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잿빛의 버터플라이

잿빛의 버터플라이 4편

마루설아 2024. 12. 1. 22:15

- 3일 째 -

 

[??] : “다이스케, 일어나......”

 

누군가 나를 부르고 있다......

하지만 너무 졸려 몸이 움직이지를 않는다......

 

[??] : “다이스케, 좀 일어나 보라니까......”

 

몸을 흔들고 있는 것 같다.

하지 말라고...... 나는 졸리단 말이다......

 

[??] : “일어나라고...... 하잖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만...... 암만 따귀를 연타해봤자 아무 느낌도 안나......

 

아~ 그렇지만... 곧 무엇 때문에 잠에서 깰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나는 눈을 떴다.

사쿠라가 내 뺨을 연타하고 있었다.

 

[다이스케] : “으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사쿠라] : “이제야 깨니!? 덕분에 내 손만 피곤해졌잖아!”

 

이렇게 억울한 심정이 드는 건 버터플라이 게임 참가 이래 처음이다.

그나저나 이런 엄청난 고통을 무시할 줄이야. 도대체 얼마나 지쳤던 거야.

 

[다이스케] : “몇 시냐......”

[사쿠라] : “9시 반이거든. 이미 다들 깼어. 이 잠팅아”

 

다들 이라......

다시 주변을 둘러본다.

깨우러 온 건 사쿠라와 마이 그리고 레이였다.

 

[다이스케] : “다른 애들도 무사한 거지?”

[마이] : “그렇다구~! 다들 살아있어!”

 

아무도 죽지 않았구나.

[수호자]와 [교환자]의 연계는 성공한 것이다.

새삼 안도의 감정이 북받쳐 올라왔다.

 

[다이스케] : “하하......! 아자......!!”

 

너무 앞서 나갔다는 건 알고 있지만 이미 게임을 클리어 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사쿠라와 마이도 레이도 공포라는 한 점 없는 얼굴이었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사쿠라] : “다들 기다리고 있다니까. 얼른 일어나”

[마이] : “냐하하~ 사쿠링도 마이가 깨워 줬는데에~”

[사쿠라] : “지금 꺼낼 필요는 없는 이야기잖아. 마이”

[다이스케] : “하하하 밥 먹게?”

[사쿠라] : “그래. 리리코와 레이의 역작이니 식기 전에 감사히 먹으라고!”

...

......

.........

 

[츠바사] : “이 쉑! 미인 둘 + 알파가 깨워주니 기분 찢어지겠네! 난 잠 깨고 처음 본 게 이 바보의 근육 얼굴이었단 말이다!”

[유지] : “닥쳐! 아침바람부터 네놈 분위기 상대해주려면 열받는다고!”

[마이] : “알파가 누구야? 응?”

[츠바사] : “꺼흑!”

[츠바사] : “꽥!”

[리리코] : “다이스케 군, 잘 잤어요”

[루나] : “안녕”

 

유지, 츠바사, 리리코, 루나.

어제 저녁에 헤어진 얼굴들이 그대로다.

고작 그것뿐인데, 이렇게나 기쁠 줄이야.

...

......

.........

 

호화스러운 데다 영양 밸런스마저 고려된 아침 식사는 다소 어제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소박한 느낌이 나는 어제의 것과는 달리 오늘 것은 허브가 많이 사용된 고급스러운 풍미가 특징이다.

물어보니 오늘은 리리코가 아닌 레이가 주방장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먹고 있는 사이에 알게 되었지만......

아무래도 모두들 기운이 넘치는 것만은 아닌 모양이었다.

 

유지는 별로 잠을 자지 못한 모양이다. 녀석은 고발용 윈도우를 통해 생사 확인을 할 수 있는 것을 몰라 밤늦게까지 전전긍긍했다나.

어제 아침에 레이의 설명을 들은 녀석들은 그 때 들은 모양이고 리리코와 사쿠라, 루나는 스스로 깨달은 모양이지만......

이 녀석은 무려 바보 트리오의 한 축을 이루는 동료.

유감이지만 나도 레이가 가르쳐줄 때까지 몰랐었다.

 

그리고, 기운이 없는 사람이 하나 더.

 

[다이스케] : “루나! 왜 그러니? 몸이 안 좋아?”

[루나] : “으응...... 아무 것도 아냐”

 

말은 그렇게 하지만, 언뜻 봐도 식욕이 없어 보이는데다 결국 토스트 반쪽도 먹지 않고 남겼다.

얼굴색이 그렇게 나쁘진 않은데...... 루나의 상태에 신경을 좀 써야 할 것 같다.

물론 기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루나에게는 감사의 뜻을 확실히 표현해둬야만 한다.

 

나는 모두의 식사가 끝나갈 때쯤을 봐서 말을 걸었다.

 

[다이스케] : “루나, 그리고 [수호자]인 사람, 진짜 고마워”

[다이스케] : “두 사람 덕분에 지난밤이 무사히 지나갔어”

[다이스케] : “특히 루나...... 어제 많이 불안했지? 그렇지만 이제 괜찮을 거야. 한 번 성공했으니 앞으로도 문제없겠지”

[사쿠라] : “정말이야. 루나, 고마워!”

[마이] : “루냥 고생했어! 다시 봐야겠는걸!”

 

더보기

[마이] : (음...... 그런데 상태가 좀 이상한걸. [주모자]를 만났지만 약 덕분에 살아남은건가?)

 

[츠바사] : “분명 천국에 있을 토모에도 기뻐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더보기

[츠바사] : (실제론 슬퍼하고 있겠지. 어? 루나, 왜 그러니? 왜 그렇게 불편한 표정이지?)

[츠바사] : (분명히 배신했는데, 어째서인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하하하, 말할 수 없겠지! 이렇게 모두가 고마워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츠바사] : (그보다 의외인 건 리리코다. 자기가 노려지고 있다는 걸 알 텐데...... 얼굴색 하나 바꾸지 않네)

[츠바사] : (발전 좀 했다는 건가, 아니면...... 후후, 재미있어지겠는걸)

 

[루나] : “응...... 모두들 고마워”

 

루나는 미소를 지어 보였고, 그 얼굴을 보고서야 모두들 겨우 안심한다.

 

[사쿠라] : “하지만, 이걸로 [주모자]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이 단번에 줄어들었네”

 

진지한 얼굴로 화제를 전환한 건 사쿠라였다. 모두가 사쿠라를 주목한다.

 

[사쿠라] :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중에 [주모자]인 사람. 아직 5일 정도 시간은 있어”

[사쿠라] : “더 이상 게임을 클리어 할 생각은 접지 않겠어? 정체를 밝히고 나와 함께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더보기

[사쿠라] : (......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어. 이 게임에 클리어 이외의 방법은 없겠지)

[사쿠라] : (분명 [주모자]를 발견하면 그 자리에서 [고발]할 정도의 용기는 필요하겠지...... 하지만 나는 도저히 그렇게 할 수 없어)

[사쿠라] : (그저 밤에 기다리는 공포를 맛보는 것이 두려워 [주모자]가 나와주기를 바랄 뿐......)

[사쿠라] : (......그렇지만 ......나는 죽고 싶지 않은걸......)

 

사쿠라가 [주모자]인 누군가에게 말을 던졌다.

그 끝이 간원에 가까웠던 사쿠라의 목소리에는 역시나 아무도 응해주지 않는다.

싶었을 때. 의외의 인물이 입을 열었다.

 

[유지] : “아”

 

부들부들부들 하고.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날 뻔했다.

한결같이 창백해지는 얼굴.

아무도 지금 이 상황에 나설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도 그랬고.

유지~ 너......!

 

[사쿠라] : “너 설마......”

[유지] : “지레짐작하지 좀 말라고...... 내가 [주모자]라는거 아니니까”

 

......

 

[다이스케] : “야 이 자식아아!!”

[츠바사] : “장난 칠래 이 초근육바보쉑!!”

[유지] : “야~ 아프잖아!”

 

아가리 샤랍. 바보 트리오의 숙청 콤보를 먹어라.

 

[유지] : “아야야야야야야야! 지 진짜 그만 좀 하라고, 할 말 있다니까!!”

 

어쩔 수 없이 살려두기로 한다.

 

[다이스케] : “그래서, 뭔 얘긴데, 그 상황에 해야 할 만큼 중요한거냐?”

[유지] : “쿨럭 쿨럭 아! 그래...... 중요하긴 해”

[유지] : “내 역할 말인데......”

[사쿠라] : “뭐어? 어제 잊었네 어쩌네 하던 녀석이? 말해두겠는데 지금 그런 이야기 들어봤자 아무런 쓸모도 없거든”

[사쿠라] : “[수호자]가 루나를 지키고 있는 이상 [주모자]는 손을 댈 수 없어”

[사쿠라] : “그러니까 정보를 밝히는 것은 단순히 무의미한 정도가 아니라 그저 위험을 늘릴 뿐이야.”

[유지] : “그거! 그것 때문에 할 말이 있다고!”

 

[교환자]와 [수호자]의 연계에 대해 도대체 무슨 할 말이 있다는 거지?

 

[유지] : “아까부터 다들 잘 되고 있네 어쩌네 떠들고 있는데...... 지금 문제 충분히 있거덩”

 

유지 이 녀석......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람......?

도대체 이 연계의 어디에 문제가 있다는 거지?

 

[사쿠라] : “무슨 소리를...... 문제라는 것이 뭐지?”

[유지] : “어젯밤에 돌아가서 노트북을 켜서 확인했단 말이야”

[유지] : “......내가 [교환자]였단 말이다”

 

이번에야 말로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지금 유지가 한 소리는

중요한 정도가 아니다.

극히 치명적인 정보다.

 

[리리코] : “유지 군이...... [교환자]요......?”

[루나] : “무슨 소리 하고 있어. 유지...... 내가 [교환자]라구!”

 

루나가 얼굴을 살짝 붉혔다.

 

[유지] : “루나...... 난 네가 거짓말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루나] : “어째서...... 이상해! 이제와 말해봤자 하나도 설득력이 없잖아......!”

 

더보기

[리리코] : (루나......? 먼저 말했으니까 설득력이 있다는 거니?)

[리리코] : (츠바사 군이 이야기했던 대로 되었어...... 어제 나는 만약 자신을 지키지 않았다면 죽었을 거야......)

[리리코] : (츠바사 군...... 츠바사 군을 믿으면 되는 거지......? 츠바사 군을 믿고 있으면 살아남을 수 있는거지......?)

[리리코] : (......그렇다면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게...... 그저 자신만 지킬게......)

[리리코] : (그리고 필요할 때 말해준다면 무슨 짓이든 할게......)

[리리코] : (그럼, 무슨 짓이든 하고 말고...... 츠바사 군을 위해서라면......)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교환자]가 둘이라고!?

 

[유지] : “잘 들어. 내가 [교환자]다!”

[유지] : “어제는 내 역할을 몰랐지만......!”

 

루나가 거짓말을.....? 그런 바보 같은 일이!

 

[루나] : “아냐아......! 유지가 거짓말쟁이라구!”

 

노려보며 서로를 비난하는 두 사람

 

[다이스케] : “자 잠깐만 있어봐!”

[다이스케] : “둘 다 그만해!”

 

생각하기에 앞서 둘의 사이를 막았다.

 

[다이스케] : “루나. 루나 넌 [수호자] [교환자]의 연계를 위해서 자기 자신이 타겟이 되도록 만들었지?”

[루나] : “어? 으 으응......”

 

대답을 하는 루나. 하지만...... 어째서 눈을 피하지?

루나, 왜 그러는 거니......?

 

더보기

[츠바사] : (이걸로 확실하군...... 루나는 애들을 배신했어)

 

[사쿠라] : “그만. 어차피 이대로 싸워봤자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겠어. 우선은 둘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사쿠라] : “유지, 너는 어제 누구에게 능력을 사용했지?”

[유지] : “나는 루나를 대타로 찍었다”

[사쿠라] : “어...... 어떻게 그런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말해!”

[유지] : “야 진정하라고! 답잖게 왜 그래!”

[유지] : “그럴 수밖에 없잖아? [주모자]가 날 타겟으로 찍을 필요가 없어. [수호자]는 루나를 지키기로 되어 있으니까”

[유지] : “만에 하나 내가 노려진다 해도 루나를 타겟으로 정해 놓으면 [수호자]가 지켜줄 테니 아무 문제 없을 것 아냐”

 

더보기

[리리코] : (그래 봤자 소용없어. 유지 군!)

[리리코] : (나는 루나를 지키지 않았으니까......)

 

[유지] : “루나와 나 이외의 녀석을 노린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지만 이게 안전할 것 같았어”

[유지] : “[주모자]는 나 아니면 루나를 죽이려고 하는 거잖아”

[사쿠라] : “그러네. 루나는 살았어”

[사쿠라] : “아직 어느 쪽이 진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루나가 죽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도 무사했으니”

[사쿠라] : “적어도 어제 [수호자]는 루나를 지켰겠지. 연계가 실패한 것은 아니야!”

[사쿠라] : “누가 진짜 [교환자]이든 간에 진짜인 쪽이 할 일을 확실히 한다면 연계는 지켜질 수 있을 거야......”

[레이] : ‘그렇다고 볼 수만도 없어요!’

[레이] : ‘유지 선배가 진짜 [교환자]라면 [수호자]는 유지 선배를 지켜야만 해요!’

[레이] : ‘오늘은 그저 어쩌다 보니 유지 선배나 루나가 표적이 된 것 뿐이잖아요. 다른 사람들은 무방비였다고요!“

[사쿠라] : “아...... 그래 그렇구나. 나도 참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건지......”

[레이] : ‘그리고 이번 문제로 죽을 것 같은 사람을 [수호자]가 운좋게 지켜 냈는지도 모르죠.’

[레이] : ‘이럴 경우에도 죽는 사람은 없어요’

[사쿠라] : “확실히. 그러네......”

[루나] : “그러니까 내가 [교환자]라고 몇 번을 말해!”

[츠바사] : “그렇지...... 루나가 자신의 역할을 밝힌 상황에서 굳이 [수호자]가 루나 이외의 인물을 지키려고 할까......”

 

더보기

[리리코] : (츠바사 군은...... 나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 내가 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았던 것이 들키지 않게 하기 위해서......)

 

[마이] : “저기 있잖아......”

[마이] : “[주모자]가 선택한 타겟을 죽이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지 않은가”

[사쿠라] : “? 무슨 소리야?”

[마이] : “타겟을 선택은 했지만 [주모자]는 도저히 죽일 수가 없어서 방에서 나오지도 못했을 수도 있다는 얘기”

[마이] : “토모에 때는 뭐, 어쩔 수 없는 사정이라도 있었는지도 모르지......”

 

더보기

[마이] : (그런 거 없지만)

[마이] : (그렇지만 아직 츠바사 이외의 치킨이 [주모자]일 가능성도...... 있으니까. 일단 유용한 가능성을 제시해주셨단 말씀)

[마이] : (뭐...... 마이가 보기엔 거진 츠바사가 맞겠지만)

 

[사쿠라] : “아아! 정말 뭐가 뭔지 모르겠어!”

[사쿠라] : “그렇지만 두가지 확실한 것이 있어! 유지 혹은 루나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과”

[사쿠라] : “연계가 성공을 했는지 어쨌는지 전혀 알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말이야......”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아침 식사시간의 누그러진 공기가 말끔히도 사라졌다.

설마 상황이 이렇게 되리라고는......

명백히 혼란스러워진 자리에서 모두들 조금씩 당황하고 있다.

 

유일하게 안식처라고 여겼던 곳이 사라진 것이니 다름없다. 게임 시작시보다 괜히 더 기분 나쁜 이 불안감......

그런 와중 침묵을 깬 것은

 

[루나] : “지 않았단 말야”

[루나] : “거짓말 하지 않았단 말야!”

[루나] : “난 사실만 말했어...... 못 믿겠다면 믿지 마!”

 

그렇게 소리를 치고는.

루나는 자신의 방으로 달려가

 

더보기

[루나] :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루나] : (왜 이렇게 되어버리는 거야? 꼭 내가 연계를 하지 않았다는 걸 꿰뚫어 보고 있다는 것처럼......!)

[루나] : (다이스케구나......! 다이스케가 [수호자]를 아군으로 만들어선 자기를 지키게 한 거야! 어째서 이런 가능성을 깨닫지 못했지!)

[루나] : (더는 못 참겠어......! [주모자]를 죽이려면 [고발]을 하는지 직접 죽일 수 밖에 없어......!)

 

쾅~ 하고 난폭하게 문을 닫아 버린다.

 

[다이스케] : “루나 루나야!”

 

서둘러 뒤따라갔지만 이미 문을 잠근 뒤였다. 아무리 밀고 당겨봐도 꿈쩍도 않는다.

만약 루나가 진짜 [교환자]였다면 당연히 화가 났겠지......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자신의 능력을 밝혔는데 의심을 받게 되다니......

 

[마이] : “루냥 가버렸는데 유지는 어떡할 거야?”

[유지] : “딱히......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마이] : “알고 있어? 평범하게 생각해 보면 유지가 의심스럽다구?”

[유지] : “내 내가 왜!?”

[마이] : “유지가 정보를 나중에 밝혔잖아”

[마이] : “백 보 양보해서 정말 역할을 잊었었다고 쳐도!”

[마이] : “자기가 실은 거짓말 해야만 하는 역할이라는 걸 알아서 급급히 따라 가는 걸로 보인다구”

[유지] : “마이 너 임마......”

 

유지와 마이가 서로 노려보고 있다.

안 돼. 모두 너무 흥분해 있어. 불안감이 직접적으로 서로에 대한 의심으로 바뀌고 있어......!

어떻게든 해야 돼......!

 

더보기

[리리코] : (아아...... 어쩌지? 어쩜 좋지?)

[리리코] : (츠바사 군 어째서 가만 있는 거야? 이대로라면 모두들 싸우고 말 텐데......)

[리리코] : (모르겠어...... 하지만 이런 데 있다가는 나도 의심받을 것 같아...... 그 그래. 식기를 치워야 앗!)

 

쨍그랑!

갑작스런 소음에 우리는 평상심을 되찾는다.

 

[리리코] : “어머, 나도 참......”

 

소리의 원인은 리리코였다.

빈 접시를 떨어뜨려 깨진 모양이다.

 

[리리코] : “미안해요. 다들 너무 화가 나 있으니까 당황해서 그만”

 

리리코는 깨진 접시를 우물쭈물 줍기 시작한다.

 

[마이] : “만지면 위험해 리리콩. 나도 도울 테니까 그만 정리합시닷”

[리리코] : “응 고마워요. 마이”

[마이] : “유지. 이따가 다시 한 번 이야기 들어봐야겠거든”

[유지] : “아 나 진짜. 난 거짓말 안 했다고 하잖아!”

 

마이는 유지를 쏘아보며 리리코를 돕기 위해 갔다.

둘은 깨진 것을 포함해 솜씨 좋게 모은 다음 아래층으로 사라졌다.

칫~ 하고 혀를 찬 유지는 괜한 분위기에 얼굴을 돌린다.

 

[츠바사] : “너 머리 좀 식히고 있어. 나도 얘기 좀 해볼 테니까”

[유지] : “미안하다”

[레이] : ‘저도 갔다올게요’

 

레이는 그리 말하고는 내 쪽을 슬쩍 쳐다봤다.

어젯밤 채팅에서 말한 대로 개별행동을 하자는 표시다.

그래...... 연계는 아직 살아있을지도 몰라. 루나와 [수호자]는 잘 되고 있는지도 몰라.

 

그렇지만, 지금은 그 연계를 무너뜨리려는 [주모자]에게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유리한 상황이다.

더는 [주모자]가 설치게 할 순 없어!

 

[다이스케] : “그럼 부탁할게. 레이”

 

레이는 고개를 끄덕이곤 츠바사의 뒤를 쫓아갔다.

남은 건, 나와 유지와 사쿠라 뿐.

 

[다이스케] : “야~ 유지”

[유지] : “다이스케, 너도 날 의심하고 있냐......?”

[다이스케] : “......”

[다이스케] : “전혀 의심하고 있지 않다고는 못 하겠어”

[유지] : “으......”

[사쿠라] : “그렇지만 유지 네가 의심스러운 것은 사실이야. 한참이나 나중에 나오질 않나, 게다가 그 이유가 잊어먹어서라고?”

[유지] : “뭐!? 사쿠라 너까지......”

[다이스케] : “그렇지만 나는 유지 널 의심할 생각은 없어”

 

솔직히 그렇다.

이 녀석이 사람을 죽이네 마네 하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데다

무엇보다도 살인 같은 큰일을 저질렀다간 대번에 표정으로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아침 이 녀석은 기운이 없었지만, 만에 하나 거짓말을 했다고 쳐도 살인 같은 큰 죄를 진 유지의 표정이 그 정도일 리는 없다.

 

[사쿠라] : “나도 동감이야. 그렇게나 오래 사귀어 온 친구인걸”

[유지] : “그러냐...... 고맙다......”

[사쿠라] : “무엇보다 이렇게나 치명적인 거짓말을 생각해 낼 수 있을 만큼 유지는 똑똑하지 않잖아”

[다이스케] : “내 말이”

[유지] : “이것들이......”

 

우리는 힘없이 웃었다.

이런 고역 속에서도 웃을 수 있는 유대라는 것은 중요하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다이스케] : “그럼. 이제 어떻게 할까?”

[유지] : “난 상관 없다”

[사쿠라] : “어디 보자...... 설거지에 손이 부족하지는 않을 테고......”

[사쿠라] : “아까는 경황이 없어서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이 있을 수 있으니, 룰을 확인하면서 다시 한 번 이야기 해 보지 않을래?”

 

그건 나도 바라는 바다.

지금은 상황이 복잡하니......

유지의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들어볼 필요가 있다.

 

[다이스케] : “좋아. 어디서 할까?”

[사쿠라] : “그러면...... 다이스케의 방에서 노트북을 확인하며 하기로 할까?”

 

내 방......

책상 서랍에 넣어둔 검은 장갑을 떠올렸지만

내가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조작하고 있으면 들키는 일은 없겠지.

 

[사쿠라] : “왜 그래. 다이스케? 무슨 문제라도 있어?”

[다이스케] : “아니, 괜찮아. 내 방으로 가자”

[사쿠라] : “그래. 그럼 갈까”

[유지] : “나도?”

[사쿠라] : “당연하잖아! 빠릿빠릿하게 못 걷겠니!?”

 

문득 루나의 방 문이 눈에 들어온다.

말로 하지는 않았지만 유지뿐만이 아니라 루나 또한 의심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

대화라도 해서 무언가 알아낼 수 있다면 좋겠는데

그런 얄팍한 기대를 간직한 채 우리는 10시 방향의 방, 즉 내방으로 향했다.

 

셋이서 방에 들어간다.

[사쿠라] : “유지, 혹시나 해서 일러두겠는데 문을 닫으면 안 돼”

[유지] : “헐? 왜”

[사쿠라] : “설마 잊은 것은 아니겠지. 규칙에 있었잖아!”

[사쿠라] : “본인 방 이외의 곳에서 갇힌 채 문이 잠기면 죽는다구!”

[유지] : “아~ 알고는 있는데 잠그지만 않으면 되는 거 아냐!”

[사쿠라] : “괜히 기분 나쁘잖아! 문이 열려있어야 좀 안심이 될 것 아냐!”

[다이스케] : “여보셔요. 불안하다고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잖아. 진정 좀 해”

[사쿠라] : “으~ 듣고보니 그러네. 미안해”

 

사쿠라도 유지도 조금 지친 모습이었다. 유지는 잠을 자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역시 아침의 혼란이 스트레스가 된 건 틀림없겠지.

 

[다이스케] : “뭐 문은 좀 열어둘까? 별 문제는 없으니”

[유지] : “어 그래”

 

유지는 문을 반쯤 열어 두고 내 등 뒤로 왔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사쿠라의 방에서 할 걸 그랬나.

의자에 앉아 노트북을 조작한다.

 

[다이스케] : “계속 서있기도 그럴텐데, 침대에라도 앉지 그래”

 

뒤에서 서있는 둘에게 말을 걸었다.

 

[유지] : “헉......”

[사쿠라] : “? 왜 그래?”

[유지] : “아니, 그, 뭐냐. 사쿠라랑 둘이 나란히 침대에 앉아 있자니...... 어째 좀 야시시하다 싶어서”

 

쿠쾅

하는 소리가 울렸다.

진짜 분위기 파악 못하는 놈일세.

 

[사쿠라] : “무 무, 무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 바보! 변태! 성추행범! 들러 붙지 마!”

[유지] : “아 아야야......”

[사쿠라] : “이런 때 그런 소리를...... 가 아니라, 어째서 그런 저속한 발상밖에 하지 못하는 거야!”

 

잠깐 보자니 사쿠라는 과거 본 적 없을 정도로 몹시 붉어져 있었다.

뭐, 유지가 여자 앞에서 성희롱 발언을 하는 경우는 그다지 없었으니까. 츠바사와는 달리.

 

[유지] : “남자라는 게 다 그렇잖아? 다이스케!”

[다이스케] : “내게 동의를 구하지 마. 네가 츠바사냐?!”

[유지] : “그 자식하고 동급으로 취급하지 마!”

[사쿠라] : “부정하지는 않는구나? 다이스케!”

 

아......아니, 딱히 그렇다는 얘기는

깡!!

 

[다이스케] : “꾸웨에엑! 금속 세면대야로 때리지 말라고오!”

[사쿠라] : “이건 kidney dish라는 거야. 이 왕바보야! 불결해! 치한! 에로리스트! 변태! 범죄예비군!”

 

더보기

[사쿠라] : (왕바보! 불결해! 치한! 에로리스트! 변태! 범죄예비군! 망상열차!! 나도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사쿠라의 얼굴이 당장에라도 폭발할 것처럼 빨간데, 괜찮으려나......?

 

[사쿠라] : “됐어! 그냥 서 있을 거니까 얼른 HELP나 열어!”

 

결국 내 왼쪽 뒤편으로 사쿠라와 유지가 선 상태에서 토의가 시작되었다.

...

......

.........

 

다시 한 번 룰을 살펴보며 조사한 결과, 알게 된 것이라기보다는 새삼 깨달은 게 있다.

루나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가정한다.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루나 자신이 [주모자]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주모자]에게 거짓말을 강요당한 [배신자]이라는 것.

이외에 달리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즉 [수호자]의 방어를 [배신자]나 [주모자]에게 향하도록 해놓고서, 그 사이에 다른 플레이어를 노리겠다는 꿍꿍이다.

이 상태에서는 죽는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하려면 유지가 말하는 대로 어쩌다 [주모자]의 목표가 [교환자]로 선택되어......

타겟이 루나로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상황에 대한 확률은 지극히 낮아, 고작해야 7분의 1이나 6분의 1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만약 루나가 [주모자]이지만 [배신자]를 특정해 놓지 않았을 경우에는 자신 이외의 7명이 타겟 후보가 된다.

루나가 [주모자]인데다 [배신자]를 특정한 경우, 혹은 루나 자신이 [배신자]일 경우, [주모자]가 타겟으로 삼으려 할 후보는 6명.

[주모자]는 이 안에서 어쩌다 [교환자]를 찍고 말았다는 것이다.

 

[사쿠라] : “그러니까...... 루나의 주장대로 죽는 이가 나오지 않을 확률 100%인 [수호자] [교환자]의 연계가 성립했다고 보아야 할지”

[사쿠라] : “[주모자]가 굳이 유지를 선택할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죽는 사람이 나올 확률 14~17%의 낮은 확률의 유지의 말을 믿어야 할지.

[사쿠라] : “이건 뭐, 마이가 유지를 의심하는 것도 어쩔 수 없겠어”

[유지] : “으......”

[사쿠라] : “다만 반론의 여지는 있어. 아까 종합한 이야기에 의하면 말이지......”

[사쿠라] : “[주모자]는 [교환자]를 나서게 해서 [수호자]의 협력을 얻는 것으로 상당히 유리한 입장이 되었으니까”

[사쿠라] : “7분의 6 혹은 6분의 5, 80% 이상의 확률로 하나를 죽일 수 있고”

[사쿠라] : “만에 하나 [교환자]가 걸려 자신이 타겟이 되더라도 죽을 일은 없으니......”

[유지] : “거 봐. 역시 그렇잖아! 루나가 의심스럽다고!”

[사쿠라] : “그렇지만, 이 방법은 단 한 번밖에 사용할 수 없거든”

[사쿠라] : “밤에 죽은 사람이 나온 시점에서 [수호자]가 지키고 있었던 사람이 [교환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사쿠라] : “그 시점에서 루나는 제 1순위 용의자가 되는데”

[사쿠라] : “게임의 진행상 어쩔 수 없이 나서게 된다면 또 모를까, 이 타이밍에 본인이 몸소 그런 위험을 무릅쓸 필요가 있을까?”

[사쿠라] : “특히...... 루나처럼 똑똑한 아이가”

[다이스케] : “즉 루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

[사쿠라] : “그렇게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이 시점에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한다면......”

[사쿠라] : “[주모자]라기 보다는 [주모자]에게 명령을 받은 [배신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봐”

[사쿠라] : “모두가 게임의 규칙을 숙지한 하에 냉정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더보기

[유지] : (큭......! 그런 건가......! 그렇다는 건 내가 [배신자]라는 걸 생각보다 빨리 들킬지도 모른다......)

[유지] : (사쿠라는 대단하구나. 거의 진상을 파악하고 있어......)

[유지] : (......그런데 도대체 [주모자]는 내게 무슨 짓을 시키고 싶은 거지!?)

 

[사쿠라] : “참고로 말이야”

[사쿠라] : “둘 중 하나는 반드시 거짓말쟁이. 하지만 누구인지는 모른다. 이럴 경우 인랑게임에서는 어떻게 할거라고 생각해?”

[유지] : “어떡하다니......”

[다이스케] : “어떻게 하는데”

[사쿠라] : “아주 간단해”

[사쿠라] : “둘 다 죽여버리면 되는 거야”

[다이스케] : “!!”

 

사쿠라는 담담하게 섬뜩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나와 유지는 숨을 삼킨다.

그야 인랑게임에서의 죽음은 그저 게임 상에서의 이야기이니까 괜찮겠지.

하지만, 버터플라이 게임에서는......

 

[다이스케] : “설마, 사쿠라 너 유지와 루나를 모두 죽이자고 할 셈은 아니겠지!”

[사쿠라] : “내가 그럴 리가 없잖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주모자]는 곧장 들킬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야”

[다이스케] : “그래서 [배신자]라는 게......”

[사쿠라] : “그렇다는 이야기”

 

어떻게 봐도 유지와 루나가 [주모자]일 확률은 낮다. 그건 좋은 정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반대로 말해 다른 녀석이 [주모자]라는 게 된다. 결국 무엇 하나 변한 건 없다.

기분이 가라앉는다. 다른 생각을 하고 싶었던 나는 억지로 다른 화제를 꺼내기 위해 방을 돌아보았다.

 

[다이스케] : “그러고 보니”

 

눈에 들어온 건 방 구석에 있던 단단해 보이는 두 개의 금고였다.

 

[다이스케] : “저기 있는 금고...... 규칙에 의하면 독과 약이 들어있는 거지?”

[사쿠라] : “아아~ [주모자]용과 [은둔자]용이라는 그것?”

[다이스케] : “바로 저기에 약이 있는데도 쓸 수 없다니...... 그것도 괜히 열 받네”

[사쿠라] : “그러게. 성격 한 번 안 좋은걸......”

 

결국 유감스럽다는 이야기로 끝인가.

 

[유지] : “아~ 그 금고 부숴보려고 했는데 안 되더라”

[유지] : “치고 박고 던지고, 아무리 해봐도 꿈쩍도 안 해서”

 

뭐라고!?

 

[사쿠라] : “잠깐 유지! 그 이야기 정말이야!?”

[다이스케] : “너 임마. 규칙 제대로 안 읽어 봤지!”

[유지] : “무슨 문제 있는 거냐?”

[다이스케] : “회장 내의 설비를 고의로 파손하면 죽는다고......”

[사쿠라] : “만약 금고가 부숴졌다면 너 벌써 죽었을 거 아냐!?”

[유지] : “지 진짜...... 아니, 그래도 들키지만 않으면 되는 거 아닌가?”

 

이 등신......! 우리가 어째서 이 게임의 규칙을 따르지 않으면 안 되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니!

[사쿠라] : “아 그러니까, 규칙 읽고 하는 소리야!?”

 

사쿠라가 나와 노트북 사이로 몸을 내밀어 마우스를 잡았다.

 

더보기

[사쿠라] : (크 큰일났다! 이건 너무 가깝잖아......!)

 

[다이스케] : “!”

 

극히 한순간 사쿠라의 땀 냄새를 느끼곤

깜짝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릴 적부터 끈적끈적 붙어서 놀러 다니곤 했으니깐

그다지 여자로서 의식하고 있었던 적이 없었는데......

지금 그 소꿉친구는 학년 최고의 미인이라 불리고 있다. 방금 극히 살짝 그것을 의식하고 말았다.

 

더보기

[사쿠라] : (이제와 갑자기 몸을 빼는 것도 부자연스러워......! 이대로 끝을 내야 돼!)

 

아니 나도 참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조심 좀 해야겠다. 사쿠라한테 들켰다간 아마 맞아 죽을 거야.

 

더보기

[사쿠라] : (아~ 다 다이스케, 숨 쉬지마. 목에 닿잖아! 아 아우~ 간지러워...... 쿠후후)

[사쿠라] : (아니 미묘하게 좋아하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사쿠라] : “이거야. 이거!”

 

사쿠라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것은 일전의 경고문의 뒤를 따르던 주의사항이었다.

 

무수히 많은 카메라에 의해 게임 회장은 철저하게 감시되고 있다.

 

[유지] : “감시카메라래 봤자...... 진짜 감시 당하고 있는지 알 수도 없잖아”

[다이스케] : “그럼 규칙을 어겨서 한 번 실험해 볼래?”

[유지] : “사양하지......”

 

그런 것이다. 결국 목숨이 걸려 있는 이상 섣부른 행동을 할 수는 없다.

 

[사쿠라] : “아니, 잠깐...... 유지가 하는 말을 듣고 떠올랐는데”

 

사쿠라는 무슨 생각이 떠오른 듯하다.

어쩐지 묘한 얼굴로 중얼거린다.

 

[사쿠라] : “감시카메라만으로는 게임을 완전히 관리하기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아?”

[사쿠라] : “주최자에게 있어서 바람직하지 못한 것들......”

[사쿠라] : “예를 들자면 우리가 어쩌다 물건을 움직였는데 그것이 숨겨진 카메라를 가리고 말았다거나”

[사쿠라] : “그로 인해 생겨난 사각에서 규칙을 위반을 하게 된 다거나”

[사쿠라] : “그런 예상 밖의 상황에 대해, 어떤 대처를 할 셈일까”

 

어지간한 일로는 손을 댈 수 없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일어나는 경우는 제법 있을 것이다.

 

[다이스케] : “카메라 이외에도 감시 수단이 있다는 얘긴가”

[유지] : “말이야 쉽지...... 기본적으로 엿본다는 방법 이외에 뭘 어떻게 할 수가 있는데”

 

사쿠라는 잠깐의 고민 끝에 아니, 말을 하는 것을 주저했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말을 꺼냈다.

 

[사쿠라] : “직접 손을 댈 수 없다면 손을 쓸 수 있는 인간을 움직이면 돼”

[다이스케] : “뭐?”

[사쿠라] : “게임 참가자 안의 누군가가 자신의 부하로 만들면 된다는 거야. 매수든 뭐든 해서”

[다이스케] : “매수라니...... 그런 짓까지”

[유지] : “못할 건 없지...... [네 목숨만큼은 살려주겠다]라고 하면 어쩌겠어]

[사쿠라] : “그래서 다른 참가자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마음대로 써먹는다...... 있을 법하다고 생각하는데”

[사쿠라] : “오히려 이렇게나 꼬인 게임이...... 그 정도 생각도 없이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게 옳지 않을까......”

[다이스케] : “......”

 

나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친구들을 뒤에서 손을 써서 배신시킨다.

그런 짓까지 할지도 모른다는 건가.

 

[사쿠라] : “그만 하자. 전부 그저 아무런 증거도 없는 억측에 불과해”

[사쿠라] : “더욱이 실제로 그런 일이 있다고 해도, 알 수 없을뿐더러 막을 수도 없어”

[사쿠라] : “다만...... 마음의 준비만은 해두는 것이 좋겠지”

[다이스케] : “우리 가운데 누군가가 주최자측에 설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말이지......”

[사쿠라] : “그래 미안해...... 괜한 생각을 한 것 같네......”

 

우리는 이후로도 조금씩 의논을 진행해 나갔지만 달리 새로운 생각이 나오지는 않았다.

이도 저도 아니라는 이야기가 오가며 시간이 흘러간다.

 

하지만, 나는 한가지 입밖에 내지 않은 생각을 끌어안고 있다.

 

역시 루나가 [교환자]이고

유지가 [배신자]인 것이 아닐까.

그리고 [교환자]와 [수호자]의 연계는 제대로 되었던 것이 아닐까.

막연히 희망적인 관측에 의한 것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사쿠라나 유지의 목소리는 제대로 머릿속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마지막에는 스스로에게 이르듯 그렇게 머릿속에서 되뇌었다.

...

......

.........

 

[레이 시점]

 

[레이] : “......”

 

나와 마이 선배, 리리코 선배, 츠바사 선배는 식기를 정리하기 위해 지하실로 내려갔다.

분위기는 무겁고 어둡다.

이 곳에 없는 둘, 루나와 유지선배 중 하나가 분명히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웃고 떠들던 모두가...... 지금은 서로에 대한 불신감을 감추는데 필사적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역시 나는 지울 수 없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무상의 우정으로 이어져있다.

그것은 딱히 특별할 것이 없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인연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 날, 다이스케 선배를 만나고, 그 다음 모두를 소개받아

그로 인해 최소한 나는 바뀌었다.

 

내게 있어서는 몹시 소중하고 귀중한 인연.

그런데 지금, 그것은 무너지기 직전이다.

다이스케 선배와의 약속을 위해서라도 나는 힘을 내지 않으면 안 된다.

 

[츠바사] : “또 그 얘기야...... 진정 좀 해 마이”

[마이] : “그치만...... 그런 식으로 나오다니 이상하잖아!”

 

마이 선배는 흥분한 기색이 역력하여 아까 전 유지 선배의 문제를 다시 끄집어내고 있다.

츠바사 선배가 계속해서 구슬렸지만

“유지는 진짜 분위기 파악도 못 해!” 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솔직히 그 마음은 이해한다. 유지 선배가 그 소리만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좀 더 화목한 시간이 될 수 있었을 테니까.

 

그렇지만, 이 게임에서 거짓말을 하는데 이유가 없을 리가 없다.

유지 선배건 루나건 거짓말을 할 필요가 있었기에 그러는 것이다.

그 이유가 너무나도 많아 확정할 수는 없다......

아침식사 때 그런 탓에 설거지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좀 후회가 된다.

 

[리리코] : “저도 잘 모르겠지만...... 유지 군이라면 능력을 잊어먹는 일 정도는 있어도 이상할 건 없지 않나요?”

[츠바사] : “리리코 너 가끔 가다 보면 진짜 엄한소리 한다......”

[리리코] : “예? 좀 심했나요?”

[츠바사] : “자 자, 마이. 유지가 의심스럽다는 건 알겠는데, 그렇게 뿔나 있어 봤자 아무 것도 안 되잖아?”

[츠바사] : “그것도 아니면 너 혹시 유지한테 마음이라도 있는 거야?”

 

더보기

[마이] : (경박한 녀석이 연기라도 하는 건가? 어째 좀 열 받네. 뒤에서는 온갖 더러운 짓을 다 하고 다니면서......)

[마이] : (내 안에서는 80% 이상 츠바가사 [주모자]라고 확정되어 있거든? [심판자]에 [은둔자]라는 입장상 다물고 있긴 하지만......)

 

[마이] : “아하하! 그거 제법 새로운 아이디어인걸! 이노베이션! 그런 자네에게 이 문명의 이기, 나일론 수세미를 주도록 하지”

[츠바사] :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면 그렇게 되는 건데!?”

[마이] : “이 눌어붙은 냄비를 반짝반짝 새 것처럼 해놓도록”

 

마이 선배는 평소처럼 활발해 보이지만......

좀 전에 아주 잠깐, 묘한 기색을 느낄 수 있었다.

 

마이 선배, 지금 화가 나 있는 건가?

이럴 때 끼어들지 못하는 내 자신이 한심하다.

 

[츠바사] : “나 참...... 뭘 어떻게 봐도 나보다 마이 네가 훨씬 힘이 센데......”

 

더보기

[마이] : (겁도 없군)

 

[마이] : “또 괴력녀라고 하려고~? 진짜 괴력을 맛보고 싶은 거야?”

[츠바사] : “오오, 무셔무셔”

[리리코] : “츠바사 군은 남잔데 요리를 잘 하네요. 깜짝 놀랐어요”

[츠바사] : “그렇지. 요즘 세상 남자라고 요리를 못하면 안 되지. 안 그래, 마이!”

[마이] : “아 글쎄 마이는 여자라니깐!”

[리리코] : “후후후”

 

더보기

[마이] : (리리콩도 참...... 아무리 츠바사가 좋다지만 머릿속이 너무 따땃한 거 아냐? 지금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는 건가?)

[마이] : (......안 되겠다. 조금 흔들어 둬야지)

 

표면적으로는 분위기가 명랑해 보이지만.

어째선지 좋지 못한 예감이 든다.

 

예감은 바로 증명되었다.

 

[마이] : “츠바사, 마이는 유지만 의심스럽게 생각하고 있는게 아니라구”

 

마이 선배의 목소리는 밝았지만, 어딘지 모르게 험악한 느낌을 띄고 있었다.

 

[츠바사] : “응? 루나 말이야?”

 

츠바사 선배는 눈치채지 못했다.

 

[마이] : “루나도 그렇지만 츠바사도 딱히 결백하다고는 할 수 없잖아?”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마이] : “그치? 좀 어눌해도 가장 앞서서 노력하고 있는 다이스케 루나하곤 다르게.....”

[마이] : “옆에서 주절주절 끼어들기만 하는 츠바사도 좀 그렇지 않아?”

[츠바사] : “그 근거도 없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더보기

[츠바사] : (흥~ 제법 머리 좀 굴리는데. 뭐 증거고 근거고 하나 없다는 건 알고 있지만)

 

나는 서둘러 만년필을 움직여서 글을 써내고 탁자를 팡팡 두드렸다.

 

[레이] : ‘마이 선배, 진정하세요. 그런 식으로 보면 여기 있는 모두가 의심스럽잖아요?’

[레이] : ‘결백하지 못한 건 모두 마찬가지이고, 다들 한 걸음 물러서 있어요’

 

그렇게 스스로 써보고 깨달았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적극적이라고 하기에는 어려운 네 명이었다.

룰에 대해서 적극적인 발언을 하는 사쿠라 선배.

가장 먼저 정체를 밝힌 루나.

실제로 움직이는 데 있어 가장 활발한 유지 선배.

그리고, 지금 우리의 앞에서 이끌고 가는 다이스케 선배.

그렇기에 더욱이 루나나 유지선배가 의심 받기 쉬운지도 모르겠다.

 

이 게임은 적극적으로 다가설수록 위험이 는다.

말하면 말할수록 의심사기 쉽다는 것도 있지만, 강한 발안권을 가진 사람은 게임의 흐름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

때문에 [주모자]의 입장에서는 껄끄러운 존재가 된다.

즉 목표가 되기 쉽다.

 

루나와 유지 선배도 그런 이유로 함정에 빠진 것은 아닐까?

루나는 [교환자]이고 유지 선배는 [주모자]의 명령을 받는 [배신자]

루나는 [주모자]에게 있어 상당히 성가신 역할.

유지 선배도 반쯤 아군이라고 볼 수는 있지만 다섯 번의 명령을 쓰고 나면 더 이상 제어할 수 없다......

우리 중에서 가장 힘이 세고, 운동신경도 발군. 유사시 정면에서 덤빌 수가 있으니까......

일찌감치 신뢰를 잃게 하여 무력화 시키겠다는 속셈!?

 

그릇된 추측일까? 하지만 의심 많은 내가 보기에는 지금의 모든 상황이 [주모자]의 계략의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터라 주변을 신경 쓰지 못하고 있었던 나는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는 것을 돌연 깨달았다.

 

[레이] : ‘아...... 미안해요’

 

썼다.

또 쓰고 말았다며, 스스로의 혐오에 빠진다.

너무 익숙해진 단어.

그렇지만, 지금은 마음이 통한 모양이다.

 

[마이] : “레이뿅이 맞아. 츠바사가 하도 끔찍깜찍한 소릴 해대는 통에 괜히 쓴소릴 해서 미안해”

[츠바사] : “[깜찍]이란 표현도 넣긴 넣는구나”

[마이] : “응. [일단 깜찍하게 여겨줄 수는 있다]는 뜻에서”

[츠바사] : “미안했어. 생각이 좀 짧았네”

[리리코] : “저도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있어서 죄송해요”

 

다들 사과하는 것으로 분위기가 누그러져 나도 안도했다. 하지만 한 번 뿌려진 불화의 씨앗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이런 데서 쓸모없는 불화를 불러일으키는 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좋을 것이 없다.

 

마이 선배는 이래봬도 주변 분위기에는 민감한 사람이다. 그 정도 생각이 없을 리가 없는데, 어째서 그런 식으로 나온 걸까.

혹시, 일종의 경고?

우리의 현 상황에 대한 위태로움을 알림과 동시에 이 네명에 대한 잠재적 의심을 암시한다?

지나친 생각인 걸까.

 

더보기

[마이] : (레이뿅은 눈치챈 모양이네......)

[마이] : (내가 [주모자]라면 제일 먼저 레이뿅부터 해치우겠지만, 이번 [주모자]는 과연 어쩔지?)

 

[츠바사] : (마이...... 이 녀석 역시 바보인 척 하면서 뒤에서 제법 생각하고 있구만?)

[츠바사] : (오늘 밤에는 상황을 봐서 루나를 해치우러 갈까 했지만...... 어쩐다?)

[츠바사] : (신경 쓰이는 건 상당한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에 깊이 관여하지 않으려고 하는 이 위치......)

[츠바사] : (이 녀석 혹시 [은둔자]인가? 적당히 눈치만 보고 있다가 게임에서 나가려고?)

 

[리리코] : “이런 게임. 얼른 끝나버렸으면 싶지만......”

 

리리코 선배가 나직이 중얼거린다. 얼굴은 웃고 있지만 그 목소리에는 전혀 기운이 없다.

 

더보기

[리리코] : (......이제 더 이상 싫어...... 다들 무섭고...... 의심받는 건 더 싫어......)

[리리코] : (그렇지만 죽는 건 무서워......)

[리리코] : (츠바사 군 츠바사 군!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나중에 상담을 해야......!)

 

언제나 침착하게 미소 짓는 리리코 선배는 우리 안에서 가장 어른스러워서 모두의 신뢰도 두텁다.

바보 트리오 선배들이 도가 지나치다 싶으면 리리코 선배가 웃는 얼굴로 제재를 해서 다들 차분하게 만든다.

그런 리리코 선배마저 이렇게 기운이 없다.

 

......

 

좋지 못한 생각이 떠오르려 해서, 머리를 흔든다.

 

그 사람의 모습과 겹쳐 보아선 안 돼

 

[레이] : ‘기운 내세요. 리리코 선배’

 

스케치북에 쓴 문장은 분명 진심이 깃든 말이었지만 사실 기억에도 도망치기 위한 구실이었기에 내심 씁쓸하였다.

 

[리리코] : “레이...... 고맙구나”

 

그렇게 말하며 리리코 선배는 웃어 주었지만 그 미소 속에는 여전히 우울함이 남아 있었다.

 

[리리코] : “그나저나...... [주모자]는 무슨 생각인 걸까? 아 부탁할게......”

 

리리코 선배는 씻어낸 접시를 내게 넘겨주면서 그런 의문을 입에 담았다.

 

[츠바사] : “전혀 이해를 못하겠는걸...... 다만 어제 죽은 사람이 없었던 이상, 오늘도 현상을 유지하는 게 무난하지 않나 싶어......”

 

더보기

[츠바사] : (내가 하고 싶은 말 알겠어. 리리코?)

 

[리리코] : “그러게요......”

 

더보기

[리리코] : (......! 그대로란 말이죠. 그럼 되는 거죠!? 믿을게요!)

 

[마이] : (아하하. 방금 그거 아이 콘택트? 역시 이 둘은 뭔가 꾸미고 있구나)

 

츠바사 선배도 식기를 정리하면서 리리코 선배에게 대답한다.

이래저래 거의 정리가 끝났다. 이만큼 떠들어 가면서도 정리를 할 수 있다니 마이 선배 이외에는 다들 가사 능력이 제법 되는 모양이다.

 

더보기

[마이] : (......그럼. 정리도 끝났고 레이뿅에게 힌트도 줬으니까......)

[마이] : (장난친 대신 츠바사에게는 찬스를 줘 볼까)

[마이] : (그래도 명색이 심판자니까 공평하게 해야지)

[마이] : (자, 얼른 따라와야 해. 레이뿅)

 

[마이] : “미안, 마이는 먼저 돌아갈게”

 

에?

내가 놀랄 새도 없이 마이 선배는 그 한마디만 남기고 떠나가 버렸다.

 

[리리코] : “마이가 화라도 난 것 같았죠?”

[츠바사] : “뭐야 쟨. 난 사과했구만”

 

쫓아가자!

아까부터 마이 선배의 언동은 뭔가 평범하지 않아.

어쩌면 뭔가 중요한 사실을 알고 있는 건지도.

그게 아니라도 지금 마이 선배를 혼자 두면 안 될 것 같아!

 

[레이] : ‘잠깐 갔다 올게요’

 

휘갈겨 쓰고는 페이지를 찢어 탁자 위에 둔다.

 

[츠바사] : “레이!? 저런 녀석 그냥 놔둬!”

 

이미 달리기 시작한 나는 살짝 뒤돌아보고 미소를 지어주는 정도 밖에 할 수 없었다. 쓴웃음으로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리리코] :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

 

등 뒤로 리리코 선배의 말을 들으며, 나는 주방을 뛰쳐 나가

 

계단 앞 복도에서 마이 선배를 볼 수 있었다.

마이 선배는 달리 의도를 가진 기색 없이 그저 평범하게 걸어가고 있었다.

 

더보기

[마이] : (얼른 쫓아오지 않으려나)

[마이] : (다음 예정도 있는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나는 따라잡을 수밖에 없었다.

마이 선배가 있는 곳에 도착해 어깨를 두드린다.

 

[마이] : “우왓!? 왜왜왜 왜 그래 레이뿅?”

[레이] : ‘물을 게 있어서’

 

숨이 차서 글자가 흐트러지고 말았다.

 

[마이] : “괘 괜찮아......?”

[마이] : “물을 게 있어? 뭔데?”

 

마이 선배에게는 돌려 말해봤자 의미가 없을 것 같다.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묻기로 했다.

 

[레이] : ‘아까, 어째서 그런 소리를 했어요?’

[마이] : “응~......? 무슨 얘기야?”

[레이] : ‘츠바사 선배가 결백하다고만 할 수도 없다는 얘기요’

[마이] : “아~ 그거 말이지......”

 

말 끝을 흐리는 마이 선배.

역시 뭔가 이상하다.

 

[레이] : ‘혹시 정말 츠바사 선배를 의심스럽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우선 찔러본다.

 

[마이] : “아하하...... 레이뿅은 너무 엄하다니까......”

[마이] : “레이뿅이 아까 말한 대로야. 지금 상황에 완전히 결백한 건 아무도 없어”

[마이] : “다만...... 츠바사에 대해서 말인데. 좀 지나치게 얌전하지 않나 해서”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아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마이] :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츠바사는 자기 의견을 별로 말하지 않고 있는 것 같아”

[마이] : “사쿠링이나 다이스케가 하는 말에 일부러 맞춰주는 것 같이 보여서 말이야......”

 

어제, 오늘 일을 떠올려 본다.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다이스케 선배나 사쿠라 선배가 주도하는 건 평소에도 얼마든지 있는 일이고......

츠바사 선배의 행동도 평소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마이] : “뭐, 그냥 좀 이상하다 싶어서 찔러본 것뿐이야”

 

걸린다. 뭔가, 얼버무리려고 하는 것 같다.

 

더보기

[마이] : (응~ 괜찮네. 여러모로 눈치챈 거지? 그렇게 주의깊다면 살아남을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지겠어)

[마이] : (그렇지만 정말 간단히 내 의도대로 움직이는구나. 너무 솔직해서 읽기 쉬우니까 조심해야 될걸?)

[마이] : (지금만 봐도 내가 수상한 행동을 보이니까 당장 쫓아오지...... 츠바사는 지금 완전 프리라고~ 그래도 괜찮겠어?)

 

[마이] : “냐~ 레이뿅. 그렇게 무서운 얼굴 하지마~”

 

마이 선배는 갑자기 내 양쪽 뺨을 꼬집어 장난스럽게 비벼대기 시작했다.

 

더보기

[마이] : (오오...... 이 훌륭한 부드러움! 찰떡 같잖아! 다이스케 여동생으로 두기에는 너무 아까운걸!)

 

말랑말랑~......!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스케치북으로 마이 선배를 향해 파닥여 항의했다.

 

[마이] : “냐하하하하! 미안 레이뿅~! 근데 무지 귀여웠어~!”

 

마이 선배는 손을 떼긴 했지만 엄청 재밌었다는 듯 계속해서 웃고 있다.

그 그렇게나 재밌는 얼굴이 되었던 걸까......

 

[레이] : ‘마이 선배, 너무해요!’

[마이] : “냐하하! 그러니까 미안하다구~”

[마이] : “그렇지만 말이야. 레이뿅”

 

마이 선배는 갑자기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마이] : “꼭 조심해야 돼. 그냥 내 예상이지만 그 이야기가 그렇게 쉽게 흘러가지는 않을 거야”

 

더보기

[마이] : (다이스케의 여동생이라는 걸 감추고 연심도 감추고, 엄청 위험한 다리를 건너고 있는 너라면 이 위험을 알 수 있겠지?)

[마이] : (이 게임은 사람을 이상하게 만든다구?)

[마이] : (뭐 남 얘기 할 때가 아니지만. 이거 참, 잠이 부족하니 피부가 거칠어지잖아)

 

나를 향한 그 눈동자에 가슴이 관통되는 것만 같았다.

 

어째서인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은 나와 닮았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

나와 마찬가지로 XX져있어.

마이 선배의 입가가 웃음짓고 있는 것처럼 보인 것은 내 착각일까.

 

[마이] : “그럼 레이뿅. 마이는 위쪽에 애들이 어쩌고 있는지 보러 갈게”

[마이] : “츠바사가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그렇게 말하면서 마이 선배는 이번에야 말로 계단을 올라갔다.

결국 알 수 있었던 것은 없다.

 

응?

츠바사 선배가 기다린다고?

......

 

도대체 나 뭘 하고 있는 거야!

결국 아래의 두 사람에게서 눈을 떼고 말았잖아!

나는 급히 걸음을 돌려 주방으로 향해 달려갔다.

 

더보기

[마이] : "그러면......"

 

레이뿅이 사라지고 난 다음, 내 방으로 돌아가 문을 잠그고 전용 모드로 금고를 열었다.

내용물은 검은 장갑에 주사기 통이 두 개. 한 쪽은 비었고, 남은 한 쪽에는 주사기가 세워져 있다.

이것은 토모에에게 사용한 주사기다. 그 뒤에 씻어서 물을 넣어 두었다. 독도 약도 아닌 것.

그리고 그 옆을 굴러다니는 것은 캡이 씌워진 주사기가 한 박스 정도. 아까 사용하지 않은 것.

 

자, 이건 뭘까요?

정답은

심판용 예비 독.

 

어떻게 반입했는지는 비밀. 뭐 역시 아이들은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

어째서 이렇게나 많은 독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가 하면... 그건 아빠의 귀찮은 취미 탓이다.

과거 몇 번이나 실행되었던 버터플라이 게임에서 딱 한 번, 대규모로 룰이 붕괴될 뻔 한 적이 있다.

플레이어들은 의사, 형사, 마술사, 화학자, 암살자 등 그 분야에 있어 프로인 녀석들이었다.

그들은 모두 우수했던 탓에 [주모자]를 포함해 수면 아래서 규칙을 파괴하기로 합의를 한 후,

표면상으로는 평범하게 진행하는 것처럼 보여 아빠의 뒤를 노리려 했다.

 

카메라에 대한 교묘한 공작.

감시의 눈을 피한 상호 연락.

죽음의 위장.

그리고, 독 캡슐의 제거와 회장 내벽의 파괴 후 탈출.

지식, 기술, 동기 모든 것이 극히 높은 멤버가 모인 탓에 벌어진 사태.

한없이 완벽에 가까운 구속체제는 그 팀에 따라 완벽히 무너질 수도 있다는 교훈을 남긴 사건.

다만 그것이 실현될 수 없었던 것은 결국 그 정보가 심판에 의해 통지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은 음모의 존재가 발각된 다음, 곧장 게임을 중지시켰다면 아무 일도 없었을 텐데,

아빠는 어디까지나 게임으로서 끝내야 한다는 것을 고집했다.

결국 [주모자]와 접촉한 심판이 동료를 배신하게 하여 독을 재공급, 전멸 시켜 이기게 하였다.

분명 경찰이었다던가. [주모자]는.

 

아빠는 그 게임이 무척 마음에 들었는지 버터플라이 게임 역사상 가장 위험하고 스릴 있었던 게임으로 꼽고 있다.

기록이 숨겨져 있는 탓에 츠바사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나는 몰래 봤지만.

뭐 그런 일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만에 하나 어찌될 지 모르므로 이걸 준비해두고 있다. 이번 게임에서는 필요 없겠지.

 

나는 독이 든 주사기를 옆으로 치워 놓고, 가장 안쪽에 따로 빼어둔 하나를 빼어 들었다. 유성펜으로 [약]이라고 적혀 있다.

이게 심판용 약이다.

이것과 페이크용 물 주사기를 들고서

이제부터가 트릭이다.

 

나는 우선 물이 든 주사기를 스커트 오른쪽 주머니에 넣었다. 이건 숨기지 않는다.

그렇지만 캡을 벗긴 탓에 바늘이 주머니를 뚫고 나와 외부에 노출된다. 살짝.

다음으로 약이 든 주사기를 집어서, 이건 그대로 왼쪽 주머니에 넣는다.

 

[마이] : "소변이나 볼까......"

 

그렇게 중얼거리며 방을 횡단.

벨트를 느슨하게 해 스커트를 내리면서 주머니를 꾹 눌러

주사기 안의 물을 전부 변기 안으로 뿜어 내고 손가락으로 눌러 바늘을 뺀다.

그리고 변기에 착석.

 

음. 이왕 앉은 김에.

...

......

.........

 

후우.

그럼. 스커트를 도로 입고 다음 차례로.

 

[마이] : "슬슬 써볼까......"

 

그런 소리를 하며 왼쪽 주머니에서 약이 든 주사기를 꺼내 든다.

그 바늘을 스커트 아래의 허벅지에 맞춰

 

[마이] : "으음...... 읏챠"

 

바늘을 들이대는것처럼 보이게 해서, 주머니의 천을 관통해 바늘을 뽑힌 주사기의 입구에 밀어 넣는다!

그리고 약액을 밀어 넣으며, 주머니 위에서 실린더를 조금씩 당겨......

 

[마이] : "후아......"

 

바늘을 허벅지에서 뽑아내는 척을 하며 숨겨둔 주사기의 입구에 바늘을 다시 대어, 뚜껑을 덮는다.

빈 주사기를 꺼내면

자. 마술 성공~ 냐하하하.

훌륭하게 주사한 것처럼 보이면서......

약액은 주머니에 있던 물을 빼어낸 주사기로 옮겼습니다!

어째서 이런 짓을 했느냐 하면 물론 아빠의 감시를 속이기 위해서다.

이 게임은 아빠와 로봇 같은 아빠의 부하 몇에 의해 철저하게 감시되고 있다.

방 하나당 20개 이상의 감시 카메라가 있어서......

까놓고 말해 온갖 창피한 모습을 다 드러내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렇지만 주머니 안쪽까지 엿볼 수는 없다.

잘만 되었다면 아빠에게는 이 주사기의 내용물이 여전히 물로 보이겠지?

그리고 내가 약을 써버린 것처럼 보이기도 할 터.

이걸 다른 사람한테 넘긴다면 어떻게 되려나?

은둔자용 약은 이미 루나에게 넘긴 걸 보았으니, 아마 가짜 약을 주는걸로 보이겠지......

글렀다고 생각했더니 완죤 의외라구!

약을 주사해서 형세역전이다!

후후...... 서프라이즈라는 겁니다~

뭐 아빠 입에서 헉소리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애초에 게임에서 등장하지도 않는 약이란 말이지 이게.

그럼...... 이걸 어떻게 쓸까.

현재 마이 개인적으로 [주모자] 용의 랭크 1위인 츠바사에게 준다?

그래서 독과 약을 잘못 고르게 해볼까?

......이건 힘들겠지. 애초에 틀릴 리도 없잖아.

다이스케, 유지, 사쿠링...... 이 녀석들은 제법 오래 사귀었으니 정보를 이미 공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 자기 역할을 포함해서.

걔들에게 주는 건 너무 큰 힌트가 될지도 모르겠네. 게다가 재미도 없을 것 같아.

루냥에게는 이미 줬으니까 절대 안 되겠고. 레이뿅은...... 음~ 주고 싶기는 한데, 아까 이미 힌트를 줬으니까.

너무 적극적인 사람한테 넘겼다가는 루냥이 가지고 있는 약마저 드러나, 둘 중에 하나가 버려질 가능성이 높겠다.

 

그렇다면...... 음~

리리콩 밖에 없나.

딱 좋을 정도로 허둥댈 것 같고.

리리콩을 통해 츠바사에게 넘어가면 그건 그것대로 재밌을 것 같으니.

뭐, 좀 불쌍하기도 하고 말이야. 믿고 쓴다면 조금은 행복해질 수 있다구? 그런 뜻에서...... 리리콩으로 결정.

 

아까 지나올 때 로비에 아무도 없다는 것은 이미 확인했고 다이스케와 다른 둘이 보이지 않는데......

다이스케의 방문이 반쯤 열려 있었으니, 거기 있으려나.

문을 보며 살짝 걸음을 움직인다. 다행히 리리콩의 방문은 다이스케의 방에서 아슬아슬하게 사각에 위치해 있었다.

소리를 내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 리리콩의 방으로 들어간다.

 

「약입니다. 위험할 때 쓰세요. [은둔자]로부터」

 

그렇게 쓴 메모와 함께 주사기를 침대에 방치하고 물러간다.

이걸로 약은 더 이상 없음.

나 자신도 무방비 상태.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 나 스스로도 잘 모르겠네.


[루나만은]

 

전부 그때부터 이상해졌어.

그러니까 얘들아, 좀 가르쳐줄래?

친구니 인연이니 신뢰니 하는 게 아빠의 놀이에 이길 수 있는지를 말이야.

그렇게만 된다면 마이는 죽어도 별로 상관 없으니까.

이 약은 마이에게 생겨난 정체를 알 수 없는 마음 그 자체다.

이 약이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올지, 마이도 지켜보지 않으면 안 돼.

 

오늘이 승부일까~

 

더보기

[츠바사] : "......"

마이가 나가고 레이도 서둘러 그 뒤를 쫓아 갔다.

그 둘이 이런 찬스를 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만일을 위해서 문을 열어 밖을 살핀다. 그 둘이 밖에서 엿듣고 있지는 않았다.

함정...... 이라고 생각하기도 힘들겠지. 그냥 바본가?

뭐, 좋아. 기껏 생긴 기회니까 유용하게 써주지.

 

문을 닫고 리리코와 마주 본다.

 

[츠바사] : "리리코"

[리리코] : "츠바사 군"

 

왜 그래? 꽤나 풀이 죽었는데.

 

[리리코] : "아까, 여기 있는 넷이 수상하다고 레이가...... 그랬었죠"

[리리코] : "우리들 의심받고 있는 걸까요?"

 

미소를 짓고 있지만 한순간 눈동자에 광기가 머물러 있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애초에 실실대며 할 얘기가 아니다.

 

대단한데.

자기가 의심받는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이렇게까지 이상하게 될 수가 있구나.

그리고 그 내면을 드러내는 건 오직 내 앞에서만

 

이게 좋아하는 사람에게 병적인 표현으로 사랑을 보이는 소위 말하는 얀데레라는 그건가?

아니, 이건 일종의 새로운 장르라고 불 수 있지 않을까.

겉으로는 고양이 같은 미소로 생글생글

둘이 있을 때는 얀데레이니까.

냥데레라고 하자.

괜찮네. 냥데레. 고양이 같아서. 나 고양이 좋아하는데.

 

[리리코] : "츠바사 군?"

 

아차. 리리코를 잊고 있었다.

 

[츠바사] : "생각 좀 하느라. 확실히 우린 이 게임에 대해 수동적으로 움직여 왔어"

[츠바사] : "그렇지만 보통 이런 게 당연하지! 이런 미친 게임에 적극적으로 참가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무서운데"

[리리코] : "그렇죠 그렇죠? 다들 무서운 거죠?"

 

너만큼 무서워하고 있는 녀석도 없는 것 같지만...... 그렇다기보다 오히려 네가 더 무섭다.

 

[츠바사] : "오히려 우리가 이런 상황이 되도록 누군가 의도한 건 아닐까?"

 

확 깨달았다는 표정을 짓는 리리코. 내가 하는 말은 무엇이든 믿는다.

만약 살아서 돌아가게 된다면 사귈 남자는 좋은 녀석으로 선택하도록 해라. 나 같은 놈 말고 말이야.

 

[리리코] : "그러니까...... 지금 의심스럽지 않은 사람이 오히려 의심스럽다.....?"

[츠바사] : "그래. 그렇게 생각하면 역시 루나는 의심스러워"

[츠바사] : "맨 처음에 말했었지. 먼저 말한 쪽이 유리하다고. 지금 딱 그런 상황이 되었잖아"

[리리코] : "그 그러네요"

[츠바사] : "아마 진짜 [교환자]는 유지일 거라고 생각해"

[츠바사] : "그 바보, 진짜 중요한 데서 괜히 바보짓 해가지고."

[츠바사] : "맨 처음 루나가 나왔을 때 그 녀석이 자기 역할만 알고 있었더라도......"

[츠바사] : "그렇지만 루나가 [주모자]는 아니라고 생각해"

[리리코] :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요? 진짜 [교환자]도 아니면서 [주모자]도 아니라고요......?"

[츠바사] : "[주모자]가 능력을 속이고 나오지는 않을 거라고 봐. 너무 눈에 띄니까"

[리리코] : "그렇겠네요......"

 

이건 정석이지. 누구나 알고 있다.

 

[츠바사] : "그러니까 루나는 [주모자]에게 명령을 받아 [교환자]라고 속이는 게 아닐까"

[리리코] : "명령받아서...... 아"

[츠바사] : "그래...... 루나는 [배신자]라고 생각해"

[츠바사] : "그렇다면 루나는 토모에를 죽인 잔혹한 녀석이 아니라는 게 돼...... 나도 그렇게까지 생각하고 싶지는 않으니 그러면 좋을 텐데"

[리리코] : "정말 곤란한 아이네요......"

 

뭐......?

순간 귀를 의심했다. 이 여자 실실 쪼개면서 무슨 소릴 하는거야?

 

[리리코] : "거짓말을 해서 모두를 곤란하게 하다니, 그러면 안 되는데 말이에요."

[츠바사] : "아 뭐, 그렇지. 루나도 분명히 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을 거야."

[츠바사] : "그래서 더 이상 거짓말을 하지 않고 방에 들어가있는 거 아니겠어?"

[리리코] : "그렇지만, 하다 못해 힌트라도 주었으면 좋았으련만"

 

아아~ 그런 이야기였구나. 그건 일리가 있다.

[배신자]라는 것을 스스로 밝히면 안 되지만, 그 밖의 정보를 통해 타인에게 [배신자]라는 것을 암시하는 게 중요하다.

그나저나 남 얘기라고 참 세게도 나오시네.

 

[리리코] : "츠바사 군, 전 어떡하면 좋죠. 누굴 지켜야 할까요......?"

[츠바사] : "그건 뻔하잖아. 너 자신을 지켜야지"

[츠바사] : "잘 생각해봐...... 오늘 널 지키지 않았다면 죽었을거라고"

[츠바사] : "죽는 사람이 나오지 않았던 건 리리코가 자기를 지켰던 것과 동시에 [주모자]도 리리코를 노렸기 때문이니까"

[리리코] : "그렇죠 그렇죠. 그런 거죠"

 

그러니, 그만 본제로 가자.

 

[츠바사] : "그리고 한 가지 더. 리리코가 협력해주었으면 하는 게 있어"

[리리코] : "네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츠바사] : "우리끼리 [주모자]를 밝혀내자"

[리리코] : "네...... 네에!?"

 

의외인데다 하고 싶지도 않아?! 아아 그렇겠지. 괜찮아, 엄청 간단한 역할을 소개해줄 테니까.

 

[츠바사] : "생각해봤는데 지금은 [주모자]에게 있어서 유리한 상황이야. 우리는 혼란에 빠져있고 협력태세도 갖출 수 없어"

[츠바사] : "탁 까놓고 말해 매일 밤 확실히 한 명씩 죽일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게 가장 유리하잖아"

[츠바사] : "그런 상황에서 [주모자]가 두려워하는 게 뭐라고 생각해?"

[리리코] : "그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츠바사] : "패닉에 빠진 플레이어들이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하려는 거야......!"

[츠바사] : "특히 우리 중에는 힘 없는 플레이어가 많아...... 나도 그렇고, 여자들이 대부분이잖아"

[츠바사] : "[주모자]는 밤에는 최강이지만 낮에는 그저 일반인에 불과해"

[츠바사] : "그럴 때 유지 같은 근육 바보가 날뛰었다가는 큰 상처를 입거나 최악의 경우 죽을지도 모른단 말이야"

[츠바사] : "그러니까 그런 폭력 사태의 징후를 발견하게 되면......"

[츠바사] : "반드시 그것을 막으려고 할 거야. [주모자]에게 있어서 지금 상황이 가장 유리하니까."

 

여기까지의 발언은 거의 진실이며 현실이었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그대로.

 

[츠바사] : "그러니까...... [주모자]를 찾아내기 위해서 일부러 거짓말을 해서 폭력사태를 일으키자"

[리리코] : "거짓말...... 연극을 하자는 건가요?"

[츠바사] : "그래. 그러니까 누가 다른 사람에게 습격 당했다는 연출을 하는 거야"

[츠바사] : "그렇게 하면 [주모자]는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 움직이겠지"

[츠바사] : "아마 지금 가짜 [교환자]로 이용하고 있는 루나를 끌여들여서......"

[리리코] : "그러니까, 그런 사람이 나오면......"

[츠바사] : "그래. 그 녀석이 [주모자]일 가능성이 높겠지"

 

아~ 큰 거짓말을 하는 건 장난 아니게 피곤하네.

사람을 거짓말로 유도하려면 애매하고 대략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복잡한 조건을 제시하는 게 좋다.

조건이 복잡할수록 검증이 어려워져, 인간의 뇌는 깊이 생각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가짜 [교환자] 루나를 이용해 폭력을 잠재우려는 녀석이라는 식으로 좀 확실치 않은 조건은 깊이 분석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사실 이것은 거의 어떤 인물에게 주의를 기울이게 하려는 유도이지만, 리리코는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

그렇게 시야를 서서히 빼앗아 간다.

 

[츠바사] : "연극은 나보다는 네가 하는 게 좋겠어"

[츠바사] : "나는 다소 치사한 녀석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네가 연기를 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을 테니"

[츠바사] : "역시, 여자가 폭력에 당했다고 하는 상황이 분위기도 더 날테고 효과도 좋겠지"

[리리코] : "그...... 그렇군요. ......그렇지만 어, 어떻게 하면 되는 거죠? 너무 위험한 건 좀 무서워서......"

 

어쩐지 리리코의 성향을 알 것 같다.

 

자기가 다치는 건 무섭다

자기가 의심받는 게 무섭다.

자기가 절망하는 게 무섭다.

자기가 죽는 게 무섭다.

 

그저 그것뿐이라면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인간.

하지만 이 녀석은 그런 상황에서 도망가기 위해서 무서울 정도로 이기적이고 잔인하게 될 수 있는 소질을 가졌다.

졸로 쓰기엔 좀 위험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 녀석의 공포를 컨트롤하여 폭주시키지 않는 것이 이 게임의 열쇠인지도 모르겠다.

 

[츠바사] : "아니, 위험하지는 않아. 그냥 거기 있는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서 정신을 잃은 척 해주면 좋겠어"

[리리코] : "네에!?"

[리리코] : "떨어지는...... 척?"

[츠바사] : "정확히 말하자면 누군가에게 떠밀어진 걸로 해서 말야"

[리리코] : "그러니까 누가 날 죽이려고 했다는 식으로요?"

[츠바사] : "그래 맞아"

[리리코] : "알겠어요. 언제 하죠?"

 

좋아......

말이 잘 통하는 걸...... 참 착한 아이구나......

 

[츠바사] : "곧 레이가 돌아올 거야. 그러면 좀 이따가 화장실에 가는 척 하고 주방에서 나가"

[츠바사] : "그리고...... 위로 가 주변을 살펴 보고 아무도 없으면...... 계단 아래쪽에서 비명을 지르고는 쓰러져 있으면 될거야"

[리리코] : "화장실에 가는 척 하고 나가서 사람이 없으면 밀려 넘어진 척"

[츠바사] : "그래. 알겠어? 우리와 루나, 유지를 제외하면 [주모자]는 다이스케, 마이, 레이, 사쿠라 중 하나야"

[츠바사] : "시작되면 이 넷의 언동에 특히 주위를 기울이도록 하자"

[리리코] : "네.....!"

[츠바사] : "슬슬 레이가 돌아오겠어. 아무거나 좋으니 평범한 이야기를 하고 있자"

[리리코] : "그 그게 좋겠네요. 그럼 자리에 앉아서......"

 

조금 초조한 모습으로 리리코는 주방 구석에 있던 의자를 가지러 가려고 하다가

발가에 있던 냄비에 그대로 걸려 넘어져

아!!!!

 

[다이스케 시점]

 

[마이] : “야호~”

 

유난히 가벼운 인사와 함께 방에 등장한 것은 마이였다.

 

[마이] : “다들 여기 있었네~ 돌아왔더니 로비에 아무도 없어서 깜짝 놀랐어!”

[다이스케] : “그러고 보니, 지금 아무도 없으려나”

[마이] : “마이도 들어가도 돼?”

[다이스케] : “그래”

[사쿠라] : “마이, 문을 닫으면 안 돼!”

[마이] : “응? 왜에!?”

[유지] : “문 잠기면 죽으니까 신경 좀 쓰자는 거다”

 

더보기

[마이] : (아하하. 사쿠링 엄청 겁먹었는걸)

 

[마이] : “그럼~ 뭐 끼워놓을까. 그냥 열어 놓는 것 보다는 안심이잖아”

[사쿠라] : “뭐, 그러든지......”

[다이스케] : “끼울만한 게......”

 

끼울만한 것... 주변을 둘러보며 그만 무심결에 책상 서랍을 열려고 하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정신 좀 차리자.

여기 뭐가 들어있는지 잊었냐!

 

결국 아까 사쿠라가 둔기로 이용한 키드니 어쩌고 하는 세면기를 끼워서 사태는 해결되었다.

 

[사쿠라] : “마이는 정리 다 했어?”

[마이] : “으응~ 아직 다 하지는 않았는데, 좀 신경 쓰이는 게 있어서”

[다이스케] : “신경 쓰이는 거?”

[마이] : “그 왜, 어디 있는 근육 덩어리 말이야. 머리는 좀 식었나~ 해서......”

 

쓴 웃음을 지으며 시선을 떨어뜨리는 마이.

 

[유지] : “호?”

 

아까 이 둘이 벌였던 싸움을 떠올린다.

유지는 그때보다는 좀 가라앉은 모양이지만...... 해결된 건 아무것도 없다.

 

[마이] : “열 받았던 건 마이도 마찬가지니까...... 좀 미안하다고 생각해서”

[유지] : “......”

 

마이는 언제나 활기차고 분위기를 잘 탄다. 그런 모습과 엄청나게 갭이 느껴지는 태도에 그......

남자로서 좀 끌리는 게 없지 않아 있다.

이럴 때 여자는 괜히 유리한 것 같다.

 

[마이] : “그렇지만, 의심한 것 자체는 사과 안 할거다! 지금도 유지가 더 의심스럽다고 생각하고 있고”

[유지] : “뭐 그건 알겠다. 좀 전에 이 녀석들한테도 내가 의심스럽게 보이는 이유도 설명 받았으니, 이해는 한다”

[마이] : “우와~ 이제야 알았구나”

[유지] : “시끄러”

[마이] : “하여튼 간에 일단은 다들 냉정해지자. 그 말을 하려고 온 거야”

[유지] : “그래. 그렇지만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는 절대로 인정 못한다”

[마이] : “응 그걸로 됐어. 물론”

 

사쿠라가 옆에서 안도의 한숨을 쉰다.

나도 같은 마음이었다.

 

[다이스케] : “그래서, 정리는 레이와 리리코에게 떠넘기고 왔다는 거야?”

[마이] : “안 그랬는걸! 떠넘긴 거 아니란 말야!”

 

마이는 슥 표정을 바꾸고는 즐겁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마이] : “초*가사 초짜 나름대로 거의 다 끝나갈 때까지 도와줬단 말야”

[마이] : “뭐 츠바사하고도 살짝, 유지하고처럼 다뤄서”

 

또 그랬다고? 너도 참 감당이 안 된다.

 

[마이] : “거기다 츠바사랑 리리콩이...... 좀 이상한 분위기라서 괜히 있기 그래서 나와버렸어”

 

이상한 분위기......?

 

[다이스케] : “걔들도 분위기 안 좋아?”

[마이] : “아니이...... 굳이 말하자면 그 정 반댄데......”

 

마이는 시선을 피하며 우물우물 말을 흐렸다. 괜히 불편한 미소는 미묘하게 빨갛게 물이 들어서...... 아니 뭣이!

 

[다이스케] :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이!?”

[사쿠라] : “뭐어어엇!? 그랬던 거야!?”

[유지] : “어 야야. 내가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츠바사랑 리리코가..... 그......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거냐?”

 

마이가 한 소리를 그대로 해 봤자. 뭐 비둘기가 BB탄이라도 맞은 것 같은 그 표정을 보면 이해하겠다는 건 알겠다만.

 

[사쿠라] : “어어 어째서!? 리리코가!? 그 변태를!? 무슨 약점을 잡힌 거야!?”

[마이] : “어쩌면 너무나도 가슴에 집착하는 그 불쌍한 작태에 연민을 느꼈을 가능성도!”

[유지] : “둘 다 이상한 거라도 주워먹은 거 아냐?”

 

뭐 이렇게 악랄한 녀석들이 다 있담.

으~~음......

 

그렇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영 말도 안되는 커플인 것 같지는 않다.

 

[다이스케] : “여기에 오고 난 뒤로 츠바사는 장난 치면서도 필요한 말은 하고 있잖아”

[다이스케] : “방 나눌 때도 남자다운 모습 보였으니까...... 그때 마음이 움직였을 수도 있겠는데”

[유지] : “아~”

[마이] : “뭐 뭐어. 마냥 경거망동하는 게 아니라는 느낌은 확실히 났지만”

[사쿠라] : “리리코...... 아무리 무서웠어도 그렇지..... 그건 안 돼...... 제발 눈을 떠야 돼......”

[다이스케] : “넌 전생에 츠바사한테 원한이라도 졌냐?”

[사쿠라] : “내 말은 백 보 양보해서 걔가 남자답다고 쳐. 그렇지만 그 녀석의 성희롱은 기본적으로 진심이라고!? 알 수 있다니까!”

[사쿠라] : “리리코의 정조가 위험하단 말이야!?”

[유지] : “츠바사 그 놈도 참 신용 없구만”

[마이] : “어쨌든 나중에 레이뿅에게 한 번 들어보라구. 내 감상이 맞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레이가 모두의 앞에서 이야기하지 않아도 채팅으로 한 번 물어보고 싶은데. 그런 생각을 한 나였다.

 

[레이 시점]

 

[레이] : “! ......! ......!”

 

둘만 남은 위험 상태......! 그것을 막자는 제안 내가 꺼냈음에도 그만 깜빡 잊고 말다니!

결과적으로 마이 선배에게서 아무 이야기도 듣지 못했고......!

 

달려서 돌아갔더니

문이 닫혀 있어! 나는 열어놓고 나갔는데!

 

긴장과 달린 탓에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원래 빈혈 기운이 있어 몸이 강하지 못한 나에게는 힘들었지만, 그런 소리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살짝 열어서 안을 엿볼까? 순간 그런 생각을 했지만 결국 들킬 것 같았다.

 

마음을 굳게 먹고 단숨에 문을 열어 젖혔다.

...

......

.........

 

수 초 간, 사고가 정지하고 말았다.

 

리리코 선배가 츠바사 선배를

덮치고 있었다.

 

[레이] : “! ......!!“

 

안 되겠어. 도저히 아무 생각도 제대로 할 수가 없어.

아아, 그래서? 뭐라고 쓰면 좋지!? 목소리를 낼 수 있다 해도 말이 안 나올 것 같아!

아아, 그러니까! 그렇다고 해서 손을 흔들어 댄다고 뭐가 전해지는 것도 아니고, 아아 정말!!

 

[츠바사] : “아 저기”

[리리코] : “레 레이? 그게 아니란다”

[츠바사] : “그렇게 아이에게 잠자리를 들킨 부모 같은 반응을 보이면 안 되지!”

 

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츠바사] : “것 봐. 레이가 평소 같아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기괴한 춤을!”

[리리코] : “사 상당히 기분 나쁜 모습이네요”

[츠바사] : “하여튼 일단 좀 비켜주라~!”

 

더보기

[츠바사] : (이대로 내가 힘을 넣으면 그대로 움켜지게 되잖아!)

[츠바사] : (이 이상 나와 쓸데없는 플래그를 세우지 말라고!)

[츠바사] : (아아 진짜. 그나저나 어쩜 이리도 고등학생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괘씸한 감촉이람......)

[츠바사] : (전신에 말랑말랑한 압력이 느껴져서...... 내내내내내 내 힘이 다 빠지잖아!)

[츠바사] : (큭~ 안 돼! 나 정도 되는 남자가 고작 동급생의 몸이 부드럽다...... 우아아아아아악! 안 되겠다 괜한 생각을 했더니......!)

 

[리리코] : (어머, 이게 뭐람......)

 

눈 앞에서 인간이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리리코 선배가 츠바사 선배로부터 물러났다.

 

[리리코] : “후우,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네요”

[츠바사] : “그거 또 오해를 낳을 발언이거든. 리리코 네가 그 냄비에 걸려 넘어진 거라고 확실히 말해야지!”

 

츠바사 선배는 왜 숙이고 앉아있는 걸까.

 

[리리코] : “그래도 조금 재밌었죠?”

[츠바사] : “이보셔어어어어!?”

 

사고였나......? 정말?

그러나, 이런 상황임에도 제법 여유가 있는 리리코 선배와는 달리, 츠바사 선배는 굉장히 동요하고 있다.

평소에 아닌 척 하지만 사실은 상당히 순진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리리코] : “그럼 화장실 좀 다녀와야겠어요. 난리를 좀 피웠더니......”

[츠바사] : “아 아니, 그”

 

더보기

[츠바사] : (안 돼에에! 이 타이밍에 계획을 실행했다가는 여러모로 오해 받잖아. 아니 딴지 걸 때가 아닌가!)

 

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더보기

[츠바사] : (어차피 오해는 이미 받은 거고!)

 

[츠바사] : “레이 레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상상은 절대로 틀리다고!”

[레이] : ‘미안해요. 방해를 했네요’

[츠바사] : “방해 아니라니까! 대환영이라고! 리리코도 뭐라고 좀 해봐!”

[리리코] : “후후후, 괜찮아요. 그렇지만”

[리리코] : “레이한테도 그러면 안 돼요?”

 

더보기

[리리코] : (알겠죠?)

[츠바사] : (......안 되겠다. 이 녀석 진심이군. 애초에 일부러 그런 건지도 모르겠는데)

[츠바사] :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말고, 망가지지 않게 조심해야겠는걸......)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리리코 선배가 자리를 뜨고 나와 츠바사 선배만 남았다.

 

[레이] : ‘정리할 게 남았어요?’

[츠바사] : “응? 이 냄비만 해치우면 끝나니까 레이도 그만 돌아가도 괜찮아”

[레이] : ‘말씀인즉슨 좀 전에 하던 걸 계속 해야겠다는 건가요?’

[츠바사] : “레이, 눈이 웃고 있지 않아서 무서운데”

[레이] : ‘이상한 짓 하지 않도록 감시하고 있을래요’

 

리리코 선배는 다시 돌아올 것처럼 얘기했었으니 기다리는 게 맞다.

좀 화가 났다.

정확히 말하자면 리리코 선배에게.

이런 상황에 그러면 안 되잖아요.

거기서 모든 게 XX져 버리고 만다구요?

 

그만두자. 아무리 그래도 둘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츠바사] : “있잖아. 레이......”

 

냄비를 문지르며, 츠바사 선배가 말을 걸어왔다.

 

[츠바사] : “생각을 좀...... 해봤는데”

 

더보기

[츠바사] : (평소 모습대로 돌아가야겠다...... 좀 귀찮지만)

 

깜짝 놀랐다.

단 둘이 남은 상황. 비밀스런 이야기를 하기에는 이상적인 상황.

무언가 알리고 싶은 게 있는 건가......?

 

[레이] : ‘뭔데요?’

 

미소로 마주하며, 가능성을 생각한다.

 

00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00가 [주모자] 아닐까?

......네 역할은 뭔데?

......너는 여기서 죽어줘야겠어?

 

좀 아니다 싶은 것 또한 상정해 둔 채...... 문까지의 거리를 눈으로 측정한다.

최악의 경우, 도망갈 수 있다.

 

[츠바사] : “본인 앞에서 이야기 하기는 좀 그래서 말이야”

!?

리리코 선배에 대해!?

 

츠바사 선배는 리리코 선배를 의심하고 있나!?

[츠바사] : “리리코......”

[레이] : “!”

[츠바사] : “D정도로는 부족하겠지?”

 

......

네에?

어~...... 그러니까?

 

[츠바사] : “내가 보기에는...... E이상은 될 것 같단 말이야”

[츠바사] : “고등학생에게 저 볼륨감이라니.....! 솔직히 살아 있길 잘했다......!”

[츠바사] : “아, 일단 말해두겠는데, 아까 그거 진짜 우연이었거든. 단번에 세 발이나 물러나면 나 상처 받는데?”

[츠바사] : “아아, 그렇지만 진짜 궁금하다......! 저 사이즈가 도대체 몇 컵인지......!”

 

알짤없는 성희롱이에요. 츠바사 선배. 물러서지 않을 수가 없잖아요.

 

그렇지만......

어쩐지 우습다.

긴장하고 있었던 탓인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츠바사 선배의 모습 탓인지. 아무튼 안심했다.

특별히 성희롱은 용서해 줄게요.

 

그나저나 확실히, 리리코 선배는...... 크다.

내 입장에서 보자면 반칙. 아니, 거의 범죄.

그렇게 생각하는 건 다들 마찬가지였는지, 사쿠라 선배 같은 경우에는 크게 만들어 드립니다 라는

수상쩍한 에스테 같은 곳에 몰래 가려고 했던 게 들켜서 여자 전원이 말렸던 적이 있었다나 보다.

 

부럽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부럽고 말고요 예에.

 

[츠바사] : “레이! 내 일상의 부탁이야! 부디 여성의 특권을 이용해 뒤에서 끌어 안아서 사이즈를 알아봐 주지 않으련!”

 

......

 

[레이] : ‘츠바사 선배는 용감하네요’

[츠바사] : “응. 나는 리리코의 바스트 사이즈를 알기 위해 나타난 용사란다”

[레이] : ‘단어를 바꿔야겠어요. 그건 용감한 게 아니라 만용이에요’

[츠바사] : “그 곤봉 어디서 나온 거야? 아니 자, 잠깐만. 그걸로 때리면 진짜 장난 아니, 우억 더헉! 꿰엑!?”

 

더보기

[리리코] :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하아"

 

계획대로. 계획대로 얼른 가야 돼.

 

계단을 오른다.

로비가 보인다.

아무도 없다.

다들 어디 있는 걸까?

 

어쨌든 이제

화장실에 가는 척.

아무도 없는데,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는 것만 같다. 아니, 실제로 게임 마스터가 지켜보고 있었지.

싫어. 이런 거 더 이상 싫어. 당장 끝내고 집에 돌아가고 싶어......!

[주모자]는 도대체 누구일까. 츠바사 군이 찾아내려고 하고 있어...... 내가 도와야 돼.

츠바사 군은 믿을 수 있어. 언제나 보이던 가벼운 언동과 달리 생각이 깊고, 다이스케 군처럼 낙천적이지도 않아.

 

그 사람을 믿고 있으면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

그 사람이라면 나를 도와줄 거야.

게다가, 츠바사 군과 이야기하고 있으면 어쩐지 즐거운걸. 이 게임의 고통은 조금은 잊을 수 있는걸.

그러니까,

무섭더라도 이 연기를 잘 해내야만 해

 

방에 들어간 나는 침대 위에 있던 묘한 것을 발견했다.

종이? 메모?

 

「약입니다. 위험할 때 사용하세요. [은둔자]로부터」

 

약?

[은둔자]?

도대체 뭐지?

누가 이 방에 들어왔던 거야?

 

메모를 집어 들려고 하니 플라스틱 주사기가 그곳에 놓여있는 것을 발견한다.

 

[리리코] : "뭐야 이게......"

 

누구야? 누가 이런 걸 뒀어?

 

[리리코] : "혹시 토모에가 살해당했을 때 사용된 주사기!?"

 

모르겠어.

모르겠어. 모르겠어.

 

누구야? 누가 이런 걸 둔거야?

사고는 정체된 채 분열되어 간다.

 

누가 이런 걸?

누가 이걸 쓰게 하려고?

이걸 쓰면 어떻게 되는 거야?

이걸 쓰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거야?

 

어느새 나는 그것을 손에 들고 있었고, 집어 든 손은 떨리고 있었다.

 

손 뿐만이 아닌 온 몸이 떨리고

뺨이 바들바들 해서

내가 이것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도 모르겠다.

 

[리리코] : "어째서"

 

생각할 때마다 사고에 금이 가서

바들바들 떨려서

새빨개 진 채 굳어버려서

마음이 새카맣게 물들어 간다.

 

어째서.

어째서 이런.

어째서 나만 이런 꼴을!

 

싫어싫어싫어싫어!!

왜 날 속이려고 하는 거야!?

왜 억지로 결단하게 하는 거야!?

왜 생사를 선택하게 하려는 거야!?

 

어쩌지 어떡해, 어떡해야 돼!! 어쩜 좋아

어떡하면 좋아......!!

 

그래

그래그래그래그래그래그래그래그래그래그래그래그래그래그래그래그래그래그래그래그래그래그래

그러면돼그러면돼그러면돼그러면돼그러면돼그러면돼그러면돼그러면돼그러면돼그러면돼그러면돼그러면돼

이러면돼이러면돼이러면돼이러면돼이러면돼이러면돼이러면돼이러면돼이러면돼이러면돼이러면돼이러면돼

이제 됐어 이제 됐어 이제 됐어

 

[리리코] :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하아"

 

숨을

숨을 쉴 수가 없어서, 괴로워

저질렀다. 저지르고 말았다.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어져서......

더 이상 생각할 수가 없어서......

 

[리리코] : "사쿠......라......의......"

 

바로 옆, 사쿠라의 방에 두고 와 버렸다.

이미 저질렀으니까, 물을 엎지르듯 저지르고 말았으니까

마음 속에 불안감이 퍼져 간다.

 

터무니 없는 사고를 친 게 아닐까?

나는 정말 터무니 없는 사고를 친 게 아닐까?

또 다시, 머릿속이 웅웅 울리기 시작한다.

떨쳐 내려는 듯이 머리를 저어

 

[리리코] : "이 이 이럼 된 거야......"

 

그래. 이럼 된 거야.

나 같은 게 판단하는 것 보다 사쿠라가 훨씬, 훨씬 잘해줄 거야.

나 같은 것보다 약을 훨씬 잘 써 줄거야.

나 같은 것보다 훨씬 안전하게 위험한 다리를 건너 줄거야.

나는 올바르게 행동했다.

필사적으로 그렇게 되뇐다.

 

[리리코] : "이제 츠바사 군이 말한 대로 하면 돼"

 

문득

이 얘기를 츠바사 군에게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생각도 머릿속에서 떨쳐냈다.

 

안 돼. 츠바사 군이 이런 사실을 알았다간 미움 받을지도 몰라.

버림 받았다간...... 이런 게임 중에 버림 받았다간......

 

[리리코] : "안 돼...... 그것만큼은 절대로 안 돼......"

 

잠꼬대 마냥 중얼대는 내 모습이 세면대의 거울에 비치고 있다.

 

끔찍하고, 섬뜩하고 더러운

착란에 빠진 얼굴.

혐오스런 얼굴

혐오스런 자신

이런 자신이 너무나도 싫어서 어쩔 수가 없어

그렇지만 공포와 중압감에 견딜 수 없어

 

[그런 나 자신이 옛날부터 너무나도 싫어서 어쩔 수가 없어. 그렇지?]

[그렇지만 진심으로 저항해본 적은 단 한번도 없어. 넌 정말 자신이 너무나도 좋아서 어쩔 수가 없는 거지?]

 

자신과 꼭 닮은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왔다.

지금 정말 누군가가 말한 것이라면 나는 주저 없이 그 사람을 죽였을지도 모른다.

마음 속의 목소리를 죽이는 건...훨씬 쉽지

 

다음 고개를 들었을 때 거울에 비치고 있던 것은 세상물정 모르고 배시시 웃는 가면.

다행이다. 이제 나갈 수 있겠어

이젠 화장실에서 돌아오는 길에 계단에서 굴러 떨어진다

머리가 아프다. 정말로 계단에서 구르긴 싫은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자기 방을 뒤로 한다.

...

......

.........

 

[레이] : ‘리리코 선배, 좀 늦네요.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요?’

 

무료한 나머지 선반이나 냉장고 안을 들여다보고 다니던 나는 그마저도 질려 다시 스케치북을 집어들었다.

 

더보기

[츠바사] : (내가 할 소리. 진짜 뭐 하고 있는 거야?)

 

[츠바사] : “글쎄. 원래 여자들은 이래저래 시간이 많이 들잖아”

 

묵묵히 큰 냄비를 닦으며 츠바사가 말한다.

제법 심하게 눌어붙은 모양이다.

어제 우동을 만들 때 썼던 냄비.

눌어붙고만 따뜻한 식사의 기억.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 아닌지  살피러 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갑작스레 귀청을 꿰뚫는 듯한 비명이 울려 왔다.

 

다음 편 계속

'게임 > 잿빛의 버터플라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잿빛의 버터플라이 6편  (0) 2024.12.01
잿빛의 버터플라이 5편  (0) 2024.12.01
잿빛의 버터플라이 3편  (0) 2024.12.01
잿빛의 버터플라이 2편  (0) 2024.12.01
잿빛의 버터플라이 1편  (0) 2024.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