각을 해내고, 그런 각오까지 하고 있었구나.
친구들을 믿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건, 비단 나 뿐 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 안에서 가장 어리면서도 가장 강한 것은 다름 아닌 루나였다.
[다이스케] : “루나...... 고맙다”
[루나] : “괜찮아. 토모에를 위해서라도 우리는 살아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되니까”
토모에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사쿠라를 쳐다보는 루나는 조금 전의 말을 되뇌고 있는 듯 했다.
나도 그 바람은 마찬가지이다.
그랬기에 나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여 모두를 불렀다.
[다이스케] : “이 안에 있을 [수호자]에게 제발 부탁할게...... 능력은 부디 루나를 지키기 위해 써줘”
[다이스케] : “[주모자]도 능력을 빼앗길 테지만 제발 성급하게 생각하지 마”
[다이스케] : “우리 모두가 불안하잖아? 최소한 밤에 습격 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만큼은 없앨 수 있어”
[다이스케] : “다들, 알겠지?”
나의 말에 모두가 힘있게 끄덕인다.
다행이다.
우리는 아직 서로를 믿고 있다.
[사쿠라] : “적어도 오늘은 안심하고 잘 수 있으려나”
아직 문제는 산처럼 쌓여 있지만,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쨌든 간에 죽음의 공포를 이겨내고 모두가 단결한다. 그리고 탈출의 수단을 생각해 낸다.
그리고, 버터플라이 게임을 준비한 녀석들에게 한방 먹여줄 수가 있다......
[사쿠라] : “잠깐 할 말이 있는데”
사쿠라는 또 생각난 것이 있는 모양이다.
[사쿠라] : “[진단자]의 능력, 지금 여기서 사용해도 괜찮을 것 같아서”
[다이스케] : “엥? 무슨 소리야 갑자기”
[사쿠라] : “루나가 진짜 [교환자]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잖아”
[루나] : “엣?”
루나가 뜻밖이라는 소리를 내었다.
당연히 그렇겠지. 나도 무슨 소리를 꺼내나 싶었다.
[사쿠라] : “아 아니, 루나를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것은 아닌데......”
[사쿠라] : “일단 [주모자]를 궁지로 몰지 않는 방법을 선택했으니, [진단자]의 능력을 유용하게 사용하려면 이러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어서”
[사쿠라] : “루나가 [교환자]인 것이 틀림없다면 [수호자]도 안심하고 능력을 사용할 수 있을 거잖아”
그렇군...... 듣고 보니 틀린 말은 아니다.
[츠바사] : “그건 안 돼. 사쿠라”
그러나, 츠바사는 긍정적이지 못한 모양이다.
[사쿠라] : “어째서지?”
[츠바사] : “[진단자]는 단 한 번밖에 능력을 사용할 수 없는 거잖아?”
[사쿠라] : “그랬지”
[츠바사] : “그렇다면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다들 루나는 충분히 믿고 있으니까 지금은 괜찮잖아”
[츠바사] : ([진단자]의 능력을 지금 써버리게 하는 것도 상당히 매력적이지만...... [교환자][수호자]의 연계가 강화되는 것은 더욱 귀찮아)
[츠바사] : (그렇다고는 해도 [진단자]의 능력도 겁나긴 마찬가지니. 괜히 아무나 건들지 못하도록 겁이나 줘 놓을까)
[츠바사] : “게다가...... 결국 증명이 될 것 같지는 않아. 만에 하나 누군가가 거짓말을 해버린다면 다시 이야기가 꼬이잖아”
[츠바사] : “능력은 중요하니까 능력을 쓸 때는 이렇게 다 같이 의논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사쿠라] : “확실히 그렇기는 해”
[사쿠라] : “음~ 역시 츠바사의 의견에 찬성. 지금은 [교환자]와 [수호자]에게 부탁하고, 우리는 조용히 지켜보기로 할까?”
[츠바사] : “이해해줘서 고마워. 자! 좀 더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내 방으로 갈까?”
이후 5분 정도, 츠바사는 사쿠라와 유지에게 걸레가 되도록 맞았다.
[사쿠라] : “하아...... 하아...... 크흑, 괜한 곳에 체력을 쓰고 말았네. 어쨌거나 그렇게 되었으니, 그럼 부탁할게 [진단자]님”
사쿠라는 우리 모두를 향해서 목소리를 낸다. 주변을 둘러보지만 아무도 반응하지 않는다.
하긴 그렇겠지. 이제와 능력을 밝힐 필요도 없고, 사쿠라도 딱히 정체를 밝힐 것을 원해 한 행동은 아닐테니.
[다이스케] : “이걸로 일단락 된 건가?”
[사쿠라] : “그러려나”
[유지] : “아~ 그 전에 잠깐 궁금한 게 있는데”
[사쿠라] : “뭐니?”
[유지] : “내가 말이지, 그 능력인가? 역할? 이라고 하나? 잘 모르겠는데”
[츠바사] : (......!)
[사쿠라] : “뭐어?”
[유지] : “아니, 그 왜. 난 문자뿐인 설명서 같은 거 잘 못 읽잖아...... 니들 진짜 용케도 이해했다”
[사쿠라] : “하기는 확실히 조금 복잡한 규칙이기는 했지만...... 너 정말 기억나지 않니?”
[유지] : “그래, 까먹었어”
[다이스케] : “너 진짜 제대로 바보구나......”
[유지] : “네가 할 소린 아니지!?”
[레이] : ‘자자, 진정하세요. 노트북으로 얼마든지 다시 확인하실 수 있으니까요’
[유지] : “어, 그러지 뭐”
[사쿠라] : “내가 정말 못살아...... 이래서 바보 같은 소꿉친구를 두는 것이 아니었는데......”
왜 나도 세트취급 하듯 바보라는 걸까나?
뭐 어쨌든 방침이 정해진 덕분이겠지. 웃을 여유가 생겼다는 건 정말 다행이다.
[츠바사] : ([배신자]가 유지라. 근육뿐인 바보이긴 하지만 단순해서 이용하기 쉽겠군)
[츠바사] : (사쿠라가 얽히면 제법 재밌는 전개가 될 것 같은걸......)
[츠바사] : (그렇다고 끝까지 남겨둘 수는 없겠군. 바보라 말로 어떻게 될 녀석이 아닌 만큼, 막판에 가서 날뛰었다가 상처라도 나면 재미 없으니)
[츠바사] : (어떻게 움직여 볼까)
[츠바사] : (플레이어의 추리를 방해하고 혼란시키고 구체적으로는 역할을 속이게 하는 게 기본이지)
[츠바사] : (게다가 가능한 오래토록 들키지 않는 거짓말이 좋겠는데. [주모자] 같은 건 안되겠군)
[츠바사] : (가령 [주모자]를 [고발]한다면 고발자가 죽지. 만약 [주모자]를 직접 죽인다 해도 게임이 끝나지 않을 테고, 그러면 곧 들킬 테니......)
[츠바사] : (어디 보자...... 그걸 위주로 다음 수단을 생각해 봐야겠어)
[츠바사] : (설마 루나가 진짜 [교환자]를 지키기 위해 연극을 한다 는 상황은 아니겠지? 하여튼 똑똑한 꼬맹이는 이래서 싫다니까)
[츠바사] : (일단 좀 만만한 데부터 손대 볼까...... 레이와 사쿠라의 약점은 나중에 잡아두기로 하고......)
[츠바사] : (역시 큰 위험부담 없이 건드릴 수 있는 건 리리코이려나)
[리리코] : “그럼 슬슬 식사를 하도록 할까요?”
짝~ 하고 손을 마주치며 리리코가 미소를 짓고 말했다.
워~ [가사를 하게 해달라!]는 아우라가 펄펄 넘쳐 흐른다. 분위기 때문에 참고 있었다 이거군.
하긴 확실히 배가 고프긴 하다.
토모에가 그렇게 된 탓에 식욕이고 뭐고 없었지만, 먹지 않으면 힘을 낼 수도 없으니.
[다이스케] : “밥이나 먹을까”
[마이] : “응, 배고파아!”
[유지] : “방 안에 있는 걸로 때울까?”
[다이스케] : “루나가 먹기 힘들지 않을까......”
[루나] : “사실 좀 그래...... 미안”
[다이스케] : “그럼 만드는 게 좋을 것 같네”
[리리코] : “주방이랑 재료는 아래쪽에 있댔죠?”
[다이스케] : “그래”
[리리코] : “그럼 좀 보고 올게요. 될 것 같으면 얼른 만들어 올게요”
말은 쉽게 한다만 8인분이면 장난이 아닐 텐데.
라는 식의 배려는 해봤자 쓸모없다. 리리코의 경우 집에서는 한창 자랄 아이들을 포함한 10명의 식사를 매일 준비하고 있으니까.
[마이] : “찬성”
[유지] : “뭐 도울 일이라도?”
[리리코] : “신경 안 써도 되요. 매일 하는 일인걸요”
[츠바사] : “아니, 지금은 세 명 이상씩 다니는게 좋을 것 같은데”
[리리코] : “어째서죠?”
[츠바사] : “지금은 서로 보이지 않는 데서 행동하는 것도 그닥 좋지 않을 것 같은데”
[츠바사] : “괜히 찝찝해할 필요 없잖아? 혼자 요리 했다가 독을 넣었네 어쨌네 의심하고 하는 건 말이야”
[리리코] : “어머머, 그런 짓 안해요”
[츠바사] : “에이, 그야 당연하지! 그렇지만 애초에 그렇게 해두면 딱히 의심할 필요도 없으니, 다들 맘 편할 거 아니냔 말씀”
흐음...... 괜스레 의심하는 것 같아 좋은 기분은 아니지만 츠바사가 하는 말도 틀리지는 않다.
예를 들어 리리코가 만든 밥을 먹었다가 우연이라도 누군가 아프기라도 하면...... 리리코가 의심받을 것이 명백하다.
[다이스케] : “그런데 왜 세 명이라는 거지?”
[츠바사] : “이것도 어디까지나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인데 세 명인 게 안전하지 않을까”
[츠바사] : “[주모자]와 [주모자]에게 협박당하는 [배신자]를 한 편으로 생각할 수 있으니 한 명의 목격으로는 다소 증명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츠바사] : “그렇다고 해서 너무 여럿이 가면 오히려 산만해지니, 세 명이 적당하다는 거지”
[다이스케] : “그렇긴 하네. 좋아! 츠바사의 의견 채용. 말 꺼낸 네가 가”
[츠바사] : “뭐...... 뭐시라!?”
[다이스케] : “네가 말해놓고 안 갈 생각이었냐! 이 바보야. 그리고 리리코는 당연히 가야하고...... 누구 가고 싶은 사람? 없으면 내가 가고”
[마이] : (......이 상황을 츠바사가 유도했다고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마이] : (아빠의 자식인 이상 [주모자]로서의 센스는 발군일테고, 리리코의 약점을 모를 리가 없겠지)
[마이] : (좋아, 보러 가자)
[마이] : “저요 저요! 맛보기 담당으로 마이가 지원합니다!”
[츠바사] : “헉, 마이!”
[츠바사] : (그나마 낫나. 다이스케나 레이보다는 다루기 쉽겠지)
[마이] : “헉은 뭔데! 양손에 꽃이니 감사해야지!”
[츠바사] : “내 안에 정리된 카테고리 안에서 마이 너는 여자의 범주에 들어가지 못하거든”
[마이] : “뭐*가*어*째!”
[츠바사] : “자, 그럼 가자 리리코! 뭐 만들까! 우동이 좋을 것 같아 우동!”
[츠바사] : “수타로 면을 만들 때 여기저기 흔들거릴 리리코의 모습을 상상하니 어쩜 좋을지 모르겠어!”
[마이] : “얼씨구! 이제 보니 그게 목적이군!”
[츠바사] : “음핫핫핫핫! 다이스케, 유지 유감스럽겠구만! 위대한 흔들흔들은 나 혼자 감상해주겠다!”
[리리코] : “아 저...... 무슨 얘기죠, 그게?”
[마이] : “거기 섯! 철회하란 말야! 마이도 제법 있단 말야!”
셋은 그렇게 장난을 치며 지하실로 향해갔다.
뭐 저렇게 시끄러운 놈들이 다 있는지. 아침에 있었던 일을 이미 잊어먹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하지만, 지금은 저 명랑한 모습이 오히려 든든하다.
나는 그렇게 잠깐 지켜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레이] : “......”
[사쿠라] : “......”
[루나] : “......”
남은 여자들 셋에게서 미묘하게 어두운 분위기가 감돈다.
그야 리리코에 비교하면 대부분이...... 아니, 근데 거기 12살짜리는 아직 신경 쓸 필요 없잖아......
[유지] : “다이스케, 나도 아래로 가도 되냐?”
[다이스케] : “열라 진지한 얼굴하고 뭔 소리냐 지금. 분위기 파악 좀 해라 이 바보야‘
[사쿠라] : “남자라는 것들은 하나같이 불결해......”
[레이] : ‘완전 저질이에요......‘
[루나] : “흔들흔들......”
[다이스케] : “아픈 데 건들래!”
[유지] : “아니, 난 그냥 배가 고파서!”
바보는 그냥 방치해두기로 하고, 나는 시간이 신경쓰였다. 이제 점심시간은 지났을까?
[다이스케] : “시계는...... 츠바사가 가지고 있었지”
[다이스케] : “잠깐 가서 시계 보고 올게”
[사쿠라] : “남자라는 것들은 하나같이 불결해......”
[레이] : ‘완전 저질이에요......‘
[루나] : “흔들흔들......”
그냥 말자.
같은 대사를 계속해서 반복 (레이는 같은 페이지를 열어둔 채 경직상태) 하고 있는 여자들은 유지가 알아서 하겠지.
그리고, 방으로 돌아온 나는
느슨해진 사고가 단번에 날아가버릴만한 충격을 맛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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