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바사] : “웬!?”
리리코 선배의 목소리!?
생각하기에 앞서
나는 달려 나갔다.
[레이] : (이런 걸 보면 피는 못 속이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다이스케 시점]
[다이스케] : “그런데”
다른 화제로 넘어갈 생각으로 입술을 움직이려 한 순간이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악!!
조금 열린 문 틈. 그곳을 통해 그 비명소리는 울려왓다.
[사쿠라] : “지금 무슨 소리지!”
[마이] : “리리콩...... 리리콩의 목소리야!”
도대체 무슨 일이지. 그런 소리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래에는 레이와 리리코, 츠바사가 있을 텐데.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다이스케] : “여튼 가보자!”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달리기 시작했다.
꺼림칙한 느낌이 든다.
리리코는 츠바사는.
아래 상황을 살피러 간 레이는.
곧 승강구에 이른
나는 드디어 사태를 목격했다.
[다이스케] : “무슨 일인데!?”
[츠바사] : “다이스케!”
먼저, 계단 아래서 엎드려 있는 리리코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곁에는 냉수라도 뒤집어쓴 것 같은 얼굴로 리리코를 바라보고 있는 레이와 그 옆에서 웅크리고 앉아 상태를 살피고 있는 츠바사.
리리코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설마 죽은 건가......!?
[다이스케] : “리리코!!”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고 서둘러 계단을 내려간다.
[유지] : “야~ 다이스케. 무슨 일인데?”
[마이] : “리리콩!? 괜찮아!?”
[사쿠라] : “아 안 돼에에에!!”
뒤따라 당도한 다른 녀석들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돌아볼 여유는 없다.
[다이스케] : “츠바사, 상태는 어때!?”
[츠바사] : “진정해. 기절한 것뿐이니까. 이마에 상처가 있어 아마... 뇌진탕인 것 같아”
[다이스케] : “그 그래......”
[츠바사] : (큰 상처는 아니라지만...... 얼굴이 다치는 걸 신경도 쓰지 않고 머리부터 들이 댔나. 헌신적이기도 하시지)
그만 안도의 한숨이 튀어나왔다.
[다이스케] : “그냥 정신을 잃은 것뿐이라네!”
다리에 힘이 빠지는지 자리에 그대로 주저 앉는 사쿠라의 모습이 보였다. 무리도 아니지.
[리리코] : “으 으으응......”
[다이스케] : “리리코!”
충격이 그리 크지는 않았는지 리리코는 곧 정신을 차렸다.
[리리코] : “아파...... 저......”
[츠바사] : “괜찮아? 리리코”
[리리코] : “예 예에...... 좀 아프긴 하지만”
[다이스케] :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리리코] : “전...... 그러니까......”
[츠바사] : “그렇지 않아도 힘들 텐데 너무 보채지 말자고. 보아하니 계단에서 굴러 떨어진 것 같은데!”
[다이스케] : “계단에서? 발이라도 잘못 디딘 거야?”
계단을 올려 본다. 20단도 안 되지만 큰 부상이 될 수도 있는 높이다.
만약 골절이라도 되었다간...
상상만으로 등줄기가 오싹해진다. 회장 내에는 치료할 수단이라고는 제대로 있지도 않다.
그런데
[리리코] : “그게 아녜요...... 발을 잘못 디딘 게 아녜요......”
리리코가 기운 없이 일어나며 그렇게 말했다.
[다이스케] : “뭐?”
[츠바사] : “그게 무슨 소리야 리리코?”
리리코의 시선은 초점이 제대로 맞지 않는 게 아직 의식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은 것 같았지만
이어지는 말은 무서우리만치 날카롭게 나의 마음을 파고 들었다.
[리리코] : “확실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누가 밀었던 것 같아요”
[다이스케] : “뭐라고?”
[리리코] : “정리하는 도중에 화장실에 갔다가 아래로 돌아가려고 왔는데...... 그 때 누가 등을 떠밀어서 계단에서 떨어졌어요”
뭐?
누가 리리코를 계단에서 떠밀었다고?
다시 한 번 계단을 올려다 본다.
잘못했다간 최악의 사태도 생각할 수 있는 높이.
설마 그것을 노리고......!?
말도 안 돼! 우리 중에 그런 짓을 할 수 있는 녀석이 있을 리가......
그렇게 믿고 싶은 마음이 이제는 약해져만 가고 있었다.
토모에의 죽음. 두 사람의 [교환자]
[배신자]에게 좋지 않은 명령을 내리고 있으리라 짐작되는 [주모자]
그리고, 리리코의 부상.
우리 가운데 이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악의가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안 돼! 내가 믿어야......!
[츠바사] : “야~ 다이스케!”
[츠바사] : “나는 지금까지 주방에서 레이와 정리를 하고 있었어. 그렇지 레이?”
레이는 고개를 끄덕여 긍정은 하는데...
갑자기 왜 그러지?
[츠바사] : “너흰 뭐하고 있었지?”
[다이스케] : “츠바사. 날 의심하고 있는 거냐?”
[츠바사] :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츠바사의 눈동자에 깃들어 있는 모진 빛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경박 바보인 친구는 익살스런 모습을 감추고 나에 대한 의심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
[사쿠라] : “지 지레 짐작 하지마!”
위에 있던 녀석들도 내려왔다. 사쿠라가 대화에 끼어들어 온다.
[사쿠라] : “우린 모두 알리바이가 있어. 나와 다이스케, 유지, 마이는 한 방에 있었으니까”
[츠바사] : “그럼 누가 이런...”
말을 하려다, 무언가 깨달은 듯 말을 흐리는 츠바사.
나도 깨달았다.
[츠바사] : “설마...... 아니, 그럴 리가”
[사쿠라] : “리리코, 다시 한 번 들려주겠어?”
[사쿠라] : “너 정말 다른 사람에게 밀려서 떨어진 것이 확실해?”
[리리코] : “제 착각인 걸지도......”
[츠바사] : “리리코,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은 심정은 이해하겠지만, 사실대로 말해야 돼”
[리리코] : “예. 확실히 누가 뒤에서 밀었던 것 같아요”
그 한마디는 결론을 내어버리는 것이었다.
말도 안 되는 절대로 말도 안 되는 결론을.
[츠바사] : “이럴 수가”
[사쿠라] : “그 아이가 어째서 그런 짓을......”
[유지] : “어 야야, 무슨 얘긴데!”
[마이] : “잘 생각해봐 유지......”
[마이] : “딱 한 사람 자기가 뭘 했는지 증명할 수 없는 애가 있잖아......”
이제야 깨달았다는 표정을 하는 근육바보.
그렇다 누가 리리코를 밀었다면 이 곳에 있는 누구에게도 불가능한 일이다.
여기 없는 루나만이 할 수 있다.
의심받았다는 것에 대해 화가 나서 방에 틀어박혀 있을 루나만이.
[다이스케] : “누구 그 뒤에 루나를 본 사람 없어!?”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그것은 결국 그렇다는 이야기다.
[리리코] : (......이럴 수가......! 설마 루나 탓이 되어버릴 줄이야......!)
[리리코] : (츠바사 군도 입술을 물고 있어...... 이렇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거야!)
[츠바사] : (그럼 여기까지는 예상대로다만, 다이스케는 어떻게 나올까......?)
리리코의 표정이 파랗게 질린다.
아니, 어느 녀석이건 별반 다를 게 없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다.
모두가 여기 없는 루나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다이스케] : “아직 루나가 그랬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잖아!”
나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외쳤다.
그건 나 자신의 의심을 지워버리기 위해, 자신을 향해 말한 것이었다.
[다이스케] : “다들 진정하자! 아무도 의심하지 마! 그랬다간 이 게임을 만든 녀석이 생각하는 대로 되는 것뿐이라고!”
[츠바사] : (걸렸다!)
[다이스케] : “잘 들어. 지금 이 사건을 무조건 나쁜 쪽으로만 해석한다면 우리 사이는 갈라지고 만다고!”
[다이스케] : “리리코가 착각한 것일지도 모르고, 누가 잘못하다 부딪힌 것뿐일지도 모르잖아!”
그래. 게다가 내게는 확신이 있다.
루나는 [교환자]다. 틀림없이, 그럴 것이다.
[다이스케] : “나는 루나가 그런 짓 할 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고, 루나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아”
그렇게 확실히 밝혔다.
이것은 루나가 [교환자]라고 단정하고 있고, 유지를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 표명하는 말.
그럼 어째서 그 때 [교환자]로서 할 일을 했느냐고 확인하였을 때, 루나의 눈이 흐려졌지?
그렇게 자문하는 마음을 억지로 가둔다.
유지가 혀를 차며 아래는 내려다보는 것을 봤지만
[유지] : (큭, 다이스케는 그렇게 결론 지었나......)
[유지] : (그렇지만 차라리 다행인지도 모르겠군.)
[유지] : (이후로 무슨 명령을 받아도 내 말을 믿지는 않을 테니...... 게임을 유리하게 진행할 수 있겠지......)
그것을 보지 않은 척 한다.
[다이스케] : “알겠지! 어제와 마찬가지로 하면 충분히 모두 살 수 있을거라고 난 판단해!”
[다이스케] : “그러니까 다시 말하지만, 의심하지 마! 괜한 생각을 하면 안 돼!”
[리리코] : (!!)
[츠바사] : (좋아 눈치챘다! 그래. 루나를 끌어들여 싸움을 진정시키고 의심스러운 건 다이스케라고 그렇게 믿게 하자!)
나는 거의 기도를 하듯 모두에게 호소했다.
그렇지만 모두 무거운 표정으로 침묵을 지키고 있다.
침묵이 무겁게 내리눌러, 나는 모두의 곤혹과 절망을 시리도록 맛본다.
[사쿠라] : “리리코, 몸은 좀 괜찮아?”
사쿠라가 리리코의 곁으로 다가가 일어날 수 있게 도와준다.
[리리코] : “예에, 별 문제는 없어요......”
[사쿠라] ; “그럼 다들 일단 위로 올라가자. 여기 있어 봤자 별 수가 생기는 것도 아니잖아”
[유지] : “어”
[츠바사] : “그렇지......”
사쿠라와 레이가 각각 양쪽 겨드랑이를 잡아 리리코를 지탱하여 계단을 올라간다.
츠바사와 유지가 그 뒤를 따르고
레이가 걱정되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는 올라갔다.
머리 속이 완전 엉망이라 나는 도저히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나는 올바른 것이다.
유지에게는 미안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녀석 또한 돕는 게 될 것이다.
이 이상 강요된 거짓말로 모두에게 혼란을 주지 않아도 되니까.
그렇지만, 불안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나는 지금 친구를 포기한 건가......?
그리고, 진짜 어제와 마찬가지로 하기만 하면 괜찮은 건가......?
대답 없는 나 자신을 향한 질문에 움직일 수도 없다.
[마이] : “다이스케!”
문득 정신을 차렸더니, 바로 눈 앞에 마이의 성난 얼굴이 보여 깜짝 놀란다.
[마이] : (겨우 이 정도로 무슨 꼴이람! 친구를 믿겠다며! 스스로 한 말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라구!)
[마이] : (마음껏 아빠의 사상을 깨부숴 보란 말이야! 토모에가 울겠다!)
[마이] : “정신 똑바로 차리라구! 루냥이 그랬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지?!”
[다이스케] : “그래...... 물론이지”
입에서 흘러 나오는 대답은 내 것이라고는 생각도 할 수 없을 만큼 기운이 없었다.
[마이] : “......”
마이가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내 시야를 떠나는 것이 마치 남의 일인 양 느껴졌다.
안 되겠다. 내가 이런 꼴이면 도대체 누구더러 믿으라 말라 할 수 있겠어.
[마이] : “흐랴아아압!!”
돌연 등 뒤에서 울려 온 기합소리, 그리고 곧 내 후두부에는 강렬한 습격이 이어졌다.
...
......
........
[마이] : “아, 많이 아팠어?”
순간 진짜로 정신을 잃고 무릎을 꿇은 나에게 마이가 미안하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다이스케] : “마이...... 콧구멍으로 뇌수가 흘러나오게 만들어 죽일 셈이냐......”
[마이] : “다이스케 안의 병신스러운 것만 확 끝장내버릴 셈이었습니다!”
사실 지금 내 모습이 거의 병신 같았다고 한다.
[마이] : “화내면 미워용~”
[다이스케] : “화 안 내”
[다이스케] : “그냥 좀 다 귀찮아져서......”
[마이] : “으으으으으~읏!”
서서히 수도를 치켜세우는 마이.
[다이스케] : “우와악! 스톱!”
[마이] : “시꾸럇! 음침한 다이스케는 그저 평범한 바보! 하다못해 평소처럼 열혈바보라도 되어 있으라구 이 브아보야!”
[다이스케] : “아 진짜! 그래서 나보고 뭐 어쩌라고!”
[마이] : “네 스스로 생각하쇼!”
[마이] : “라고 말하고 싶지만 지금은 가르쳐 주지”
어?
[마이] : “지금 최대 문제는 루냥을 믿느냐 아니냐 하는 거잖아?”
[마이] : “근데 그 루냥을 왜 혼자 놔두는 건데”
난 도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거지.
[다이스케] : “그래. 결국 그 이후로 루나와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고 있었어......! 이야기 한 마디 안 해보고서 믿네 마네 하고 있었으니......”
[마이] : “음 음. 이제야 깨달았느냐 바보 제자야”
쥐도 새도 모르게 사제관계가 되어 있다. 마음대로 설정하지 말아줬음 한다.
[다이스케] : “고맙다. 내가 살짝 맛이 갔었나 봐”
[마이] : “아니, 이상한 데서 막혀가지고 죽어라 고민하는 게 바보 같아서 오히려 다이스케 다운걸”
진짜 한 대 맞는다.
[마이] : “뭐, 지금은 다들 그 모양이니까. 주변에서 커버 안 해주면 열혈폭주특급도 제대로 못 달리는 거겠지”
[마이] : “정신 똑바로 챙기고 삽시다!”
[마이] : (음. 너무 도와준 건 아닌지. ......뭐 좋아. 이대론 제대로 승부도 안 될 테니)
[마이] : (애초에 공평하지도 않은 게임이니까 이 정도는 괜찮겠지)
[마이] : (......딱히 다이스케라는 개인적인 이유로 도와준 것도 아닌걸)
[마이] : (마이는 온리 아빠 편)
돌아서는 마이.
감사의 말이라도 건넬까 했지만, 역시 그만둬야겠다.
바보소리 들어 열 받은 것도 좀 있지만.
하나는 감사의 말은 이 모든 걸 끝내고 내서 전하자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너무 가볍게 말을 늘어놓아서는 그 마음에 걸맞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다이스케] : “가자”
그 말만을 남기고, 발을 돌렸다.
[마이] : “아자아자 파이팅!”
마이도 이해해 주었을까. 그 짧은 답사로 나를 응원해 주었다.
계단을 박차고 올라간다.
[리리코] : (루나를 이용해 혼란을 수습한다. [주모자]라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츠바사 군은 말했었어)
[리리코] : (다이스케 군...... 루나가 의심받게 되니까 갑자기 큰 소리로 [괜한 짐작 하지 마]라고......)
[리리코] : (다이스케 군이...... [주모자]......? 도무지 그런 느낌은 없는데...... 그렇지만...... 츠바사군의 예상은 지금까지 계속 맞아왔어...)
[리리코] : (설마 아니, 그렇지만 아아)
[리리코] : (누가 고발해주지 않으려나)
[사쿠라] : "......"
다이스케......
다이스케......?
다이스케......!
예전에. 인랑게임을 하며 놀았을 때 할아버님께서 이런 조언을 해주셨다.
낮 시간에 과연 늑대인간은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할까?
이 질문에 대답하는 것은 어렵다. 적극성이든 소극성이든 의심스러워 보이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거짓말을 하려거든 효과가 있게 그리고 흠잡을 데가 없이 해야 한다.
반대로 거짓말만 하지 않는다면 자기 태도가 어떻든간에 정통성을 주장할 수 있다.
우선은 주도권을 손에 넣을 것.
그리고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될 상황을 유도할 것.
플레이어가 적극적으로 진실을 밝힐 것을 원하게 되면 신중론이나 다른 의제를 끄집어 내어 얼버무릴 것.
자기에게 불리한 추리를 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 것.
그럴 수만 있다면 늑대인간은 매우 유리하게 된다.
이후로는 혼란을 조장하여 인간 측을 사고정지에 빠뜨리기만 하면 이긴다.
[괜한 짐작 하지마]
그 소릴 한 건 다이스케였다.
게임 개막 이래 항상 의사결정의 주도권을 쥐고 있었던 다이스케.
방 분할.
[수호자]와 [교환자]의 연계 문제.
모두 다 그 사람의 말로 결정된 것.
증거는 전혀 없다.
하지만, 만약 다이스케가
내가 사랑하는 소꿉친구가 [주모자]라면.
이 게임은 완전히 몰려있다.
그럴 리가 없다.
단순하고 결백한 사고를 하는 다이스케가 이런 세밀한 음모를 품고 있을 리가 없다.
그러나 이 게임은 그런 확고한 신뢰마저 근본에서부터 뒤흔들려 한다.
죽음이라는 절대적인 무기를 등에 업고.
싫어.
이런 말도 안 되는 게임 따위에...... 언제까지 겁을 내야 하는 거야!?
다이스케......
다이스케......?
다이스케......!
계단을 올라와 로비에 도착하니 먼저 온 녀석들은 가운데 테이블에 붙어 있었다.
리리코와 루나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사쿠라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듣고 있는 모양이었다.
[사쿠라] : “다이스케, 늦었네......”
[다이스케] : “아아, 미안. 머리 좀 식히느라”
[사쿠라] : “흐응”
내 어깨 너머로 시선을 던지는 사쿠라. 돌아보니 내 뒤를 따라 마이가 막 올라온 참이었다.
[사쿠라] : “무슨 짓거릴 한 건 아니겠지?!”
[다이스케] : “무슨 짓?”
확실히 가벼운 살인미수와 설득극이 있긴 했지만 특별한 일은 없었다.
[사쿠라] : “바보에게 물은 내가 바보지”
[다이스케] : “무슨 소리가 하고 싶은데...... 그것보다 리리코는 어디 갔는데?”
[사쿠라] : “응, 방에서 쉬라고 했어”
[사쿠라] : “루나도 불러 봤지만 방에서 나올 생각을 않는걸”
[사쿠라] : “문이 잠겨 있는 것으로 보아 안에 있다는 것은 확실하지만”
확실히 이 게임의 각종 룰에 의하면 방의 주인이 없는 가운데 문을 잠글 수는 없게 되어 있다.
[마이] : “엄~청 세게 두드려 봤어? 이 문 어지간한 충격으로는 하나도 소리 안 들린다”
[사쿠라] : “응...... 그러고 보니 들리지 않았을 수도 있겠네. 유지! 나중에 좀 도와줘”
[유지] : “그래”
루나는 문을 꼭 닫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루나를 위해서라도 문을 열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루나의 방으로 향했지만
[사쿠라] : “마침 잘 됐네. 다이스케와 마이도 들어 봐”
[마이] : “응?”
사쿠라가 불러 세웠다.
[다이스케] : “뭔데?”
[사쿠라] : “지금부터 그룹을 나눠볼까 해”
[다이스케] : “그룹?”
[사쿠라] : “만약 다들 뿔뿔이 흩어져서 행동하고 있을 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개인의 증언에 신빙성이 없게 되잖아”
[다이스케] : “그렇긴 하지”
사쿠라의 이야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요는 츠바사가 제시했던 [인원을 나눠 모두를 지켜보다]던 생각의 연장이다.
[사쿠라] : “그러니까 앞으로는 로비에 항상 셋 이상을 두고, 교대로 경비를 서는 것이 어떨까 해”
[사쿠라] : “그렇게 하면 이후로 알리바이를 증명하기도 쉽고, 괜한 의심을 할 필요도 없어져”
[다이스케] : “세 명인 이유는 둘이면 증명이 안 되니까?”
[사쿠라] : “그래. 그리고 루나와 리리코가 저렇게 된 이상 남은 것은 여섯이잖아. 셋씩 딱 맞아 떨어지고”
[사쿠라] : “단독행동을 하지 않도록 한다면 아까처럼 누가 리리코를 떠미는 일도 방지할 수 있고......”
복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는 사쿠라.
사쿠라는 [루나]가 아니라 [누가]라고 한 것이다.
사쿠라 또한 루나를 의심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씁쓸한 표정을 보니 스스로도 의심과 갈등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다이스케] : “나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마이는?”
[마이] : “괜찮은 것 같아. 그렇다기 보다 좀 더 일찍 했으면 좋았을 걸 그랬다.”
그러게나. 문제가 생기기 전에 전체적으로 체제를 갖추어 둘 걸 그랬다.
[사쿠라] : “그래...... 그렇게나 말해주니 다행이야. 이것으로 지금 모인 이들의 의견은 전원 일치”
[사쿠라] : (이 제안을 거부하지는 않겠지. 첫 관문은 해결했어)
사쿠라의 표정이 누그러진다. 일단 단결된 것에 대해 안심하고 있는 것이겠지.
[사쿠라] : “자, 그럼 다들 두 그룹으로 나누도록 하자”
[츠바사] : “근데 어떻게 나누려고?”
[사쿠라] : “그렇지 않아도 말하려던 참. 일단은 다이스케, 나, 마이가 한 그룹”
[사쿠라] : “그리고 레이, 유지, 츠바사가 한 그룹”
[츠바사] : “무작위로 하는 게 아니었어?”
[사쿠라] : “그래. 방금 내가 독단적으로 정했어”
[마이] : “호호~ 그럼 이렇게 나눈 이유는?”
[사쿠라] : “말 안 할래”
다들 얼굴을 찌푸렸다.
내가 봐도 알겠다. 사쿠라의 이런 행동은 상당히 수상스럽다.
[마이] : ‘사쿠라 선배! 힌트라도 주세요’
[사쿠라] : “힌트?”
[레이] : ‘예. 혹시 지금 밝혀서는 안 될 정보가 있다면 저는 굳이 밝힐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레이] : ‘단지 바람직하지 않은 이유로 결정한 게 아니다. 최소한의 합리적인 이유는 있다. 그런 게 알고 싶을 뿐이에요’
[레이] : ‘그러니까 힌트 좀 주세요. 그래 주면 더 이상 추궁하지도 않을 거에요’
거기까지 적힌 스케치북을 모두에게 보여주었고 다들 동의한다.
나도 찬성이다. 반대로 둘러서 말할 수 없는 이유라면 모두를 납득시킬 수도 없을 것이다.
사쿠라는 잠시 생각을 해보고, 입을 열었다.
[사쿠라] : “인간관계와 파워 밸런스를 감안한 결과.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은 노골적으로 말했다가는 기분이 상할 수도 있으니까”
[사쿠라] : “이것으로 되었을까?”
음......?
지금 인간관계를 머릿속에서 그려본다.
지금 다투고 있는 건 이 여섯 명에 한정한다면 마이와 유지, 그리고 마이 본인의 말에 의하자면, 마이와 츠바사다.
양쪽 다 마이가 ‘의심스럽다’고 여기는 상대.
그걸 떼어놓으려면 마이 팀과 유지와 츠바사 팀으로 일단 나눠야 한다.
여기서 내가 유지&츠바사 팀에 들어간다면 남자 셋, 여자 셋으로 나뉘고 만다.
팀 내에서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남자 손이 하나도 없다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으니까, 내가 마이 팀에 속하게 된 거고.
남은 건 사쿠라와 레이가 어느 팀에 들어갈 것인가. 이게 미묘하군.
양쪽 다 머리는 좋지만 여자인 만큼 힘은 없다. 그 관점으로는 어느 한 쪽을 고르기가 어렵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지금 이 제안이 가장 좋다.
어젯밤에 이야기 했듯이, 개별행동과 정보교환을 위해서 [공유자] 파트너인 레이와 다른 팀에 소속되는 것이 좋다.
[다이스케] : “나는 납득할 수 있어. 이걸로 OK"
[사쿠라] : “그래. 고마워”
[츠바사] : “뭐 대충 이해는 하겠네. 근육 바보가 날뛰었다간 나는 날아가버리겠지만”
[유지] : “아앙!?”
[마이] : “마이도 오케이. 괜히 신경쓰이게 한 것 같아서 미안한걸”
[사쿠라] : “유지는?”
[유지] : “난...... 어떻든 별 상관없어. 솔직히 뭐라는 건지도 잘 모르겠고”
[사쿠라] : “레이는 어때?”
마지막으로 레이에게 질문이 향했다.
[레이] : “......”
웃고 있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표정이 좀 굳은 것 같아 보인다.
왜 그러지? 역시 사내들 가운데 끼기가 좀 그런 걸까?
[레이] : (이게 가장 합리적이며, 더불어 [공유자]로서도 좋은 상황. 그렇다는 건 알겠어요)
[레이] : (어째서 이렇게 안 좋은 기분이 들까요? ......알고 있어 물을 것도 없이)
[레이] : (마이 선배도 오빠를 좋지 못하게 여기지 않을 테고...... 사쿠라 선배는 물을 것도 없이 오빠를 좋아해)
[레이] : (그런 팀이 되는게 싫어서)
[레이] : ([그거, 사쿠라 선배가 다이스케 선배랑 같이 있고 싶은 것 뿐이죠?] 하고, 밉살스런 소릴 하고 싶어 진단 말야)
[레이] : (아냐! 사쿠라 선배라도 잘 알고 있을 거야! 지금 그런 데 얽매였다간 너무 위험하다고!)
[레이] : (......빨리 동의를 해야지......)
[레이] : ‘딱히 반대할 이유는 없는 것 같네요’
최종적으로 레이가 그렇게 써서 전원의 합의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사쿠라] : (레이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이게 가장 좋을 것 같아......)
[사쿠라] : (......내가 다이스케와 함께 있고 싶어서, 널 다이스케와 떨어뜨리기 위해서, 결코 그런 이유가 아니야. 그렇고 말고)
[사쿠라] : (도저히 연애문제 같은 걸로 아웅다웅할 떄가 아니고...... 정정당당하지도 못하니까. 최소한 난, 그렇게 생각해)
[사쿠라] : (그렇지만, 괜한 기분 탓일까? 어째서인지 최근 들어서 레이와 다이스케가 곧잘 눈길을 주고 받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사쿠라] : (......레이, 너도 정정당당하게 하고 있는 거지?)
[사쿠라] : “흠흠. 그럼 이 그룹으로 하기로 하고 한 그룹이 쉴 때는 다른 그룹이 경비를 서기로 하면 되겠지?”
이것도 이의 없다.
[다이스케] : “이제 요리 같은 걸 할 여유는 없으려나”
[사쿠라] : “그렇지 않겠어. 리리코도 없는데다...... 솔직히 지하에는 그다지 가고 싶지도 않아”
[사쿠라] : “이동범위가 넓어지면 틈도 많아지니까”
사쿠라의 주장하는 감시체제는 너무 철저하다. 괜히 숨이 다 막힐 정도였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다.
[마이] : “레이뿅, 뭐하면 나랑 바꿀까? 사내자식들 사이에 있으려니 좀 그렇지?”
마이가 묻는다.
자기가 원인이 되어 만들어진 그룹을 부정하면서까지 그런 제안을 하는 것을 보면......
마이가 보기에도 레이의 표정이 어딘지 모르게 좋지 않은 걸까?
[레이] :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하지만 대답하는 레이의 표정은 밝았기에 아까 전에는 잘못 본 건가 싶다.
[마이] : “아니이 근데 있잖아. 미묘하게 좀 위험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츠바사] : “호오~ 마치 내가 레이에게 무슨 짓이라도 할 것 같이 말하는걸?”
[마이] : “응. 바로 그건데”
[마이] : “일단 쓰리 사이즈는 꼭 물어볼 거잖아? 그치?”
[츠바사] : “그럴리가이씀미까”
[마이] : “목소리가 이상한데. 왜 레이뿅한테만 성희롱 안 한 다는 건데 치사해!”
[츠바사] : “성희롱가튼거안함미다”
츠바사의 태도가 이상하다.
문득 옆을 보았더니 레이는 스케치북을 놓아두고, 대신에 다른 무언가를 손에 들고 생글생글 웃고 있다.
꼭 해머처럼 생겼는데. 뭐지 저게?
[츠바사] : “그런무서운지슨안함미다”
해매처럼 생긴 그것으로 손바닥을 탕탕 두드리는 레이.
더듬거리는 츠바사.
주변의 공기가 이상하게 변한다.
[다이스케] : “자 잘 모르겠지만 성희롱은 하지 마라, 츠바사”
[다이스케] : “레이, 혹시 무슨 일 생기면 날 불러”
레이는 미소를 지은 채 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 생기면 채팅으로 가르쳐줘
다하지 않은 말의 의미도 이해했겠지.
[사쿠라] : (또, 저 두 사람 아니, 내가 너무 신경이 곤두섰는지도 모르겠어......)
그 뒤, 가위바위보에 의해 나와 마이 사쿠라 셋이 쉬고, 유지, 츠바사, 레이 셋이 경비를 서게 되었다.
[사쿠라] : “너희도 피곤할 텐데, 먼저 쉬어서 미안해......”
[레이] : ‘세 시간 후엔 저희가 쉴게요’
[사쿠라] : “그래 고마워. 레이”
레이는 미소를 짓고서 고개를 저었다. “문제 없어요” 라는 뜻이겠지.
[마이] : “레이뿅의 몫까지 확실히 쉬고 올게!”
바보냐 하는 딴지와 함께 가벼운 웃음이 일었다.
[레이] : ‘시간 아깝잖아요. 얼른 쉬러 들어가 보세요’
[다이스케] : “그래”
남은 셋에게 받은 귀중한 휴식시간이다. 몸은 둘째 치고라도 지친 정신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라도 소중히 써야지......
어차피 바로 잠들지도 못하나.
침대에 누워 한숨 자려고 해봤지만 신경이 곤두서서 그것도 쉽지가 않다.
뭐 눈만 감고 있어도 피로가 조금은 풀리는 것 같으니 그게 어디야.
앞으로의 일에 대해 생각한다.
나는 루나와 이야기를 해야만 한다.
루나가 [교환자]라는 확신을 얻기 위해서라도.
시계를 보았더니 점심시간을 지나고 있었다. 아침이 늦었고, 또 많이 먹었던 탓에 별로 공복감이 느껴지진 않는다.
3시간의 휴식이 끝나고 레이 팀이 쉬고 나면 딱 저녁시간이 되겠지.
식사를 구실삼아 루나와 만날 수는 없을까.
루나도 배는 고플 것이다. 방 안에 있는 보존식품은 몸에 나쁘니 먹고 싶지 않겠지.
요리를 잘하는 건 아니지만, 부모님 없이 지낸 시간이 길었던 것과 여동생의 문제도 있던 탓에 영양식은 나름 만들 줄 안다.
좋아. 저녁은 내가 만들자. 그리고 루나와 만나자.
그런 결의를 하니 안심한 탓인지 갑자기 수마가 덮쳐 왔다.
나도 참 단순한 인간인가 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무의식의 늪에 가라앉았다.
[사쿠라] : "!"
상황은 좀처럼 나를 쉬게 놓아두지 않는다.
방에 돌아온 나는 책상에 방치되어 있던 주사기와 메모를 발견했다.
나 참. 이래서 문단속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방은 싫다니까!
그렇다고는 하나 사용하지만 않는다면 이것은 딱히 위험할 일도 없다. 들키지 않게 숨겨두도록 하자.
오히려 이것은 힌트가 된다.
힌트? 아니, 대답이라고까지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것을 둔 사람은
[레이] : (......오빠. 잠든 얼굴마저 힘들어 보여. 악몽이라도 꾸고 있는 걸까)
[레이] : (......그렇지만 이 게임이 없었다면 오빠와 이렇게 가까이 지낼 수 없었을지도 몰라)
[레이] : (그렇다고 해서 감사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레이] : (......다이스케 선배...... 눈치 챈 건 아니죠? 내가 이렇게나 일그러진 마음을 당신에게 품고 있다는 걸......)
[레이] : (오누이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당신의 잠든 얼굴을 보곤 마음이 들떠 있다니)
[레이] : (......안 돼. 다이스케 선배를 깨워야지)
낮잠의 끝에.
무의식의 늪에 몸도 마음도 아직 반쯤 잠기어 있어서.
시간의 개념은 의미를 잃고 있어서.
눈 앞에 있는 그리운 모습은 색깔을 되찾고 있어서.
이유나 상황이나 전후 관계는 모두 없었던 일로 만들어서.
나는 그 얼굴로 손을 내밀어 천천히 머리를 쓰다듬고 말했다.
[다이스케] : “미안하다 케이코. 오빠 깜빡 잠들었나 봐”
[레이] : (...)
[레이] : (왜일까)
[레이] : (울음이 터져 나올 정도로 안타까운데)
[레이] : (어쩐지 그 한마디가 따뜻하고 기뻐)
잠이 덜 깬 시선의 너머에서 케이코는 내가 모르는 어른스러운 미소를 띄우고 살짝 눈가를 닦았다.
[미안해요]
그걸로 알 수 있다. 입술의 움직임으로 알 수 있다.
환상은 또 다시 끝을 맺었고, 눈 앞에 있는 것은 죽은 동생이 아니라 버터플라이 게임의 파트너였다.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상황은 냉정하게 판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착각도 그녀가 방에 있다는 것도 포함해 가장 자연스러운 상황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이스케] : “나야말로 미안. 또 착각했나 보네”
레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던 손을 물렸다.
[레이] : ‘안 좋은 꿈이라도 꾸셨어요?’
아아 뭐, 그런 소리를 듣고 보니......
[다이스케] : “글쎄...... 조금 무서운 꿈이었는지도 모르겠네”
[레이] : ‘악몽이요?’
[다이스케] :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고”
[레이] : ‘동생분의 꿈이었나요?’
아아 그렇구나. 그래서 아까 그런 소릴 했었구나.
조금 웃음을 흘린다. 조금 전의 그건, 완전한 잠결의 환상이다.
[다이스케] : “아니, 소모사리안 꿈이었어”
[레이] : ‘네?’
[다이스케] : “소모사리안이 회색 지평선을 따라서 이렇게 있어서 말이야”
[레이] : ‘아 예에’
[다이스케] : “아, 배경은 까맣고”
[레이] : ‘까맣단 말이죠’
[다이스케] : “그래. 거기에 새로운 소모사리안 두 마리가 낙하하는데”
[레이] : ‘떨어진다구요?’
[다이스케] : “응. 그렇지만 그 떨어진 지면의 갈라진 틈새로 새카만 아니, 바닥도 까마니까 잘 모르겠는데......”
[다이스케] : “어. 하여튼 거무죽죽한 신음소리가 들리는 거야”
[레이] : ‘예. 예에’
[다이스케] : “그러니까 대답이라도 하듯이 다섯 마리의 소모사리안이 합체해서 소모사레리안이 되어가지고는......”
[다이스케] : “그 모습이 두바이의 인공섬 같아서 좀 무서웠지......”
[레이] : “......”
[레이] : (소모사리안이 뭐지?)
[레이] : ‘아아아, 그거 참 무섭겠네요’
[다이스케] : “그래. 좀 무서웠어”
뭐 소모사리안의 꿈 같은 건 금방 잊어버리겠지.
[다이스케] : “그런데 무슨 일이야?”
[레이] : ‘교대할 시간이 되어서 부르러 왔어요. 문이 열려 있어서 들어왔구요’
[다이스케] : “아~ 벌써 시간이......”
[레이] : ‘많이 지치신 모양이네요. 제가 좀 더 볼까요?’
[다이스케] : “아니아니, 그렇게 응석부릴 수야 없지”
그렇게 말을 하며 침대에서 내려와 신발을 신었다.
[다이스케] : “리리코와 루나는?”
[레이] : ‘리리코 선배는 아직 머리가 아픈 모양인지 방에서 쉬고 있어요’
[레이] : ‘루나는 츠바사 선배가 가봤지만 여전히 나올 생각이 없는 모양이에요’
[레이] : ‘다른 일은 없었구요’
[다이스케] : “그렇구나...... 식사시간 때 나도 한 번 가볼게. 배가 고파서 나올지도 모르잖아”
[레이] :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다이스케] : “그래. 그때 잘 부탁할게”
[다이스케] : “뒷 일은 맡기고, 레이도 그만 쉬어”
레이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우리는 방을 나왔다.
로비에는 사쿠라와 마이가 이미 나와있었다. 츠바사와 유지는 이미 쉬러 간 모양이다.
레이는 사쿠라와 마이에게 목례를 하고는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마이] : “이번엔 우리가 경비 설 차례네~”
[사쿠라] : “그래. 힘들겠지만 잘해보자”
[마이] : “맡겨주십사~!”
[다이스케] : “고생 좀 하자”
우리가 경비를 설 시간이 시작되었다.
[마이] : “...”
[마이] : “......”
[마이] : “...”
[마이] : “......”
[마이] : “지겨워~!”
[사쿠라] : “얘가! 아직 3분도 안 지났거든”
[마이] : “당연히 조크지 사쿠링~”
[사쿠라] : “나 참. 마이 네가 있으면 심심하지는 않겠다”
[마이] : “에헤헤”
상당히 느슨한 분위기다. 막 일어났다는 것도 한 몫 거들어 버터플라이 게임 중이라는 것을 잊어버릴 것 같을 정도다.
[다이스케] : “좀 쉬었어? 난 정신차리고 보니 잠들어 있었더라”
[사쿠라] : “나도 선잠 정도는”
[사쿠라] : “그 덕에 머리가 좀 개운한걸”
[사쿠라] : (개운치 못한 결론도 나왔지만......)
[마이] : “마이는 못 잔 거 있지......”
[마이] : “아무리 자려고 해도 잠이 안 들어서......”
밝고 마냥 낙천적인 것만 같은 마이. 하지만 그녀 또한 츠바사와 마찬가지로 깊은 생각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
[마이] : “웅~ 이럴 때 애용하는 베개가 있으면 잘 잘 수 있을 텐데......”
[마이] : “다이스케~ 무릎배게 해주라~”
깊은 생각은 개뿔.
[다이스케] : “무릎배게?”
[마이] : “응응 잠깐만이라도 좋으니까~ 플리이즈~”
[다이스케] : “내가 왜?”
[마이] : “쓸쓸하다규~”
[마이] : (이렇게 간접적으로 사쿠링을 들쑤셔 보는 거죠. 이히히)
이 자식은 진짜 안 되겠다...... 평상시의 행동 원리가 거의 동물 수준이다......
[다이스케] : “내 허벅지는 단단해서 안 돼”
[마이] : “꺅♪ 단단하다니 멋져♪”
[사쿠라] : “마마마마마마”
언발되는 [마]를 이상하게 여겨 쳐다봤더니, 사쿠라의 얼굴이 이상하게 변해 있었다.
[다이스케] : “왜 그래 사쿠라. 어디 손가락이라도 찧었어?”
[마이] : “젖은 손가락으로 가려운 데를 긁었다가 손톱이 뒤집어졌는지도 몰라!”
[다이스케] : “벽에 코를 박았거나”
[마이] : “속눈썹을 뽑으려다 눈썹이 뒤집혀졌다든가!”
[사쿠라] : “지금 문제 있는 발언이 한두 개가 아니거든!? 나도 말 좀 하게 둘 다 10초간 입 다물어! 10초! 알겠지 시작!”
[사쿠라] : “마이! 무릎배게 같은 건 애인들끼리나 하는 거라구! 너랑 다이스케는 그런 사이 아니니까 하면 안 돼!”
[마이] : “아니~ 그렇게 치사하게 굴지 말자고~”
[마이] : “이런 때니까 스킨십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규~”
[다이스케] : “아니, 사실 내가 봐도 아무것도 아닌 남녀 사이에 무릎배게 같은 건 좋지 않을 것 같다만......”
가만 뒀다간 얼마나 막나갈지 알 수 없으므로 이 정도에서 멈춰둬야겠다.
[마이] : “자자. 잠깐만 하고 사쿠링이랑 교대해 줄 테니까~”
[사쿠라] : “다다다다다이스케의 무릎 같은 거 흥미 없거든!! 그리고 이런 건 보통 반대잖아! 여자 쪽이 남자한테 해주는 거란 말이야!”
[다이스케] : “너님들 듣고 계십니카?”
[마이] : “이히히”
[사쿠라] : “뭐 뭘 그렇게 웃는 거니 마이!”
[마이] : “자자, 사쿠링”
[마이] : “기껏 다이스케가 무릎을 내어주겠다는데, 응석 좀 부려보자”
[다이스케] : “난 그런 적 없습니다만”
[사쿠라] : “어 어쩔 수 없네...... 다이스케가 그렇게까지 부탁한다니 무릎배게 써주지 뭐!”
[마이] : “오오~ 말이 통하네!”
통하긴 개뿔.
지금 무슨 시트콤이라도 찍냐.
세간의 남정네들에게 말하고 싶다만, 내가 붙임성이 없어 보인다면 그건 잘못 본 것이다.
애초에 왜 이러는 건지도 모르겠고...... 그렇다고 거부하는 것도 분위기 파악 못하는 것 같지 않은가.
결국 그 이후, 사쿠라와 마이는 교대로 내 무릎을 이용하게 되었다. 도대체 무슨 효능이 있다고 이러는지는 모르겠다만.
마이보다 사쿠라가 오래 베고 있었는데, 굳이 이야기하기를 꺼냈다간 또 한바탕 할 것 같아 그냥 입다물기로 했다.
무슨 도움이 되기나 했는지 전혀 모르겠다만 이래저래 떠들고 있으니 별 일 없이 시간은 지나갔다.
휴식을 끝마친 셋이 나와 로비는 다시 북적였다. 그렇다고는 하나 셋 다 잠 좀 잤는지 자지 못했는지 미묘한 모습이었다.
[다이스케] : “유지, 좀 못 잤냐?”
[유지] : “아 그게...... 이상한 꿈을 꿔서”
[다이스케] : “꿈?”
[유지] : “그거 있잖아. 소모사리안”
[츠바사] : “아아”
[사쿠라] : “오랜만에 듣는걸 그거”
[마이] : “까맸어?”
[레이] : “!”
[레이] : (다들 알고 있는 거예요!?)
[유지] : “아니...... 불안정한 나선형 구조를 가진 갈색의 군체였는데”
[마이] : “으익!?”
[사쿠라] : “그건 소모사세모레리안이잖아!”
[츠바사] : “불길한데”
[레이] : (소 소모사세......?)
[다이스케] : “그건 제법 장난아닌데. 이제 좀 괜찮냐?”
[유지] : “아 그래. 일단은 꿈이니”
[유지] : “어릴 때 봤던 것 보다 전혀”
[레이] : (실제로 있는 거야!?)
[레이] : (구 궁금해...... 소모사리안이라는 게 도대체 뭐지!?)
뭐 소모사리안의 이야기는 그만 됐고.
그 뒤, 우리 그룹이 저녁을 만들자는 의견을 냈고, 별 문제가 없었던 터라 오늘 밤은 내가 쉐프다.
뭐 내 요리라는 게 차마 요리라고 부르기도 그런 것이긴 하지만.
한 시간이나 걸린 이유는 밥이 되는데 시간이 걸려서였다.
그 사이에 준비해둔 재료를 끓여, 밥을 집어넣고 계란을 풀어 넣으면 완성.
[다이스케] : “그리하여 완성된 내 특제 영양죽이다”
[츠바사] : “오오~ 이것은 일반적으로 일컫는 개밥이라는 것과 몹시 닮았는데”
[다이스케] : “레이, 내가 츠바사를 걸레로 만드는 동안 좀 나눠줘”
[레이] : ‘알았어요’
당장에 걸레로 만든다.
[츠바사] : “히 히이익! 쏘리! 최고급 도그푸드 정도로는 볼 수 있을 것 같아!”
더 낡은 걸레로 만들고 있는 사이, 일인당 한 그릇씩 받은 모양이다.
[마이] : “그렇게 말할 정도로 이상하진 않잖아! 빨강, 노랑, 녹색 알록달록해서 예쁘기도 하고!”
[사쿠라] : “최소한 몸에 나쁜 것은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어. 재료를 다듬은 내가 하는 말이니 틀림 없어”
[유지] : “간에 기별도 안 갈 것 같은데”
[다이스케] : “일단 먹어 보고 얘기 하시지”
의심에 가득 찬 눈으로 보는 유지. 가까이 있던 그릇을 집어 천천히 한입 마셨다.
[유지] : “이거......”
[유지] : “많이 짜지도 달지도 않아...... 싱겁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이 맛은 도대체 뭐지......!”
[유지] : “이 끈기 있는 반고체의...... 이 맛은 도대체!”
[츠바사] : “너는 어디 요리만화에 나오는 등장인물이냐?!”
[유지] : “닥쳐! 츠바사. 다이스케 저 놈은 놔두고 얼른 먹자!”
[마이] : “그 그렇게나 맛있어......? 우리한테 맛보게 해주지 않았던 건 그래서였구나!”
그런 생각은 아니고 요리는 국물 맛에 있다는 것이 나의 철학이다.
그래서 다 우려낼 때까지는 손을 못 대게 하고 싶었던 것뿐이다.
[다이스케] : “뭐 한번 먹어 보라고. 이렇게 호화로운 영양죽은 보기 힘들다고”
냉장고에 있던 게니 새우니 죄다 집어넣었으니 뭐. 거기에 닭다리 살로 추가한 동물성 요소로 완벽해진다.
제대로 다시마로 우려낸 물에 파와 당근을 포함한 여섯 종류의 야채에서 스며 나온 액즙이 맛을 한층 더 끌어올리는 것이다.
솔직히 제대로 우려낼 것만 있다면 그 이외에는 대충 아무거나 집어넣어도 먹을 만한 게 나온다고 본다.
그런 나의 철학은 이번에도 제대로 먹혔고,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
[레이] : ‘다이스케 선배, 대단하네요’
[레이] : ‘이렇게 손이 많이 간 죽은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어요’
[다이스케] : “그렇겠지...... 그럼 나는 좀 갔다 올게”
내 몫은 한 술 맛만 보았다. 남은 건 이따가 일을 끝내고 먹도록 하자.
[다이스케] : “사쿠라. 미안한데 리리코한테도 좀 갖다 주고 올래?”
[사쿠라] : “알았어. 이걸 먹으면 분명 기운을 차릴 수 있을 거야!”
[다이스케] : “땡큐. 자~ 그럼 다녀오지”
[츠바사] : “조심해라. 기분도 안 좋은데다 배까지 고픈 레이디만큼 무서운 건 이 세상에 없다”
어쩐지 이 녀석이 말하니까 굉장한 설득력을 가진다.
[다이스케] : “아 그래 조심해야지. 그럼”
모락모락 김을 내는 그릇과 숟가락을 들고 나는 루나의 방으로 향했다.
[다이스케] : “나와봐 루나야”
[다이스케] : “저녁 가져왔다”
일단 소리는 내어 보지만 방음사양이라고 하니 들리지는 않는 모양이다.
나는 마이의 말을 떠올리고는 문을 힘껏 두드렸다.
쿵! 쿵! 쿵! 쿵!
[츠바사] : “다이스케 시끄럽다”
[다이스케] : “네가 더 시끄러”
안에서 소리가 들리기는 하는 건가?
몇 번이고 다시 두드린다.
쿵! 쿵! 쿵! 쿵!
역시 나올 기미도 없다.
어떻게든 밥을 먹여야 할 텐데. 하다못해 죽이라도 넣어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철컥!
[루나] : “시끄러워어!”
[루나] : “윽, 다이스케”
드디어 나왔다.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더니 어떻게 얼굴을 볼 수는 있었다.
루나의 얼굴색은 그다지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뜻밖이라는 표정을 하고는 있지만 크게 심하게 화가 난 것 같지는 않았다.
[다이스케] : “시끄럽게 해서 미안. 식사시간이라서 부르러 왔는데”
[다이스케] : “봐 봐 이 죽. 딱 봐도 영양만점일 것 같지? 같이 먹자”
[루나] : “......”
[루나] : (지금이라면...... 지금 해치워서 게임이 끝난다면...... 처음이자 마지막인 기회일지도)
루나는 입을 다문 채 표정이 없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찌르는 듯한 시선.
얼굴보고 얘기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
[다이스케] : “루나야. 난 너를 절대로 의심하지 않아. 그저 걱정되는 게 있으면 말해줬으면 좋겠거든”
[루나] : (! 어쩔 셈이지!?)
[루나] : (혹시 내가 [교환자]의 능력을 사용한 대상을 캐묻고 싶은 건가?)
[루나] : (큭,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둘 것 같아!)
[다이스케] : “일단 이거나 식기 전에 먹자. 다른 사람이랑 같이 먹기 싫은 거면 방에서 혼자 먹어도 괜찮으니까”
[다이스케] : “그리고 나서 다 같이 하든 개인적으로 하든 한 번 이야기를”
[루나] : “그럼”
내 말은 끊겼다.
[루나] : “방에서 먹을래. 상담도 지금 하고 싶으니까, 들어와”
그리 말하며 문을 활짝 열었다.
[다이스케] : “그래. 그러자”
나는 죽과 숟가락을 든 채 루나를 따라 방문을 지나갔다.
[다이스케] : “이건......”
그 광경에 그만 나는 말 문을 잃고 말았다.
루나의 방은 완전히 엉망진창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낡아 빠진 침대 쿠션은 너덜너덜 찢어져 있고 선반은 바닥에 내팽개쳐져 있었으며
바닥에 굴러다니는 보존식품 몇 개는 밟혀 내용물이 튀어나와 있었다.
어제 루나를 깨우러 왔을 때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루나! 그렇게나 의심받았다는 것에 화가 났었던 것일까.
하지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목숨을 걸고 친구들을 지키려고 했는데 거짓말쟁이 취급이나 당한다.
만약 유지가 명령을 받은 [배신자]였다 하더라도 용서하기 힘들겠지.
찢어발겨 진 침대가 마치 그녀의 마음 그 자체인 것 같아서......
차마 보고 있기가 힘든 나는 고개를 돌렸다.
[다이스케] : “루나 루...”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다.
그 작은 몸집으로 루나는 온 힘을 다해 무거운 문을 닫으려 하고 있다.
열린 문을 닫아두자는 일상적인 태도가 아니다. 1초를 다투는 필사적인 마음이 그 등 뒤로 느껴진다.
노력은 바로 열매를 맺고, 문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장 손잡이로 손을 날리는 모습에 내가 생각한 것은
[설마 잊은 것은 아니겠지?]
[할당된 방 이외의 곳에서 갇힌 채 문이 잠기면 죽는다구]
[다이스케] : “무 무슨 짓이야!!??”
재빨리 움직인 것이 정답이었다. 예상대로 루나는 이어 잠금장치에 손을 대려 했지만 아슬아슬하게 뻗은 내 손에 저지당한 것이다!
바닥에 그릇이 떨어져 내용물이 엎질러 졌지만 그걸 신경 쓰고 있을 때가 아니다!
[루나] : “놔아아!!”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 정도로 다섯 살 아래의 소녀가 내는 소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거칠고 날카로운 목소리.
[다이스케] : “루나 너, 도대체 왜 그래!?”
[루나] : “죽여버릴 거야!!”
왜!? 도대체 뭣 때문에!?
내 손을 뿌리치기 위해 루나는 주먹을 휘두르고 할퀸다. 그건 별 문제 없었지만
[다이스케] : “으아아아아아악!?”
이내 팔을 물어버린다.
이빨은 인체에서 가장 단단한 부분이다. 그리고 제아무리 힘 없는 인간이라 하더라도 그 턱의 힘은 결코 얕볼 수 없다.
마음만 먹으면 어린 아이라 할지라도 큰 데미지를 줄 수 있다.
목에서 터져 나오는 고통스런 비명을 억누를 수가 없다! 물고 늘어지는 그 기세에 담긴 각오를 느끼고,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루나는 진심으로...... 나를 죽일 셈이라고!
[다이스케] : “그만...... 좀 하라고오!”
팔에 혼신의 힘을 담아 잠금장치로 향하려는 루나의 몸을 떼어낸다!
어린 소녀의 악력으로는 그 이상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다. 떨어짐과 동시에 끊어진 고무처럼 루나의 몸은 순간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놀랄 정도로 재빠른 움직임으로 팔을 쳐내었다!
나는 순간 몸을 날려 온 몸으로 문을 가로막았다! 잠금장치에 손을 대게 하였다가는 그대로 끝장이다!
[루나] : “우으윽으으으으......!!”
대치하고 있는 루나의 눈동자는 새빨갛게 충혈이 되어 완전히 이성을 잃고, 야수와도 같은 빛으로 물들어 있다......!
어쨌든 간에 일단 여기서 나가야 하나!
마음먹고 덤빈다면 제압할 수는 있겠지만 문이 잠기면 죽을 수 밖에 없는 이상, 여기서 다투는 건 너무 불리하다!
내가 그렇게 판단하고 다음 행동으로 넘어가려고 했을 때
내 사고는 극렬히 삐걱대기 시작한다
루나 네가 그걸 어째서 가지고 있는 거지!?
루나가 스커트의 주머니에서 꺼내어 든 것은
그 불쾌하기 짝이 없는 주사기였던 것이다!!
바늘을 보호하고 있던 캡을 반대 손으로 벗겨내자 그 끝에서 독약이 망울거리는 것이 보인다
루나는 착란상태인 것이 아니다. 나를 죽이겠다는 목적을 위해 날을 간 살의와 광기에 몸을 맡기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 눈동자에! 12살의 소녀의 눈동자에 적지 않은 위압을 느끼고 말았다!
곧 이어 루나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은 지극히 단순하고 명쾌했다.
[죽어]
포효와도 같이 내뱉으며 루나는 온몸으로 밀어 붙여, 나에게로 바늘을 들이댄다.
순간, 눈 앞이 새빨갛게 물드는 것만 같았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나는 바늘을 든 루나의 팔을 붙잡고 있었다.
눈 앞의
얼굴의 바로 앞에서
바늘의 끝이 흔들리고 있다.
내 오른손은 루나의 왼손을 내 왼손은 주사기를 들고 있는 루나의 오른손을 붙잡았다.
허나 다소 불안한 자세였던 터라 힘을 넣기가 어려워, 어린 소녀의 힘조차도 감당하기 버겁다......
지극히 아슬한 거리까지 바늘이 접근했고, 넘쳐난 액체가 방울을 이루어 바닥으로 떨어진다......
저것이 내 체내에 들어가는 순간, 나는 괴로움에 발버둥치며 죽어가겠지......
[다이스케] : “으아아아아아아압!!”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자세를 유지한 채 양 손에 힘을 넣는 것뿐이었다.
[루나] : “으윽으으으윽으으으!!”
내 악력은 50킬로 정도는 된다. 그걸로 겨우 버티고 있지만 루나는 힘을 빼려 하지 않는다......!
누구든 먼저 힘이 빠지면 진다
지극히 단순한 그런 상황.
뒤엉켜 있는 두 마리의 짐승과도 같은 이 모습을 하고서 도대체 몇 초나 아니 몇 분이나 지났을까.
[루나] : “우으으윽 아파아~ 아파아!!”
마침내 루나가 더 이상 고통을 참을 수 없게 되어
주사기를 떨어뜨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나는 몸에 힘을 넣는다! 팔을 휘감듯 루나의 몸에 달라 붙은 채 뒤로 돌아가서 양 팔을 확실히 제압한다!
[루나] : “놔! 놔! 놓으란 말이야! 놔!! 놓으라구!”
가벼운 어린 소녀의 몸은 쉽게 들어 올린다.
등뒤에 있는 나를 차려고 발버둥을 친다.
안타까울 정도로 약해진 힘. 무력감이 아프리만치 전해져 온다.
[루나] : “우으...... 놓으라구! 놓으란 말야! 놓으 아으...... 우 우윽...... 끅, 놓으란 말이야......!”
격렬한 분노에는 눈물이 섞여
[루나] : “우으윽 윽 끄~ 끄윽, 으아 아~ 아아앙 아윽, 히끅 으 으 우으윽......”
결국은 힘을 완전히 잃고, 루나는 내 품 안에서 울음을 터뜨린다.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나는.
[다이스케] : “으......윽......윽”
오열을 죽이고 있을 수밖에 없이.
이렇게나 가까이 있는데, 그 마음은 뿔뿔이 흩어진 채로.
둘이 함께, 그저 눈물을 흘리기만 했다.
그대로.
얼마나 그렇게 있었을까.
[루나] : “죽여”
힘을 다한, 그리고 흑박한 목소리로 루나가 중얼댔다.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목소리로 알 수 있다.
깨어진 얼음처럼 차갑게 상처 입은 마음이.
왜냐하면 나도 같은 심경이었으니까.
[다이스케] : “왜 그랬는데?......”
[루나] : “뻔뻔하긴”
[루나] : “[주모자]면서”
[루나] : “다이스케가...... 다이스케가 토모에를 죽였으면서......!”
[루나] : “다이스케가 까만 장갑을 가지고 있었잖아!! 다 봤다구!!”
아아
어떻게 이럴 수가
루나는 보고 있었구나. 그 때, 내가 방에서 장갑을 발견해서 서둘러 숨겼을 때, 전부 보고 있었던 거구나!
이미 늦었었다니, 나는 너무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거구나......!
[루나] : “그래서 난 확신했다구! 다이스케가 [주모자]고, 토모에를 죽인 범인이라고!”
[루나] : “절대로...... 다이스케는 용서 못 해!”
[루나] : “그렇게나 다정했던, 아무런 죄도 없는 토모에를 죽이고!!”
[루나] : “그런 주제에 모르는 척 하고 있었던 다이스케는 용서 못 해!”
[루나] : “토모에를...... 토모에를 죽이다니......!!”
[루나] : “죽어버리라구! 죽어서 토모에에게 죽어서 토모에에게 사과하란 말이야!!”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짜낸 원망의 목소리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내 마음을 깨부순다.
[다이스케] : “......”
나는 루나가 착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말도 해줄 수가 없었다.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아니, 맹신하고 있었던 신뢰관계 따위는 애초부터 없었던 것이다.
그것을 보았을 때부터, 루나의 목적은 이미 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친구들과 함께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나를 죽이는 것으로.
나는 그것을 눈치도 채지 못하고 무슨 소리를 했었던가.
친구를 믿자는 말만을 반복하고, 루나의 용기를 칭찬하고. [수호자]에게 감사하고.
이런 나라도 이제는 알겠다.
루나와 [수호자]의 연계가 제대로 되었을 리가 없다.
루나는 나를 죽이기 위해 [교환자]의 능력으로 나를 대타로 지목했을 것이 틀림없다.
자신을 타겟으로 하는 순간, 나라는 [주모자]가 죽어버리도록.
그것은 루나가 착각을 한 탓도 있지만 내 탓이기도 하다.
그때. 장갑을 발견했을 때. 좀 더 나은 방법은 없었던 것일까.
그것을 발견한 시점에서 모든 것을 밝혔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나는 사태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모르겠다.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는 어제 스스로가 한 행동을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다.
신뢰 좋아하시네.
친구 좋아하시네.
아무것도 모르고서, 루나 혼자 상처 입혀 놓고서.
도저히 용서가 되지 않는 어리석은 놈이다.
[다이스케] : “루나......”
[루나] : “닥쳐...... 아무 말도 들을 생각 없어”
[다이스케] : “믿어 달래봤자 소용없겠지만......”
[루나] : “닥쳐! 닥치라구! 아무 소리도 들을 생각 없다니까!”
[다이스케] : “그 장갑 내 것이 아냐...... 누가 내 방에 놔둔 거야......”
[루나] : “그런 말을 어떻게 믿어!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친구를 죽이는 놈이 하는 말을!”
그런가.
그렇구나. 이해해.
내가 너와 같은 입장이었다면 같은 행동을 했을지도 모르겠어.
피를 나눈 자매와도 같은 인연.
내 동생을 앗아간 건 차가운 병마의 손이었지만, 만약 그게 사람의 손에 의한 것이었더라면
똑같은 짓을 했을지도 모른다.
아아. 루나의 말은 들었을 때보다... 그 어느 때보다... 내 마음을 조각 내어 간다.
나는 붙잡고 있던 루나의 양손을 놓아주었다.
[루나] : “어?”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목소리.
[루나] : “무슨 속셈......”
그래. 어차피 무슨 이야기를 하든 믿지 않을 테니.
나는 마지막으로 남은 의문만을 입에 담았다.
[다이스케] : “그 주사기 어디서 났지?”
[루나] : “어디냐니...... 내 방 앞에다 [은둔자]가 두고 간 거야!”
내 말에 주사기의 존재를 떠올렸다는 듯, 루나는 바닥에 떨어져 있던 그것을 집어 들어 나를 겨눴다.
다리에 힘이 빠진다.
[루나] : “주 죽여버릴 거야......”
[다이스케] : “마음대로 해라”
[루나] : “이 이제와 착한 척 해 봤자 소용 없어!”
[다이스케] : “마음대로 하라고”
[다이스케] : “그리고, 확실하지도 않은 주사기 보다 처음 계획대로 하는 게 좋을 거다. 그럼 아마 확실히 죽을 테니까”
[루나] : “닥쳐! 명령하지 마!”
[다이스케] : “문을 잠궈”
[루나] : “어째서, 어째서 그러냐구...... 어째서 갑자기......”
[다이스케] : “잠그라고!”
[루나] : “이유를 말하란 말야!”
진짜 제 멋대로지......
[다이스케] : “너한테 이렇게나 미움 받고 원망 받을 때까지 눈치 하나 못 채다니, 하도 바보 같아서 스스로한테 진저리가 난다고”
[다이스케] : “그냥 다 미치겠으니까, 마음 편하게 죽이면 된다고”
눈을 감는다.
내 의지는 무너지고 말았다.
버터플라이 게임에 지고 만 것이다.
아마도 버터플라이 게임 역사상 가장 빈약하고 한심한 이유로.
친구에게 의심받았다는 단지 그것 하나로.
나는 여태까지의 모든 자신을 부정하고 죽음을 선택 할 수 있게 되어버렸다.
[다이스케] : “......”
마음이 편하거나, 후회하는 그런 감정은 들지 않았다. 그저 텅 비어있었다.
루나가 문을 잠그면 내 가슴 속의 캡슐이 터질 것이고
어찌할 바를 모를 고통이 내 몸을 덮쳐도 결국 감정은 텅 비어있겠지......
그런 것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지만
죽음은 아무리 기다려도 찾아오지 않았다.
[루나] : “미안 해......”
왜.
네가 왜.
눈을 뜨니 그곳에서 보인 것은 눈물짓는 루나의 얼굴이었다.
분노나 증오 복수의 열기는 이미 잃고서......
흐느끼지도 않고, 그저 루나의 뺨에선 조용히 눈물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
[루나] : “미안 미안해. 다이스케......”
[루나] : “아프게 한 건 나였나봐......”
[다이스케] : “됐으니까 그냥 죽여...... 분명히 속 시원할걸”
[루나] : “안 그래......! 사실 알고 있었어! 다이스케가 [주모자]일 리 없단 건......”
[루나] : “그냥 난, 토모에가 살해 당한 게 슬프고 화가 나서, 도저히 머리가 정리가 안 됐는데......”
[루나] : “그래서 그냥 아무나 미워하고 싶었던 것뿐이야......”
[다이스케] : “그러니까 괜찮다고. 나를 미워하라고. 동정심을 유도하고 있는 [주모자]일지도 모르잖아”
짝하고.
약하디 약하게 뺨을 때리는 손.
[루나] : “그치만, 바보잖아...... 다이스케...... 그런 짓 못 해......”
[루나] : “진짜 바보 완전 바보......”
[루나] : “이렇게 풀 죽을 정도로 바보인걸......”
[루나] : “제발...... 더 이상 포기하지 마...... 잘 알겠으니까...... 다이스케가 지금 진짜로 아프다는 거......”
그렇게 말하며.
서투른 손길로 루나는 내 머리를 끌어안았다.
하하하. 뭐 하자는 건지.
무슨 엄마 흉내라도 내냐?
암만 그래도 네가 하기엔 무리다.
그렇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
......
.........
그 뒤
어색한 공기와 흐르는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나와 루나는 설된 화해의 악수를 나눴다.
그리고, 우리는 방을 정리했다.
조금 전에 맞닥뜨린 마음의 정리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의식이었다.
뒤집어진 죽 그릇을 줍고 바닥을 타올로 문질러 닦고, 또 닦는다.
쓰레기는 모아서 쓰레기통에.
침대는 어쩔 수 없었다. 이따가 아래에 가서 시트를 가져와야겠다.
이렇게나 난장판을 만들어 놓았는데도 용케도 패널티를 받지 않았나 싶다.
그 이야기를 꺼냈더니
[루나] : “그 이상 하면 죽일 거라고 방송을 하길래 그만 했어”
라고 시원스레 대답했다. 마음이 가라앉은 루나는 평소의 그 쿨한 루나였다.
그나저나 감시가 철저하다는 건 사실인 모양이군. 이제와 별 충격은 없었지만 새삼 이 게임을 싫어할 요소가 늘어났다고 생각한다.
떠드는 사이에 정리가 끝났다.
암묵적인 합의. 우리도 원래대로 돌아간다.
아니, 원래 그 이상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이미 한 번 이 게임에 지고 만 나의 마음은 살아남을 수가 없다.
그렇기에 나는 말했다.
[다이스케] : “루나야. 난 [공유자]야”
[루나] : “응......”
[다이스케] : “내가 [공유자]라는 걸 증명해줄 수 있는 다른 한명의 [공유자]도 물론 있어”
[루나] : “유지?”
[다이스케] : “어? 아니......”
[루나] : “아니었어? 그럼 누군지는 말 안 해도 돼”
[루나] : “유지가 [배신자]라서 명령한 게 아니라면, 다이스케는 [주모자]가 아냐”
아 그 얘기.
[배신자]에게 내가 [공유자]라는 것을 증명하도록 명령하면 확실히 [공유자]인 척 할 수가 있다.
[다이스케] : “루나 너도 유지가 [배신자]라고 생각하고 있구나”
[루나] : “그야 난 내가 [교환자]라는 걸 알고 있는걸......”
[루나] : “[주모자]가 그런 위험한 거짓말을 할 리가 없잖아. 초등학생이라도 알겠다”
빙그레 웃어 보이는 루나.
[다이스케] : “말고 그 바보가 착각해서 거짓말하고 있을 경우는 없을까?”
[다이스케] : “진짜 자기 능력을 감추기 위해서라든가”
[루나] : “유지는 다이스케가 더 잘 알고 있지 않아? 아마 그런 짓을 안 할걸”
[루나] : “그런 건 사쿠라나 하지 않을까. 너무 생각이 많아 자폭할 것 같은 타입”
아~...... 부정은 못 하겠다.
[루나] : “다른 사람 얘기 할 게 못 되네. 나도 다이스케가 [주모자]라고 믿으려고 했으니까”
[다이스케] : “이제 확실히 믿어주는 거야?”
[루나] : “응...... 내가 [교환자]라는 건 믿어 줄래?”
[다이스케] : “그래...... 그렇지만 어제는 [수호자]와의 연계는 하지 않은 거지?”
[루나] : “응 맞아”
[다이스케] : “그 이상은 말 안 해도 괜찮아”
[루나] : “아니, 말할래. 다이스케를 대타로 했어”
[루나] : “이제 거짓말은 하나도 없어. 그거 말고는 다 믿어도 돼”
[다이스케] : “고맙다. 나도 거짓말은 없어”
가슴이 확 뚫리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루나] : “그렇지만 하면 안 돼. 다른 사람한테 [공유자]라는 얘기 하는 거”
[다이스케] : “응? 그건 왜?”
[루나] : “[공유자]는 다이스케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중요한 능력이야”
[루나] : “[공유자]가 두 사람이 남아있는 한, 둘은 서로에 대해 완전히 결백할 수 있으니까”
[다이스케] : “그야 물론 알고 있지”
[루나] : “그러니까 안전을 위해서라도 다른 [공유자]가 누군지 알려주지 마”
[다이스케] : “루나 네가 알면 무슨 곤란한 문제라도 있는 건가?”
[루나] : “어떻게 [공유자]의 정체가 [주모자]에게 알려진다면 [주모자]는 반드시 [공유자]를 죽이려 들 거라구!”
[루나] : “[주모자]가 무슨 일을 벌일지 알 수가 없어. 날 붙잡아 괴롭혀가지고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꺼내게 하려 할지도 몰라”
[루나] : “그러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게 좋아”
루나는 레이 이상으로 이 게임에 대해 성악설적인 접근을 하고 있는 듯 하다.
[다이스케] : “뭐 그건 그렇다 치고...... 그게 아니더라고 [주모자]에게 있어서 위험한 역할은 얼마든지 있잖아”
[다이스케] : “그런 녀석들을 다 내팽개치고 [공유자]를 죽이러 올까?”
[루나] : “물론 보다 먼저 처리해야 할 역할도 있어. 그렇지만 게임 중반까지 [공유자] 하나를 해치우지 않으면 대단히 위험해”
[루나] : “다섯 명이 남은 시점에서 어떻게든 [공유자]를 처치하지 못하면 져버리는걸”
으~~음
좀 비약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루나] : “이따가 규칙을 확실히 읽어두는 게 좋을 거야. 어쨌든 간에 [공유자]의 이야기는 일단 그만”
[루나] : “오늘 하루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가르쳐 줄래? 나 아침부터 계속 여기 있어서 아무것도 몰라”
그건 확실히 알아두는 게 좋겠지......
오늘 있었던 일을 요약하여 말해줬다. 마이와 유지가 다툰 일. 그 뒤에 마이가 츠바사에게 싸움을 걸었던 일.
사쿠라와 나와 유지가 점심 무렵 죽 회의를 하고 있는 사이에 리리코가 다쳤던 일.
그 뒤, 사쿠라의 제안으로 그룹을 나눠 경비를 섰던 일.
나는 전부 이야기해줬으며 이번엔 내가 루나에게 들을 차례였다.
[다이스케] : “루나 네가 리리코를 밀었니?”
[루나] : “안 그랬어”
더 이상 일절 의심하지 않는다.
루나는 결백하다.
[다이스케] : “그럼 역시 리리코가 착각한 건가......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무리도 아니지......”
[루나] : “그게 아니라도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은 있어”
뭐라고?
[루나] : “하나. 사실은 알리바이는 단순한 착각이었고, 실은 따로 알리바이가 이루어지지 않는 시간이 있었다”
[루나] : “하나. 레이와 츠바사가 짜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
[루나] : “하나. 리리코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
[루나] : “아마 이 중에 하나. 단지 착각할 수준의 문제를 그런 식으로 말하지는 않을 거라고 봐”
가슴이 쓰라린다.
또 이 꼴이다. 또 다시 친구를 의심해야 하게 된다.
[루나] : “다이스케는 다들 너무 좋게 보고 있어. 토모에가 살해당한 이상, 다이스케는 친구들에 대한 인식을 우선 바꿔야 돼”
[다이스케] : “말이야 쉽지......!”
[루나] : “안 쉬워도 해야 돼. 악의가 없으면 이런 짓 안 해”
이런 짓?
책상으로 다가간 루나가 집어 든 것은 아까 나에게 겨누었던 주사기였다.
나도 막 이 이야기가 끝나면 주사기에 대해 물으려던 참이었다.
어째서 그런 걸 루나가 들고 있는 것인지.
[루나] : “자칭 [은둔자]의 메시지와 함께 문 앞에 놓여 있었어. 딱 한마디 [약입니다. 은둔자로부터] 라며.”
[루나] : “어제 0시 아슬아슬할 때였으니까, 다들 방에 들어가 있어서 누가 놓은 건진 알 수 없었어”
뒤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을 줄이야.
그렇지만 지금 이야기가 어떻게 ‘악의’로 이어지는 거지?
[다이스케] : “그거, 약이잖아? 어떻게 그걸 악의라고 보는 거지?”
[루나] : “다이스케 완전 바부팅”
어쭈구리 이놈이.
[루나] : “이게 진짜 약이었다면 익명으로 이유도 없이 이런 문장만 남겨서 그런 방식으로 넘겨줄 리가 없잖아”
[루나] : “게다가 약 같은 게 있으면 보통 이런 상황엔 자기한테 쓸 거 아냐”
[루나] : “그러니까, 이건 독”
[루나] : “[교환자]가 성가신 [주모자]였건, 얼른 게임에서 빠져나가고 싶은 [은둔자]였건, 내가 속아주길 바라고 남겨둔 비열한 함정”
[루나] : “그래서 다이스케한테 쓰려고 했는걸”
그렇군.
확실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지만 심리적으로 이해할 만하다. 그리고, 이 이야기에 대해 부정할 수 있을 정도의 반증도 없고.
[루나] : “하여튼 악의는 분명 있어. 이유가 어쨌든 간에”
[루나] : “다이스케의 방에 있었던 검은 장갑도 누가 넣었을 거 아냐...... 짐작되는 사람 없어?”
[다이스케] : “그건 어제 아침에 토모에의 방에”
실수다. 루나의 앞에서 이 화제를 꺼내다니......!
[루나] : “괜찮으니까 계속 말해”
[다이스케] : “그래도”
[루나] : “중요한 얘기니까”
떠오른 거다. 분명히.
괴로운 표정으로 얼어붙었던 토모에의 모습을.
[다이스케] : “그래. 그 날 아침에 방에서 나와, 다 같이 밥을 먹고 방으로 돌아갔으니까, 장갑을 던져 넣을만한 시간은 아침에 잠깐밖에 없었어”
[다이스케] : “그리고, 그 시간에 계속 같이 있었던 유지 이외에는 모두 할 수 있었고.”
[루나] : “나는 안 했는데, 믿어줄래?”
[다이스케] : “그래. 믿어”
믿지 않을 리가 없다.
나를 검은 장갑의 주인이라고 여겨서 죽이려고까지 했었으니까.
[다이스케] : “그럼 용의자는 레이, 마이, 츠바사, 리리코, 사쿠라 중 하난가”
[다이스케] : “리리코와 사쿠라가 기절해 있었다는 이야기를 믿는다면 레이나 마이, 츠바사”
......
그렇게 남기고 나니.
실은 이미 선택지는 두 가지 밖에 없다는 것을 떠올린다.
레이는 아니니까.
마이나 츠바사.
[루나] : “리리코는 떠밀렸다는 거짓말을 하고 있을지도 몰라. 잊지 마”
리리코도 남아있나.
[다이스케] : “그리고, 사쿠라 또한 알 수 없다 그 얘기지?”
[루나] : “그래. 조금은 정신 차렸나 봐”
그러고 싶지는 않다만......
소꿉친구마저 의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니 도대체가......
[루나] : “진짜 싫지만, 우린 여기 올 때까지 진짜 사이가 좋은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루나] : “죽은 사람이 나온 이상, 그 전제는 완전히 틀린 게 돼......”
[루나] : “다이스케는 그걸 받아들여야 돼. 그렇지 않으면 죽고 말 거야”
?
루나는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지.
아니, 이야기의 뜻 자체는 알고 있고, 굳이 내게 하는 마음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이야기가 너무 갑작스럽다...... 그래서인지 괜한 뉘앙스를 느낀다.
[다이스케] : “내가 반드시 살아남아야 되는 건가?”
[루나] : “당연히. 그보다 다이스케가 죽으면 이 게임은 [주모자]가 이걸 거라고 봐”
? 또 알 수 없는 소릴.
[다이스케] : “왜 그렇게 되는데?”
[루나] : “다이스케, 바보니까”
아까부터 보자 보자 하니까 이 꼬맹이가......
[루나] : “아마 그 바보 같은 생각이 없으면 이 게임은 이길 수 없을걸”
[루나] : “다이스케, 약속. 꼭 살아야 돼”
그리 말하며, 루나는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참으로 어린아이 같은 방법. 초등학교 6학년이라지만 너무 어린 티가 나잖아.
루나는 일부러 이러고 있다. 이 의식의 순진무구한 어린이가 하는 의식의 형태를 빌어 내가 진심으로 약속하길 바라고 있다.
[다이스케] : “루나야”
나는 손을 내밀지 않는다.
[다이스케] : “넌 여전히 위험한 상황이야. 어째서 어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지는 모르겠지만......”
[다이스케] : “날 대타로 지목해도 괜찮아. 루나 네가 살아남는 게 더 게임에 이기기 쉬울 것 같거든”
루나는 이번엔 손가락으로 있는 힘껏 뺨을 때렸다.
[루나] : “이번엔 안 좋은 쪽의 바보. 다신 그러지 마”
[다이스케] : “뭐 어때서!”
[루나] : “가르쳐 줄게. 첫째. [교환자]보다 [공유자]가 이제부터 중요하게 돼”
[루나] : “둘째. 다른 [공유자]를 남겨두고 마음대로 그런 결정을 내리면 안 돼”
[루나] : “셋째. 다이스케는 나한테 이상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어. 덮친 내가 할 소리는 아니지만 없었던 일이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어”
[루나] : “그리고, 다이스케가 목숨을 내던진대도 이 게임은 끝나지 않는걸. 그리고, 친구는 계속 죽어갈 거야”
[루나] : “그게 싫다면 살아 남아서 이 게임을 끝낼 수밖에 없어”
......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스스로가 얼마나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각오를 강요당한다.
게임을 끝내지 않는다면.
[주모자]한 사람을 희생시키지 않고서는.
다른 모두를 잃고 말 테니까.
죽이지 않으면 안 된다.
[다이스케] : “10초만 기다려 줘”
10초.
딱히 무언가 생각할 것도 아니지만.
각오를 굳히기 위한 시간.
나는 루나에게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루나의 작은 새끼손가락이 감겨온다.
서약.
나는 이 게임에서 살아남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
......
.........
그 뒤, 우리는 두세 가지 사항을 확인했다.
우선 어젯밤에 어째서 죽는 사람이 나오지 않았는가를.
낮에 사쿠라가 늘어놓은 추측은 루나나 유지 둘 중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 가를 전제로 한 것이므로 지금은 무효다.
생각할 수 있는 건 어제 [주모자]가 움직이지 않았거나, [주모자]가 노린 목표를 우연히 [수호자]가 지켰거나.
혹은 [수호자]가 지키는 목표를 [주모자]가 알고 있어서, 그걸 알고 있으면서 일부러 수호 받고 있는 사람을 목표로 삼았거나.
즉 [주모자]가 [수호자]로부터 정보를 캐어내고 있을 가능성.
그게 가능한지는 전원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지 않으면 검증할 수 없다......
그저 머리 한 켠에 남겨둘 뿐.
다음으로 지금부터 루나는 밖으로 나가 모두에게 다시 한 번 [수호자]와 연계하고 싶다는 뜻을 전하겠다고 한다.
루나는 지금 리리코를 민 용의자로 모두에게 의심받고 있는 상태. 신용을 얻기에는 힘든 입장이지만 그래도 해보겠다고 한다.
[루나] : “안 하면 안 돼. 잘만 되면 안전하게 되니까”
루나가 끝까지 그렇게 고집한 탓에 결국에는 나도 곁에서 돕기로 하고 말았다.
그를 위한 설명의 내용은 둘이서 생각해서 정했다.
[루나] : (......무슨 일이 있어도 다이스케는 꼭 지켜야 돼)
[루나] : (그렇다면 난 목숨을 걸어서라도 다이스케를 지킬거야. 그리고 다이스케가 분명 원수를 갚아 줄 거야)
[루나] : (어차피 난 병 때문에 그리 오래 살 수도 없다는 거 알고 있는걸)
[루나] : (그러니까 오늘 밤 내가 타겟이 되는 게 최선. [수호자]가 어떻게 나오든 간에 다이스케는 살 수 있어)
그리고 끝으로 한가지. 주사기의 처우에 관해서.
이건 내가 가지고 있게 되었다. 여차했을 때 무기가 될 수 있을 거라며.
그런 생각도 좀 그렇다 싶다만. 나야 완력으로 어떻게든 될 테니, 오히려 루나가 가지고 있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그래도 가지고 있으란다.
루나는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것보다 훨씬 고집이 센 녀석이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생각도 없이 이런 행동을 할 녀석은 아니다. 분명 무엇에건 도움이 될 테지. 그렇기에 이렇게 가지고 있게 하려는 것이겠지.
[루나] : (아마 이 게임 중에 다른 사람이랑 손가락을 걸 일은 더 이상 없을 테니까 다이스케한테 전부 맡길게)
[루나] : (어떡하든 좋으니까, 제발 살아남아)
나는 굴러 다니던 캡을 바늘에 도로 씌워 주사기를 조심스레 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다이스케] : “그럼 갈까!”
손을 내민다.
[루나] : “으 으응”
헉! 이 타이밍에 망설이면 내가 뻘쭘하잖냐.
[다이스케] : “왜?”
[루나 : “그...... 갑자기 손은”
[다이스케] : “아아. 아까 악수도 했으니 별 생각 없이. 미안 미안”
확실히 루나 또래라면 먼저 이성을 의식해서 과도한 접촉에 대해 망설일 만도 하지.
[루나] : (......)
[루나] : (......손 한 번 더 잡아보고 싶지만)
[루나] : (레이랑 사쿠라한테 미안하니까, 하지 말자)
[루나] : “난 이미 어른이니까 손 같은 거 안 잡아줘도 혼자 갈 수 있는걸”
[루나] : (그래. 어디든지 말야)
루나가 앞서 가기 시작했고 내가 그 뒤를 따라 우리는 방을 나왔다.
[마이] : “오~ 도라와따! 다이스케가 루냥이랑 돌아왔다규~!”
[사쿠라] : “늦었잖아. 뭐하고 있었던 거야!”
[츠바사] : “즐거운 시간 되셨는지”
뭘.
[다이스케] : “일단 내 죽이나 줘. 그리고 루나 몫도 한 그릇. 제대로 먹어둬야지”
사실 루나의 몫은 난투 때 엎어 버렸지만 굳이 말하지는 않기로 했다.
......
어째서 대답이 없는걸까.
[레이] : ‘미안해요 우리끼리 다 먹어버렸어요......’
뭐가 어째.
[사쿠라] : “어 어쩔 수 없잖아! 그런 맛있는 요리, 만드는 사람이 나쁜 거야!”
칭찬하는 거냐 욕하는 거냐.
[마이] : “자 자, 처음 담았던 다이스케의 몫은 제대로 남아 있으니까, 이거라도 먹어”
[다이스케] : “그래 그럼 루나, 먹어라”
[루나] : “으~ 돼 됐어. 미안하잖아”
[다이스케] : “으이그 이 꼬맹아. 나는 너랑 달리 체력은 충분히 있거든”
[다이스케] : “게임이 시작된 이후로 이래저래 불규칙적이었으니까, 밥 정도는 제대로 먹어야지”
[루나] : “고마워. 그럼 먹을래”
[루나] : (다이스케가 한 요리...... 먹어보고 싶어)
[루나] : (미련은 남기지 않는 게 좋으니, 응석 좀 부릴게)
[다이스케] : “맛있니?”
[루나] : “응 맛있어......”
테이블 구석에서 마주 앉아, 루나가 먹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자그마한 스푼에서 자그마한 입으로 조금씩 죽을 옮겨, 천천히 씹어 삼킨다.
그걸 반복하고 반복해서 완전히 식어버린 죽을 줄여간다.
이건 뭐. 꼭 데려온 남의 집 고양이를 보고 있는 느낌이다.
루나와 나눈 약속의 중대함은 가슴 깊은 곳에 남아있지만.
지금은 조용한 시간이었다.
[사쿠라] : “저 저기, 도대체 뭐니! 저 분위기?”
[마이] : “이거슨...... 아까 두 시간 살짝 사이에 상당히 진행되었구만요~”
[츠바사] : “즐거운 시간이 되었던 모양이군요”
[사쿠라] : “입 안 다물래!?! 이 쓰레기......!”
[츠바사] : “아야야야야야 진짜 장난이잖아아아아아아!!”
[레이] : “......”
어쩐지 외야가 시끄럽다. 근데 원래는 좀 더 시끄럽지 않았나 하는 걸 깨닫는다.
[다이스케] : “리리코는 좀 괜찮아?”
[사쿠라] : “그래. 상처는 말이야. 다만 역시 이런 상황 탓인지 기운이 없는 모양이야”
그렇군...... 무리도 아니지.
[다이스케] : “유지는?”
물어 봤지만, 다들 바로 대답을 해주지는 않았다.
[사쿠라] : “다이스케가 루나의 방으로 가자마자, 자기 방으로 들어가버렸어”
우려가 섞인 사쿠라의 목소리를 들으면 안다. 그 성격이니 대놓고 기분 나쁘게 일어났겠지.
루나를 믿는다는 것은 유지를 의심한다는 것. 유지에게 있어서는 유쾌하지 못한 상황일 것이다.
하지만 유지가 [배신자]라는 건, 거의 대부분의 공통적인 견해가 되어 있다.
그러니까 유지도 그 이상 별 말 없이 방으로 돌아간 것일 테고.
...
......
.........
식사 후, 나는 모두를 모았다.
중요한 이야기라며 쉬고 있던 리리코도 불러냈다.
유지도 불러 오려고 했지만 문이 잠겨 있었고, 몇 번을 두드려도 대답조차 없었다.
그리고, 나와 루나는 몇 가지 문제를 숨겨둔 채, 모두의 앞에서 말했다.
게임에 관련된 부분은 솔직하게.
루나가 어제 [수호자]와 연계를 하지 않았다는 것.
나를 [주모자]라고 오해해서, 나를 대타로 지목했었다는 것.
조금 전의 대화로 화해를 해, 지금이야말로 제대로 [수호자]와 연계하고 싶다는 것.
[루나] : “어째서 내가 다이스케를 의심했는지랑 어떻게 의심을 풀었는지는 지금 말할 수 없어”
[루나] : “그래도 믿어 주면 좋겠어. 이번엔 반드시 모두를 지킬 테니까”
[루나] : “그러니까 [수호자]님. 제발 부탁이니 날 도와주세요......”
무릎을 꿇으려고 하는 것을 서둘려 말렸지만, 그 이후 잠시 동안 루나는 모두에게 사죄했다.
[다이스케] : “나도 부탁할게. 지금 나와 루나는 단 한마디도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아”
[다이스케] : “나를 봐서라도, 뭐 그런 소리 할 입장이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어...... 그렇지만, 부탁해!”
이야기를 들은 전원의 얼굴에 떠오른 것은 곤혹스런 기색이었다.
그럴 만도 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친구를 배신한데다 죽이려고까지 했으면서, 반성했으니 다시 한 번 믿어 달라.
루나가 하고 있는 이야기는 결국 그런 내용이다.
친구를 배신하고 죽이려고 했다는 시점에서 이미 어안이 벙벙할 텐데.
거기다 이제 반성했으니 도와달라는 말까지 나오니 말문이 막힐 것이다.
[사쿠라] : “그러면 결국 오늘은 어째서 아무도 죽지 않았던 거지......”
[루나] : “몇 가지 상황을 추측할 수는 있지만, 장담할 수는 없어...... 그렇지만 위험한 상황이라는 건 분명해”
[사쿠라] : “그러면, 그러면 루나가 하는 말이 옳다고 치고”
[사쿠라] : “어째서 리리코를 떠밀었니?”
그래. 아직 그 문제도 남았다.
루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 루나는 결코 리리코를 떠밀지 않았다.
루나의 증언은 유지뿐만이 아니라 리리코와도 충돌하는 것이다.
의혹을 확대, 확산할 수 있는 문제는 오늘은 일단 피한다. 나와 루나가 가장 시간을 들여 고민했던 항목.
눈 앞의 리리코는 평소의 온화한 미소를 띄우고서 이어지는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루나] : “그 이야기는 지금 못해”
분명히 하기로 한 것은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는 것.
거짓말을 하지 않고, 아무도 상처 입히지 않으면서 [수호자]의 신용을 얻는다. 그것이 이 게임의 올바른 해답.
[루나] : “그렇지만...... 이것만큼은 믿어줬으면 좋겠어”
[루나] : “리리코를 다치게 할 생각도 배신할 생각도 없다는 거”
[루나] : “그러니까, 그러니까”
[루나] : “제발, 믿어”
루나의 말은 리리코가 자리에서 일어서는 것으로 인해 멈춰졌다.
[리리코] : “루나야”
루나는 리리코의 얼굴에 띈 미소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자리에 있던 모두가 그럴 것이다.
루나의 곁에 다가선 리리코. 몸을 숙여 루나와 시선을 맞추고는 천천히 루나를 끌어안았다.
[리리코] : “잘 알고 있어. 나는 루나가 그런 짓을 할 리 없다고 생각하니까”
[리리코] : “그건 내가 뭔가 착각한 거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리리코] : “오히려 이것 때문에 루나와 사이가 나빠질까 무서웠어......”
[루나] : “리리코...... 리리코......!”
때때로 여자들의 눈물샘의 저장량은 무한정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까 그렇게나 울었는데, 루나는 리리코의 품 속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리리코 또한 그 등을 쓰다듬으며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 광경은 너무나도 존엄스러웠기에 살인게임의 회장에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이스케] : “다시 한 번 부탁할게, [수호자]는 루나를 지켜줘”
나 또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건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진심을 다한 간원이었다.
[다이스케] : “네 선택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으니까!”
[다이스케] : “다들 동의해 주겠어?”
모두의 얼굴을 둘러본다.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고 있는 사쿠라. 당장에라도 울 것 같은 마이.
두 사람이 화해하는 모습을 본 탓인지 한결 편안한 표정의 레이. 껄끄러운지 뺨을 긁적이고 있는 츠바사.
그렇지 뭐. 남자에게 있어 여자의 눈물이라는 건 그 어떤 때라도 어렵기 마련이니.
[레이] : ‘난 찬성해요’
[레이] : ‘루나를 믿어요’
고마워. 레이는 믿어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중에 전말을 설명해줘야겠다.
[츠바사] : “음...... 뭐, 나도 좋아...... 이런 모습을 보고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긴 힘드니”
고맙다 츠바사. 그렇지만 쑥스러워 하는 표정은 좀 기분 나쁘다.
[마이] : “우워어어어어어어! 이 얼마나 감동적인 이야기란 말인가아아아아......! 믿어. 물론 믿고말고!”
[마이] : (음~ 아빠가 좋아하는 전개인걸. 이게 어떻게 굴러갈지......)
고맙다 마이. 네가 질타해준 덕에 나는 루나를 믿을 수 있었는지도 몰라.
[사쿠라] : “......”
[사쿠라] : (루나는 됐어...... 처음부터 루나는 [교환자]라고 생각했었으니까)
[사쿠라] : (문제는 리리코...... 츠바사와 레이가 한패라 둘을 함정에 빠뜨린 걸까?)
[사쿠라] : (그렇다고 해도 위치적으로 힘들어. 둘은 리리코가 떨어졌을 때, 아래에 있었으니까)
[사쿠라] : (......역시 리리코의 자작극. 그리고 내게 주사기를 넘긴 것도 리리코)
[사쿠라] : (단지 행동이 지리멸렬한 것 뿐일까? 아니면...... 따로 무슨 의도라도 있을까?)
[다이스케] : “사쿠라...... 부탁할게”
[사쿠라] : “응? 무슨 소리를 하니”
[사쿠라] : “찬성하지 않을 리가 없잖아! 루나는 틀림없이 [교환자]라구!”
사쿠라......!
고맙다 사쿠라......!
이걸로. 이제 루나는 살 수 있어.
마치 기다렸다는 타이밍으로 기분 나쁜 기계음이 울렸다.
[플레이어 여러분. 현재 23시 50분입니다]
[오전 0시가 되면, 모든 개실이 폐쇄됩니다]
[이 시점에서 할당된 방에 계시지 않으실 경우 기권으로 간주되므로 부디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정시방송을 마칩니다]
[다이스케] :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군”
[사쿠라] : “정말!? 전혀 눈치도 못 챘어......”
[츠바사] : “아 미안, 시계를 가지고 있는 내가 정신 차리고 있어야 하는데”
[츠바사] : (칫...... 진짜 짜증나게 됐잖아)
[츠바사] : (이걸로 리리코가 마음이 바뀌었다간...... 이래저래 바람을 넣은 난 단숨에 불리해지는군)
[마이] : “다들 눈물 글썽글썽 하고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한가하게 있을 때가 아니다.
[다이스케] : “정리는 내일 하도록 하고. 다들 얼른 방으로 들어가자”
[리리코] : “아 예. 그래야겠죠”
[리리코] : (......츠바사 군)
[츠바사] : (......?)
[리리코] : (저 안 속아요. 다이스케 군이 [주모자]이고 루나가 [배신자])
[리리코] : (둘이서 우릴 속일 셈인 거죠?)
[리리코] : (저 계획대로 할게요. 잘 자요)
[츠바사] : (지금 그 눈은...... 하 하하, 하하하하!)
[츠바사] : (리리코 이 자식. 안 믿고 있는 거군! 좋아, 좋아좋아! 불신의 싹은 제대로 자라있어!)
[츠바사] : (내일 완전히 뒤집어 주겠어! 루나...... 넌 전야제의 제물이다!)
[레이] : ‘다이스케 선배. 오늘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푹 쉬세요’
[다이스케] : “그래. 레이 너도. 다들 잘 자”
세 번째나 되다 보니 다들 당황하는 기색 없이 방으로 돌아간다.
이번에야말로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아무도 죽지 않는 밤이다.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나도 방으로 돌아가려던 참
[루나] : “다이스케”
루나의 목소리에 발걸음을 멈춘다. 모두가 물러간 텅 빈 로비.
[다이스케] : “아 미안. 시트를 챙겨올 시간은 없을 것 같네”
[루나] : “그게 아냐. 다이스케”
[루나] : (...)
[루나] : (그만둘래)
? 한 순간의 침묵에 의문을 가질 새도 없이, 루나는 말을 이었다.
[루나] : “죽 맛있었어. 고마워”
뭐 그리 대단한 거라고.
[다이스케] : “루나”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스스로도 모른 채.
루나가 방으로 돌아가 문이 닫히는 것을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루나 시점]
[루나] : “자 그럼”
나는 오늘 모두를 대신해 직접 [주모자]의 타겟이 된다.
그리고 [수호자]에게 수호를 받는다.
그게 이상적.
노트북으로 해야 할 것은 이미 끝낸지 옛날이다.
수건을 적혀 몸을 닦고, 화상실도 갔다 오고.
무슨 일이 일어나도 괜찮도록 준비를 했다.
몸의 상태는 놀랄 정도로 좋다. 병이 있다는 걸 잊을 정도.
시간은 0시 52분. 이제 곧.
만약 오늘 희생자가 나온다면 그건 나밖에 없다.
그러니 나는 페이퍼 나이프를 움켜쥐고, 문 앞에서 기다린다.
[루나] : “......”
[루나] : “토모에......”
천국에 있을 토모에.
부디 지금만은 곁에 있어줬으면 해.
이제 곧 토모에의 곁으로 갈 테니까.
[루나] : “그치만...... 그 전에!”
문이 열린 순간, 온 힘을 다해 이걸로 찔러버릴 거야......!
그렇게 결심한 순간이었다.
온 몸에서 힘이 빠졌다.
상황파악의 순서가 이상하다.
방 안을 가득 채운 하얀 연기.
지면과 마주보는 눈.
쓰러졌을 때 바닥에 부딪혔던 얼굴의 고통.
앞으로 고꾸라진 내 몸은 이미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이제 알겠다.
그렇구나.
근육을 이완시키는 가스로 무저항 상태로 만들었던거구나.
이렇게 움직일 수 없게 되었을 때, 토모에는 살해당했던 거구나......
아무 것도 모른 채, 저항 한 번 못 하고서 살해당했던 거구나......
역시 용서 못 해.
다이스케가 어떻게 생각하든 [주모자]는 이 손으로 처치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건 실패. 내 복수는 실패하고 말았다.
이윽고 가스는 멈추었고, 환기가 시작된다.
환기가 끝나고 난 다음 [주모자]가 오겠지.
누가 [주모자]?
모두의 얼굴을 머릿속에서 가지런히 늘어놓아 본다.
알겠다. 다이스케의 마음도 알겠다.
친구들 덕분에 내 학창 생활은 즐거웠다.
귀국자녀인데다 일본에서는 보기 드물게 월반한 나를 따뜻하게 받아주었다.
병을 안고 있는 나를 특별 취급하지 않고 대등하게 어울려 주었다.
웃으며 도시락을 먹고, 때론 장난을 치다 선생님에게 혼나고......
그렇지만
우리 중에 그 추억을 인연을 갈갈이 찢어놓은 누군가가 있다는 건 틀림 없다.
다이스케, 제발 부탁이야.
지켜줘.
다이스케의 친구를
배신자로부터 지켜줘.
...
......
.........
그리고 방문자는 찾아왔다.
아아.
그랬 구나
그런 얼굴로 모두와 섞여 있었으면서.
그런 최악의 미소를 지을 수도 있구나.
문을 열고 들어온 인간은.
틀림 없이, 우리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뭐야.
결국
그랬던 거잖아.
결국
죽이고 싶어서 죽인 거잖아!
죽음의 악의에 찬 죽음의 공포에 눌러 찌부러질 것 같았던 마음에 불이 붙는다.
분노의 불꽃.
전신의 근육의 자유를 빼앗긴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저항은
이 분노의 불꽃을 죽음의 공포에 꺼지지 않도록, 불태우는 것.
눈 앞에서 주사침의 바늘이 번뜩인다.
날 겁주려는 수작이라는 게 빤히 보인다.
누가 겁낼줄 알아.
지금부터 무슨 일을 당하든.
설령 괴롭힌다 해도. 설령 더럽힌다 해도. 설령 모욕한다 해도. 온 몸이 갈갈이 찢긴다 해도. 소중한 모든 것을 빼앗긴다 해도.
이렇게나 비참하고 한심해서 미치도록 무섭다 해도, 토모에에게 다이스케에게......
모두에게 매달려 머리를 흩트리고서 어린 아이처럼 엉엉 울고 싶다 해도......!
누가 겁낼 줄 알아!!
아......
아...... 우욱......
윽...... 우으윽......
엄......하......에엑.......
엄마......토......모에......
하다못해......마지막으로......
...
......
.........
[다이스케 시점]
[다이스케] : “......”
오전 1시 12분.
고발용 윈도우의 표시가 바뀌었다.
루나 에카를라트 츠키시마
사망
어째서인지.
나는 꼭 이렇게 될 것만 같다는 기분이 들었었다.
달관한 루나의 모습에.
떠나가던 망설임이 없던 그 뒷모습에.
나는 깨닫고 있지 않았나?
루나가 이미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다이스케] :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빌어먹을빌어먹을빌어먹을빌어먹을빌어먹을빌어먹을!!
왜 그랬냐고!
왜 믿어주지 않았냔 말이다
[수호자] 이 빌어먹을 자식은!
그리고, 그리고 무엇보다 그 앞에서 그런 얼굴을 하고 있었으면서, 배신한 놈은 도대체 어느 녀석이냐!
[주모자]...... 루나와의 약속이다. 절대로 너만큼은 용서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루카와 다이스케......! 어째서 루나가 죽어가는 걸 멀뚱히 보고만 있었냔 말이다!
모르겠다. 달리 선택지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마음속으로 조금이나마 루나가 살아남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의심했으면서, 그걸 나는...... 나는......!
[레이] : 다이스케 선배 다이스케 선배!!
채팅 화면이 내 이름으로 뒤덮여 있다.
오늘 있었던 일을 모두 레이에게 숨김없이 전해준 뒤였다.
루나에게 습격당했던 것도. 이후에 내 정체를 밝혔던 것도. 리리코의 자작극이라는 의심도.
그 뒤, 한 시를 기다리며 적당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레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말수가 적어진 나를 걱정하고 있었다.
지금도 걱정하고 있다. 대답을 해야겠는데 도저히 마음이 정리되지 않는다......!
나는 별의미도 없이 방 안을 서성이며 벽과 바닥을 치고, 이를 갈고 머리를 쥐어뜯었다.
아무런 의미도 없는 행위. 그러나 그런 동물 같은 행동 중에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 분명 있었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지금 이렇게 루나가 무대에서 내려간 이상, 내게 주어진 것은 무엇인가.
그에 마주하기 위한 시간이었다.
...
......
.........
아무리 스스로에게 되물어 보아도 결국 대답은 한가지 밖에 없었다.
마음 깊숙이 새기는 시간으로 다시 잠깐,
다시금 내가 책상에 앉았을 때, 이미 시간은 세시를 넘긴 뒤였다.
채팅 화면은
[레이] : 좀 쉬어야겠어요. 다이스케 선배도 좀 쉬세요......
그 말을 끝으로 끊겨있었다.
툴은 끄지 않았는지 내 메시지를 받을 수 있는 상태였다.
나는 문자를 쳐 넣었다.
결의의 선언을.
[다이스케] : 내일부터 [주모자]를 찾자
[다이스케] : [주모자]를 고발해서 게임을 끝내도록
[다이스케] : 협력해줘 레이. 부탁한다.
결의는 굳건해졌다.
더 이상 누구도 죽이지 못하게 할 것이다.
죽이게 놔둘 수 없다.
분노에 억눌려 그런 결단을 한 것이다 나는.
다음 날,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고서.
[?? 시점]
[??] : “Schmetterling Funf, 고정 완료“
[??] : “실온을 12°C로. 폐쇄하도록 할까요?”
[??] : “됐다...... 이번 나비는 사체를 먹지 않으니. 석별의 시간을 방해할 수야 없지”
[??] : “알겠습니다. 사망통지 송신 완료”
[??] : “옵저베이션 모드로 접속합니다”
[??] : “됐다. 자네들도 한숨 자지”
[??] : “예...... 그런데 심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만”
[??] : “그냥 놔둬라. 기른 나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지켜보는 것 또한 관심이 있으니”
[??] : “알겠습니다”
[??] : “그렇지만, 슬슬 움직이겠군. 발송 준비를 진행하도록”
다음 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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