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점]
[??] : "쯔바이<zwei> 젝스<sechs> 지벤<sieben> 나옵니다“
[??] : "좋아. 나는 그들을 마중 나가지. 심판에게도 전해둬. 12호실을 열어라“
[??] :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 : "5연발을 가져다 줘“
[??] : "옙“
[??] : "아인스<eins> 트라우마가 더 심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 : "쓸모없어지면 버리면 돼“
[??] : "괜찮겠습니까?“
[??] : "이 이상 쓸데없는 소린 필요 없네. 가지“
[??] : "알겠습니다“
[다이스케 시점]
셔터 너머에 있던 계단을 오른다.
콘크리트로 만든 상당히 긴 계단이다. 방향이 반복되면서 위로 계속 이어져 있었다.
몇 계단 오른 시점에 등 뒤에서 셔터가 내려가기 시작했다.
[다이스케] : "어쨌든 앞으로 가자“
게임이 끝났어도 우리는 해방된 것이 아니다.
그 끝에 무엇이 있는 걸까.
그것을 밝혀낼 때까지 따라주지.
...
......
.........
최소한의 조명밖에 없는 조금 어두운 계단.
한 쪽 눈으로는 나아가기 어려워서, 중간부터 나는 유지의 어깨를 빌려 뒤를 따랐다.
계단의 중간에는 몇 개나 되는 비상구라고 생각되는 문이 있었지만, 역시 봉쇄되어 있었다.
첫 날의 일을 생각해낸다. 벌써 5일이나 지나지 않았나.
그 때 우리들은 그저 불안함에 가득 차 있었지만
지금 그 감정의 그릇은 텅 비었다.
아니. 텅 비어선 안 된다.
나에겐 해야 할 일이 있다.
...
......
.........
[??] : “거기서 멈춰라”
어느 정도 계속 올라간 걸까.
계단 넓은 곳을 지나던 차에 방송이 들려왔다.
[??] : “문을 지나 막다른 곳에 있는 문으로 빠져나와라. 나는 거기서 기다리고 있다”
귀에 거슬리는 가공된 음성.
이제야 그 진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문을 지나, 통로를 빠져 나오니
[다이스케] : “가자”
[유지] : “그래”
[리리코] : “네......”
제일 안 쪽의 문을 연다.
굉음이 귀청을 찢었다.
[레이] : (.........)
색도 없다.
감각도 없다.
냄새도 없다.
아무것도 없는 잠.
죽음이라는 게 허무한 것이라고 이해하는 나 자신마저 없다.
거기서.
갑자기, [존재하는] 세계로 내던져졌다.
[레이] : "앗"
안구의 근육이 들어올려 진 것처럼 갑자기 눈이 떠졌다.
하얀 시야.
눈 앞에 보이는 건 내 손
움직이려고 하면, 움직인다.
감각은 별로 없다. 하지만, 움직인다.
나, 살아있어?
몸이 무겁고 마비된 감각. 가만히 있으면 섬뜩한 불쾌감과 불안감이 덮쳐온다.
하지만 그런 걸 신경 쓰고 있을 여유는 없다. 무엇이 일어났는지 생각해 내야한다.
......
즉. 다이스케 선배의 약은 효과가 있었다는 것. 분명 유지선배에게 썼던 주사기가 독이었다면, 이쪽은 약일 터.
어째서 이렇게 늦게 효과가 나는 거지?
본래 예방용으로 사용할 약을 독이 퍼지고 나서 주입했기 때문에 일반적이지 않은 결과가 발생했다?
다시, 손을 움직인다. 좀 전보다 잘 움직인다.
팔을 움직인다.
둔하긴 해도 움직인다.
팔에는 핏줄기가 남아 있었다. 주사바늘 구멍에서 나온 피다.
내가 잠들어 있었던 너덜너덜한 침대는 기억에 있는 것이었다. 버터플라이 게임 회장의 침대다.
나는 죽었다는 판정을 받아 그대로 침대에 방치되어 있었던 것이겠지. 감시카메라가 찍고 있는 나는 단순히 시트에 말린 사물.
노트북을 보고 상황을 확인하고 싶지만...... 가능한 한 움직이지 않고 이 곳에 있기로 하자.
내가 살아있다는 것은 모르는 편이 좋다.
그러고 있으면 반드시, 누군가 이리로 온다.
모두의 시체를 정리하고 게임의 흔적을 지우고 우리들이 사용한 것을 보충한다.
아마도 다음 게임을 위해.
내가 아직 여기에 있다는 것은 정리가 아직이라는 것.
정리가 시작될 때, 그 때가 유일한 탈출의 찬스다.
무기가 있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이 상황에서 손에 넣을 무기 같은 게
있다.
시야 끝에 보인 것은 속이 빈 주사기.
나에게 주사했던 것이다. 피가 묻어 있다.
손이 닿았다.
됐어. 이제, 움직이지 말자.
기회만을 기다릴 뿐이다.
[다이스케] : “유 유지!!”
그 굉음과 함께 유지가 나직이 비명을 내지르고 무릎을 움켜쥐며 쓰러진다.
리리코는 나의 뒤에 숨었고, 내가 유지의 앞을 막아선다.
어째서.
머리는 물음으로 가득 찼다.
어째서 일본에 저런 것이 있지.
굉음의 정체는 총성이다.
어째서 쏜 거야.
유지는 무릎을 당한 것 같다. 출혈이 엄청나다. 관절이 망가졌을지도...... 그렇다면 일어 설 수조차 없을 것이다.
왜? 왜? 왜왜왜왜왜?
왜 네가 거기에 있는 거야......!!
[다이스케] : “마이!!”
[마이] : “......”
미나세 마이. 나의 동급생.
구제불능이 되어버렸던 나를 두 번이나 다시 일어서게 했으면서
필요 이상의 승리조건을 충족시키고는 버터플라이 게임 회장을 떠나버린 [은둔자]
틀림없다. 한쪽 눈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저 얼굴을 착각할 리는 없다.
틀림없지만, 잘못됐다.
왜~ 그쪽에 있지?
왜~ 총구를 이리로 겨누고 있냐고!!
[다이스케] : “마이, 너 이 자식”
다시 한 번 파열음이 귀청을 울린다.
마이는 바닥을 향해 쐈다. 바닥의 콘크리트가 튀어서 발밑을 후드득 파편이 때린다.
마이의 눈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무자비한 것이었다.
[??] : “거친 환영이라 황송하네만 멍청한 행동은 피해주게”
음성은 달라도 어조로 알 수 있다.
마이의 뒤에 선 남자.
게임 마스터가 틀림없다.
장년 혹은 초로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겠군.
백발 섞인 머리카락에 금이 간 것 같은 주름이 패인 얼굴. 각이 진 두꺼운 뿔테 안경과 백의.
그 남자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는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이루는 표정을 설명하려고 했을 때, 나는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이 자식~ 박살내주겠어.
인간성이라고 하는 단어의 반대 의미를 표현하는 희노애락의 모든 감정이 빠져버린 면상.
그렇군. 이런 녀석이 이런 빌어먹을 게임을 만든 거냐.
완벽하게 납득이 갔다.
[리리코] : “유지...... 유지 괜찮아요......?”
[유지] : “아으아아아악......! 주 죽진 않 겠지......!!”
[??] : “키요하라 유지는 게임 중에 독이 든 캡슐을 상실했다. 그러므로 다른 둘과 같이 제거하기 어렵다”
[??] : “따라서 무력화시켰다. 치료라면 이 병원으로 와라. 전액 보상하지”
[??] : “덧붙여, 남은 2명의 캡슐은 지금 나의 수중에 있는 리모콘으로 언제든지 조작 가능하다”
[??] : “쓸데없는 생각을 않는 것이 신상에 좋을거다”
남자의 말이 마음에 걸렸다.
병원? 병원이었던 건가?
확실히 백의를 입은 남자는 의사로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버터플라이 게임 회장에 대해 생각해 본다. 병원 같은 구조를 하고 있다.
더욱이 지하에 있던 대량의 환자식에 주사기, 독이니 약이니 하는 다수의 소도구.
그렇군. 언뜻 불결한 환경에 먼저 눈이 가지만 기본적으로 [병원]이라는 테마는 일관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이스케] : “당신 의료관계자야?”
[마이] : “......”
[??] : “그만둬라”
총구를 나에게 겨누려는 마이를 남자는 제지한다.
[??] : “말투는 상관없다. 오히려 나루카와 다이스케의 인격에 맞는 사내다움이 있어서 마음에 드는군”
[??] : “쓸데없이 쏘진 마라. 장전”
남자의 한마디에 마이는 탄창을 열어, 모든 탄환을 빈 약협 째로 서슴없이 버리고는,
사용하지 않은 탄만을 솜씨 좋게 공중에서 캐치해서 재장전했다.
다시 주머니에서 2개의 새로운 탄환을 꺼내 장전해 탄창을 가득 채웠다.
전혀 군더더기 없는 동작.
저렇게 숙련된 모습이라니.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 : “다시 내 소개로 돌아가지. 나는 M기념병원 원장을 맡고 있는 사람이다. 과거 키류라는 이름이었던 적도 있다”
M기념병원?
Y시, 아니 이 주변에서 가장 큰 병원이다.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에는 케이코는 M 기념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었다.
그리고, 키류
키류 츠바사와 같은 성, ‘파파’라고 했던 츠바사.
츠바사의 집은 유복하다고 들었다. 의사라면 분명히 유복하겠지.
[다이스케] : “진짜 츠바사의 아버지냐?”
[원장] : “그게 딱히 중요한 문제는 아니네. 키류 성은 원래 죽은 아내의 것이고 호적에서 나는 지금, 나는 옛날 성으로 돌아왔다”
[원장] : “어차피 지금 내 이름이 중요한 건 아니지”
[원장] : “내가 이 방에 온 목적은 하나다”
[원장] : “제군에게 버터플라이 게임의 보상을 제시하고 그 선택을 듣는 것. 그렇게 시간이 걸릴 일은 아니지”
여기까지 게임 마스터인 원장은 아주 조금도 표정을 바꾸지 않고 막힘없이 끊어 말했다.
익숙하다. 게다가 동요하지 않는다.
저쪽에 총이 있는 이상, 이쪽은 항의할 수도 없다.
침묵을 이해의 반증으로 받아들였는지 원장은 말을 이었다.
[레이] : (왔다!)
방문이 열리는 소리.
시트의 정말 작은 틈으로 상황을 엿본다.
들어온 것은 온통 흰색 옷을 입은 인간.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다. 마스크에 두건, 장갑 장화, 수술복 같은 얇은 작업복.
뭔가, 여러 도구류가 가득 실린 손수레를 끌고 들어왔다. 청소라도 하려는 걸까.
아니다. 안에 들어있는 것은 수술도구다.
대충 알겠어. 녀석들의 목적이.
용서할 수 없어.
좀 더 가까워지는 것을 기다리자. 하얀 인간이 방심하기를.
내 쪽으로 등을 보인다.
지금이다!
[레이] : "..!!"
[??] : "힉!?"
시트에서 튀어 나오는 것과 동시에 입을 막고 목덜미에 주사기를 들이댄다.
[레이] : "움직이면 죽일거에요"
어라?
[레이] : "쓸데없는 소릴 해도 죽일거에요"
[??] : "!!"
나와......
나......
목소리가 나와!
[레이] : "이 외에 몇 명이나 있죠?"
무섭도록 차가운 목소리도 낼 수 있다......!! 기뻐할 때가 아니지만!
[??] : "네 네 명......!"
[레이] : "고마워요"
입을 틀어막고 있던 손을 목가로 쓸어 내려서.
혈관을 압박했다.
[??] : "!!"
가는 목이다. 여성인 것 같다.
그렇게 수 초, 흰옷의 전신에서 힘이 빠졌다. 기절한 것이다.
쓰러진 몸을 잘 받쳐 들어 침대에 눕혔다.
이 옷을 빼앗아 위장을 할까? 아니 현실적이지 못하다. 나는 이들의 은어도 행동 예정도 아무것도 모른다.
하지만 옷은 빼앗는다.
단 한 순간 눈치채지 못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니까.
지금은 감시의 눈이 두루 미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해도 좋은 것 같고.
난 한다.
오빠의
나루카와 다이스케의 여동생으로서.
친구들의 몸에는 손가락 하나 건드리지 못하게 할거야!
[원장] : “제군에게 제시하는 보상에 대해서, 기본적으로는 의료 서비스로 보답하고 있다”
미동조차 하지 않고 원장은 설명을 해내간다.
당치도 않은 악몽같은 진실을.
[원장] : “키요하라 유지의 형. 키요하라 사이치의 중증 질환 치료에 대해, 당 병원에서 골수이식을 우선적으로 받을 권리를 제시한다”
[유지] : “뭐라...... 고......!?”
바닥에 자빠져 고통에 신음하면서도 유지가 놀라움을 입 밖에 낸다.
[원장] : “모리노 리리코의 남동생. 모리노 코우타의 간질성 폐렴 치료에 대해, 당병원에서 간이식을 우선적으로 받을 권리를 제시한다”
[리리코] : “코우타의?”
서툰 손놀림으로 유지의 상처를 압박하여 응급치료를 하고 있던 리리코도 돌연 튀어나오는 가족의 이름에 당황하고 있는 것 같다.
[원장] : “마지막으로 나루카와 다이스케. 너에겐 의료를 받을 육친이 없으니 다른 2명의 이식 기회 제공 보수에 필적하는 돈으로 보상하지”
[원장] : “세금같은 거 없이 1000만엔을 주도록 하지”
[다이스케] : “!”
말도 안 되는 거금.
그런 돈이 어디서 나오는 거야?
병원이라는 게 이렇게까지 돈을 끌어모으는 것이었나?
[다이스케] : “거부한다면?”
굉음.
리리코가 비명을 지르며 귀를 막는다...
[원장] : “쓸데없는 소릴 지껄이면 안 되지”
큭......!
[원장] : “일단 대답을 해주자면 지금의 총구가 조금 위로 향하게 된다는 게 보상일 거다”
[원장] : “나는 무욕의 미덕이라는 게 싫어서 말이지”
[원장] : “게다가 동료들이 돌아가며 피투성이가 되어가는 와중에도 덕을 말하는 위선자도 좋아하지 않아”
[원장] : “입막음의 의미도 있는 이상, 받을지 죽을지 양자택일이 되는 거다. 알겠나?”
끄덕일 생각은 들지 않는다. 긍정의 침묵.
[원장] : “좋다”
[원장] : “키요하라 유지에 대해 보충 설명을 하지”
[원장] : “당초 사망이라 판단됐던 것은 복합고정제 저해약의 기능에 대한 지식 부족이 원인이다”
[원장] : “저해약은 사전에 과잉량을 투여하면 100% 예방 효과가 있지만”
[원장] : “고정약이 기능을 발휘한 후에 사용하면 효능에 상당한 불규칙이 발생한다”
[원장] : “이번처럼 만 하루가 지나 완전하게 소생되는 케이스는 전대미문이다. 따라서 대처가 늦은 것은 사과하지”
[원장] : “자, 그럼 묻겠다. 보상을 받을 텐가?”
[유지] : “......”
[리리코] : “......”
대답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이런, 영문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런, 친구들 앞에서.
그래서 말했다.
[다이스케] : “유지, 리리코. 너희는 받아라”
[유지*리리코] : “엣”
경악스러운 목소리와 함께, 눈을 부릅뜨며 돌아보는 유지와 리리코.
[원장] : “흠”
[다이스케] : “이런 건 양자택일도 아니지. 자신뿐이라면 몰라도 가족의 목숨까지 잡혀서”
[다이스케] : “훔친 꿀을 핥을지 그렇지 않으면 가족과 함께 죽을 것인지. 불합리하기 그지 없군”
[다이스케] : “너희들은 살아. 다른 친구 모두에게 받은 목숨이니까”
친구에게 더러워지라고 한 것.
친구를 죽이고 죽어가는 걸 내버려 두고, 얻은 보상으로 그 목숨을 연명하라고 한 것.
마음이...... 아프다.
[리리코] : “그렇지만......”
[리리코] : “다 다이스케 어떡하려구요?”
나 말야? 지켜야 할 가족 따윈 없는 데다 큰 돈이 생겨봤자 저금 말곤 할 것도 없어서 말이지.
[다이스케] : “난 필요없어”
[유지] : “!!”
[다이스케] : “그 대신 좀 들어야겠어”
[다이스케] : “이 부조리한... 모든 게 부조리한 게임의 전말을 전부 들어야겠어!!”
딱 잘라 말한다.
더 이상 친구들을 바라보지 않고, 원장과 마이만을 시야에 담고서.
[마이] : “......”
다시 총구가 올라가서
다시, 원장의 제지를 받는다.
[원장] : “정말 훌륭해”
그렇게 어떤 감정도 깃들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박수를 쳤다.
[원장] : “정말 훌륭해. 달리 반론의 여지가 없는 마치 교과서적일 정도야. 자넨 이 게임에서 해야 할 것을 모두 했다고 해도 좋아”
[원장] : “나루카와 다이스케가 이 게임에서 거머쥔 결론. 그리고 그것을 근거로 한 흔들림 없는 의지와 좀 전의 발언. 그 어느 것이건”
[원장] : “그야말로 이상적이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군”
[원장] : “좋아. 나루카와 다이스케의 훌륭한 공적에 용서하기로 하고, 10분 정도의 질문에 응답을 허가하지”
[원장] : “그 후에 리리코*유지 두 사람에게는 위층에서 치료 및 캡슐 제거 수술, 보상 수여를 실시하고 나루카와 다이스케는 처형한다”
[원장] : “그럼 됐나?”
[다이스케] : “좋다”
[유지] : “이 멍청한 자식아!! 뭘 제 멋대로 정하고 있어!!”
[유지] : “나도 나도 이런 보상 따위 필요할까 보냐!! 네 놈을 한방 먹이고 죽어보자아!”
[다이스케] : “유지, 말 좀 들어!”
[유지] : “뭐라고 이 자식이!!”
[다이스케] : “리리코가 선택할 수 없게 된다고”
[유지] : “!”
리리코는
바닥에 무릎 꿇은 채, 떨고 있었다.
[리리코] : “......”
[다이스케] : “아무나 다 그런 돌발적인 용기를 가지고 있지 않아. 리리코가 선택을 못 하는 건 특별한 게 아니야”
[다이스케] : “그 판단을 의미도 없이 강요하는 이 게임이 빌어먹을 것이지”
[다이스케] : “그리고 말이다”
이게 가장 큰 이유다.
가장 이기적이고. 가장 야만스러운 이유.
[다이스케] : “이 게임에서 가장 열 받는 건 나야”
[다이스케] : “그러니 용서해라”
[다이스케] : “너희들 몫도 내가 날리게 해줘!”
[유지] : “......”
유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긍정의 침묵.
[다이스케] : “그렇게 됐으니 슬슬 얘기해 주실까”
[레이] : "이걸로 됐어"
방법은 간단. 동료와 같은 모습을 하고 접근해서 등뒤를 잡는다. 주운 메스를 들이댄다.
그리고 전원에게 말했다. 11시 방향의 방으로 들어가라. 아니면 이 녀석을 죽인다.
전원, 놀라울 정도로 간단히 겁을 먹고 조건에 응해주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하나 둘 정도 죽여줄 각오도 있었지만.
방에 가둔 뒤, 휴대전화를 전부 몰수했다.
전화에 붙어있는 것은 여성용 액세서리들 뿐. 흰 옷들은 전부 여자였다.
그 다음, 두 세가지 질문을 해서 알아낸 것.
살아남은 것은 4명. 남자 2명, 여자 2명.
여기는 지하 8층이고, 게임 마스터는 지하 4층의 방에서 그들과 만나고 있다.
4층으로는 엘리베이터로 갈 수 있다.
그 외 기타.
듣고 난 후, 방을 봉쇄했다.
그녀들이 가지고 있던 손수레는 제법 무거워서 몇개를 겹쳐 늘어놓으면 아무리 해도 열리지 않는 바리케이트가 완성된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이 10분 내외. 내가 생각해도 솜씨가 너무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특별한 훈련 같은 걸 받은 건 아니다. 단순한 각오와 막다른 곳에 몰린 정신상태가 무리하게 능력을 늘렸을 뿐.
서둘러야 된다.
나의 존재가 다른 녀석들에게 알려지기 전에 움직여야 된다.
살아남은 모두는 분명 여태껏 겪어온 이상의 부조리한 상황에 놓여있을 것이다.
나는 비장의 카드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서둘러야 해!!
봉쇄 라고 쓰여있던 방.
안에는 리프트식의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뛰어 들어가서 1부터 8까지의 버튼 중에
3을 골라 누른다.
닫혀가는 문. 이은 상승.
츠바사는 로비에서 죽어 있었다. 살아남은 남성은 2명. 즉, 나와 마찬가지로 유지 선배가 뒤늦게 소생했다는 것.
약이 2개였단 말야?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지만 지금은 그저, 서둘러야 해!
[다이스케] : “버터플라이 게임이라는 건 대체 뭐야?”
내 질문에 미동도 않은 채.
원장은 대답했다.
[원장] : “결론부터 말하면 제군은 우리들의 자원이다. 그리고 버터플라이 게임은 그 자원에 대한 유효 활용의 일환이다”
[다이스케] : “뭐......?”
이야기가 너무나도 크게 비약된 것 같다.
[원장] : “차례대로 설명하지”
[원장] : “제군은 서로의 가족에 대한 것을 전혀 모르는 것 같지만, 나루카와 다이스케를 제외한 전원이 가족 중에 중증의 환자를 안고 있다”
[원장] : “츠키시마 루나에 관해서는 본인이 환자였다만”
[원장] : “하여튼 플레이어 전원이 크든 작든 조직이식*장기이식을 필요로 하는 입장에 있다는 것이지”
[원장] : “그런 일이 우연히 일어날 거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생각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런 사실, 직접 들어도 믿을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적어도 루나가 중증 환자였다는 것은 틀림없고, 유지와 리리코의 가족이 그렇다는 것 또한 사실인 듯하다.
그렇다는 얘기는.
[다이스케] : “인위적이라는 건가?”
[원장] : “말 그대로네”
[유지] : “뭐어!?”
[리리코] : “그 그럴 수가......!?”
경악하는 둘을 전혀 마음에 두지 않고 원장은 이어나갔다.
[원장] : “원래 M 기념병원의 설립단체인 M 재단은 전쟁 전부터 계속된 의료 파벌을 전신으로 하고 있다”
[원장] : “전쟁 중에 축적한 노하우는 방대하고, 그 안에는 정상인의 몸에 인위적으로 병태를 발생시키는 종류도 많이 있지”
[원장] : “그것을 현대 기술과 결합한다고 개량해서 새로운 의료 기술의 창생으로 연결한다는 것이 대의명분이며”
[원장] : “그 속내는 안정적인 환자의 공급이 목적이지”
즉
[다이스케] : “돈벌이를 위해 환자를 양산해서 자신의 병원에서 치료하고 있었단 것인가?!”
[원장] : “거칠게 표현하자면 그렇게 되지. 무엇보다 그 점만으로 평가되는 건 곤란하다”
[원장] : “우리들의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M 기념병원을 시작으로 하는”
[원장] : “M재단 계열의 의료 기관은 세계 유수의 고급 의료 서비스를 비교적 염가로 제공하고 있다”
[원장] : “그것만이 아니다. M재단의 영향력에 의해 지역경제는 넉넉해졌고, 출산율도 높게 유지되고 있지”
[원장] : “그만큼 타 지역보다 환자가 많을 뿐이다”
[원장] : “어쨌든 이식은 돈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뇌사환자가 대량으로 있을 리도 없지”
[다이스케] : “그래서, 그것을 만든다고!?”
[원장] : “이해가 빠르군. 말 그대로다. 그 열쇠가 되는 것이 바로 이거다”
그렇게 말하고, 원장은 가슴의 주머니에 꽂혀있던 가느다란 것을 꺼냈다.
꺼림칙한 주사기. 투명한 액체가 들어있다.
약인가 독인가? ......그야 뻔하지.
[원장] : “이 계획은 선대 원장이 시작했던 것으로 지금은 4번째 PHASE에 들어가 있다”
[원장] : “전후에 거의 바로 개시되었던 계획의 가장 초기의 PHASE 1에선 단순하게 폭력적으로 장기를 빼앗았다”
[원장] : “거쳐 지나간 환자에게선 산 채로 장기를 빼내 죽이는 야만스러운 방식이다”
[원장] : “1에서의 반성을 기초로 PHASE 2에서는 장기 기증자로 한정해서”
[원장] : “헛수고를 줄이고 철저한 인체실험에 제공한 후 장기를 획득하기로 했다”
[원장] : “그 성과에 의해 세계에 유래를 찾기 힘든 이 억제성복합고정제의 개발에 다다랐다”
[원장] : “실제로 이건 독이 아니다”
[원장] : “거의 상처가 없는 채로 생체조직의 활동을 정지시키는 것으로”
[원장] : “이후 며칠간에 걸쳐 뇌사 이식 레벨의 신선함을 상온으로 유지하는 약제다”
[원장] : “전신 고정의 결과로 뇌의 저산소 상태를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뇌사가 된다만”
[원장] : “다른 각 조직은 더없이 신선한 상태로 보존할 수 있다”
[원장] : “이 약제를 투입으로 인해, 제 3 PHASE는 지극히 효율적으로 장기 기증자를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원장] : “더욱이 진료 기록의 데이터베이스화가 진행되어 있지”
[원장] : “그래서, 어느 환자가 필요로 하는 장기의 적성을 다른 통원 환자가 가지고 있는지 어떤지를 손쉽게 조사할 수 있게 되었다”
[원장] : “그래서, 차츰 장기의 공급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슬슬 놀이를 할 여유가 생겼지”
[원장] : “그래서 현재, 제 4 PHASE에 이르러서는 사랑하는 장기 기증자에게 우리들의 수입의 일부를 환원하기로 했던 것이다”
[원장] : “즉, 10명 전후의 인원을 모아, 이 약제를 사용해 서로 죽이게 해서 그 반수 정도로부터 장기를 채집하고......”
[원장] : “생존자에게 장기이식을 받을 수취인으로서 우리들의 의료를 받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이벤트다”
[원장] : “심리 게임의 요소를 담은 것은 발안자인 내가 인간의 심리에 대해서 콜렉터적 관점에서 본 매력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원장] :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원장] : “이만하면 알았겠지”
아아. 충분히 알았다고.
즉
썩어 빠진 의료 비즈니스 모델에 의해 만들어진 이식 장기 쟁탈 시스템.
게다가, 이 늙은이의 취미로 사람을 서로 의심하게 만들어 살육전을 벌이게 하는 요소를 포함한 것이다.
이것이 버터플라이 게임의 정체 라고.
이 악당들은 말하고 있다.
무시무시하게 광범위하고, 주도면밀하면서도 하찮은 조직범죄다.
그렇지만 결코 표면에 드러나지 않고 순조로이 진행되고 있다.
죽음이라는 카드는 너무 강력하다. 그래 강해도 너무 강하지.
[다이스케] : “한 가지 더 묻고 싶은 게 있다”
[원장] : “무엇이지?”
[다이스케] : “당신 말고 미나세 마이에게”
[마이] : “......”
차가운 표정을 유지한 채 마이는 원장에게 시선으로 허가를 구한다. 원장이 끄덕였다.
[마이] : “하아~”
[마이] : “뭐랄까. 달링도 차암 상대하기 힘든 사람이지”
갑자기 내가 알고 있는 마이로 돌아왔다.
[다이스케] : “그 얼굴은 만들어 낸 거냐?”
[마이] : “응 굳이 말하자면 그럴지도. 이런 느낌이 학교에 어울리잖아”
[다이스케] : “이 남자에게 매수라도 당한 거냐?”
거의 대답이 뻔한 질문은
[마이] : “후~ 미안하지만, 마이는 처음부터 파파 쪽 사람이네요”
[마이] : “게임 중에 쪼금 곤란한 사태가 일어나거나 할 때를 위한 일종의 경비 같은 거지 뭐”
생각한 대답이다.
밝은 마이.
냉혹한 미나세 마이.
동료를 생각하는 마이.
동료를 쏜 미나세 마이.
저마다 비뚤어짐을 안고 있는 우리들 중에서도 그 극에 달한 마이.
비뚤어진 경위가 있을 리 없다.
일전에 사쿠라가 말했다. 게임 안에 주최자 측의 인간이 섞여있을 가능성.
그 추측은 멋지게 맞아 떨어졌다.
[원장] : “미나세 마이는 우리들의 계획 속에서 태어난 아이다”
[원장] : “제군이 태어났을 무렵, 장기 기증자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시험 삼아 유산을 위장해서 신생아를 빼앗는 일을 상당 건수 일으켰다”
[원장] : “그 당시 M재단 설립 아동 양호 시설에서 자라, 적당한 때 [출하]될 예정이었던 것이”
[마이] : “마이는 말야. 시설에 가끔씩 오는 파파를 좋아했기 때문에 곁에서 있게 해 달라고 부탁한 거야”
시설의 친구들 목을 선물로 하고 말야.
그렇게, 마이는 말하려는 것인가.
[원장] : “지저분한 일에 관한 비범한 재능을 발휘했기 때문에 옆에 두기로 했지”
[마이] : “파파도 참 매정해라”
냐하하하하 하고 웃는 마이.
[다이스케] : “혈연도 뭣도 아니었구나”
[마이] : “그래. 그래서 뭐든지 할 수 있어”
더 이상 웃지 않는
미나세 마이.
[다이스케] : “우리들을 구해줬던 것은 이 자식의 정신 나간 취미 때문이냐!?!”
[마이] : “......”
[마이] : (사실은 망설였긴 했지만, 하지만 파파의 바로 앞이니 가만히 있자)
[마이] : “뭐 그렇게 생각하든가”
[마이] : “이 사람, 정의의 사도나 극악무도한 악당 같은 그런 상투적인 걸 좋아하니까. 그래서 다이스케와 츠바사라는 카드를 짜놓은 거고”
[다이스케] : “거기까지 이미 정해졌던 거냐?”
[원장] : “역할에 대해서는 아들이 [주모자]라는 것만이 이미 정해져 있었던 것 뿐이다. 이외엔 공정하게 고르게 한다”
[원장] : “아들 녀석은 일찍이 집에서 내보내 M재단의 암부로부터 떼어놓았으나”
[원장] : “녀석은 비밀을 눈치채고 남몰래 활동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었다”
[원장] : “그래서 미나세 마이를 친구로서 감시를 붙였지. 그 뒤 너희들 둘과 친구가 되었다”
[원장] : “너희들 주변의 인간관계가 흥미 깊었고, 게다가 장기기증 대상자가 집안에 다 있었기에 이렇게 초대했다”
[원장] : “이것이 게임 개시에 다다르는 전말이다”
[다이스케] : “이제 됐어”
미친 놈들의 이야기는 이제 충분하다.
그랬는데
[원장] : “앞으로 두 가지 정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네”
[원장] : “우리들의 스폰서 중 하나는 사기노미야가다”
어째서 그런 이야기를.
[원장] : “사기노미야가의 명예를 위해 말하자면, 공공연히 할 일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나 할까”
[원장] : “사기노미야가의 선대의 부인이 우리의 고객으로 계속 이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원장] : “현 당주는 이식 우선권을 항상 사주고 있었지”
[원장] : “그런데 적합자는 바로 옆에 있었다”
[원장] : “그것이 사기노미야 사쿠라였고, 고객 본인으로부터 이 일에 대해 승낙을 얻었다”
[마이] : “즉 할머니가 자신의 아들을 빼앗은 창부를 쏙 빼닮은 사쿠링을 죽여서 쓰자는 걸 찬성했단 거야!”
[마이] : “사쿠링의 파파~ 불쌍해라! 딸은 영원히 행방불명, 왜냐면 자신의 엄마가 정보를 막아뒀으니까”
[다이스케] : “그만해”
[원장] : “하나 더 있다. 네 여동생인 타카세 레이에 관한 이야기다만”
[다이스케] : “그만하라고”
[원장] : “아까 설명했던 바와 마찬가지다. 나루카와 케이코의 쌍둥이로서 태어났지만 사산 처리되었다”
[원장] : “그 이후에 어떤 거대한 스폰서의 희망으로 그 가문의 양자가 되었지”
[다이스케] : “그만하라고 했지!”
[원장] : “그는 이미 사망했지만, 잔학한 취미의 소유자로 생전에 타카세 레이에게 고문에 가까운 학대를 가했었다”
[원장] : “타카세 레이가 앓고 있는 실어증의 원인은 바로 이것이지”
[다이스케] : “그만 좀 하라니까!”
굉음. 팔을 스친 총탄은 타는 듯한 통증을 남긴다.
[원장] : “타카세 레이는 몇 번이나 중태를 경험했고, 그 때마다 우리들이 치료해 왔다”
[원장] : “그런데 타카세 레이는 비교적 희귀한 항원결여형질을 가지고 있다. 수혈이 곤란하지”
[원장] : “따라서 타카세 레이가 수혈을 요구할 때, 우리는 쌍둥이인 나루카와 케이코에게서 채혈을 해왔었다”
[원장] : “나루카와 케이코의 병이 나을 수 없었던 한 요인이라고 말해두지”
[다이스케] : “어째서...... 그런 짓을”
[원장] : “나루카와가의 재정 사정도 좋지 않고, 장기기증 대상자가 될 수 있는 전망도 없었기 때문이지. 그것뿐이다”
이...
[원장] : “보충하자면 당연히 나루카와 케이코도 우리들의 계획에 의해 병에 걸린 환자 중 한명이다”
[다이스케] : “닥쳐어어어어!!”
텅 빈 마음은
공허한 분노로 넘쳐흘러버렸다.
신체와 마음이 한 뜻으로 이성을 걷어낸다.
그리고, 나루카와 다이스케는 피투성이의 주먹을 치켜들며 눈앞의 빌어먹을 자식을 갈겨준다.
빌어먹을 자식의 눈에 만족의 빛이 머무는 것을 분명히 봤다.
이 반응을 보기 위해 녀석이 모든 것을 이야기 했고, 알기에 충분했다.
알았다고 해도.
나는 갈겨주려고 했다.
순식간에 회전하는 총구.
즉석에서 발사된 총탄. 굉음.
나의 몸 한가운데를 겨누고 내달리기 시작한 그것은 노린 대로 나의 급소를 직격
하지 않았다.
[다이스케] : “리 리 코”
나를 감싸려고
내 앞에 뛰어들어.
대신 배에 총탄을 맞은 것은 리리코였다.
그토록 다치는 걸 죽음을 무서워하던 리리코였다.
[다이스케] : “리리코. 어째서......!”
[리리코] : “크...... 으......”
깊은 괴로움의 신음소리.
[리리코] : “모.....르 겠어 요”
그런데도 리리코는 말을 뽑아내려고 한다.
[유지] : “리리코...... 너무 말하지 마......”
그렇게 말하는 유지도 이미 탈진 직전이다.
[리리코] : “무서 웠 지만...... 몸 이 멋대로 움직였어요...... 아윽!”
[리리코] : “모두가 살려준 목숨이니까”
[리리코] : “모두가 다이스케를 죽게 내버려두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리리코는 고통의 괴로움에 물든 얼굴로 억지로 미소의 형태를 만들어 보였다.
자애로운 어머니와 같은 상냥한 평소 리리코의 웃는 얼굴로.
[마이] : “......”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는 방아쇠를 당긴다.
굉음.
총알은 엉뚱한 곳으로 날아간다.
굉음.
총알은 지면에 닿아 부서진다.
굉음. 굉음.
차칵. 차칵. 차칵
공이치기가 때려야 할 뇌관은 없고 공허한 금속음이 울릴 뿐.
맞을 리가 없다.
왜냐하면, 마이의 양손은 이미 더없이 떨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마음의 움직임을 반영이라도 하듯 총구도 흔들리고 흔들린다.
차가운 표정은 이미 무너졌고.
공포와도 닮은 감정이 스며들고 있는 것이다.
[마이] : “뭐야...... 뭐냐고 대체!!”
소리를 버럭 지르며, 비어버린 총을 바닥에 내동댕이 치고 더욱 소리 지른다. 머리를 감싸며 소리 지른다.
[마이] : “뭐야 뭐야 뭐야, 뭐냐고!?”
[원장] : “뭘 하고 있나!”
[마이] : “파파...... 파파...... 안 되겠어! 이 녀석들 이상하다구! 영문도 모를 이유로 타인을 위해 죽을 수 있다는 거야!!”
[마이] : “이런 녀석들에게 이길 리 없어! 죽여도 이긴 게 아냐! 파파는 이번에 처음으로 게임에서 질 것 같다고!!”
[원장] : “한심하군. 동정심과 자기도취로 아드레날린 분비가 공포를 억제하고 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마이] : “틀렸다구 이젠 알 수 있어. 파파와 우리들은...... 질 거야”
[원장] : “그렇게까지 말하니 지금 당장 끝을 지어주지”
그렇게 말하고 원장이 백의의 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아까 말했던 리모콘일까. 버튼이 늘어선 판자 모양의 무언가.
[원장] : “나루카와 다이스케. 유감이구나. 죽음이라는 것의 부조리를 한탄해라!”
이제 끝이다.
최강인 비장의 수단을 내놓았다.
이 쪽은 두 명이 당장에라도 숨이 끊어질 것 같고, 나 자신도 너덜너덜하다.
하지만. 그래도.
적어도 마지막에 한 방.
놈을 갈겨야겠다.
나는 달리기 시작하면서.
주먹을 쥐었다.
원장의 얼굴을 힘껏 후려갈겼다.
소리도 없이 날아가는 초로의 남자.
제대로 들어갔다. 이빨은 물론이거니와 자칫 잘못했다면 뼈까지 잘못되었을지도 모른다.
뭐 어차피 내 주먹도 한계지만.
......
근데, 난 왜 안 죽지?
리모콘은 확실히 눌렀는데.
[마이] : “봐, 맞지......?!”
[마이] : “모두, 강하다구......”
혼잣말이듯 하는 마이의 중얼거림.
그리고.
원장의 뒤에 있던 문이 느닷없이 열린다.
그곳에 있었던 것은
믿을 수 없는 모습.
[레이] : “! ......! .....!”
레...... 이
[레이] : “......”
[레이] : "빠"
[레이] : “오빠! 오빠! 늦지 않았구나!!”
난 지금, 꿈이라도 꾸고 있는 걸까.
죽었을 레이가 저기 있고.
말할 수 없을 터인 레이가 말하고 있고.
나를 오빠라고 부르고 있다.
[원장] : “마...... 말도 안 돼......! 어째서 어째서, 타카세 레이가 살아있지......!”
[원장] : “투여했던 저해약은 미나세 마이의 페이크였을 터!......!”
[마이] : “......”
[마이] : “미안~ 파파”
[원장] : “! 설마, 네 년......! 심판용 약을!?”
[마이] : “응. 파파를 곤란하게 해주고 싶어서, 살짝 빼돌렸어. 냐하”
[원장] : “! 그렇다면, 설마......!”
원장의 눈이 레이에게로 향한다.
의연한 표정의 타카세 레이.
아니.
내 여동생 레이.
[레이] : “3층의 라우터를 부숴버렸으니까, 무선설비는 안 돼요”
기억 속의 케이코의 목소리와 쏙 닮은.
[레이] : “이제 원격 조작으로 캡슐은 작동하지 않아요!”
하지만, 강하고 아름다운 목소리.
[원장] : “마, 마, 말도 안 돼...... 저해약을 썼다고 해서, 와...... 완전 소생하는 일이 두 건이나 연속으로 일어난다고......?”
[원장] : “기적이라도 없으면 있을 수 없어......”
느릿느릿 상체를 일으키려는 원장.
입에서는 엄청난 양의 피가 넘쳐서 말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원장에게 달려간 마이는 일으켜주려고 한다.
[마이] : “그러니까 이 녀석들에겐 못 이겨...... 확률의 문제 같은 게 아냐”
차분히 가라앉았지만, 타이르는 듯한 목소리.
그에 원장은 처음으로 감정을 내비친다.
[원장] : “닥쳐라 계집......! 폭력 행위는 인정할 수 없다!”
[원장] : “전원 처형해!”
[마이] : “......”
한 번, 마이는 눈을 감는다.
눈물이 한 방울 떨어져 내린다.
[마이] : (안녕)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목소리로 무언가를 속삭이는 것처럼, 입술이 살짝 움직이고.
다시 눈을 떴을 때, 물 흐르듯이 매끄럽게 그 손가락이 스커트의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낸다.
[원장] : “그, 아악......”
순식간에 마개를 떼어낸 주사기는 겨냥한대로 원장의 목에 꽂혔다.
[마이] : “졌으면 깨끗이 죽자, 응? 파파”
[마이] : “이건 츠바사가 파파보다 멋있었다구”
[원장] : “그 그만, 그 그어, 그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순식간에 원장의 얼굴은 창백해져갔다.
그대로 숨이 끊어질 때까지.
끝끝내 무표정을 유지한 채로.
버터플라이 게임의 흑막은 죽었다.
[다이스케] : “어째서, 그랬어?”
그렇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동료의 분열.
가해자의 손에 맡겨진 가해자의 단죄.
그 자체도 납득이 가지 않지만, 그 이상의 의문.
[다이스케] : “어째서, 죽인거야? 마이”
[마이] : “글쎄~ 마이도 말야. 최근에는 자길 잘 모르겠다는 거 있지”
얄팍한 미소를 만들어 보이곤
[마이] : “뭐, 우리들의 패배니까. 패배와 죽음은 동등. 최소한 이것마저 쌍방이 지켜주지 않으면 너무 부조리하잖아”
[다이스케] : “너희들이 이겼잖아!?”
[마이] : “게임에 이겨도 죽여도 말야. 지지 않는 녀석에겐 이길 수 없어. 다이스케처럼 각오를 한 열혈 바보에게는”
[마이] : “그걸 알았으니까 이제 됐어~”
말하면서 바닥에 걸터앉는다.
움직이지 않게 된 원장의 얼굴을 사랑스럽다는 듯 어루만졌다.
백의의 팔을 잡고
[마이] : “다시 말할게. 모두들 버터플라이 게임 클리어를 축하해. 보상은 이 곳에서의 탈출과 정의를 이뤘다는 충만감이야”
시체의 팔을 흔들어 보였다.
[마이] : “축하해! 축하해! 축하해! 축하해!”
[마이] : “참고로 마이 선정 MVP는 레이뿅에게 바치겠어”
[레이] : “마이, 선배......”
[마이] : “마지막 대역전, 정말로 굿잡이야. 이제 말도 할 수 있게 된 것 같고 아무튼 이걸로 자기 생각을 전할수 있겠네”
[레이] : “어째서......! 어째서 자기 몫의 약을 건네준 거죠!!”
[레이] : “운영자 측인 마이 선배가 살아남기 위한 것이였죠!?”
[마이] : “글쎄올시다”
[마이] : “리리콩이랑 유지가 슬슬 위험하다고 보는데”
[유지] : “마이......!”
[리리코] : “마이......”
[마이] : “다이스케, 수고 많았어. 이러니저러니 해도 멋있었다규~”
말을 하면서 마이가 꺼낸 것은
이 자식, 독이 든 주사기를 도대체 몇 개나 가지고 있는 거야!
[마이] : “그러어면 이제 마이도 인과응보를 받을 차례”
말하며
그것을 자신의 왼쪽 손목에 주사했다.
아냐.
네가 해야 하는 건.
그런 게 아니었어......!!
[마이] : “으윽...... 아 아아아아 아아 아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마이의 발작이 시작된다. 이미 몇 번이나 봤던 광경.
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원장 이 빌어먹을 자식에게 다가가 주머니를 살폈다. 분명히 가지고 있을 것이다. 가지고 있지 않을 리가 없어!
백의의 주머니에는 수첩과 몇 개의 알약, 펜, 그리고
[레이] : “오빠 아마 이거에요! 인히비터 저해제란 의미!”
갈색의 작은 병에 들어있는 뭔가의 약품. 라벨은 틀림없이 'inhibitor'!
손에 넣어 마이를 향해 몸을 돌렸다.
[다이스케] : “마이! 살아야 돼!”
[다이스케] : “안다고! 당연히 알고 있지!”
공허한 눈. 사라지고 있는 생명의 빛.
[다이스케] : “사랑이고 우정이고, 가장 믿고 싶었던 건 너잖아!!”
[다이스케] : “누가 이렇게 죽도록 내버려둘 것 같아!!”
오른손에서 주사기를 빼앗아 병마개를 열어, 약액을 빨아올린다!
[다이스케] : “살아나!!”
약을 주사했다.
귀를 막고 싶어지는 절규를 수반하는 심한 증세를 거쳐, 이윽고 움직이지 않게 된 마이.
유지와 레이 두 사람의 경우와 같은 반응.
원장의 말에 의하면 소생할 가능성은 기적이라고 불릴 만큼 낮다.
그걸 믿고.
[다이스케] : “......”
틀렸어.
나도 한계에 이르른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주사기를 빼고.
약액을 빨아올려서.
원장에게 주사했다.
[유지] : “너 뭐, 하냐...... 다이스케......”
[다이스케] : “여기서 내버려 두면...... 완전 승리가 되지 않거든”
제대로 미소를 지었는지 모르겠다.
한 쪽밖에 없는 시야가 일그러진다.
[다이스케] : “레이~”
[레이] : “네!”
[다이스케] : “아아, 그 러니까”
[다이스케] : “내 동생이랬지”
[레이] : “그 그럼요!”
[다이스케] : “그래, 레이~”
[다이스케] : “오빠, 좀 쉴게. 뒤를 부탁해”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나도 독에 당했었다.
왼쪽 눈이 상한 것만으로 끝났을 거라는 생각은 물렀는지도 모르겠다.
더 이상 서 있을 수가 없어
......
멀리서 목소리가 들린다.
오빠, 오빠라고 하는 목소리.
나를 부르는 몇 개의 목소리.
울 것 같은 목소리.
아...... 그러니까
레이...
이제 미안하단 얘긴 하지 마.
왜냐면 나는 우리는
함께 이겼으니까.
버터플라이 게임에.
부조리한 힘에.
그것만으로도 나의 인생은 충분히 가치 있었다고 말할 수 있어
고마워.
고마워
모두들.
...
......
.........
[레이 시점]
순환하는 것.
시간. 계절. 사람. 피
모든 것이 지나가고, 다시금 찾아온다.
그 참혹하고도 슬픈 사건으로부터.
1년이 지났다.
[레이] : “......”
[레이] : “편히 잠드세요”
끊이지 않고 울어대는 매미의 소리는 큰 길의 차 소리를 완전히 지운다.
이른 아침, 아직은 온화한 햇빛 속.
빌딩 숲 사이에서 홀로 잘라내어진 것만 같은 녹색의 공간.
내가 있는 곳은 R시 교외에 있는 공동묘지. 크리스트교 계의 십자가가 줄 선 묘지다.
타카세 집안은 카톨릭이었다.
성서의 가르침은 의붓아버지를 올바르게 인도해주지 않았지만
종교라는 건 올바른 마음을 가지고자 하는 자에게 올바른 길을 제시하는 것.
이미 그릇된 마음, 그릇되어 있는 영혼을 알아서 바로잡아 주지는 않는다.
어쨌거나 모든 것은 이미 끝났다.
아내를 책망하고, 나를 책망한 의붓아버지라도
유일하게 나를 사랑했으면서도 남편에게 부서진 마음 또한, 나에게 향한 의붓어머니도
더 이상 이 세상엔 없다.
편히 잠들어요.
의붓아버지에게 이런 말을 할 날이 오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이걸로 됐어.
죄는 심판되고, 옭아매던 쇠사슬은 부서져 버려 기억은 희미해져 갈 뿐.
그리고, 나는 외톨이. 속박할 것이라고는 그 무엇도 없는 외톨이.
아니. 외톨이가 아냐.
추석을 맞이 하기엔 조금 이르지만
이 시기는 나와 우리들의 성묘의 계절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쭉.
그럼, 이제 그만 가야겠어.
조금 서두르자. 서두르지 않으면 전철을 놓쳐버리고 말거야.
...
......
.........
[다이스케 시점]
[??] : “어떻습니까 보이나요?”
[다이스케] : “네, 보입니다. 문제없습니다”
[??] : “그럼 이걸로 일단 치료 자체는 완료된 걸로 하죠. 이후로도 경과를 지켜보죠”
[다이스케] : “알겠습니다”
1년이라...
거의 폭풍처럼 지나가버린 1년이었다.
우리들이 보호되어 긴급 치료를 받는 동안, 전 경찰력을 동원한 대규모 수사가 진행되었다.
드러난 M재단의 어두운 면은 일본을 아니, 온 세상을 진동시켰다.
은닉되었던 생물학*의학적 지식은 그 대부분이 지극히 비도덕적인 것이었지만 동시에 매우 귀중한 것이기도 했다.
특히 버터플라이 게임에 사용되었던 독과 약은 장기의 보존*이송에 매우 큰 곤란을 겪고 있었던 이식 의료에 광명을 가져왔다.
M재단의 해체와 지식의 공공재화는 세계 의료계의 10년이나 진보시켰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그러는 한편으로는 그 사건에 피해를 입은 사람이 너무나도 많았다는 것이 밝혀진다.
Y시를 중심 도시로 하는 U지방의 총인구의 5%를 웃도는 정도의 사람들이 M기념병원을 거치면서 모종의 피해를 입고 있었다.
그것도 겨우 여태껏 알아낸 범위 내의 일에 불과하다.
사실 피해 범위의 파악은 현재 난항을 겪고 있으며, 그 전모를 완전히 알아내는 것을 불가능할 것이라고들 한다.
그런 와중에 우리의 존재는 한층 특이하게 다루어졌다.
[시민을 납치해 게임이라는 명목 하에 서로를 살해하게끔 시도]
버터플라이 게임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감추어진 터라, 매스컴에서는 그런 식으로 불리었다.
우리는 그 피해자로서 그 게임에서 살아남은 네 명의 생존자로 보도되었다.
우리는 무척이나 극진한 보호를 받았다.
의료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매스컴의 집요한 취재, 흥미 위주의 구경꾼들. 그리고, 게임에 관계되어 살인에 가담했던 용의를 입건하려고 하는 움직임.
그 풍파에서 우리를 지켜준 것은 그 사건의 수사 본부장을 맡고 있는 모토미야라는 아저씨였다.
아저씨 덕분에 우리는 조용히 재활훈련과 복학의 준비를 할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모토미야 아저씨는 가족들이 최대한 충격이 덜 가도록 지난 사건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으며
종종 우리의 문병을 오시곤 부상의 치료나 여러 부분에 상당시간을 할애애 도움을 주셨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까지 해주는 것인지 물어본 적이 있다.
모토미야 아저씨는 비밀이라며, 남에게 말하지 않을 것을 전제로 우리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아저씨도 옛날에 버터플라이 게임에 휘말렸던 적이 있었다고.
살아남았지만, M재단에게 약점을 잡힌 탓에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을 우리들이 깨부순 것이다.
그래서 고맙다고, 그 은혜를 갚은 것이란다.
M기념병원은 검거되어, 지금까지 행해져온 게임의 기록은 전부 압수되었다.
경찰은 이미 버터플라이 게임의 생존자들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 사람을 여럿 해친 끝에 살아남은 [주모자]들도 말이다.
하지만, 그 게임을 근거로 입건은 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아저씨는 말했다.
자신의 안전 때문이 아니라, 정당하지도 않은 게임이 억울하게 관련되었던 사람들을 건드릴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저씨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선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 이야기에서 게임에 대해 힘든 결단을 강요당했던 사람들의 괴로움을 충분히 알 수 있었기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어른들의 영역은 아저씨에게 맡긴다.
자신이 걸을 방향은 아저씨 스스로가 정하겠지.
우리들은 잃어버린 시간을 필사적으로 되찾지 않으면 안 된다.
[다이스케] : “고맙습니다”
진찰실을 나오자, 리리코와 유지가 기다리고 있다.
[유지] : “끝났냐?”
[리리코] : “완전히 원래대로......는 안 되는 거군요”
[다이스케] : “그렇지 뭐. 선글라스는 필수이려나”
유지와 리리코 그리고 레이의 치료는 나보다 훨씬 일찍 끝났다.
유지는 가사상태에서의 부활에 대한 정밀검사와 무릎의 총상, 분쇄 골절의 치료.
리리코는 복부를 관통한 총상의 치료와 중증의 스트레스에 의한 정신적 외상, 패닉이나 극도의 불안감, 조울증세에 대한 치료.
레이도 가사상태에서의 부활에 대해 정밀검사를 받았다.
그 때 과거에 받았던 학대의 흔적이 몇 개나 발견되어, 아저씨의 권유로 몇 번의 성형외과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참고로 당시에 가장 위험했던 건 나였다고 한다.
그 때 쓰러졌던 것은 단지 고열의 탓이었던 터라, 더 이상 독의 영향이 남아있지는 않았지만......
두개골의 속이나 오른손은 보통 심각한 정도가 아니었기에, 수 회에 걸친 수술이 이루어져 면회 사절 기간이 제법 길게 지속되었다.
더욱이 왼쪽 눈은 독에 당해 보이지 않게 되었었지만, 독의 성질상 소생시킬 수 있을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안구를 꺼내 저해약으로 기능을 다시 회복 시킨 다음, 다시 신경을 연결하여 집어넣는다는 전대 미문의 수술을 받게 되었다.
무엇이 어찌 되었든 시력이 돌아온 것은 정말 반갑다.
원래대로는 아니지만
나의 왼쪽 눈의 흰자위 부분은 항상 충혈이라도 된 것처럼 빨갛게 되어버렸다.
소생시킬 때 모세혈관이 너무 퍼졌다나 어쨌다나. 이유를 듣기는 했지만 제대로 알아듣지는 못했다.
어쨌든 제법 징그러운 탓에 숨겨야 할 것 같다.
[다이스케] : “레이는?”
[리리코] : “가족의 묘에 들렀다가 온다고 말했어요”
[유지] : “올 때쯤 된 것 같은데?!”
바로 그 때.
[레이] : “늦었죠! 오빠, 어떻게 됐나요?!”
막 뛰어온 것 같은 모습의 레이가 나타났다.
[다이스케] : “뭘 그렇게 서둘러, 괜찮아 괜찮아. 이걸로 끝났대”
[레이] : “다행이다”
이걸로 겨우 일단락 됐다.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왔다고는 할 수 없다.
유지의 보행에 리리코는 수면 시에 가벼운 후유증이 남았다고 한다.
그리고, 레이의 몸에 있던 상처 또한 완전히 없애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학교도 바꿔야할 처지가 되었다.
단번에 9명의 학생이 사라진 데에다 살아있는 4명도 입원해버리면 아무리 아저씨가 정보를 감춰도 들키고 만다.
멋대로 파고들려는 사람이나 중상모략으로부터 피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들은 이곳에서 벗어난 외지의 고등학교에 전학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점에 있어 도움을 준 건, 앞서 말했듯 사기노미야가였다.
이번 일로 선대의 부인(사쿠라의 할머니)은 음모가 드러나 실각.
명실공히 실권을 얻은 사쿠라의 아버지가 모든 사정을 파악하고, 더욱 손을 써준 것이다.
사쿠라를 지키지 못했던 우리를.
우리는 몇 번이나 거절했다.
하지만, 아버님은 뜻을 굽히지 않으셨다.
사쿠라가 목숨을 걸고 지킨 우리는 자식과도 같다고 하시면서.
수많은 이들의 비호와 지원을 받고
우리들은 지금, 이렇게 있을 수 있다.
[다이스케] : “그럼 갈까?!”
내가 가리키는 곳은 윗방향.
모두들 가만히 수긍한다.
아무리 비호나 지원이 있어도.
짊어진 것이 너무 많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 것이다.
...
......
.........
이 대학병원은 M기념병원의 피해자 구제와 치료 기술 개발의 중심적 역할을 부여받은 의료기관이다.
우리는 모두 이 병원에서 폐를 끼쳤다.
그래. 우리 ‘모두’가.
...
......
.........
출입 제한 병동.
진입하려면 아저씨와 경시총감 인감이 들어간 허가증이 필요하다.
...
......
.........
[다이스케] : “......”
여기에 오면 언제나 말을 잃는다.
[리리코] : “......”
[레이] : “......”
[유지] : “......”
우리 모두에게 있어 그것은 마찬가지다.
그 때부터...
마이는 계속 여기에 있다.
계속... 이 방에... 있다.
살아있긴 하다. 그러나...
심장은 움직이고 있고, 척수반사도 있다. 잠도 자고 각성도 하는 것 같아서, 이렇게 낮 시간에는 눈을 뜨고 있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이 외의 인간적인 활동은 일절 하지 않는다.
쉽게 말하면 누운 채 일어나지 못하는 상태. 정확하게 말하면, ‘조금 특이한 식물상태’인 것이다.
레이나 유지처럼 저해액이 잘 먹히지 않았던 것이 틀림없다.
1년이 지난 지금도 전문가 몇 명이 붙어 치료법을 찾고는 있지만, 절망적이라고 생각하는 의사도 있는 것 같다.
결국, 뇌에 치명적인 손상이 가해졌다는 모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는 계속 살려 두고 있다. 안타깝게도...
현재 상태를 무지에 가까운 약품인 억제성복합고정제의 효과를 조사하는 데에 있어, 대단히 귀중한 샘플이라고 한다.
그렇게, 막대한 비용이 그녀의 생존을 위해 투입되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참고로 원장의 몸은 소생했지만, 뇌까지는 잘 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소위 말하는 뇌사상태...
그의 몸은 다른 연구소에서 은밀하게 은닉*보관되어, 연구 대상이 되어 있다고 한다.
아무리 그래도 거기까지 문병하러 갈 생각은 들지 않았다.
......
알게 된 것도 알 수 없는 것도 있다.
마이는 정말로 독을 사용했을까?!
마이는 어째서 그런 기묘한 방식으로 약을 건네었을까?!
확실하지 않은 점을 호의적으로 해석하면 마이는 우리들을 배신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라고 짐작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경찰이 누설해준 정보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미나세 마이가 M기념병원의 원장의 앞잡이라는 것.
여러 가지 범죄 행위에 가담하고 있었다는 것.
물을 수 있다면 묻고 싶다...
마이에게 모든 것의 진실을...
그 날이 올 것인지 오지 않을 것인지는 모르겠다. 한없이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만약, 마이가 깨어났다고 해도 우리는 어떻게 그녀를 마주하면 좋은 것인가?!
마이의 과거를... 숨겨진 얼굴을 알아버린 우리가...
그저...
나는 마이가 완전히 악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가장 사랑이라든지 우정이라든지를 믿고 싶었던 건, 너였잖아!!]
그 말을 했을 때의 마음에는 분명...
그러니까, 난 믿고 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분명, 마이와는 서로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그래서, 난 말을 잃은 것이다.
말이라는 형태를 이룬 감정이 간단하게 사라져 버리는 것이 무서우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제발 눈을 떠.
또다시 그렇게 누구 하나 입조차 열지 못하는 사이에 면회시간은 끝이 났다.
[다이스케] : “또 오자”
방에서 나와 중얼거리듯 하는 말에 모두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의 진심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모이겠지.
언제라도.
마이를... 그 여름을 잊지 않기 위해...
...
......
.........
그 밖에도 몇 가지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
토모에의 가족, 루나의 가족과는 아직도 만나지 못했다.
어느 정도 사정에 대해 알고는 만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기분은 이해한다. 우리의 선택에 따라 딸이 생명을 잃지 않았을 수도 있으니까. 분명 그랬으니까.
그래도 언젠가 만날 일이 있다면...
이전 친구들의 추억을... 훌륭했던 그녀들의 모습을 전하고 싶다. 그렇게 생각한다.
다음으로 리리코와 유지의 가족은 M재단 사건에 피해자에 대한 나라로부터의 원조가 있었고,
사기노미야가의 원조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장기 이식 기증자가 나타나리라고는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작년의 해가 저물기 전에 리리코의 남동생은 죽었고.
유지의 형은 현재 소생상태라서 골수이식이 성공한다면 치료 전망은 있다고 한다.
그렇게 우리 사이에서도 명암이 갈리고 있다. 또 그렇게...
서로 비집고 들어갈 수 없는 영역이 넓어져간다.
그래도, 우리들은 함께 있는 것을 선택한다.
지금 우리들은 같은 학생 기숙사에 살고,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도 가끔씩 엄습하는 버터플라이 게임의 플래시백을 견디는 것도, 혼자서는 힘들었을 것이다.
머지않아 다른 길을 걷게 된다고 해도
우리들은 아직 서로를 지탱하지 않으면 설 수 없다.
그리고, 사쿠라의 메모.
유지가 사쿠라의 방에서 찾아내었던 펜의 흔적이 남은 메모용지다.
본문은 아마 츠바사가 찢었겠지.
그래도 메모 상에 남은 문장은 중요했다.
남아있던 것은 너무나도 소중한 것이었다.
[나는 헤매지 않을 길을 선택하고 싶다]
[그 선택이 틀려 내가 죽어도 그것이 모두에게 있어 찬스가 될 수만 있다면 충분해]
[두 바보만큼은 살아줬으면...... 그날 도움... 내가 도와주고 싶으니까]
[그러니까 지금...... 고발한다는 걸 적어두겠다]
[다들 살아서 만나자. 그럼 이만]
처음 그걸 읽었을 때.
유지가 가사상태에 빠졌던 탓에 착란 상태가 되었던 사쿠라가 방에서 냉정함을 되찾았다는 것.
그리고, 사쿠라가 한발 빨리 나, 레이와 같은 결론에 달했다는 것을 알았다.
기뻤던 건 사쿠라가 마지막까지 사쿠라답게 있어줬다는 것.
아무리 무서워 겁이나 벌벌 떨고 있어도 온 힘을 내어 역경에 맞서려고 하는 사쿠라의 고귀한 영혼을 관철했었다는 것.
안타까웠던 건, 사쿠라의 계획은 실현되지 못했다는 것.
분명 아슬아슬하게 츠바사의 습격을 받았을 것이다.
이 원통함이 풀릴 수는 있을까.
우리들이 살아남은 것으로 조금은 풀리지 않았을까.
우리들은 그런식으로 희망적 관측을 쌓아 올려 나가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래도, 사쿠라의 마지막 메시지를 알게 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메모용지는 유지가 소중히 보관하고 있다.
이것이 현시점에서의 모든 것.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지켜보지 않으면 안 된다.
앞으로도 쭉...
...
......
.........
오전 10시.
한여름의 태양이 밤의 잠에서 완전히 깨어나 사정없이 햇빛을 날린다.
다이스케 일행은 대학병원 문을 나섰다.
계속되는 사람이 적은 가로수길 그늘 아래로 햇빛을 피하며 나뭇잎 사이로 파고 드는 빛줄기에 눈을 가늘게 뜨고 걷는 중이다.
역까지 도보로 10분.
그들이 이곳을 찾아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언제나 통과하는 길, 지내는 시간.
[유지] : “어, 처음은 어디였더라?!”
단, 오늘은 특별했다.
[레이] : “루나에요”
[리리코] : “다음의 저희 집의 코우타고 사쿠라, 토모에”
[다이스케] : “그 다음, 버스로 나루카와 가에 갔다 마지막이 츠바사구나”
한 때의 친구들. 가족들의 무덤은 Y시내 각지의 묘지에 있다.
레이는 다이스케의 친동생으로서 호적을 나루카와가로 옮겨서 나루카와 레이가 됐다.
이번에 레이는 처음으로 부모님과 여동생의 무덤 앞에 서게 된다. T마을에서는 버스로 2시간 나쁘지 않은 거리다.
키류 츠바사는 T마을에서 더욱 산 속에 있는 절에 외가 쪽의 가족과 함께 공양되었다.
거기까지 가면 날은 완전히 저물 것이다. 그 다음 예약해 둔 근처의 민박에 묵고, 다음날 돌아올 계획이다.
고교생활에서 마지막이 될 여름방학의 짧은 여행.
비일상의 추억을 더 이상 만날 수 없게 되어버린 가족과 친구를 그리워하는 성묘 여행.
[다이스케] : “더워죽겠네”
[레이] : “정말요 오빠”
[리리코] : “후후후, 빈혈이 일어날 것 같네요”
[유지] : “괜찮냐. 업어주랴?”
[다이스케] : “너 상당히 태연하게 스킨십을 요구하는구나”
[리리코] : “분명 목 근처가 압박되서 괴로울 거라고 생각해요”
[유지] : “아니 뭐, 다이스케 이 자식!”
[레이] : “압박될 정도의 사이즈......”
[유지] : “레이가 또 침울해졌잖아!!”
[다이스케] : “아니, 그건 내 탓이......”
[레이] : “정말! 오빠도 참!”
[다이스케] : “내 탓이냐!?”
[리리코] : “후후후”
싸아~ 하고 나무들이 흔들린다. 노면의 아지랑이가 한차례의 바람에 춤췄다.
한창 때를 맞이하는 여름. 멀어져가는 네 젊은이의 소란.
8월 8일. 버터플라이 게임이 그 끝을 맞이한 날.
성묘일로 정한 하루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
그들은 이 장소에 머물지 않는다.
그 모습이 모퉁이를 돌아 사라져.
이윽고, 매미 소리만이 남은 가로수 길에
이름도 모를 한 마리의 나비가 더위 따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팔랑거리며 춤추고 있다.
[마이] : (......)
여긴 어디
[마이] : (......)
어디가 뭐야
[마이] : (......)
뭐야가 누구지
[마이] : (......)
누구라니 누구라니 누구를
정리가 안돼.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
그건 매우 다정하고 매우 잔혹한 누군가로 어디선가 무엇인가로 여긴 아냐
생각해 낼 수가 없어. 생각이 나지 않아.
단지 그 사랑 아쉬운 감촉을 버리고
그러나 갈증은 채워지는 일 없이
누구였더라 누구였더라 누구였더라
나의 마음은 자문자답을 계속한다.
사랑스러운 것은 누구
사랑스러운 것은 어느 쪽
옳은 것은
만나고 싶은 것은
모르겠어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아
생각나지 않는다는 걸 모르겠어
조금만 자자
그럼 뭔가 생각날지도 몰라
생각이 난다면 좋을 텐데
여긴 쓸쓸하고, 어두우니까
눈을 감고
잘 자 다이스케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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